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사의 경업금지의무와 회사 사업기회의 유용

핵심 결론 이사가 경쟁회사를 지배하며 회사의 독점판매 사업기회를 이전한 경우 경업금지·기회유용금지의무 위반이며, 빼앗긴 영업권 가치도 회사의 손해가 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6다16191, 2011다57869, 2015다70044, 2002다60467, 2007다25865

핵심정리

판결번호

대법원 2018. 10. 25. 선고 2016다16191 판결
사건명: 손해배상(기)

관련판례

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57869 판결 — 경쟁회사의 지배주주가 되어 업무집행에 관여하는 경우의 경업금지의무와 회사기회 유용
대법원 1993. 4. 9. 선고 92다53583 판결 — 이사의 경업금지의무 취지와 경업거래의 범위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5다70044 판결 — 이사의 회사기회 유용 및 충실의무
대법원 2004. 12. 10. 선고 2002다60467·60474 판결 —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제한 기준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다25865 판결 — 법령 위반행위와 회사 손해 사이의 상당인과관계

관련법령

상법 제382조 — 이사와 회사 사이의 위임관계

상법 제382조의3 — 이사의 충실의무

상법 제397조 — 이사의 경업금지

상법 제397조의2 — 회사의 기회 및 자산의 유용 금지

상법 제399조 — 회사에 대한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상법 제403조 — 주주의 대표소송

민법 제681조 — 수임인의 선관주의의무

사실관계

삼협교역은 스포츠용품 수출입·도소매업을 영위하던 회사로, 1996년 1월 1일 일본 던롭과 10년간 국내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후 일본 던롭 골프용품의 국내 수입·판매가 삼협교역의 주된 사업이 되었다.
삼협교역의 대표이사였던 소외인은 별도로 삼화기연을 설립하였다. 소외인은 삼화기연의 이사로 재직했고, 자신과 자녀들이 삼화기연의 주식 전부를 보유하여 실질적으로 회사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었다.
삼화기연은 삼협교역의 독점판매계약이 존속하던 1999년경부터 일본 던롭 제품을 수입·판매하였다. 삼협교역의 수입량은 점차 감소한 반면 삼화기연의 수입량은 계속 증가하였다.
2005년 말 삼협교역과 일본 던롭 사이의 독점판매계약이 만료되자, 삼협교역은 이를 갱신하지 못하였다. 대신 삼화기연이 2006년부터 일본 던롭의 한국 공식총판이 되어 독점적으로 제품을 수입·판매하였다.
그 결과 삼협교역은 2006년 이후 일본 던롭 제품을 전혀 수입하지 못했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다가 2011년 8월 법원의 해산명령으로 해산하였다.
삼화기연은 2011년 2월 일본 던롭 골프용품 사업부문을 제3자인 스릭슨스포츠코리아에 214억 2,500만 원에 양도하였다.
삼협교역 주식 26%를 보유한 원고는 대표이사가 경업금지의무 및 회사기회 유용금지의무를 위반하여 삼협교역에 손해를 입혔다며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핵심쟁점

이사가 경쟁회사의 지배주주로서 그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여한 것도 경업금지의무의 적용 대상인가
기존 회사의 독점판매계약 갱신 기회를 경쟁회사에 이전한 행위가 회사기회 유용에 해당하는가
회사가 입은 손해를 경쟁회사의 매출액과 순이익률을 기준으로 산정할 수 있는가
경쟁회사가 사업을 제3자에게 양도하여 얻은 영업권 가치도 기존 회사의 손해에 포함되는가
고의적인 경업 및 사업기회 유용행위에 대해서도 이사의 책임을 제한할 수 있는가

법리

1. 경쟁회사의 지배주주도 경업금지의무의 적용 대상

상법 제397조 제1항은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를 하거나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이사 등이 되는 것을 금지한다.
이사가 경쟁회사의 이사나 대표이사로 취임하지 않았더라도, 그 회사의 지배주주가 되어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다면 경업금지의무가 적용된다.
따라서 이사가 자신이나 가족 명의로 경쟁회사를 지배하면서 그 회사가 기존 회사와 같은 사업을 하도록 하려면 자신이 재직하는 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 이사의 회사기회 제공의무

이사는 회사에 이익이 될 가능성이 있는 사업기회를 발견하면 이를 회사에 제공하여 회사가 이용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사는 회사의 승인 없이 다음과 같은 사업기회를 자신이나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이용해서는 안 된다.
회사가 수행하고 있거나 수행할 예정인 사업
회사의 정보를 이용하여 알게 된 사업기회
회사와 밀접하게 관련된 거래관계
기존 계약의 갱신 또는 연장 기회
회사가 장기간 형성한 거래처·유통망·영업권을 이용할 수 있는 기회
회사기회 유용 여부는 형식적인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보다 그 사업기회가 실질적으로 어느 회사에 귀속되어야 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

3. 독점판매계약의 갱신 기회도 회사의 사업기회

삼협교역은 10년간 일본 던롭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보유했고 이를 주된 영업으로 수행하였다. 따라서 계약기간 만료 후 독점판매계약을 갱신하거나 다시 체결할 기회는 삼협교역에 귀속되는 사업기회였다.
대표이사가 삼협교역으로 하여금 계약을 갱신하지 못하게 하고 자신이 지배하는 삼화기연이 같은 독점판매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은 회사의 사업기회를 제3자에게 이전한 행위이다.

4. 경업행위로 인한 일실이익 산정

회사가 경업행위와 사업기회 유용으로 입은 손해는 그 행위가 없었다면 얻었을 영업이익이다.
구체적인 손해액을 직접 증명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일실이익을 산정할 수 있다.
경쟁회사가 유용한 사업기회를 이용하여 올린 매출액을 회사의 매출 감소분으로 본다.
그 매출 감소분에 피해회사의 종전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을 곱한다.
임무위반이 본격화되기 전의 재무제표를 이용해 정상적인 순이익률을 산정한다.
삼협교역과 삼화기연은 판매제품과 국내 판매시장이 같았고, 수요·브랜드 선호도·경기변동 등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조건도 동일했다. 이에 대법원은 삼화기연의 던롭 제품 매출액을 삼협교역의 매출 감소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5. 영업권 가치도 회사의 손해에 포함

경쟁회사가 유용한 사업기회를 이용하여 사업을 영위하다가 이를 제3자에게 양도했다면, 양도대금에 포함된 영업권 가치도 손해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삼화기연의 영업권에는 다음 두 가지 가치가 함께 포함되어 있었다.
삼화기연이 수년간 사업을 직접 영위하며 자체적으로 창출한 가치
삼협교역에서 유용한 일본 던롭 독점판매계약권의 가치
이 가운데 삼협교역으로부터 빼앗은 독점판매 사업기회의 가치는 대표이사의 임무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 삼협교역의 손해로 인정해야 한다.
삼협교역이 사업 양도 후 수개월 뒤 해산했다는 사정도 이미 발생한 영업권 가치의 손해와 인과관계를 단절하지 않는다.
다만 삼화기연이 자체적으로 투입한 자본과 노력으로 창출한 가치는 삼협교역의 손해에서 제외해야 한다.

6. 이사의 손해배상책임 제한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을 위반하거나 임무를 게을리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도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배상책임을 제한할 수 있다.
사업의 내용과 성격
임무위반의 경위와 구체적인 행위 형태
회사의 손해 발생·확대에 관여한 객관적 사정
이사의 회사에 대한 평소 공헌도
이사가 임무위반으로 얻은 이익
회사의 조직체계상 결함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체계의 구축 여부
고의적인 임무위반이라는 이유만으로 책임제한이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제한 비율이 형평의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 판단

대표이사는 1999년경부터 2005년 말까지 자신이 지배하는 삼화기연을 통하여 삼협교역과 동종 영업을 수행하였으므로 경업금지의무를 위반하였다.
또한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삼협교역이 일본 던롭과 독점판매계약을 다시 체결할 기회를 포기하게 하고 삼화기연이 그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였으므로, 삼협교역의 사업기회를 유용하고 선관주의의무와 충실의무를 위반하였다.
원심이 삼화기연의 매출액과 삼협교역의 정상 순이익률을 기준으로 2006년부터 2010년까지의 일실이익을 산정하고, 대표이사의 책임을 손해액의 60%로 제한한 판단은 유지되었다.
다만 원심은 삼화기연이 사업부문을 214억 2,500만 원에 양도하여 얻은 영업권 가치는 삼화기연이 자체적으로 형성한 것이므로 삼협교역의 손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영업권 가치 중에는 삼협교역으로부터 유용한 독점판매계약권의 가치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 원심의 이 부분 판단을 파기하였다.
환송심에서는 전체 사업양도대금 중 다음 요소를 고려하여 삼협교역이 상실한 사업기회의 가치를 구분해 산정해야 한다.
삼화기연이 자체적으로 창출한 유형·무형의 가치
사업 양도 당시 전체 사업에서 일본 던롭 제품이 차지한 비중
일본 던롭 독점판매권의 잔존기간
삼화기연이 투입한 자본과 노력
삼협교역에서 이전된 거래관계와 영업기반의 가치

결론

대법원은 경업금지의무 및 회사기회 유용금지의무 위반과 일실이익 배상책임을 인정하고 책임을 60%로 제한한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사업양도대금에 포함된 영업권 가치 전부를 손해에서 제외한 부분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여, 원심판결 중 영업권 가치 상당 손해배상청구에 관한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원고의 나머지 상고와 피고들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미

이 판결은 이사가 경쟁회사의 형식적 이사가 아니더라도 지배주주로서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관여할 수 있다면 경업금지의무를 부담한다고 명확히 하였다.
또한 회사기회 유용으로 인한 손해는 단기적인 매출·이익 감소에 한정되지 않고, 경쟁회사가 그 사업을 매각하면서 취득한 영업권 중 원래 회사에서 이전된 사업기회의 가치까지 포함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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