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4. 4. 9. 선고 2023나31805 판결〔계약금 반환 등 청구의 소〕
- 결과: 제1심판결 중 청구취지 감축으로 실효된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취소, 항소심에서 유지된 부당이득반환청구 인용.
- 반환 범위: 피고 B와 피고 C가 각 2,500만 원 및 지연손해금 지급. 다만 C는 망 D로부터 상속받은 재산의 범위에서 책임.
- 상고 여부 및 최종 확정 여부: 미확인.
하급심
춘천지방법원 강릉지원 2023. 7. 19. 선고 2021가단35499 판결〔계약금 반환 등 청구의 소〕
원고는 주식양도의무가 계약 당시부터 이행불능이었고 매도인들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되었다고 주장하면서, 계약금 5,000만 원과 약정 손해배상금 1억 원의 합계 1억 5,000만 원을 연대하여 지급할 것을 청구하였다. 제1심은 원고가 주장한 원시적 이행불능 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항소심에서는 원고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제외한 나머지 청구를 취하하고 청구취지를 감축하였다. 따라서 항소심 판결을 “매도인들의 귀책사유에 따른 계약해제와 손해배상을 인정한 판결”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98655, 98662 판결: 쌍방의 귀책사유 없는 이행불능으로 계약관계가 소멸한 경우, 이미 이행한 급부의 반환에는 부당이득 법리가 적용된다는 판결로, 이 사건 항소심이 직접 인용하였다. 판례체계도
- 대법원 1994. 4. 29. 선고 93다54842 판결: 이 사건 항소심이 상인성 및 영업으로 하는 상행위의 판단과 관련하여 인용하였다.
- 대법원 1989. 11. 24. 선고 89다카2483 판결: 파산절차가 종료되었더라도 적극재산이 남아 있으면 법인은 그 재산의 청산 목적 범위에서 존속한다. 이 사건과 비교할 때에는 청산종결이라는 형식적 사정과 실질적인 법인격 소멸을 구별해야 한다.
관련 법령
- 민법 제537조: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된 경우의 채무자위험부담.
- 민법 제538조: 채권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된 경우 등의 반대급부 청구.
- 민법 제741조: 법률상 원인 없이 받은 이익의 반환.
- 민법 제162조 제1항, 민법 제166조 제1항: 채권의 소멸시효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때를 기준으로 한 기산점.
- 상법 제64조: 상사채권의 소멸시효.
사실관계
A는 2011. 4. 6. D와 B가 보유한 E 주식회사 주식 합계 50,440주를 5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판결문에 나타난 주요 계약 내용은 다음과 같다.
A는 2011. 4. 12. D와 B에게 계약금 각 2,500만 원을 지급하였으나 주식을 양도받지 못하였다. 이후 E 주식회사는 2019. 12. 5. 청산종결 간주되었다.
A는 처음에는 계약 당시부터 매도인들에게 주식 처분권한이 없었다는 등의 사유를 주장하였다. 그러나 제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심에서는 계약 체결 후 회사의 법인격이 소멸하여 주식양도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유에 기초한 계약금 반환을 구하였다.
법리
계약 당시의 원시적 이행불능과 계약 후 발생한 후발적 이행불능의 구별
항소심이 제1심의 원시적 이행불능 판단을 뒤집은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그와 구별되는 후발적 이행불능과 위험부담 법리를 근거로 계약금 반환을 인정하였다.
쌍방의 귀책사유 없는 이행불능에 따른 계약금 반환
항소심은 E 주식회사의 법인격이 소멸하여 D와 B의 주식양도의무가 이행불능에 이르렀고, 이에 관하여 매수인 또는 매도인들의 귀책사유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민법 제537조를 적용하여, 매도인들은 주식양도의무를 면하는 동시에 매매대금도 청구할 수 없으며, 이미 받은 계약금은 법률상 원인을 잃으므로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 인정된 반환책임은 매도인의 귀책사유에 따른 해제의 효과가 아니라, 쌍방 무귀책 이행불능에 따른 위험부담의 결과이다.
매수인의 대여금 미지급과 이행불능 사이의 인과관계
피고들은 A가 약정한 1억 5,000만 원을 지급하지 않아 회사가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으므로 A에게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A가 D와 회사에 1억 5,000만 원을 대여하기로 약정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대여약정이 주식매매계약의 내용에 포함되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 포함되었다고 하더라도, 대여금 미지급 때문에 회사의 법인격이 소멸하였다고 인정하기 어렵다.
즉, 사업 진행을 위한 자금이 지급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주식양도의 이행불능에 관한 매수인의 귀책사유까지 인정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 기산점
계약금을 지급한 2011. 4. 12.이 아니라, 회사의 법인격 소멸로 주식양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2019. 12. 5.에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이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그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하며, 2021. 8. 11. 제기된 이 사건 소는 10년의 소멸시효가 완성되기 전의 청구에 해당한다.
또한 대표이사 개인이 회사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상인이 되는 것은 아니며, 이 사건 거래의 상행위성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5년의 상사소멸시효 적용도 배척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이 사건은 “계약 당시부터 이행불능이었다”는 주장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이후 발생한 별도의 이행불능 사유에 따라 지급금 반환이 인정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때에는 이행불능 발생 시점, 쌍방의 귀책사유, 지급금의 법률상 원인이 소멸한 시점을 구분하여 주장해야 한다.
다만 이 판결을 “청산종결 간주만으로 언제나 법인격이 소멸하고 주식양도가 불가능해진다”는 일반 명제로 인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사건 항소심은 회사의 법인격 소멸을 인정하였지만, 판결문에는 잔여 적극재산의 존부를 별도로 심리한 내용이 나타나 있지 않다. 앞서 검토한 89다카2483 판결에 비추어, 적극재산이 남아 있는 사안에서는 법인격의 존속 여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또한 계약서에 “계약금 입금일로 양수양도한다”는 문구가 있었음에도, 법원은 주식양도의무가 남아 있음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이 판결은 해당 문구만으로 주식이전이 완료되는지에 관한 요건을 별도로 판시하지 않았으므로, 그 점까지 확장하여 인용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