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서울고등법원 2024. 4. 3. 선고 (인천)2023나12621 판결
사건명: 근저당권설정등기말소.
대표이사의 개인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회사 부동산에 설정한 근저당권에 관하여, 대표권 남용을 인정하여 말소를 명한 사례이다.
첨부된 심급정보에 따르면, 대법원 2024다234994 사건에서 심리불속행 기각되어 확정되었다. 아래 법리와 사실인정은 항소심 판결을 기준으로 정리한다.
하급심
인천지방법원 2023. 6. 9. 선고 2021가합65162 판결
제1심은 원고 회사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여, 피고들에게 원고 소유 부동산에 설정된 각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명하였다.
항소심은 제1심판결의 이유를 인용하면서, 피고들이 추가로 다툰 다음 주장을 배척하였다.
- 대법원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는 대표권 남용에서도 상대방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거래가 무효가 된다는 주장
- 담보된 채무가 대표이사의 개인채무가 아니라 회사의 개발사업을 위한 차입금이라는 주장
- 원고 회사가 근저당권 설정행위를 추인하였다는 주장
항소심은 대표권 남용과 상대방의 인식 가능성을 인정하고, 무효임을 알고 추인하였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후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확정되었으며, 파기환송심은 없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이사회 결의 누락 등 대표권 제한 위반에서 거래상대방을 선의·무중과실 기준으로 보호한 판결이다. 대상판결은 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대표권 남용에 관한 상대방 보호 기준까지 변경한 것은 아니라고 명확히 하였다.
- 대법원 2021. 4. 15. 선고 2017다253829 판결 대표권 제한 위반에 관하여 상대방이 보호되더라도, 대표권 남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선례이다. 대상판결이 두 법리를 구분하는 직접적인 근거로 인용하였다.
- 대법원 1997. 8. 29. 선고 97다18059 판결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과 관계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하고, 상대방이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는 선례이다.
- 대법원 1998. 12. 22. 선고 97다15715 판결 및 대법원 2014. 3. 27. 선고 2012다106607 판결 무효인 법률행위의 추인을 새로운 법률행위로 인정하려면, 당사자가 종전 행위가 무효임을 알고 추인해야 한다는 선례들이다. 대상판결은 이를 적용하여 피고들의 추인 주장을 배척하였다.
관련법령
- 상법 제171조 제1항 회사의 법인격을 인정하는 규정이다. 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권리주체이므로, 1인 회사의 재산도 곧바로 그 주주의 개인재산이 되는 것은 아니다.
- 상법 제389조 제3항 대표권과 그 제한에 관한 상법 제209조 등을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준용한다.
- 상법 제209조 제2항 대표권 제한을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하도록 한다. 대표권 제한 위반과 대표권 남용을 구분하여 적용해야 한다.
- 상법 제393조 제1항 중요한 자산의 처분 등 중요한 업무집행에 이사회 결의를 요구한다. 대상판결에서 비교 대상으로 삼은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의 관련 규정이다.
- 민법 제107조 제1항 단서 상대방이 표의자의 진의 아님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의사표시를 무효로 하는 규정이다. 대표권 남용행위의 대외적 효력 판단에 유추 적용된다.
- 민법 제139조 무효인 법률행위는 추인으로 효력이 생기지 않지만, 당사자가 무효임을 알고 추인한 때에는 새로운 법률행위로 본다.
- 민법 제214조 소유자의 방해제거청구권에 관한 규정이다. 원고 회사가 무효인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청구와 관련된다.
사실관계
당사자의 지위
핵심은 원고 회사가 부동산 소유자라는 점과, 그 부동산으로 담보한 채무는 법원이 G 개인의 채무로 인정하였다는 점이다.
기존 연대보증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근저당권
G는 K 또는 K이 대표이사로 있는 L회사의 J에 대한 대여금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G가 이 보증을 한 것은 K와 함께 M회사를 인수하는 관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법원은 이러한 회사 인수와 연대보증이 원고 A회사와는 무관하다고 판단하였다.
J는 G에 대한 연대보증채권을 담보받기 위하여 원고 소유 부동산에 자신의 배우자인 피고 C 명의로 근저당권을 설정받았다. 담보를 제공한 재산은 원고 회사 소유였지만, 담보된 채무는 G 개인의 연대보증채무였다.
추가 차입금과 개발사업 대행계약
원고와 피고 B회사는 2021년 4월 19일 원고 소유 부동산에 상업시설과 오피스텔을 신축하는 개발사업의 PM·시행대행·분양대행계약을 체결하였다.
대행계약에는 B회사가 원고에게 기초 시행비용 10억 원을 대여하되, 대여금 약정은 별도로 체결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한편 J는 수사기관에서, G가 “6억 원을 추가로 빌려주면 원고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고 개발사업의 PM·분양대행·시행대행권을 주겠다”고 하여 돈을 빌려주었다고 진술하였다. 또한 G 개인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고 법인은 담보를 제공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원고 소유 두 부동산에는 2021년 4월 21일 B회사와 C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각각 이루어졌다.
회사의 사업비 차입이라는 주장과 실제 거래자료가 일치하지 않았다
피고들은 대행계약에 따라 회사의 기초 시행비용을 지급한 것이므로, G 개인이 아니라 원고 회사를 위한 대여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 사정을 근거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 대여금이 원고 법인계좌가 아닌 G의 개인계좌로 입금되었다.
- 그 입금이 대행계약에 따른 기초 시행비용이라는 점을 확인한 자료가 없었다.
- 대행계약은 별도의 대여금 약정을 예정하고 있었으나, 원고와 B회사 사이에 그러한 약정이 체결되었다는 자료가 없었다.
- B회사 명의 근저당권의 등기부상 채무자도 원고 회사가 아닌 G 개인이었다.
- J 자신이 G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었다고 진술하였다.
법원은 대행계약의 존재만으로 실제 개인 대여와 회사의 담보제공을 회사의 사업비 차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원고 회사가 근저당권 말소를 청구하였다
원고는 G가 회사와 무관한 개인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회사 부동산을 제공하였으므로 대표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근저당권 명의자인 B회사와 C를 상대로 말소를 청구하였다.
피고들은 자신들에게 대표권 남용에 관한 악의나 중과실이 없고, 원고 회사가 담보제공을 추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피고들이 개인채무 담보라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또한 원고가 담보제공이 무효임을 알고 추인하였다는 증거도 부족하다고 보아, 두 근저당권의 말소를 명하였다.
법리
대표권 남용에서는 상대방에게 중대한 과실까지 요구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판단 기준
대표권 제한 위반과 대표권 남용은 판단 대상과 상대방 보호 기준이 다르다.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은 대표권 제한에 관한 상대방 보호 기준을 변경하였다. 대표권 남용에서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는 법리는 유지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고들은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보호된다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이 사건이 G의 개인채무를 위해 회사 부동산을 제공한 대표권 남용 사안이므로, 피고들이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피고들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까지 입증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회사가 담보를 제공했다는 사실과 회사가 채무자라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일반적인 판단 기준
회사가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였다고 하여 그 피담보채무가 당연히 회사의 채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차용 약정의 당사자, 자금 지급 경위, 계좌 명의, 등기부상 채무자 및 관계자의 설명 등을 종합하여 실제 채무자를 판단해야 한다.
또한 1인 회사라도 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법인격을 가지므로, 주주의 개인채무를 회사 재산으로 담보하는 행위의 적법성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기존 채무는 원고와 무관한 회사 인수 과정에서 G가 부담한 개인 연대보증채무였고, 추가 차입금도 G 개인에 대한 대여로 인정되었다.
개발사업 대행계약에 기초 시행비용 조항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거래의 실질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회사와 무관한 개인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부동산 제공이므로 대표권 남용으로 평가되었다.
상대방의 인식은 실제 대여 경위와 관계를 통하여 판단한다
일반적인 판단 기준
대표권 남용을 이유로 거래의 효력을 부정하려면, 상대방이 남용 목적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도 인정되어야 한다. 거래구조, 자금 흐름, 채무 명의, 협상 과정과 진술 등이 판단자료가 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B회사의 실질적 운영자인 J는 자신이 G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회사 부동산을 담보로 받았다고 진술하였다. 따라서 B회사 측은 피담보채무가 G 개인의 채무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고 판단되었다.
C에 대해서도 J의 배우자라는 관계와 연대보증채권을 담보받게 된 경위 등을 고려하여, G 개인채무를 위한 담보제공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았다.
무효인 행위의 추인에는 무효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판단 기준
민법 제139조에 따라 무효인 행위를 추인하여 새로운 법률행위로 인정하려면, 당사자가 종전 행위가 무효임을 알고 이를 추인해야 한다. 담보가 설정된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과, 그 설정행위가 무효임을 알면서 다시 효력을 부여하려 했다는 사정은 구분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고들은 원고 대표이사가 근저당권 설정행위를 추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원고가 그 설정행위의 무효를 알고도 추인하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추인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근저당권 말소책임이 유지되었다.
실무적 유의점
- 차주·보증인·담보제공자를 계약에서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대표이사 개인에게 돈을 빌려주면서 회사 부동산을 담보로 받는 경우, 회사의 차입계약과는 다른 구조임을 전제로 검토해야 한다.
- 개발사업 계약과 개별 대여의 연결관계를 입증할 자료가 필요하다. 기초 사업비를 지급한다는 일반 조항만 두지 말고, 대여금 약정, 지급계좌, 자금 용도, 상환의무자와 담보할 채무를 서로 일치시켜야 한다.
- 대표이사 개인계좌로 지급하는 경우 그 법적 성격을 명확히 해야 한다. 개인계좌 입금만으로 개인채무가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개인 명의의 채무자 표시나 대여자의 진술까지 일치하면 회사 차입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 이사회 결의 확인과 대표권 남용 검토를 함께 해야 한다. 내부절차를 확인했더라도 회사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어떤 부담을 지는 거래인지 별도로 살펴야 한다.
- 추인을 주장하려면 무효에 대한 인식과 새로운 의사표시를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누가 어떤 무효 사유를 알고, 언제 어떤 내용으로 담보제공을 다시 승인했는지가 드러나야 한다.
- 근저당권 말소와 개인채무의 소멸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회사 부동산에 대한 담보제공의 효력을 부정한 것으로, 그 판단만으로 G의 개인 차입채무나 연대보증채무 자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