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 변경 및 후속 법리 안내
이 사건 원심은 일부 어음에 관하여 적법한 지급제시가 없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근거인 대법원 1990. 4. 10. 자 89다카17331 결정의 법리는 대법원 1994. 11. 8. 선고 93다21514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습니다. 현재는 지급제시기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위조자의 사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배제되지 않습니다.
한편 대법원 2010. 9. 16. 선고 2008다97218 전원합의체 판결은 부진정연대채무자 한 사람이 적법하게 한 상계의 공동면책 효력을 인정하였습니다. 이는 다른 채무자의 채권으로 대신 상계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검토일: 2026. 10. 30.
해당판결
대법원 1994. 5. 27. 선고 93다21521 판결 [손해배상(기)]
확정 여부: 미확인 — 원고 패소부분 파기환송 이후의 재판 결과와 최종 배상액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위 136,180,483원은 원심의 인용금액입니다. 이를 환송 후 최종 배상액으로 표시해서는 안 됩니다.
하급심 및 소송경과
가. 제1심
서울민사지방법원 1992. 4. 9. 선고 91가합65652 판결
원고가 일부 승소하였고, 원고와 피고가 모두 항소하였습니다. 제1심의 경과는 첨부된 항소심 판결을 통해 확인됩니다.
나.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1993. 3. 26. 선고 92나26941 판결
항소심은 주위적 어음금청구를 기각하고, 예비적 손해배상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제1 어음에 대해서는 다른 공동채무자의 부금반환채권을 이용한 피고의 상계를 인정하였습니다. 나머지 어음 중 배상책임을 인정한 부분에서는 원고의 과실을 70%로 보아 손해액의 30%만 인정하였습니다.
다. 대법원
대법원은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의 채권을 이용한 상계를 허용한 판단과 원고의 과실을 70%로 정한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고 패소부분을 파기하여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고, 피고의 상고는 기각하였습니다.
관련판례
- 대법원 1991. 6. 11. 선고 91다3994 판결 어음·수표행위의 직접 상대방에 대하여 표현대리 요건이 갖추어졌다면, 이후의 취득자도 그 효력을 원용할 수 있습니다. 후속 취득자 자신의 신뢰만으로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경우와 구별됩니다.
- 대법원 1994. 11. 8. 선고 93다21514 전원합의체 판결 배서위조로 인한 사용자책임은 어음상 책임과 별개입니다. 적법한 지급제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이미 발생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가 배제되지 않으며,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실제 지급한 할인금 상당액입니다.
- 대법원 2010. 9. 16. 선고 2008다97218 전원합의체 판결 부진정연대채무자 한 사람이 자신의 반대채권으로 적법하게 상계하거나 채권자와 상계계약을 체결하면, 그로 인한 채무소멸의 효력은 공동으로 부담하는 범위에서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도 미칩니다.
관련법령
-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 민법 제418조 제1항·제2항: 연대채무자 한 사람의 상계 효과와 다른 연대채무자의 상계권 행사.
- 민법 제492조·제493조: 상계의 요건, 방법 및 효과.
- 민법 제496조: 고의의 불법행위로 인한 채무를 부담하는 채무자의 상계 제한.
- 민법 제750조·제756조 제1항: 불법행위책임과 사용자책임.
- 민법 제763조, 민법 제393조·제396조: 불법행위의 손해배상 범위와 과실상계.
- 어음법 제11조·제77조 제1항 제1호: 약속어음의 배서에 관한 규정.
사실관계
가. 회사 명의와 유사한 배서가 있는 어음의 할인
원고 상호신용금고는 광고대행회사인 태양피알 측으로부터 약속어음 15매를 배서양도받고 할인금을 지급하였습니다.
제1 어음에는 피고 조선무약 합자회사 명의의 배서가 있었습니다. 이는 피고의 총무담당 상무이사가 어음배서 권한 없이 자신이 보관하던 문서수발용 명판과 대표사원 직인을 사용하여 위조한 것이었습니다.
제2 내지 제15 어음에는 태양피알 대표가 피고의 회사명 중 ‘藥’을 비슷한 글자인 ‘樂’으로 바꾼 ‘조선무락’ 명판 등을 만들어 배서하였습니다.
나. 피고 직원들의 허위 확인
원고 담당자는 어음을 할인할 때마다 피고 회사 경리과에 배서의 진위를 확인하였습니다.
피고 직원들은 상무이사의 지시에 따라 어음기입대장에 해당 어음이 기재되어 있지 않은데도 피고 회사가 배서한 것이 맞다고 답변하였습니다. 원고는 이를 믿고 어음을 취득하였으나, 이후 지급이 거절되었습니다.
다. 다른 회사의 반환채권을 이용한 상계 주장
태양피알은 원고와 신용부금계약을 체결하고 32,053,000원을 납입하였습니다. 어음의 지급거절이 시작된 뒤 부금계약이 해제되었습니다.
피고는 태양피알이 원고에게 가지는 부금반환채권을 자신의 손해배상채무와 상계하겠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원심은 이를 받아들여 제1 어음의 손해액 32,955,398원과 지연손해금에서 상계액을 충당하고, 남은 원금을 1,502,818원으로 계산하였습니다.
라. 나머지 어음에 대한 원심의 판단
원심은 제11·제14·제15 어음에 대해서는 적법한 지급제시가 없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나머지 제2 내지 제10, 제12·제13 어음에 대해서는 실제 지급한 할인금 합계 448,925,553원을 손해로 인정하되, 원고 과실을 70%로 보아 134,677,665원만 인정하였습니다.
이를 제1 어음의 잔액과 합하여 원심의 인용금액은 136,180,483원이 되었습니다.
법리
가. 부진정연대채무에서는 다른 채무자의 채권으로 대신 상계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인 연대채무에서는 민법 제418조 제2항에 따라, 상계할 채권이 있는 채무자가 상계하지 않을 때 다른 연대채무자가 그 채무자의 부담부분에 한하여 상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규정을 부진정연대채무에는 적용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피고가 태양피알과 같은 손해에 관하여 부진정연대책임을 진다는 이유만으로, 태양피알 소유의 부금반환채권을 가져다 상계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부진정연대채무자 사이에 고유한 의미의 부담부분이 없다는 설명은, 내부적으로 구상이나 책임분담이 전혀 인정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내부 정산관계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민법 제418조 제2항의 상계권까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입니다.
나. 일반적인 연대채무에서도 무엇과 무엇을 상계하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민법 제418조 제2항을 적용하더라도 원심의 상계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다른 연대채무자가 상계권을 행사할 때에도 상계의 대상은 원래 채권 보유자의 채권과 그 사람이 부담하는 채무입니다. 그 채무가 소멸한 결과로 상계권을 행사한 다른 채무자도 책임을 면하는 것입니다.
이 사건 원심처럼 태양피알의 반환채권을 피고 자신의 손해배상채무에서 곧바로 공제하는 구조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다. 채권 보유자가 직접 한 상계의 효력이 미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 사건 대법원은 다른 채무자의 채권을 이용한 상계가 허용되는지를 판단하면서, 채권 보유자가 직접 한 상계의 공동면책 효력 문제는 별도로 남겨 두었습니다.
이후 대법원 2008다97218 전원합의체 판결은 적법한 상계나 상계계약으로 채권이 만족을 얻으면 다른 부진정연대채무자에게도 그 소멸 효과가 미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갑과 을이 병에게 동일한 손해에 관하여 각자 1억 원의 배상책임을 지고, 을이 병에게 3,000만 원의 반대채권을 가진 경우를 생각할 수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상계금지 사유가 없고 상계요건을 갖추었다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고의의 불법행위에 따른 채무라면 민법 제496조도 확인해야 합니다.
라. 채권자가 실제로 변제충당을 했다면 별도로 판단해야 합니다
원고는 태양피알이 납입한 부금을 이미 자신에게 귀속시켰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것이 원고 스스로 부금을 태양피알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의 변제에 충당했다는 뜻이라면, 피고에 대한 청구에도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그 의미를 밝혀 심리해야 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상계권 행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결론만으로 부금 전액이 손해액 계산에서 무조건 제외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마. 허위 확인을 믿은 금융기관의 과실 70%는 지나치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원고가 금융기관이라는 이유만으로 원고에게 손해의 대부분을 부담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보았습니다.
회사명의 ‘藥’과 ‘樂’은 외관상 유사하고 주소와 대표자 이름도 일치했습니다. 원고가 피고 회사에 직접 확인하는 조치까지 취한 점도 고려되었습니다.
반면 피고 직원들은 실제 배서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진정한 배서라고 답변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그 행위를 고의 또는 고의에 가까운 중대한 과실로 평가하고, 피고의 감독상 잘못도 가볍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고 과실을 70%로 정한 판단을 파기하였습니다. 다만 대법원이 새로운 과실비율을 직접 정한 것은 아닙니다.
바. 어음상 책임과 사용자책임은 구분됩니다
원고는 피고에게서 직접 어음을 받은 사람이 아니라 태양피알 등으로부터 다시 취득한 사람이었습니다. 따라서 원고 자신의 신뢰만으로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를 주장할 수는 없었습니다.
직접 상대방인 태양피알에 대하여 표현대리가 성립했다면 후속 취득자가 그 효력을 원용할 수 있지만, 제1 어음은 태양피알 대표와 피고 상무이사의 공모로 위조되었으므로 그러한 요건도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렇더라도 직원들의 배서위조나 허위 확인이 직무와 관련된 불법행위라면 회사의 사용자책임은 별도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본 93다21514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지급제시기간을 지키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사용자책임이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실무상 유의점
- 상계를 주장하는 사람과 채권 보유자를 확인해야 합니다. 상계통지서·준비서면의 작성 주체, 반대채권의 귀속, 채권양도나 대리권 등 별도 근거를 구분하여 검토해야 합니다.
- 상계권 행사와 공동면책 효과를 나누어 주장해야 합니다. 다른 채무자의 채권으로 상계하는 것인지, 이미 이루어진 유효한 상계의 효과를 원용하는 것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 채권자의 회수·충당 내역도 확인해야 합니다. 상계항변이 배척되더라도 예치금 등이 실제로 손해배상에 충당되었다면 남은 손해액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 확인 절차를 증거로 남겨야 합니다. 조회한 어음의 정보, 담당자, 답변 내용과 당시 업무분장·장부·인장관리 자료는 사용자책임과 과실비율을 판단하는 주요 자료입니다.
- 어음금과 불법행위 손해액을 구별해야 합니다. 어음상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손해배상책임은 성립할 수 있으며, 손해액은 원칙적으로 실제 지급한 할인금을 기준으로 검토합니다.
- 파기환송을 최종 배상액 확정으로 표시해서는 안 됩니다. 이 사건의 환송 후 과실비율, 추가 인용액 및 확정 여부는 미확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