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대법원 2012. 8. 17. 선고 2012다45443 판결
사건명: 청구이의
사건명: 청구이의
회사가 최대주주에게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를 작성해 준 뒤, 그 공정증서에 기초한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기존 채무를 확인한 부분을 제외한 대규모 신규 채무 부담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고, 상대방인 최대주주도 결의 부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한 원심을 유지하였다. 피고의 상고가 기각되어 원심판결이 확정되었으며, 파기환송심은 없다.
다만 상대방의 보호 기준에 관한 부분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악의·중과실 기준으로 읽어야 한다. 대규모 채무 부담의 판단 기준과 기존 채무 확인행위의 구별은 여전히 참고할 수 있다.
하급심
제1심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010. 10. 29. 선고 2009가합120561 판결이다.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2011. 12. 28. 선고 2010나113672 판결은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변경하고,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따라서 어음채무 전부의 효력이 부정된 것은 아니다. 법원은 이미 존재하던 손해배상채무를 확인한 부분에 대해서는 집행을 허용하고, 이를 넘어 새로 부담한 채무 부분의 집행을 막았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08. 5. 15. 선고 2007다23807 판결 대상판결이 직접 인용한 선례이다. 대규모 재산의 차입인지는 금액뿐 아니라 회사의 규모, 재무상태, 차입 목적·사용처, 일상 업무와의 관련성 및 종전 처리 관행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고 보았다. 이 판결의 상대방 보호 기준 역시 이후 전원합의체 판결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되었다.
-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55808 판결 기존 채무와 새로운 채무 부담을 구별할 때 참고할 판례이다. 기존 대여금채무에 기초하여 집행력을 부여하는 공정증서 작성은 새로운 채무 부담과 구별되는 일상적인 업무집행행위라고 판단하였다.
-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이사회 결의 없는 거래에서 상대방의 보호 기준을 변경하였다. 상대방에게 선의 외에 무과실까지 요구하지 않으며, 중과실이 있으면 보호하지 않는다. 이는 내부 규정에 따른 대표권 제한뿐 아니라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거래에도 적용된다.
관련법령
- 상법 제393조 제1항 중요한 자산의 처분·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 회사의 중요한 업무집행에 관한 이사회 결의의 근거이다. 대상판결은 대규모 신규 채무를 부담하는 약속어음 발행에 이를 적용하였다.
- 상법 제389조 제3항 대표이사에 대하여 회사 대표권에 관한 상법 제209조 등을 준용한다.
- 상법 제209조 제2항 대표권 제한으로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는 규정이다.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은 이를 근거로 거래 상대방의 보호 범위를 판단하였다.
- 상법 제54조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이다. 항소심은 집행을 허용한 기존 손해배상채무 부분에 연 6%의 지연손해금을 인정하였다.
이 사건에서 반영해야 할 핵심 변화는 법률 개정이 아니라, 이사회 결의 흠결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변경이다.
사실관계
가. 회사와 최대주주 사이의 관계
원고 회사는 쿠폰유통업과 DTV 등 제조·판매업을 영위하였다. 피고 회사는 소프트웨어 개발·공급 등을 영위하면서 원고 회사에 50억 원 이상을 투자하였다.
피고는 2008년 2월 원고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여 최대주주가 되었고, 자신이 지명한 이사들을 통하여 원고의 경영과 이사회 의사결정에 관여하였다. 피고의 대표이사와 원고의 전 대표이사는 사촌형제 관계였다.
나. 자금난과 유상증자를 둘러싼 분쟁
원고는 2009년 7월경 직원 급여, 단기차입금, 거래처 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자금 사정이 악화되었다.
원고는 자금 조달을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였으나, 피고는 제3자가 최대주주가 되는 것을 우려하여 반대하였다. 피고는 신주발행금지가처분 등으로 증자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고는 자금난을 해결하려면 유상증자가 필요하였고, 피고와의 분쟁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피고에게 거액의 금전채무를 부담하기로 하였다.
다. 세 가지 계약과 약속어음 발행
원고는 정산약정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계약서 및 위탁개발계약서에 서명·날인하고, 2009년 8월 3일 피고에게 다음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
원고는 이에 관한 약속어음 공정증서도 작성해 주었다. 그러나 해당 어음 발행에 관한 원고의 이사회 결의는 없었다.
이 사건은 원고가 새로 현금을 빌려 받은 대가로 어음을 발행한 전형적인 대출거래와는 다르다. 유상증자를 둘러싼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회사가 금전채무를 부담한 사안이다.
라. 강제집행과 청구이의 소송
피고는 공정증서를 근거로 원고의 예금채권·매출채권 등에 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았다.
이에 원고는 어음 발행에 필요한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점 등을 주장하며 강제집행의 불허를 구하였다.
법원은 어음금 중 이미 존재하던 채무와 새로 부담한 채무를 구별하여 판단하였다.
법리
가. 대규모 재산의 차입과 신규 채무 부담의 판단
일반적인 판단 기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대규모 거래인지는 일정 금액이나 자산 대비 비율만으로 정하지 않는다. 회사의 재무상태, 거래 목적, 기존 업무와의 관련성, 종전 의사결정 방식 등을 종합하여 대표이사의 독자적인 결정에 맡길 수 있는지를 판단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당시 원고의 자본 총액은 약 59억 6,700만 원, 자산 총계는 약 191억 9,900만 원이었다. 원고는 연속하여 영업손실을 기록하였고, 2009년 7월에는 기본적인 채무도 제때 지급하지 못하였다.
또한 원고는 당시 1억 원에서 3억 원 정도의 자금 차입에도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
이러한 회사가 약 28억 9,000만 원의 채무를 새로 부담하는 것은 일상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법원은 해당 어음 발행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다.
나. 기존 채무를 확인한 부분은 왜 유효하였는지
일반적인 판단 기준
어음 발행이 실제로 존재하는 채무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경우와, 존재하지 않던 채무를 새로 부담하거나 기존 채무를 증액하는 경우는 구별해야 한다.
단순히 문서의 명칭이 ‘정산약정서’라는 이유만으로 기존 채무 확인행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약정 이전에 채무가 실제로 발생하였는지와 그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원고와 피고 사이에는 원고의 쿠폰사업을 피고가 운영·관리하고, 그 이익의 50%를 피고에게 수수료로 지급하는 계약이 있었다.
그러나 원고가 약정과 달리 쿠폰사업을 직접 운영하여 피고가 수수료 수입을 얻지 못하였다. 법원은 이로 인한 손해배상채무가 정산약정 이전에 이미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 금액은 189,929,095원 및 지연손해금으로 인정되었다. 따라서 액면 11억 원의 어음 중 이 부분은 기존 채무를 확인한 것이므로 별도의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았다.
다만 나머지 정산금과 소프트웨어 관련 금액은 기존 채무라고 인정되지 않았다. 특히 소프트웨어 개발·제공을 뒷받침할 협의 자료 등이 부족하여, 해당 어음은 새로운 채무 부담으로 판단되었다.
다. 당시 판결이 상대방의 보호를 부정한 이유
일반적인 판단 기준
대상판결은 당시 판례에 따라, 거래 상대방이 이사회 결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으면 거래의 효력을 부정하였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고는 일반적인 외부 거래자가 아니었다. 원고의 최대주주로서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지명한 이사들을 통하여 이사회에서도 의견을 제시하였다.
또한 피고가 어음 발행을 제안하였고, 원고의 전 대표이사를 통하여 여러 차례 협의를 거쳐 정산약정서 등을 작성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여 피고가 결의 부존재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신규 채무 부담에 해당하는 어음 발행의 효력을 피고에 대한 관계에서 부정하였다.
라. 변경된 판례에 따라 현재 적용할 기준
일반적인 판단 기준
2021년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에는 다음과 같이 구별한다.
중과실은 단순한 확인 소홀을 넘어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를 현저하게 결여한 경우를 뜻한다. 결의 부존재를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대방에게 일반적으로 이사회 결의 여부를 확인할 의무까지 있다고 볼 수 없다.
이 기준은 정관·내부 규정에 따른 대표권 제한과 상법 제393조 제1항의 이사회 결의사항에 공통으로 적용된다. 대법원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해당 사건을 현재 인용할 때의 의미
대상판결의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문구를 그대로 사용하여 상대방의 단순한 과실만으로 무효라고 주장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의 최대주주 지위, 이사 지명, 경영 관여, 거래 제안과 협상 참여는 현재 기준에서도 악의·중과실 판단에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대상판결 자체가 변경된 기준에 따른 중과실을 인정한 판결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의 유사 사건에서는 구체적인 관여 정도를 토대로 악의 또는 중과실을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마. 공정증서 작성으로 채무의 효력까지 확정되는지
일반적인 판단 기준
집행력 있는 공정증서는 강제집행의 근거가 되지만, 그 작성만으로 실체법상 채무의 유효성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채무자는 청구이의 소송에서 어음채무의 부존재나 무효 등을 다툴 수 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원고는 공정증서를 작성해 주었음에도 어음 발행에 관한 결의 흠결을 주장하여 강제집행을 막았다. 다만 기존 채무가 실제로 존재하는 범위에서는 그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바. 신의칙 주장에 관한 대법원 판단의 범위
피고는 원고가 어음 발행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내용을 준비서면에 기재하였다.
그러나 해당 서면은 원심 변론기일에서 진술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를 이유로 원심에 판단누락이 있다는 상고이유를 배척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회사의 무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실체적으로 판단한 사례로 정리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실무적 유의점
- 신규 채무와 기존 채무를 먼저 나누어야 한다. 정산금 전체를 일괄하여 무효라고 주장하기보다 기존 채무의 발생 근거·금액과 추가 부담액을 구분해야 한다.
- 대규모성은 회사의 구체적인 상황으로 입증해야 한다. 재무제표, 자금 부족 자료, 과거 유사 거래의 이사회 의사록 등이 중요하다. 이 사건에서는 더 적은 금액의 차입에도 결의를 거쳤던 관행이 고려되었다.
- 현재의 무효 주장은 악의·중과실에 맞추어 구성해야 한다. 상대방이 결의서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는 부족하다. 내부 의사결정에 대한 접근성과 실제 관여를 보여주는 협의 자료·전자우편·이사회 자료 등을 검토해야 한다.
- 최대주주라는 이유만으로 악의·중과실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 지분 보유 외에 이사 지명, 경영 참여, 해당 거래의 주도 여부 등을 함께 살펴야 한다.
- 변경된 판례가 이사회 결의 자체를 면제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거래에 대한 내부 승인 의무는 유지되고, 결의 흠결이 대외적 거래에 미치는 효력을 판단하는 기준이 변경된 것이다.
- 이 사건의 확정 결과도 구별해야 한다. 판례 변경으로 종전 확정판결이 당연히 뒤집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유사 사건에서 사용할 법적 기준을 변경된 판례에 맞추어야 한다는 의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