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판례
1. 감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
대법원 2004. 10. 15. 선고 2004다25611 판결은 이사 또는 감사의 해임에 관한 ‘정당한 이유’란 단순한 주관적 신뢰 상실이 아니라 직무수행에 장해가 될 객관적인 상황이 발생한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31260 판결은 감사의 독립성과 업무 특성을 고려하여 회사 경영진과의 갈등 또는 감사방식에 관한 의견 차이만으로는 해임의 정당한 이유를 쉽게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였다.
2. 이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와 손해배상 범위
대법원 2014. 5. 29. 선고 2012다98720 판결은 회사의 중요한 사업계획 수립이나 추진 실패로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가 상실되는 등 업무집행에 장해가 되는 객관적 상황이 발생했다면 이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3. 손익상계의 요건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31361 판결은 피해자가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된 행위로 새로운 이익을 얻고 그 이익과 책임원인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다면, 공평의 관점에서 그 이익을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상법 제385조 제1항은 이사를 언제든지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해임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임기를 정한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한 경우 그 이사가 회사에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민법 제393조는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를 규정한다.
판결
대법원 2013. 9. 26. 선고 2011다42348 판결
사건명: 손해배상(기)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1. 4. 29. 선고 2010나46123 판결
결론: 원심판결 중 회사 패소 부분 파기환송
사건명: 손해배상(기)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1. 4. 29. 선고 2010나46123 판결
결론: 원심판결 중 회사 패소 부분 파기환송
사실관계
원고는 피고 회사의 임기가 정해진 상임감사였다.
피고 회사는 원고가 감사정보비, 업무추진비 및 출장비 일부를 부적절하게 집행하였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임기 만료 전에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원고를 해임하였다.
원고는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자신을 임기 중 해임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상법 제415조 및 제385조 제1항에 따라 잔여임기 동안 지급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하였다.
원심은 원고의 비용집행 등에 일부 부적절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그 정도만으로는 원고가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데 장해가 되는 객관적 상황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원심은 감사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고, 피고 회사에 잔여임기 동안의 보수 상당액을 배상하도록 명하였다.
한편 원고는 해임 후인 2009. 3. 27.부터 다른 회사의 상근감사로 재직하면서 별도의 보수를 받았다.
피고 회사는 원고가 다른 회사에서 받은 보수는 해임으로 인해 새롭게 취득한 이익이므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핵심쟁점
이 사건의 핵심쟁점은 다음과 같다.
- 임기 중 감사 해임의 ‘정당한 이유’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지
- 감사의 비용집행상 잘못이나 경영진과의 갈등만으로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는지
- 정당한 이유 없는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가 무엇인지
- 해임된 감사가 잔여임기 중 다른 회사에 취업하여 받은 보수를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하는지
대법원의 판단
1. 감사는 언제든지 해임할 수 있다
따라서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없더라도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법정 절차를 갖춘 해임결의 자체는 유효하다.
‘정당한 이유’는 해임결의의 효력요건이 아니라 회사가 잔여임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를 결정하는 요건이다.
즉, 정당한 이유 없는 해임이라고 하여 감사가 당연히 그 지위를 회복하는 것은 아니다. 감사는 상법 제38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회사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2. 주관적 신뢰 상실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
감사의 임기 중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인정되려면 단순히 주주나 경영진이 감사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감사의 직무수행에 장해가 되는 객관적인 상황이 발생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 감사가 직무와 관련하여 법령 또는 정관을 위반한 경우
- 감사가 정신적 또는 육체적으로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해진 경우
- 감사의 직무수행능력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관계가 상실된 경우
- 그 밖에 감사가 정상적으로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객관적 사정이 발생한 경우
감사는 이사와 경영진의 업무 및 회사의 회계를 감시하는 독립적인 기관이다. 감사가 경영진의 의사에 반대하거나 엄격한 감사를 실시하여 갈등이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해임의 정당한 이유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
3. 일부 비용의 부적절한 집행만으로는 부족하다
원고에게 감사정보비, 업무추진비 및 출장비 일부를 부적절하게 집행한 잘못이 인정되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러한 잘못의 내용과 정도만으로 원고가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데 장해가 되는 객관적인 상황이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감사 해임에는 상법 제385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4. 손해는 원칙적으로 잔여임기 보수 상당액이다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중 해임된 감사는 해임되지 않았다면 잔여임기 동안 감사로 재직하면서 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을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다.
배상대상은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이 산정한다.
잔여임기 중 지급받을 수 있었던 보수 및 임기 만료 시 취득할 수 있었던 보수성 급여 - 해임으로 얻은 상당인과관계 있는 이익
다만 보수청구의 기초가 되려면 정관이나 주주총회결의 등 상법 제388조에 따른 적법한 보수 결정이 존재해야 한다.
5. 해임 후 다른 직장에서 얻은 수입은 손익상계 대상이 될 수 있다
손익상계가 인정되려면 손해배상책임의 원인이 된 행위로 피해자가 새로운 이익을 얻고, 그 이익과 책임원인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감사가 해임되면 남은 임기 동안 종전 회사를 위하여 감사업무를 수행하는 데 투입했어야 할 시간과 노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해임된 감사가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회사에 제공하여 보수를 받았다면, 그 보수는 해임으로 확보된 근무 가능성을 이용하여 취득한 이익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직장에서 얻은 보수와 해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그 보수는 잔여임기 보수 상당의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해야 한다.
6. 모든 해임 후 소득이 자동으로 공제되는 것은 아니다
해임 후 얻은 모든 수입이 손해배상액에서 당연히 공제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직장에서 얻은 수입이 공제되려면 다음 사항을 검토해야 한다.
- 새로운 직장에 취업한 시기가 해임 후인지
- 새로운 직장의 근무기간이 종전 감사의 잔여임기와 겹치는지
- 종전 감사업무와 새로운 업무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는지
- 해임으로 시간과 노력이 확보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수입을 얻은 것인지
- 새로운 수입과 해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
종전 감사직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던 부업소득이나 해임 여부와 관계없이 얻을 수 있었던 투자소득 등은 손익상계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7. 원심은 새 직장에서 받은 보수의 공제 여부를 심리했어야 한다
원심은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감사를 해임했더라도 위임관계는 유효하게 종료되므로, 감사가 다른 회사에서 얻은 보수는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는 해임 후인 2009. 3. 27.부터 다른 회사에서 상근감사로 근무하며 보수를 지급받았다. 상근감사직은 시간과 노력을 실제로 투입해야 하는 업무이므로 종전 회사의 감사직과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는지가 중요하다.
대법원은 원심이 원고가 다른 회사에서 받은 보수가 이 사건 해임으로 인하여 얻은 이익인지, 해임과 상당인과관계가 있는지를 심리한 후 그 범위에서 손해배상액에서 공제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원고의 일부 비용집행에 부적절한 점이 있었더라도 감사업무 수행에 객관적인 장해가 발생했다고 볼 정도는 아니므로 해임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그러나 원고가 해임 후 다른 회사의 상근감사로 근무하여 받은 보수는 해임과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손익상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은 새 직장에서 받은 보수를 전혀 공제하지 않았으므로 손해배상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판결 중 피고 회사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하였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감사의 임기 중 해임에 관한 법률관계를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첫째, 회사는 정당한 이유의 유무와 관계없이 주주총회 특별결의로 감사를 해임할 수 있다. 정당한 이유가 없더라도 해임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고 회사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
둘째, 해임의 정당한 이유는 주주나 경영진과 감사 사이의 주관적 신뢰관계가 아니라 감사의 직무수행에 장해가 되는 객관적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이는 경영진을 감시해야 하는 감사의 독립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손해배상액은 원칙적으로 잔여임기 동안 받을 수 있었던 보수 상당액이지만, 해임으로 확보된 시간과 노력을 다른 직장에 제공하여 얻은 보수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는 범위에서 공제된다.
넷째, 손익상계는 감사뿐 아니라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라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임기 중 해임 이사에게도 같은 원리로 적용될 수 있다.
실무에서는 해임결의 당시 정당한 이유에 관한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손해배상청구 단계에서 해임된 임원의 재취업 여부, 근무기간, 보수 및 종전 직무와의 병행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