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매수인인 원고의 점포 인도청구 및 차임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를 모두 기각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하급심
- 수원지방법원 2013. 11. 21. 선고 2013가단36084 판결: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 수원지방법원 2015. 1. 16. 선고 2013나52445 판결: 매매계약이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무효라고 보아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아래 사실관계에는 원심이 인정한 구체적인 거래 경위를 함께 반영하였다.
관련판례
가. 배임행위에 대한 단순한 인식과 적극 가담의 구별
거래 상대방이 배임행위를 유인·교사하거나 그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 적극 가담한 경우에는 계약이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무효가 될 수 있다. 반면 거래의 목적·내용, 위험을 피하기 위한 조치의 필요성, 당사자 관계 등을 종합하여 사회적 상당성이 인정된다면, 상대방이 배임행위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이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나. 선행판결의 일부 변경과 이 사건 법리의 구별
위 2006다47677 판결 중 이사회 결의 없이 이루어진 대표이사의 거래에서 상대방을 보호하는 기준을 변경하였다. 그러나 이 사건이 인용한 배임행위 적극 가담에 따른 반사회질서 무효 법리를 변경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을 위 전원합의체에 의해 변경된 판례라고 표시해서는 안 된다.
관련법령
위 조항은 대법원 판결의 참조조문이다. 판결에 구법 표시가 없으므로 별도의 구법 표시를 붙이지 않는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및 공매 관계
생보부동산신탁은 상가건물을 신탁받아 관리하는 회사였다. 시공사인 흥화는 미지급 공사대금 회수를 위하여 신탁회사에 공매를 요구하였다.
원고는 해당 상가의 다른 점포를 분양받은 사람이자 수분양자 관리단의 전임 회장이었다. 피고는 이 사건 점포를 점유하면서 제과점을 운영하던 사람이다. 이 사건 점포는 종전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미납으로 분양계약이 해지되어 공매 대상이 되었다.
나. 사례금 약속과 공매정보의 게시·삭제
원고는 점포를 저렴하게 매수하기 위하여 관리단 총무를 통해 시공사와 신탁회사의 공매 담당자에게 각 5,000만 원의 사례금을 약속하고 승낙받았다.
신탁회사 담당자는 다른 사람들의 공매 참여를 막기 위하여 홈페이지에 공매공고를 게시하였다가 바로 삭제하고, 공매기일에 다시 게시하였다.
다. 유찰 후 수의계약과 소유권이전등기
원고는 공매가 유찰된 직후인 2012. 12. 21. 신탁회사와 수의계약을 체결하여 점포를 8억 100만 원에 매수하고, 2012. 12. 24.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매매대금은 원래 분양가 약 13억 3,379만 원의 약 60%에 해당하였다.
라. 점유자에 대한 청구와 무효 항변
원고는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점포 인도와 차임 상당 부당이득의 반환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원고가 공매 담당자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여 체결한 매매계약이 무효이므로, 원고에게 소유권이 없다고 항변하였다.
법리
가. 거래 상대방의 적극 가담은 계약 자체를 무효로 만드는 사유가 된다
회사의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회사의 이익에 반하여 거래하였다고 해서 그 거래 상대방과의 계약이 언제나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 상대방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다.
그러나 상대방이 업무담당자의 배임행위를 유인·교사하거나, 그 실행에 관여하는 등 적극 가담하였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이 경우 계약은 회사에 대한 배임행위를 실현하는 수단이 되므로 민법 제103조에 따라 무효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의 핵심은 매수인이 유리한 거래조건을 얻었다는 데 있지 않고, 담당자의 임무위배를 유도하여 공정한 매각절차를 훼손하는 데 함께 관여하였다는 데 있다.
나. 사례금 약속과 경쟁입찰 제한의 공모가 적극 가담의 구체적인 근거가 되었다
원고의 행위는 담당자의 부정을 알면서 거래한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원고가 먼저 사례금을 약속하며 부정한 청탁을 하였고, 담당자는 원고와의 공모에 따라 경쟁입찰을 제한하였으며, 원고는 그 결과 이루어진 수의계약으로 점포를 매수하였다.
이처럼 부정한 청탁 → 공모에 따른 경쟁 제한 → 저가 매수가 연결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이를 담당자의 배임행위를 스스로 조장하거나 적극 가담한 경우로 보았다.
따라서 저렴한 가격이나 수의계약이라는 거래 형식만으로 무효가 된 것이 아니다. 그러한 거래 결과를 얻기 위해 배임행위에 적극 관여하였다는 사정이 결정적이었다.
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도 무효인 매매계약에 기초한 소유권 취득은 인정되지 않는다
매매계약이 민법 제103조에 위반하여 무효이면, 그 계약을 원인으로 마친 소유권이전등기도 원인무효가 된다.
따라서 원고 명의의 등기가 남아 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소유권을 인정할 수 없다. 원고는 유효하게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였으므로, 이를 전제로 한 점포 인도청구와 차임 상당 부당이득반환청구도 인정되지 않았다.
라. 계약 당사자가 아닌 점유자도 무효를 항변할 수 있다
반사회질서 법률행위의 무효는 이를 주장할 이익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주장할 수 있다.
원고는 피고가 매매계약과 무관한 무단점유자이므로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고 다투었다. 그러나 피고는 원고로부터 소유권에 기한 청구를 받고 있으므로, 그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무효라는 점을 다툴 이익이 있었다.
피고가 자신의 점유권원을 증명하는 문제와 원고의 소유권 취득을 부정하는 문제는 구별된다. 피고에게 정당한 점유권원이 없더라도, 소유자가 아닌 원고의 소유권에 기한 청구를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 피고의 승소가 점유권원의 유효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은 피고에게 임차권이나 전차권이 유효하게 존속한다고 판단한 판결이 아니다. 원고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였으므로 원고의 청구를 배척한 것이다.
따라서 실제 권리자가 피고에게 점포 인도나 부당이득 반환을 청구할 수 있는지는 별도로 판단할 문제이다. 또한 이 사건의 주문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것이며, 원고 명의 등기의 말소까지 명한 것은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가. 적극 가담을 보여 주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주장·입증해야 한다
상대방이 배임행위를 알고 있었다거나 거래가격이 낮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사례금 약속, 부정한 청탁, 거래조건에 관한 사전 공모, 경쟁자의 참여를 막기 위한 조치, 공고의 게시·삭제 경위 등 거래 상대방이 배임행위를 유도하거나 실행에 관여한 사실을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공매 또는 수의계약이라는 형식만으로 거래의 유효성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외형상 공매절차와 유찰 후 수의계약의 순서를 거쳤더라도, 당사자들이 공모하여 경쟁을 제한하였다면 계약의 반사회성이 문제 된다. 공매공고가 존재하는지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개 및 경쟁 기회가 보장되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다. 인도청구에서는 원고의 소유권 취득 원인도 검토해야 한다
점유자를 대리하는 경우 자신의 임대차·전대차 관계뿐 아니라 상대방의 소유권 취득이 유효한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 사건은 점유자의 권원 유무를 넘어, 청구하는 사람에게 소유권이 있는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점을 보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