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공회사의 이사회 결의 없는 사업자금 보증과 선의·무중과실 채권자의 보호

핵심 결론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 없이 회사 명의로 보증했더라도 채권자가 결의 누락을 몰랐고 중대한 과실도 없다면 회사는 보증책임을 진다. 결의 누락을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채권자에게 일반적인 확인의무도 없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5다45451, 2005다3649, 2006다47677, 2009다55808, 2012다73530, 2014다206563

해당판례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명: 보증채무금.
피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피고가 원고에게 보증원금 30억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이사회 결의 없이 이루어진 대표이사의 거래행위에서 상대방의 보호 기준을 종전의 ‘선의·무과실’에서 ‘선의·무중과실’로 변경한 전원합의체 판결이다.
하급심
수원지방법원 2014. 1. 29. 선고 2013가합19642 판결
제1심은 대표이사가 작성한 확인서를 피고 회사의 원금 대위변제약정으로 인정하였다. 확인서에 회사 명칭과 대표이사라는 지위가 표시되어 있으므로, 법인인감 없이 대표이사가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약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는 사정을 원고가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보아, 다음 금액의 지급을 명하였다.
구분인용 내용
원금30억 원
지연손해금2013년 4월 1일부터 2013년 9월 11일까지 연 6%
그 이후2013년 9월 12일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
위 이율은 이 사건 판결에서 인정된 이율이다.
서울고등법원 2015. 7. 10. 선고 2014나10801 판결
원심은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피고가 해당 개발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한 경위, 사업자금 조달을 위해 보증이 필요했던 사정, 확인서 작성 장소와 형식 등을 종합하여 회사의 보증으로 인정하였다.
또한 원고가 이사회 결의 누락을 몰랐고 이를 알지 못한 데 과실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시행대행권을 넘겨 대물변제가 이루어졌다는 피고의 주장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원고에게 과실이 전혀 없어야 하는 것은 아니며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보호된다고 법리를 변경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없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05. 7. 28. 선고 2005다3649 판결 중요한 자산의 처분 등에 해당하는지를 회사 규모, 재산 상황, 거래의 성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선례이다. 다만 이사회 결의 없는 거래의 상대방에게 무과실을 요구한 부분은 대상판결에 의해 변경되었다.
  • 대법원 2009. 3. 26. 선고 2006다47677 판결 이사회 결의가 없었다고 의심할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상대방에게 일반적인 확인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판단의 근거로 인용되었다. 상대방의 보호에 무과실을 요구한 부분은 변경되었다.
  • 대법원 2010. 1. 14. 선고 2009다55808 판결 일상적인 업무에 속하지 않는 중요한 업무의 집행에는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선례이다. 대상판결도 회사 내부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는 원칙 자체는 유지하였다.
  •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3530 판결대법원 2014. 8. 20. 선고 2014다206563 판결 회사의 채무보증과 이사회 결의가 문제 된 선례들이다. 대상판결은 이들 판결을 포함하여 상대방에게 선의·무과실을 요구한 종전 판례를 배치되는 범위에서 변경하였다.

관련법령

  • 상법 제209조 제1항·제2항 회사 대표자의 권한과 그 제한에 관한 규정이다. 대표권 제한은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상법 제389조 제3항 상법 제209조 등을 주식회사의 대표이사에게 준용한다. 대상판결이 선의의 거래상대방을 보호한 직접적인 법적 근거이다.
  • 상법 제393조 제1항·제2항 중요한 자산의 처분·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 중요한 업무집행은 이사회 결의로 정하며, 이사회는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한다.
  • 민법 제428조 제1항 보증인은 주채무자가 이행하지 않는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
  • 상법 제54조 상행위로 인한 채무의 법정이율을 연 6%로 정한다. 이 사건에서 소장 부본 송달일까지의 지연손해금 산정에 적용되었다.
  •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 제1항 금전채무의 이행을 명하는 판결에서 소장 등이 송달된 다음 날부터 적용되는 특별한 법정이율의 근거이다.
  • 구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3조제1항 본문의 법정이율에 관한 규정(2015. 9. 25. 대통령령 제2655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본문 법정이율을 연 20%로 정한 규정이다. 제1심과 원심이 소장 부본 송달 다음 날부터 연 20%의 지연손해금을 인정한 근거이다.

사실관계

당사자의 지위와 사업구조
당사자이 사건에서의 역할
원고 주식회사 우진기전전기기기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회사로, 시행대행사에 30억 원을 빌려준 채권자
○○신도시필유 주식회사광양의 토지구획정리사업 시행대행사이자 30억 원을 빌린 주채무자
피고 대우산업개발 주식회사해당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하면서 시행대행사의 차입원금에 관한 보증확인서를 작성한 회사
토지구획정리조합시행대행사에 사업의 시행대행을 맡긴 사업주체
○○신도시 주식회사기존 시행대행사와 별개의 법인으로, 나중에 새 시행대행사가 된 회사
사업자금이 부족해 시공사가 외부 대여를 주선하였다
피고는 대우자동차판매의 건설사업 부문을 승계하여 설립된 회사였다. 다른 건설회사에서 사업을 추진하던 인물을 대표이사로 영입한 뒤, 내부 수주심의절차를 거쳐 이 사건 토지구획정리사업에 참여하기로 하였다.
2012년 3월 체결한 사업협약에서는 피고가 시공을, ○○신도시필유가 시행대행을, 별도의 자금조달 회사가 초기 사업자금 조달을 맡기로 하였다. 그러나 자금조달 회사가 필요한 자금을 투입하지 못했고, 피고도 시행대행사에 직접 돈을 빌려줄 형편이 여의치 않았다.
이에 피고 대표이사가 원고에게 시행대행사에 대한 자금 대여를 부탁하였다. 원고는 향후 해당 사업의 전기공사 등을 수주할 의향이 있었고, 피고의 보증을 바탕으로 대여에 나섰다.
원고는 시행대행사에 대여하고, 피고는 별도의 확인서로 원금 상환을 보증하였다
원고는 2012년 4월 10일 피고 대표이사의 사무실에서 시행대행사와 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30억 원을 지급하였다. 주요 약정은 다음과 같다.
  • 대여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변제한다.
  • 원금 30억 원과 약정상 ‘배당금’ 30억 원을 합한 60억 원을 네 차례에 걸쳐 지급한다.
  • 변제하지 못하면 시행대행사가 조합으로부터 부여받은 모든 사업상 권리를 원고에게 30억 원에 양도한다.
같은 날 피고 대표이사는 원고에게, 위 소비대차계약이 진행되지 못하면 대여원금을 대위변제한다는 내용의 피고 명의 확인서를 작성해 주었다.
확인서에는 피고의 상호·주소와 ‘대표이사’라는 표시가 있었고, 대표이사가 자신의 이름을 기재하고 서명하였다. 법원은 이를 시행대행사가 원금을 갚지 못하면 피고 회사가 대신 갚겠다는 보증약정으로 해석하였다.
따라서 자금의 차주는 시행대행사이고, 피고는 회사 명의 확인서에 따라 보증책임을 부담하는 지위였다. 이 소송에서 피고에게 청구되어 인용된 금액은 원금 30억 원과 지연손해금이다.
보증에 필요한 이사회 결의는 실제로 없었다
피고의 이사회 규정은 ‘다액의 자금도입 및 보증행위’를 이사회 부의사항으로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표이사가 확인서를 작성할 당시 이사회 결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시행대행사가 약정대로 돈을 갚지 않자 원고는 피고에게 보증채무의 이행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확인서가 대표이사 개인의 약정이고, 회사의 약정이라고 하더라도 이사회 결의가 없어 무효라고 다투었다.
시행대행권을 넘겨 갚았다는 주장에도 시간적·법인격상의 문제가 있었다
기존 시행대행사인 ○○신도시필유는 2012년 8월 초 조합과의 시행대행계약을 해지하여 시행대행권을 상실하였다. 그 뒤 별개의 법인인 ○○신도시 주식회사가 새 시행대행사가 되었다.
그런데 기존 시행대행사는 권리를 잃은 뒤인 2012년 11월 16일, 원고에게 시행대행권을 대물변제로 양도하고자 하니 관련 절차를 진행하자는 통지를 보냈다.
피고는 이로써 대여금채무가 소멸했다고 주장하였다. 원고 측 경영자가 새 시행대행사의 사내이사라는 사정도 제시하였다.
법원은 기존 시행대행사가 이미 상실한 권리를 양도하여 채무를 갚을 수는 없고, 원고 측 경영자가 별도 회사의 이사가 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원고가 대물변제를 받은 것도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법리

회사 명의 보증인지 대표이사 개인의 보증인지
일반적인 판단 기준
문서에 표시된 당사자와 대표자 지위, 약정 내용, 체결 경위 등을 종합하여 의사표시의 주체를 판단한다. 법인인감의 날인이나 인감증명서 첨부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의 대표행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고가 참여하는 사업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표이사가 대여를 부탁하였고, 회사 명칭과 대표이사 지위를 표시한 확인서를 작성하였다. 따라서 피고 회사의 보증으로 인정되었다.
이사회 결의 누락과 거래상대방 보호
일반적인 판단 기준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거래를 대표이사가 결의 없이 하였더라도, 상대방이 결의 누락을 몰랐고 중대한 과실도 없다면 회사는 그 거래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
이는 정관·이사회 규정에 따른 내부적인 대표권 제한뿐 아니라, 상법 제393조 제1항에 따라 이사회 결의가 필요한 거래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대방의 인식·과실대상판결에 따른 보호
결의 누락을 알지 못했고 과실도 없음보호
결의 누락을 알지 못했고 단순한 과실만 있음보호
결의 누락을 알았음보호되지 않음
결의 누락을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음보호되지 않음
중대한 과실은 거래상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여, 거의 고의에 가까울 정도로 주의를 게을리한 경우를 뜻한다. 거래상대방의 경험과 지위, 종전 거래관계, 거래의 이례성, 결의 누락을 인식할 가능성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대법원은 원고가 결의 누락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고, 이를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당시 피고의 자산은 약 1,700억 원, 매출은 약 1,000억 원이었다. 이러한 회사 규모와 보증으로 부담하는 위험 등을 고려하면, 30억 원의 보증에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점이 외부에서 명백하다고 보기 어려웠다.
또한 원고는 피고의 보증이 없었다면 대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고, 피고 대표이사가 필요한 내부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의심할 특별한 사정도 인정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거나 사후 추인을 인정한 것이 아니라, 결의가 없었음에도 거래상대방을 보호하여 보증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대물변제에 따른 채무 소멸
일반적인 판단 기준
돈을 갚는 대신 다른 권리를 이전하여 채무를 소멸시키려면, 채권자의 승낙 아래 그 권리가 실제로 유효하게 이전되는 등 대물변제가 이루어져야 한다. 양도 약정이나 절차 진행 요청만으로 당연히 채무가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기존 시행대행사는 양도절차를 요청하기 전에 시행대행권을 상실하였다. 따라서 그 통지로 대물변제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었다.
원고 측 경영자가 새 시행대행사의 이사라는 사정도 원고 회사가 기존 차주로부터 권리를 이전받았다는 사실을 대신하지 못하였다. 주채무가 소멸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보증책임도 유지되었다.
대표권 남용 주장과 반대의견
피고는 대표이사가 자신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대표권을 남용했고 원고도 이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에 그 주장을 배척하는 취지가 포함되어 있고, 이를 인정할 증거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였다.
한편 대법관 4명의 반대의견은 종전의 선의·무과실 기준을 유지해야 한다고 보았다. 피고의 회생절차 종료 직후 보증이 이루어진 사정과 문서 작성 방식 등을 고려하여 원고의 인식과 과실을 다시 심리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최종적으로는 다수의견에 따라 상고가 기각되었다.

실무적 유의점

  • 차주와 보증회사를 구분하여 계약해야 한다. 대여금이 지급되는 회사, 사업을 시행하는 회사, 시공회사, 보증회사가 각각 누구인지 명시하고, 각 회사가 부담하는 채무를 분명히 정해야 한다.
  • 보증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 원금만 보증하는지, 이자·수익금·지연손해금까지 포함하는지, 어떤 사유가 발생하면 지급하는지를 명확히 기재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원금 대위변제 문구가 피고의 보증책임을 인정하는 핵심 근거가 되었다.
  • 회사 명의와 대표자 자격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법인인감이 없다고 곧바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명·대표자 지위·서명 또는 날인과 함께 대표권 확인자료를 갖추면 회사 약정인지 개인 약정인지에 관한 분쟁을 줄일 수 있다.
  • 이사회 결의 필요성과 대외적 효력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거래상대방이 보호된다고 해서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생략해도 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필요한 결의를 거쳐야 하고, 상대방도 결의 누락을 의심할 구체적 사정이 있으면 확인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 분쟁에서는 결의 누락에 관한 인식과 중과실을 구체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회사의 내부규정만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상대방에게 어떤 설명과 자료가 제공되었는지, 거래가 얼마나 이례적이었는지, 결의 누락을 의심할 사정이 있었는지를 입증해야 한다.
  • 사업권을 통한 상환은 실제 권리 이전을 확인해야 한다. 양도 당시 차주에게 권리가 남아 있었는지, 필요한 승인·동의가 갖추어졌는지, 채권자가 그 권리를 실제로 취득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채권자 측 인사가 새 사업회사의 임원으로 참여했다는 사실만으로 채권자 회사의 대여금이 변제된 것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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