칼럼

같은 사고의 배상책임이 제작자는 100%, 임차인은 70%로 달라질 수 있을까?

핵심 결론 부진정연대채무라도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책임이 아니라면 채무자별로 과실상계를 달리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제작자의 책임은 제한하지 않고 임차인의 책임만 70%로 제한했습니다. 임차인의 반대채권을 상계한 뒤 남은 배상액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16747, 2017다16754, 2014다7971, 2014다7988, 2006다47677, 2008다97218, 2005다8125

해당판결

대법원 2022. 7. 28. 선고 2017다16747(본소), 2017다16754(반소) 판결
사건명: 손해배상(기)
확정 여부: 두 피고의 상고가 모두 기각되어 환송 후 항소심판결 확정
청구 구분최종 결과판단의 핵심
원고의 제작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4,911,705,408원 및 그중 원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인용인정된 손해에 대한 책임을 제한하지 않고, 임차인의 상계가 미치는 효과를 반영
원고의 임차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제작자와 공동하여 위 금액 중 3,404,456,446원 및 그중 원금에 대한 지연손해금 인용원고의 임대인으로서의 과실을 고려하여 책임을 70%로 제한한 후 상계 반영
원고의 나머지 본소 손해배상청구기각인정된 손해와 책임 범위를 초과하는 부분 배척
임차인의 20억 원 반소청구기각인정된 반대채권이 상계로 모두 소멸하여 별도로 지급받을 금액이 남지 않음
두 피고에게 지급을 명한 금액은 중첩되는 관계이므로 합산하여 받을 수 없습니다.
위 지급액에는 상계 과정에서 남은 기발생 지연손해금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추가 지연손해금은 다음의 원금에 대해서만 발생합니다.
채무자지연손해금 산정 원금연 5% 적용기간연 20% 적용기간
제작자4,909,549,882원2007. 11. 14.부터 2017. 3. 24.까지2017. 3. 2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임차인3,403,593,726원2007. 11. 21.부터 2017. 3. 24.까지2017. 3. 25.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는 이 사건에 적용된 구 법정이율입니다. 현재의 일반적인 소송촉진법상 이율을 표시한 것이 아닙니다.
하급심 및 소송경과

가. 제1심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11. 2. 10. 선고 2009가합2102 판결
제1심판결에 대하여 원고와 임차인이 항소하였고, 제작자는 부대항소하였습니다.

나. 환송 전 항소심

광주고등법원 2013. 11. 27. 선고 2011나1650(본소), 2012나2704(반소) 판결
원고의 손해배상청구와 임차인에 대한 전대료청구를 각각 일부 인용하고, 임차인이 항소심에서 제기한 반소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다. 제1차 상고심

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4다7971(본소), 2014다7988(반소) 판결
원고의 전대료청구 부분에 관한 상고를 기각하여 이 부분은 분리확정되었습니다. 나머지 본소 손해배상청구와 반소청구 부분은 파기환송하였습니다.
따라서 이후 환송심의 심판대상에는 이미 확정된 전대료청구가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라. 환송 후 항소심과 최종 확정

광주고등법원 2017. 3. 24. 선고 2016나874(본소), 2016나881(반소) 판결
제작자의 책임은 제한하지 않고 임차인의 책임만 70%로 제한하였습니다. 임차인의 반대채권에 의한 상계까지 반영하여 위 표와 같은 지급을 명하고 반소청구를 기각하였습니다.
두 피고가 상고하였으나, 대법원은 2022. 7. 28.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관련판례

관련법령

사실관계

가. 제작자가 공급한 크레인을 다른 회사에 임대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은 제작자로부터 부두용 크레인을 공급받아 하역업체에 임대하였습니다. 이후 여수광양항만공사가 공단의 소송상 지위를 승계하였습니다.
제작자는 대련중공기중집단 유한공사이고, 임차인은 씨제이대한통운 주식회사입니다.

나. 상업운전 개시 후 크레인 붕괴

임차인은 2007. 10. 1. 상업운전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로부터 약 20일 뒤인 2007. 10. 20. 광양항에서 크레인의 와이어로프가 끊어지면서 붐이 추락하였습니다. 크레인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로 파손되었고, 선박과 화물의 처리에도 지장이 발생하였습니다.
사고에는 도르래 덮개와 균형 클램프의 제작상 하자뿐 아니라, 로프의 느슨함을 감지하는 안전장치에 대한 임차인의 관리상 과실도 관여하였습니다.

다. 소유자의 손해배상청구와 임차인의 반소

원고는 제작자와 임차인에게 크레인 멸실 등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임차인도 하자 있는 크레인을 제공받아 컨테이너 이전작업비 등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에 원고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하고, 상계 후에도 남는다는 손해 중 일부인 20억 원을 반소로 청구하였습니다.

법리

가. 부진정연대채무라고 해서 모두 공동불법행위책임은 아니다

부진정연대채무는 여러 채무자가 동일한 손해를 보전할 의무를 부담하되, 중첩되는 범위에서 한쪽 채무가 변제 등으로 소멸하면 다른 쪽 채무도 소멸하는 관계입니다.
이러한 관계는 공동불법행위 외에도 서로 다른 계약이나 법률상 책임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제작자는 제작물공급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 또는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였습니다. 임차인은 크레인의 관리·운용상 과실에 따른 불법행위책임 또는 임대차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을 부담하였습니다.
두 채무가 같은 크레인 사고로 인한 손해를 보전한다는 점에서 부진정연대관계가 인정된 것입니다.

나. 피해자의 과실을 누구와의 관계에서 평가하는지가 중요하다

공동불법행위에서는 피해자의 과실을 가해자 전원에 대한 과실로 전체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그러나 별개의 원인으로 발생한 채무가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채무자에게 동일한 과실상계 비율을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 원고는 크레인 임대인으로서 하자 여부를 검사하고 필요한 수리나 예방조치를 할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법원은 이 과실을 임차인과의 관계에서 고려하여 임차인의 책임을 70%로 제한하였습니다.
반면 제작자와의 관계에서 원고는 크레인을 공급받은 매수인이었습니다. 임차인에 대한 임대인의 의무 위반을 그대로 제작자의 책임을 줄이는 사유로 삼을 수는 없었습니다.
따라서 제작자에게는 별도의 책임제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아, 법원이 인정한 손해 전액에 대한 책임을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다. 다른 피고의 과실을 곧바로 원고의 과실로 돌릴 수 없다

제작자는 임차인의 관리상 과실을 원고 측 과실로 보아 자신의 책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임차인도 제작자의 과실을 원고의 과실로 참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제작자와 임차인은 상대방에 대한 원고의 이행보조자라고 보기 어려웠고, 원고와 신분상 또는 사회생활상 일체를 이루는 관계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어느 한 피고의 과실을 다른 피고에 대한 원고의 과실로 그대로 전가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라. 100%와 70%는 피해자에 대한 책임 범위이다

예를 들어 인정된 손해가 1억 원이고 상계나 지연손해금 문제가 없다면, 제작자는 1억 원, 임차인은 그중 7,000만 원에 관하여 공동으로 책임지는 구조입니다.
원고가 임차인에게서 7,000만 원을 받았다면 제작자에게 받을 수 있는 나머지 손해액은 3,000만 원입니다. 제작자에게서 1억 원을 모두 받았다면 같은 손해를 임차인에게 다시 청구할 수 없습니다.
또한 이러한 책임 범위가 제작자와 임차인 사이의 내부 부담비율을 30 대 70으로 정한 것은 아닙니다. 한쪽이 배상한 뒤 다른 쪽에 구상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마. 임차인의 반소 기각은 손해배상채권 자체가 부정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법원이 인정한 원고의 손해는 크레인 멸실, 긴급보수공사비, 감정평가사 여비를 합한 5,017,857,830원이었습니다.
제작자는 이 금액 전부에 대하여, 임차인은 그 70%인 3,512,500,481원에 대하여 상계 전 배상책임을 부담하였습니다.
한편 임차인에게도 컨테이너 이전작업비 등 합계 175,665,640원의 손해가 인정되었습니다. 원고는 임대차계약상의 채무불이행책임과 크레인 소유자로서의 공작물책임을 부담하였습니다.
다만 임차인 자신의 관리상 과실을 고려하여 원고의 배상책임을 70%로 제한하였고, 이에 따라 임차인의 반대채권은 122,965,948원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본소에서 임차인의 책임을 70%로 제한한 것과 반대채권에서 원고의 책임을 70%로 제한한 것은 서로 다른 손해와 의무관계를 평가한 결과입니다. 이를 하나의 사고에 관한 내부 과실비율로 합산해서는 안 됩니다.
임차인의 반대채권은 원고의 채권과 상계되면서 모두 소멸하였습니다. 따라서 반소로 별도 지급을 구할 잔액이 없어 반소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바. 임차인이 한 상계의 효과는 제작자에게도 미친다

임차인은 자신이 원고에 대하여 가진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하였습니다.
법원은 대법원 2010. 9. 16. 선고 2008다97218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에 따라, 그 상계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이 제작자에게도 미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는 제작자가 임차인의 채권을 가져다 임의로 상계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채권을 가진 임차인이 적법하게 한 상계의 효과가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반대채권마다 상계할 수 있게 된 시점이 달랐으므로, 그때까지 발생한 지연손해금과 원금에 대한 충당을 구분하여 계산하였습니다. 그 결과 제작자와 임차인의 최종 지급액 및 추가 지연손해금의 산정 원금이 달라졌습니다.

실무상 유의점

  • 책임의 발생 근거를 먼저 구별해야 합니다. 같은 사고라도 공동불법행위책임인지, 계약책임·하자담보책임 등이 중첩되는 관계인지에 따라 과실상계의 평가 방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 과실을 상대방별 의무와 연결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누구에 대하여 어떤 의무를 위반했는지, 다른 채무자의 과실을 피해자 측 과실로 볼 근거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 대외적 책임 범위와 내부 구상비율을 구별해야 합니다. 피해자에게 70%까지 책임진다는 판단만으로 공동채무자 사이의 최종 부담비율까지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 추가 비용과 영업손실은 인과관계와 실제 발생을 입증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다른 크레인을 대체하기 위한 임차비용 등이 배척되었고, 가동하지 못한 기간에 설비의 최대 처리능력을 곱한 계산만으로 영업손실이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 반소 결과와 상계 결과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반소가 기각되어도 반대채권이 인정되어 본소 배상액을 줄였을 수 있습니다. 집행금액을 계산할 때에는 판결 주문의 지급액, 그중 원금, 기발생 지연손해금 및 추가 이율 적용기간을 구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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