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제네릭 의약품 흡입기가 보라색을 쓰면 부정경쟁행위인가

핵심 결론 형상·모양·색채가 결합한 일체로서의 흡입기 형태는 주지성을 취득하였으나, 그중 색채만을 떼어낸 표지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증명되어야 보호된다. 색채만으로 유통·광고된 실적이 미미하다면 상품표지로도, 독점시킬 성과로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6다219594, 2010다20044, 2013다84568, 2006도8459, 2013후1146, 2002다13782, 2004도651, 2008마1541

1. 해당 판례

  • 사건: 서울고등법원 2016. 3. 31. 선고 2015나2049390 판결 [부정경쟁행위금지등청구의소]
  • 주문: 원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다. 항소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 변론종결: 2016. 3. 17. / 재판부: 서울고등법원 제5민사부, 판사 한규현(재판장), 정재훈, 유영선
  • 당사자: 원고(항소인) 1. 글락소 그룹 리미티드(Glaxo Group Limited), 2. 주식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 / 피고(피항소인) 1. 한국산도스 주식회사, 2. 안국약품 주식회사
  • 확정: 대법원 2016. 8. 24. 선고 2016다219594 판결(심리불속행)로 확정
  • 결론: 상품주체혼동행위, 저명표지 손상행위, 성과도용 및 민법상 불법행위의 세 청구원인을 모두 배척

2. 제1심판결

  • 사건: 서울중앙지방법원 2015. 8. 21. 선고 2014가합552216 판결
  • 제1심도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고, 항소심은 제1심판결이 정당하다고 보아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3. 청구취지

피고들이 ① 별지 표시 흡입기의 외관을 갖는 천식 및 호흡기 질환 치료제('에어플루잘 포스피로 250' 및 '에어플루잘 포스피로 500' 제품)를 생산·양도·수입·수출하거나 양도의 청약을 하는 것, ② 피고 흡입기를 제품 또는 그 포장 및 선전광고물에 표시하거나 이를 표시한 제품을 양도·인도하거나 그 목적으로 전시·수출·수입하는 것의 금지와, ③ 보관 중이거나 제3자를 통해 점유 중인 제품과 흡입기 일체의 폐기입니다.

4. 관련 판례

판결 이유에서 인용된 판례
  •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0044 판결 — 상품 형태가 출처표시 기능과 주지성을 획득하려면 수요자의 감각에 강하게 호소하는 독특한 디자인적 특징 등 식별력을 갖추고, 장기간 계속적·독점적·배타적 사용이나 단기간의 강력한 선전·광고로 그 차별적 특징이 특정 출처를 연상시키는 것으로 현저하게 개별화되어야 한다고 본 선례
  •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3다84568 판결 — 표지의 유사 여부는 외관·호칭·관념을 객관적·전체적·이격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하고, 입체적 형상 표지에서는 외관이 주는 지배적 인상이 동일·유사한지에 따라 판단하며, 입체적 형상 상표의 기능성 판단 기준(대체적 형상의 존부, 생산비용, 기술적 우위 발휘 여부)을 제시한 선례
  • 대법원 2007. 4. 27. 선고 2006도8459 판결 — '타인의 상품과 혼동하게 하는 행위'에는 혼동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행위와 자본·조직 등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오인하게 할 우려가 있는 행위도 포함되고, 그 판단에는 주지성과 식별력의 정도, 유사 정도, 사용 태양, 경업·경합관계의 존부, 모방자의 악의 유무 등을 종합한다고 본 선례
  • 대법원 2014. 10. 15. 선고 2013후1146 판결 — 상품 형태가 그 시장에서 통상적·기본적 형태이거나 그 변형에 불과하거나 장식적 형태의 단순 도입에 그치는지, 아니면 이례적이거나 독특한 형태상 특징을 가지는지의 판단 기준을 제시한 선례
  • 대법원 2004. 5. 14. 선고 2002다13782 판결, 대법원 2006. 1. 26. 선고 2004도651 판결,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0다20044 판결 — 저명표지 손상행위에서 '국내에 널리 인식된'은 주지의 정도를 넘어 관계 거래자 이외에 일반 공중의 대부분에까지 알려진 저명의 정도를 의미한다고 본 선례
  •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 —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로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무단 이용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선례

5. 관련 법령

이 판결에는 개정으로 위치가 바뀐 조문이 두 종류 등장합니다. 게재 시 링크를 연결하실 때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1) 성과도용 조항의 목 번호 변경 — (차)목에서 (파)목으로

시기개정 내용성과도용 조항의 위치
2013. 7. 30. 법률 제11963호(2014. 1. 31. 시행)성과도용 조항 신설(차)목 ← 이 판결의 적용 조문
2018. 4. 17. 법률 제15580호(2018. 7. 18. 시행)아이디어 탈취 조항이 (차)목으로 신설(카)목으로 이동
2021. 12. 7. 개정(2022. 4. 20. 시행)데이터 부정사용((카)목)과 인적식별표지 무단사용((타)목) 신설(파)목으로 이동
이 판결을 인용할 때에는 판결 당시 표기인 (차)목을 그대로 쓰되 현행 조문은 (파)목임을 병기하고, 현행 사안에서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으로 인용하여야 합니다.

(2) 상표법 조문의 변경 — 색채상표 규정의 재편

이 판결이 원용한 상표법 조문은 모두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의 조문입니다. 현행 상표법에서는 조문 위치와 규정 방식이 모두 달라졌습니다.
이 판결의 표기(구 상표법)내용현행 상표법의 대응
제2조 제1항 제1호 (나)목다른 것과 결합하지 아니한 색채 또는 색채의 조합, 홀로그램, 동작 등 시각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상표의 유형을 각 목으로 나열하던 방식이 폐지되고, 제2조 제1항 제2호의 '표장' 정의에 색채가 포함되는 방식으로 재편
제6조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상표(식별력)제33조
제7조 제1항 제13호상품 등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 불가결한 입체적 형상만으로 된 상표 등의 등록 제한(기능성)제34조 제1항 제15호
따라서 "색채만으로 된 표지도 표장이 될 수 있다"는 이 판결의 전제는 현행법에서도 유지되나, 그 근거 조문은 구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 (나)목이 아니라 현행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2호의 '표장' 정의입니다. 구법은 색채만으로 된 것을 별도의 목으로 열거하는 방식이었던 반면, 현행법은 표장의 구성이나 표현방식을 묻지 않는 포괄적 정의 방식을 취하고 있어, 색채상표의 성립 가능성은 오히려 더 명확해졌습니다. 다만 사용에 의한 식별력이 증명되어야 한다는 이 판결의 판시는 그대로 유효합니다.
입법 연혁으로 판결이 언급한 "1997. 8. 22. 법률 제5355호로 개정된 상표법이 입체상표를 도입하면서 제7조 제1항 제13호를 신설하였다"는 부분은 당시의 연혁 설명이므로 그대로 두시면 됩니다.

(3) 청구원인 및 판단의 근거 조문 정리

판결문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을 '부정경쟁방지법'이라 약칭하고, 상표법 조문에 구법 표시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위 원고에서는 링크 표기를 위해 정식 명칭과 구법 표기를 사용했습니다.

6. 사실관계

(1) 당사자

원고 글락소 그룹 리미티드는 소화기 및 호흡기질환 치료제 등을 연구·개발하는 다국적 제약회사이고, 원고 주식회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원고 글락소 그룹이 출자하여 1986. 9.경 설립한 국내 법인(최초 상호 '주식회사 한국그락소')으로 원고 글락소 그룹이 생산하는 의약품의 국내 유통을 담당합니다.
피고 한국산도스 주식회사는 2003. 2. 21. 설립등기를 마친 산도스 그룹 산하 국내 법인이고, 피고 안국약품 주식회사는 1959. 2. 12. 설립등기를 마친 국내 법인입니다.

(2) 각 제품

원고 글락소는 2000년경부터 천식 및 만성폐쇄성폐질환 치료제인 세레타이드 제품을 국내에 독점적으로 수입·판매해 왔고, 그중 세레타이드 디스커스 제품은 세계 최초로 지속적 작용성 베타작용제와 흡입용 스테로이드제를 결합한 복합제제를 담은 분말식 흡입기 제품입니다.
피고 안국약품은 2014. 6. 30.경 피고 한국산도스와 에어플루잘 포스피로 250/500 제품에 대한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하고 2014. 7. 1.부터 종합병원과 의원 등에 공동으로 판매하고 있습니다. 피고 제품은 원고 제품의 제네릭(generic) 의약품으로 마찬가지로 분말식 흡입기 제품입니다.

(3) 전문의약품이라는 거래환경

원고 제품과 피고 제품은 모두 전문의약품이므로, 환자들이 약국에서 구매하려면 원칙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합니다.

(4) 원고 제품의 판매 현황

  • 2000년경부터 2014년경까지 국내 누적 매출액 약 3,820억 원, 2013년 국내 매출액 약 350억 원
  • 2013년경 기준 시장점유율: 전체 호흡기계 질환 의약품 시장 9%, 분말흡입제 시장 49%, 복합제제 시장 72%

(5) 원고 흡입기의 형태

① 전체적으로 둥근 디스크 형상으로 상단 측면이 움푹 파여 있고 하단에 좌우로 물결무늬가 형성되어 있으며, ② 중앙의 흰색 원 바깥쪽으로 보라색의 도넛 형상으로 되어 있고, ③ 보라색 도넛 형상 부분은 오목한 상단과 볼록한 하단이 약간의 단차를 두고 나누어져 상단보다 하단이 더 짙은 보라색입니다.

7. 판단

(1) 원고 흡입기 형태 전체는 주지성을 취득하였다

법원은 원고 흡입기 형태가 다른 복합제제 흡입기 형태와 비교할 때 그 시장의 통상적·기본적 형태이거나 그 변형에 불과하거나 장식적 형태의 단순 도입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례적이거나 독특한 형태상의 특징을 가져 출처 표시로 인식될 정도의 식별력을 갖추었다고 보았습니다.
나아가 16년 이상의 판매기간, 약 3,820억 원의 누적 매출액, 압도적인 시장점유율, 국내 의사·약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장기간에 걸친 계속적·독점적·배타적 사용으로 그 차별적 특징이 현저하게 개별화된 정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설문조사는 법원의 관여 없이 원고들의 일방적 의뢰로 실시된 것이지만,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원고 제품과 흡입기 형태가 압도적 인지도를 가지고 있음은 인정된다고 보았습니다.

(2) 그러나 주지성이 인정되는 것은 '형태 전체'일 뿐, '보라색'이 아니다 — 이 판결의 핵심

주지성을 취득한 것은 형상·모양·색채가 결합한 일체로서의 '원고 흡입기 형태'일 뿐이고, 흡입기 일부에 채색된 '보라색' 자체가 식별력이나 주지성을 취득하였다고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색채만으로 된 표지의 특성: 다른 것과 결합하지 아니한 색채 또는 색채의 조합만으로도 상품을 식별할 수 있는 표장이 될 수 있습니다(구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 (나)목, 현행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2호 참조). 그러나 색채를 특정인에게 독점시키면 동종업계에서 사용할 색채가 고갈되어 경쟁자들이 사용할 색채가 없어지는 사태를 초래하므로 이를 방지할 공익상 요청이 있고, 일반적으로 수요자는 자연계에 한정적으로 존재하는 색채만으로 특정 상품을 식별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색채만으로 된 표지는 선천적으로는 식별력이 없고, 사용에 의하여 식별력을 취득하였음이 증명된 경우에만 식별력을 인정할 수 있으며, 그 판단은 엄격하게 해석·적용하여야 합니다.
  • 사용 실적의 부족: '원고 흡입기 형태'를 떠나 '보라색'만으로 원고 제품이 유통되거나 광고된 실적은 미미한 수준에 불과합니다.
  • 설문 결과의 해석: 보라색을 보거나 '보라색 흡입기'라는 말을 듣고 원고 흡입기를 연상하는 국내 의사·약사의 비율이 95% 이상으로 나타났으나, 이는 설문 당시 원고 흡입기에만 보라색이 사용되고 있어 '보라색'이라고만 하여도 원고 흡입기를 특정할 수 있었던 언어 사용상의 편의성과 보라색 흡입기로 원고 것만 접했던 결과에 불과할 여지가 충분합니다. 이들 수요자라도 피고 흡입기를 접하면 '또 다른 보라색 흡입기'가 출시되었다고 여길 뿐, 둘 다 보라색 계열이라는 사정만으로 출처를 혼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 대비 실험의 추론: 수요자들은 대비 1 제품들의 출처는 혼동할 것으로 보이나 대비 2 제품들의 출처는 혼동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이로부터 수요자들이 보라색만이 아니라 그 색채가 모양·형상과 일체화된 '형태 전체'로 원고 제품을 식별한다는 점을 추론할 수 있습니다.

(3) 다만 '보라색'이 기능적인 것은 아니다 — 피고들 주장의 배척

피고들은 복합제제의 색상분류 경향과 환자 안전을 위하여 보라색이 복합제제임을 나타내기 위해 사용될 수밖에 없으므로 기능적(functional)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먼저 기능성 법리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가)목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두 규정 모두 표지에 화체된 신용과 고객흡인력을 보호하고 무임승차를 방지하려는 실질적으로 동일한 목적을 가지며, 특허제도 등과의 충돌을 방지하고 경쟁자가 사용해야만 할 경쟁상 필요가 있는 표지를 독점시켜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지 않도록 해야 함은 상표법에서와 같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으로는 기능적인 상품형태는 (가)목에서 보호되는 '표지'로 볼 수 없어 표지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부정경쟁행위의 성립을 부정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① 흡입기에 다양한 크기·형상·색채가 존재할 수 있어 이용 가능한 대체적 형태가 다수 존재하고, ② 실제로 다른 형태나 색채로도 여러 업체에서 흡입기가 생산·판매되고 있으며, ③ 원고 흡입기 형태나 색채로부터 본래적 기능을 넘어서는 기술적 우위가 발휘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기능성이 부정되었습니다.
국외에 유효 성분·효과에 따른 색상 분류 권고 경향이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색상 사용례가 있었다는 사정은 인정되나, 국내에서 확고한 색상분류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오히려 색상으로 성분을 구분하려 하면 환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색상분류의 공익적 필요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4) 표지의 유사성과 혼동가능성 — 모두 부정

원고 흡입기와 피고 흡입기의 차이는 다음과 같습니다.
항목원고 흡입기피고 흡입기
전체적 형상둥근 디스크 형상으로 상단 측면이 움푹 파임타원형의 달걀 형상으로 바닥 부분은 평평함
색채의 조합중앙의 흰색 원 바깥쪽으로 보라색의 도넛 형상이 배치상단 뚜껑·몸체 좌우측·하단 가장자리를 돌아 뚜껑까지 연결된 곡선 링 부분이 보라색이고, 링 내부는 뒷면은 흰색, 앞면은 사선으로 구분되어 좌하 면은 짙은 보라색·우상 면은 흰색이며, 뚜껑 좌측과 우측 아래는 흰색, 앞면 기준 좌측 하단은 투명한 재질
상하단 구분 및 단일 색상 여부보라색 도넛 부분이 오목한 상단과 볼록한 하단으로 단차를 두고 나뉘고 하단의 보라색이 더 진함상단과 하단이 구분되어 있지 않고, 원고 흡입기의 두 보라색의 중간 색상 정도의 단일한 보라색
여기에 다음 사정이 더해졌습니다.
  • 수요자의 주의력: 원고 제품과 피고 제품은 모두 환자의 건강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원칙적으로 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으므로, 수요자들의 주의력은 다른 보통 상품의 경우보다 훨씬 크다고 보아야 합니다.
  • 개별적 실수는 근거가 되지 않음: 유사성과 혼동가능성은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수요자를 기준으로 판단하므로, 의사나 약사가 간혹 혼동하는 실수를 하더라도 그것이 보편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이 증명되지 않는 이상 몇몇 실수만으로 요건이 충족되었다고 할 수 없습니다.
  • 혼동률 28.4%의 평가: 원고들이 제출한 제4차 설문조사에서도 원고 흡입기와 피고 흡입기를 혼동하는 국내 의사의 비율은 **28.4%**로 나타났는데, 이는 혼동가능성 요건을 충족하였다고 보기에 충분한 비율이 아닙니다. 법원은 혼동 비율이 20% 내지 30% 정도라면 그것만으로는 어느 쪽으로도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5) 저명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목의 '국내에 널리 인식된'은 주지의 정도를 넘어 관계 거래자 이외에 일반 공중의 대부분에까지 알려진 저명의 정도를 의미합니다. 원고 흡입기는 ① 수요자가 의사·약사·천식환자 또는 그 보호자 등에 한정되어 있고, ② 전문의약품으로서 원칙적으로 처방을 받아야 구매할 수 있으므로, 저명성을 취득하였다고 보기에는 부족합니다.

(6) 성과도용 판단의 3단계 기준

법원은 성과도용 조항의 신설 경위를 밝힌 뒤, 그 해당 여부를 다음 순서로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하였습니다.
  1. 보호를 주장하는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2. 특허법, 실용신안법, 디자인보호법, 상표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저작권법 등 제반 지식재산권 관련 법률과 민법 제750조를 비롯하여 시장의 경쟁과 거래질서를 규율하는 전체 법체계 내에서 침해되었다는 경제적 이익이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인지, 아니면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는 것이어서 무단 이용하더라도 그 이익을 침해한 것으로 볼 수 없는지를 독자적으로 규명
  3. 그러한 침해가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 형성된 관행과 질서 체계에 비추어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이라고 평가되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는지

(7) 이 사건에의 적용

  • 성과성은 인정: 원고 흡입기 형태가 주지성을 취득하여 상당한 신용과 고객흡인력이 구축되었으므로, 이를 원고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로 보는 데 문제가 없습니다.
  • 그러나 '이용'이 없음: 피고 흡입기는 원고 흡입기와 형태에서 뚜렷한 차이가 있어 유사하다고 할 수 없고 혼동 염려도 없으므로, 피고들이 피고 흡입기를 사용하는 것을 두고 원고 흡입기 형태를 이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 '보라색'만을 떼어낸 성과도 인정되지 않음: 보라색만으로 원고 제품이 식별되기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고, 색채 사용에 관한 공익상 요청에도 불구하고 동종 제품에 보라색 사용을 원고들에게 독점시킬 만큼 투자나 노력을 하였다는 증명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보라색만을 따로 떼어내어 성과 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피고들의 보라색 사용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에 의한 사용이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8. 실무상 시사점

  1. '형태 전체'와 '색채 단독'은 반드시 나누어 주장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형태 전체의 주지성은 인정받았으나 색채 단독의 식별력에서 무너졌습니다. 경쟁사가 색채만 유사하게 쓰는 경우를 막으려면 색채 단독의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별도로 축적하고 입증해야 합니다.
  2. 색채 단독 보호의 입증은 '색채만으로 된 광고·유통 실적'입니다. 사용 시기와 기간, 판매수량과 시장점유율, 광고·선전의 기간과 규모, 유사 색채의 경합적 사용 정도, 명성과 신용이 판단 요소이며, 특히 제품 형태를 떼어낸 색채 단독의 마케팅 자료가 결정적입니다.
  3. 현행 상표법에서도 결론은 달라지지 않습니다. 색채가 표장의 정의에 포섭되는 방식으로 조문이 재편되었을 뿐, 색채만으로 된 표지는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갖추어야 보호된다는 판시는 그대로 유효합니다.
  4. 설문조사 혼동률 20~30%대는 승패를 가르지 못합니다. 법원이 명시적으로 밝힌 기준이므로, 원고 측은 그 이상의 수치를 확보하거나 설문 외의 실제 혼동 사례를 체계적으로 제출해야 하고, 피고 측은 설문의 일방성과 설계상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5. 전문의약품 시장에서는 혼동가능성 인정이 구조적으로 어렵습니다. 처방 의무와 전문가 수요자라는 거래환경 때문에 수요자의 주의력이 높게 평가되므로, 제네릭 제품의 외관 유사성 분쟁에서 원고 측 부담이 큽니다.
  6. 저명성 주장은 수요자 범위에서 걸립니다. 수요자가 의료 전문가와 환자에 한정되는 의약품은 매출과 점유율이 아무리 높아도 '일반 공중의 대부분'이라는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습니다.
  7. 기능성 항변은 국내 관행의 확립을 입증해야 합니다. 국외의 색상분류 권고 경향만으로는 부족하고, 국내에서 확고한 색상분류가 형성되어 있다는 점까지 보여야 합니다. 이 판결은 그 반대로 국내에서 색상으로 성분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오히려 환자에게 위험할 수 있다고 보아 공익성도 부정했습니다.
  8. 성과도용 주장은 (가)목 판단에 종속되기 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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