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1989년 11월 24일 선고 89다카2483 판결〔약속어음금〕
- 결과: 원심판결 파기환송.
- 법인격 존속 쟁점: 적극재산이 남아 있으므로 파산절차 종료만으로 법인격과 채권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
- 파기환송 이유: 별도로, 약속어음이 담보하던 은행의 채권이 이미 변제되었는지와 어음금 청구가 권리남용에 해당하는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았기 때문.
- 파기환송심 및 최종 확정 여부: 미확인.
하급심
서울민사지방법원 1988년 12월 14일 선고 87나1842 판결
원심은 피고들이 주장한 파산종료에 따른 법인격·채권 소멸 항변과 은행의 어음금 청구가 권리남용이라는 항변을 배척하였다.
대법원은 법인격·채권 소멸 항변을 배척한 부분은 정당하다고 보았지만, 은행의 담보채권이 변제로 소멸하였는지에 관한 심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파기환송하였다.
제1심 사건번호와 구체적인 판단 내용은 제공된 대법원 판결문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관련 판례
대법원 2009년 10월 29일 선고 2009다31871 판결〔양수채권〕
법인에 대한 동시파산폐지결정이 확정되고 등기가 폐쇄되었더라도, 잔여재산이 남아 있으면 법인격은 소멸하지 않고 청산 목적 범위에서 존속한다고 판단하였다.
89다카2483 판결이 파산절차 종료 후 미회수 채권의 잔존을 다루었다면, 2009다31871 판결은 동시파산폐지 및 등기 폐쇄 후에도 같은 존속 법리가 적용됨을 확인한 사례이다.
관련 법령
판결의 참조조문 표기에 따라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파산법은 현재 폐지된 법률이며, 아래 링크는 당시 법률에 관한 것이다.
- 파산법 제254조: 파산종결의 결정 및 공고에 관한 규정.
- 민법 제77조: 파산 등 법인의 해산사유.
- 민법 제81조: 해산한 법인은 청산 목적 범위에서 권리와 의무를 부담한다는 규정. 조문정보
판결의 참조조문 중 민사소송법 제187조는 별도 쟁점인 증거판단과 관련되므로, 여기서는 법인격 존속에 관한 조문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사실관계
당사자와 채권관계
해외차관으로 취득한 선박의 매각과 약속어음 발행
한국수산개발공사는 이탈리아·프랑스 차관을 도입하여 선박을 매입하였다. 외환은행이 차관에 대외지급보증을 하였고, 산업은행은 외환은행의 한국수산개발공사에 대한 구상금채권을 연대보증하였다. 산업은행은 자신의 구상금채권을 확보하기 위하여 차관으로 매입한 선박 34척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
한국수산개발공사의 경영부실이 계속되자 정부는 1973년 민영화와 비경제성 선박의 매각을 추진하였다. 이에 산업은행, 한국수산개발공사, 제동수산 및 제동산업은 1973년 11월 29일 다음과 같이 약정하였다.
- 매각 대상 선박 27척을 일반매각하되, 매각되지 않은 선박은 제동수산이 매수한다.
- 제동수산의 선박대금은 8년 거치 후 8년 분할상환한다.
- 산업은행은 선박매각을 위하여 근저당권을 해제하는 대신 보증 등의 담보를 받는다.
- 제동수산이 선박대금 지급을 위하여 보증부 약속어음을 발행하고 한국수산개발공사가 이를 산업은행에 배서양도하면, 그 액면금액을 약정된 연대보증액에서 공제한다.
이에 따라 제동수산은 한국수산개발공사로부터 다음 선박을 매수하였다.
제동수산은 대금 지급을 위하여 약속어음 16매를 발행하였고, 한국수산개발공사는 이를 산업은행에 배서양도하였다. 이후 산업은행은 그중 14매를 한국수산개발공사에 반환하였으며, 나머지 2매가 이 사건 어음금 청구의 대상이 되었다.
여기서 선박매매대금채권과 이를 지급하기 위한 어음채권은 서로 관련된 권리이므로, 이를 별개의 경제적 재산으로 단순 합산해서는 안 된다.
파산절차 종료 후에도 남아 있던 재산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잔여재산은 보유 중인 선박이나 현금이 아니라, 한국수산개발공사가 제동수산에 대하여 가지는 미회수 선박매매대금채권 등이었다. 제동수산이 선박대금을 지급하지 못하였다는 점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었다.
대법원이 채권이 포기되지 않고 남아 있다고 본 구체적 사정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이 기록에서 엿보인다고 지적하면서, 적어도 이 사건 어음금에 해당하는 선박매매대금채권은 파산관재인이 포기하여 소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판결이 확인한 범위는 “반환된 어음 14매 모두가 확정적으로 회수 가능하다”거나 “459,200,000원 전액이 그대로 잔존한다”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이 사건 어음금에 대응하는 미회수 선박매매대금채권이 남아 있다는 점이 법인격 존속 판단의 근거이다.
파산종료의 정확한 날짜, 위 채권의 최종 회수금액 및 이후 배당 결과는 판결문에 나타나 있지 않다.
피고들의 법인격·채권 소멸 주장
피고들은 한국수산개발공사가 파산절차 종료로 법인격을 상실하였으므로, 그 회사가 피고들에게 가지던 약속어음채권이나 선박매매대금채권도 소멸하였다는 취지로 항변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미회수 채권이라는 적극재산이 남아 있는 이상 파산절차 종료만으로 법인격과 채권의 소멸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파산절차의 종료와 법인격 소멸은 구별된다
대법원은 법인에 대한 파산절차가 잔여재산 없이 종료되면 법인격도 소멸하지만, 적극재산이 남아 있으면 그 재산의 청산 목적 범위에서 법인이 존속한다고 판시하였다.
따라서 판단의 핵심은 파산절차가 형식적으로 종료되었는지가 아니라, 회수·환가·배당 등 청산할 재산이 실제로 남아 있는지이다.
미회수 채권도 법인격 존속의 근거가 되는 적극재산이다
이 사건의 적극재산은 제3자에 대한 선박매매대금채권이었다. 아직 현금으로 회수되지 않았더라도, 채권이 소멸하거나 포기되지 않고 남아 있다면 그 회수와 청산을 위하여 법인이 존속할 수 있다.
여기서 잔여재산은 채무를 모두 변제하고 주주에게 분배할 순잉여재산만을 뜻하지 않는다. 이 사건처럼 채권자들에게 배당할 재원이 될 미회수 채권도 포함된다.
제소 보류와 채권 포기는 다르다
채권자집회에서 제소를 의결하였다가 보류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채권이 소멸하지는 않는다. 이 사건에서는 다른 소송의 승소금으로 배당하기로 한 사정까지 있었으므로, 권리의 회수 방법을 조정하거나 기다린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고, 채권을 포기하였다고 보기 어려웠다.
다만 대법원이 위 양해를 독립된 채권양도계약이나 추심위임계약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이는 채권 포기를 부정하고 청산할 재산이 남아 있음을 판단하는 사정으로 고려되었다.
법인격 존속과 산업은행의 어음금 청구권 인정은 별개의 문제이다
한국수산개발공사가 존속하고 선박매매대금채권이 남아 있다고 하여, 산업은행의 어음금 청구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산업은행이 어음을 보유한 목적은 자신의 구상금채권 및 그로부터 전환된 대출채권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대법원은 그 전환대출채권이 이미 변제되었다면 어음배서의 원인관계가 소멸하여 산업은행이 어음을 반환해야 하고, 계속된 어음금 청구가 권리남용인지 심리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부분의 심리가 부족하였기 때문에 파기환송한 것이며, 잔여재산이 있는 법인의 존속 법리를 부정하여 파기한 것은 아니다.
당사자능력과의 관계
이 판결의 직접 판단 대상은 한국수산개발공사의 법인격 및 채권이 파산종료로 소멸하였는지이다. 한국수산개발공사는 이 사건의 원고나 피고가 아니므로, 이를 “파산법인 자신이 제기한 소송에서 당사자능력을 직접 인정한 판결”이라고 소개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다만 청산 목적 범위에서 법인격이 존속한다는 법리는, 해당 법인이 잔여재산의 회수 등을 위한 소송을 수행할 때 당사자능력을 인정하는 실체법적 기초가 된다.
실무적 유의점
이 판결을 원용할 때에는 “잔여재산이 있다”는 추상적 주장보다 누구에 대한 어떤 채권이 남아 있는지, 그 채권이 변제·면제·포기 등으로 소멸하지 않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미지급 선박대금, 채권자집회의 제소 의결, 제소 보류 경위, 회수금의 배당 계획이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이처럼 청산이 실질적으로 완료되지 않았다는 사정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서면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대법원은 파산절차가 종료된 법인에 관하여, 선박매매대금채권 등의 회수를 위한 제소가 채권자집회에서 의결되었다가 보류되고 관련 어음금 소송의 승소금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기로 한 사정에 비추어 적어도 해당 어음금에 대응하는 선박매매대금채권이 포기되어 소멸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면서, 적극재산이 남아 있는 법인은 그 재산의 청산 목적 범위에서 존속하므로 파산종료만으로 법인격과 채권이 소멸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1989년 11월 24일 선고 89다카2483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