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판례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른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은 회사의 고의·과실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 법정책임입니다. 따라서 해임의 정당한 이유는 해임결의 당시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유를 기준으로 판단하며,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거나 실제로 고려한 사유에 한정되지 않습니다.
수원고등법원 2024. 6. 14. 선고 2023나22688 판결(파기환송심)
대법원의 환송취지에 따라 해임 당시 존재한 사유를 전부 심리한 결과, 원고들의 충실의무 및 경업금지의무 위반 등은 이사로서 업무를 집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객관적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제1심의 원고 승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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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란 단순한 불화나 주관적인 신뢰 상실이 아니라, 법령·정관 위반이나 중대한 경영 실패 등 이사가 경영자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객관적인 상황을 의미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이사의 법령·정관 위반, 직무수행의 현저한 곤란 또는 중요한 사업계획의 실패 등 객관적인 직무수행 장애가 있어야 해임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된다는 법리를 재확인하였습니다.
해임의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사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사가 부담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경쟁회사가 아직 영업을 개시하지 않고 준비 단계에 있더라도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재직 중인 이사가 이사회 승인 없이 그러한 회사를 설립하고 이사 또는 대표이사가 된 행위는 경업금지의무 위반이자 중대한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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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법령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를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임기가 정해진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만료 전에 해임한 경우 회사에 손해배상책임을 부담시킵니다.
상법 제434조에 따라 이사 해임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3분의 2 이상과 발행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상법 제382조의3은 이사가 법령과 정관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할 의무를 규정합니다.
상법 제397조 제1항은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하는 거래를 하거나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는 것을 금지합니다.
사실관계
피고 회사는 전자부품 제조·판매업 등을 영위하는 주식회사였습니다. 원고 A는 피고 회사 주식 약 3.8%를 보유한 주주이자 사내이사였고, 대표이사도 겸하였습니다. 원고 B는 원고 A의 동생으로 피고 회사의 사내이사였습니다.
2020년 3월 26일 원고들은 임기 1년의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되었습니다. 그러나 원고 A가 퇴임 의사를 밝히면서 회사 대주주이자 대표이사 회장인 E에게 퇴임 및 주식양도의 대가로 상당한 금액을 요구하였고, 금액에 관한 협상이 진행되었습니다.
협상이 진행되던 중 원고들은 2020년 6월 9일 피고 회사의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고 전기·전자부품 제조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였습니다. 원고 A는 신설회사의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로, 원고 B는 사내이사로 각각 취임하였습니다.
퇴임 대가에 관한 협상이 결렬되자 원고 A는 회사 대표이사 등의 횡령·배임 및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수사기관에 고소·고발하였습니다. 원고 B는 회사의 주거래 은행 지점장에게 회사가 분식회계와 대출사기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피고 회사는 2020년 8월 1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원고들을 이사에서 해임하였습니다. 당시 주주총회에서 제시된 사유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원고들이 회사의 고철대금을 횡령하였다는 사유
원고 B가 금융기관에 회사를 음해하는 문자를 보내 회사 운영을 방해하려 했다는 사유
원고들이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유
원고 B가 금융기관에 회사를 음해하는 문자를 보내 회사 운영을 방해하려 했다는 사유
원고들이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유
그러나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은 당시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명시되지 않았고, 회사도 해임결의 당시 그 사실을 알지 못하였습니다.
원고들은 임기만료 전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면서, 잔여 임기 동안의 보수와 회사가 퇴직연금계좌에 납입했을 부담금 상당액의 배상을 청구하였습니다. 청구금액은 원고 A가 약 7,339만 원, 원고 B가 약 5,246만 원이었습니다.
소송의 경과
제1심은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대부분 인용하였습니다. 환송 전 항소심도 회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환송 전 항소심은 원고들의 경업금지의무 위반이 객관적으로는 해임사유가 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회사가 해임 당시 이를 알지 못해 주주총회에서 해임사유로 삼지 않았으므로 정당한 이유의 판단에 참작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임의 정당한 이유를 주주총회에서 실제 고려한 사유로 제한한 원심판단이 잘못되었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였습니다.
파기환송심인 수원고등법원은 대법원의 환송취지에 따라 주주총회에서 명시된 해임사유뿐만 아니라, 해임 당시 객관적으로 존재했던 경업금지의무 위반과 그 밖의 사유까지 모두 심리하였습니다.
법리
첫째, 이사 해임의 효력과 회사의 손해배상책임은 구별해야 합니다.
회사는 정당한 이유가 없어도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이사를 해임할 수 있습니다. 정당한 이유는 해임결의의 효력요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중 이사를 해임하더라도 해임 자체는 원칙적으로 유효합니다. 다만 회사가 해임된 이사에게 잔여 임기의 보수 등 해임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할 수 있습니다.
둘째, 해임의 정당한 이유는 객관적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대주주와 이사 사이에 불화가 발생했거나 주관적인 신뢰가 상실되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사의 법령·정관 위반, 중대한 충실의무 위반, 직무수행 능력의 현저한 결여 또는 중요한 사업계획의 실패 등 이사가 경영자로서 업무를 계속 수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어야 합니다.
셋째, 주주총회에서 제시하지 않은 사유도 참작할 수 있습니다.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은 회사의 고의나 과실을 묻지 않는 법정책임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해임 당시 특정 사유를 알았는지, 주주총회의사록에 그 사유가 기재되었는지는 결정적인 기준이 아닙니다.
해임 당시 객관적으로 존재한 사유라면 회사가 사후에 발견했더라도 정당한 이유의 판단자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해임결의가 이루어진 후 새로 발생한 사유까지 소급하여 참작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넷째,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사실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사가 증명해야 합니다.
이사가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임기가 정해져 있었고 임기만료 전에 해임되었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없었다는 점도 증명해야 합니다.
따라서 회사가 해임 당시 존재한 위법행위나 충실의무 위반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이사는 그 사실을 부인하거나 그것이 객관적인 직무수행 장애에 이를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반박해야 합니다.
파기환송심의 구체적 판단
1. 원고 A의 고철대금 처리
파기환송심은 원고 A가 2020년 3월부터 4월까지 거래처에서 1억 원이 넘는 고철대금을 회사 계좌가 아닌 현금으로 수령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 회사 회계에서 누락되게 하였다고 인정하였습니다.
원고 A가 그 돈을 직접 사용했는지, 대표이사 회장 E에게 전달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E에게 전달했더라도 그 돈이 회사에 입금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될 것을 알고 적극 협력했다면 공동불법행위 또는 횡령의 방조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특히 원고 A는 대표이사로서 다른 대표이사의 위법한 업무집행을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는데도 고철대금의 수금과 전달에 직접 관여하고, 이후 이를 바로잡기보다 퇴임 대가 협상의 압박 수단으로 이용하였습니다. 법원은 이를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으로 평가하였습니다.
반면 원고 B가 고철대금 처리에 가담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보아 원고 B에 대해서는 이 해임사유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2. 형사 불기소처분과 관련 민사판결의 영향
원고 A는 고철대금 횡령 혐의에 관하여 증거불충분의 불기소처분을 받았고, 회사가 원고 A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도 회사의 청구가 기각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파기환송심은 위 형사처분과 민사판결이 해임의 정당한 이유를 판단하는 데 결정적인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형사사건의 주된 쟁점은 원고 A가 돈을 직접 착복했는지였지만, 이사 해임의 정당성 판단에서는 대표이사로서 회사 자금의 장부 외 수령과 전달에 관여하고 다른 대표이사의 위법행위를 방치하거나 협력했는지가 문제 되기 때문입니다.
즉, 형사책임이 증거 부족으로 인정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사의 충실의무 또는 감시의무 위반까지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3. 고소·고발 행위
파기환송심은 원고들이 회사 임원들을 사기·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한 행위 자체는 정당한 해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이사는 다른 임원의 위법행위를 감시하고 필요한 경우 이를 문제 삼을 의무가 있고, 고소·고발만으로 회사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불기소 또는 불송치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정만으로 고소·고발 행위를 곧바로 충실의무 위반으로 평가할 수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4. 주거래 은행에 대한 문자메시지
파기환송심은 원고들이 공동하여 회사의 주거래 은행에 분식회계와 대출사기 의혹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고 인정하였습니다.
해당 은행은 고소된 대출사기 혐의의 피해 은행이 아니었으므로 수사 협조나 피해 예방을 위하여 정보를 제공할 직접적인 필요성이 없었습니다. 법원은 해당 문자메시지가 퇴임 대가 협상에서 유리한 지위를 얻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사용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실제로 은행이 대출을 회수하거나 신규 대출을 제한하지는 않았지만, 주거래 은행에 회사의 분식회계 및 대출사기 의혹을 전달하는 행위 자체가 회사의 신용을 훼손하고 회사 이익에 반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원고들 모두에 대하여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는 해임사유를 인정하였습니다.
5. 직무수행 소홀
회사는 원고들이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였지만 구체적인 사실과 증거를 충분히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파기환송심은 단순한 직무소홀 주장은 정당한 해임사유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6. 경업금지의무 위반
원고들은 피고 회사의 이사로 재직하면서 이사회 승인 없이 자동차부품 및 전자부품 제조·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별도 회사를 설립하고 그 이사로 취임하였습니다.
신설회사는 해임 당시 아직 제품을 생산하거나 판매하지 않았지만 본점을 마련하고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파기환송심은 영업을 실제로 개시하지 않았더라도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준비행위에 착수했다면 상법 제397조의 경업금지 대상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대표이사 회장 E가 원고 A의 퇴임 후 창업을 도와주겠다는 취지로 말한 사실은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창업 시기·업종·규모와 이해충돌 가능성을 검토하고 이사회가 경업을 승인한 사실은 없었습니다. 퇴임을 전제로 한 일반적인 창업 양해를 재직 중 경업행위에 대한 이사회 승인으로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신설회사가 이후 실제로 피고 회사와 다른 지역에서 다른 거래처 및 제품을 중심으로 영업했다는 사정도 해임 당시의 경업관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았습니다. 해임 당시 원고들은 피고 회사 인근에서 영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오랜 재직으로 회사의 기술·거래처·원재료 구입처·단가 및 인력 정보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파기환송심은 이러한 경업금지의무 위반 자체가 중대한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론
파기환송심은 일부 해임사유를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다음 사유를 종합하여 원고들을 임기 전에 해임할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원고 A에게는 고철대금의 장부 외 수령·전달에 관여한 충실의무 및 감시의무 위반이 인정되었습니다. 원고들 모두에게는 주거래 은행에 회사의 신용을 훼손할 수 있는 정보를 협상 수단으로 전달한 충실의무 위반과 이사회 승인 없이 동종 회사를 설립하여 임원으로 취임한 경업금지의무 위반이 인정되었습니다.
이에 수원고등법원은 제1심판결 중 회사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손해배상청구를 모두 기각하였으며, 소송 총비용도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하였습니다.
대법원 판결과 파기환송심을 종합하면, 이사 해임의 정당성은 주주총회의사록에 기재된 사유만으로 판단되지 않습니다. 회사는 소송에서 해임 당시 이미 존재했던 다른 객관적 사유를 추가로 주장·증명할 수 있고, 여러 사유 중 일부가 인정되지 않더라도 인정되는 사유들을 전체적으로 평가하여 이사의 계속적인 직무수행에 객관적인 장애가 있었는지를 판단하게 됩니다.
다만 첨부된 파기환송심 판결문만으로는 그 후 재상고 여부와 확정 여부까지 확인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