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8. 11. 9. 선고 2014도9026 판결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일부변경된죄명: 조세범처벌법위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재산국외도피)] — 재판장 이기택, 주심 권순일 대법관
- 공2019상, 81
- 주문: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이유무죄 부분 포함)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 검사의 나머지 상고 기각
- 판시사항 4개: [1] 실질과세원칙의 기지회사 적용, [2] 사외유출 소득의 배당소득 추인, [3]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의 의미와 명의위장, [4] 재산국외도피죄의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
심급 경과
환송 후 항소심은 ⓐ 1심이 R·T의 법인격을 인정해 귀속을 부정한 것은 사실오인·법리오해, ⓑ 1심이 배당절차 부존재를 이유로 배당소득성을 부정한 것도 사실오인·법리오해라고 명시하면서도, ⓒ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무죄라는 결론 자체는 정당하다고 하여 항소를 기각했다. 검사의 논거 두 개가 살아났음에도 처벌 요건에서 막힌 구조다.
관련 법령
- 구 국세기본법(2010. 1. 1. 법률 제991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4조 제1항 — 실질과세원칙
- 구 조세범 처벌법(2006. 12. 30. 법률 제81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 조세포탈('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 구 소득세법(2009. 12. 31. 법률 제98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7조 제1항 제6호 — 외국법인으로부터 받는 이익이나 잉여금의 배당 또는 분배금
-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후단 — 국외에서의 은닉·처분에 의한 재산국외도피죄
-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8조 — 조세포탈의 가중처벌
-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소득에 관한 조세의 이중과세 회피와 탈세방지 및 국제무역과 투자의 증진을 위한 협약 제3조 제(2)항 (a)호·(b)호·(e)호 — 이중거주자의 거주지 판정
- 형사소송법 제361조의5, 제364조 제4항
관련 판례
사실관계
당사자와 지배구조
- 피고인 A: 홍콩법인(O, P) 주식 전부를 자신 또는 타인 명의로 실제 소유한 실질적 1인 주주. 피고인 B는 공범으로 기소
- BVI 법인 R, T: 등록 소재지에서 영업·의사결정 등 경영활동이 전혀 없었고, 이사회·주주총회 또는 이에 준하는 경영진 회의 개최 사실 없음. 회계기록·재무제표 작성, 외부감사, 세무신고 모두 없음. 법인 명의 투자 의사결정의 주체는 A뿐
- 지배 형태: R은 A가 실명으로 주식 전부를 직접 보유(다층구조 없음). T는 A → BJ(BVI) → X(BVI) → T의 3단 구조
- 계좌 통제: A가 R, T 명의 계좌의 인출서명권 보유. 출금·관리에 회사 내부 절차나 법적 신고의무가 없고 아무런 제약 없음. 다만 계좌 개설 시 실질 소유자(Beneficial Owner) 란에 타인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는 않음
자금 흐름(2001~2002년)
- 홍콩법인 → R, T 계좌로 매출액의 약 15%에 해당하는 정상적 영업이익금 송금. 매출액 중 **11%**는 '판매 및 검사수수료', 잔여 이익 상당액은 '감사료' 명목
- 홍콩 과세관청에는 실제 매출액의 0.2~0.3% + 매입액의 0.6~0.9% 합계만 수출 중개수수료로 신고 → 실질적으로 실제 매출액의 약 1%만 신고
- 홍콩법인과 R, T 사이에 위 명목의 돈을 주고받을 거래관계 부존재. 반환 요청·반환 사실 없고, 그 돈이 홍콩법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되었다는 자료도 없음
- 관련 내부 문서로 송금액을 계산·정리한 '월별결산자료'와 한 차례 작성된 'Total Income List' 존재
- A에게 귀속된 소득은 2001 과세연도분만 27,061,243,715원. A는 2002. 5. 31.경 종합소득세 신고 시 이를 누락
세무조사 단계의 자인
A는 세무조사 당시 "홍콩법인이 R, T에 송금한 돈은 A에게 귀속되는 소득이며, 위 회사들과 X, BJ는 A의 사업, 재산, 은행계좌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법인이다. 회계기록·재무제표를 작성한 사실이 없고, 외부감사·세무신고 의무가 없어 이행한 사실도 없다"는 확인서를 작성
거주자 쟁점(2000년 귀속분)
A는 1992년경 미국으로 이주해 가족과 함께 항구적 주거를 형성했고, 사업상 한국에 체류하다가도 업무를 마치면 미국으로 돌아가 가족과 거주. 한·미 과세당국은 A의 중대한 이해관계 중심지가 2000년에 한국에 있었다고 보아 A를 한국 거주자로 취급하기로 상호합의
절차상 경과
검사는 1심 판결 전부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이유서에는 ㉮항과 재산국외도피 부분에 관하여만 항소이유를 기재했다. 그 결과 심판대상이 그 부분으로 한정되었고 ㉯~㉴항은 그대로 무죄 확정되었다. 환송 전 항소심이 유죄로 인정한 것은 ㉮항 중 2001·2002년 귀속분뿐이며, 나머지는 이유무죄로 처리(포괄일죄 관계여서 주문에서 별도 무죄 선고는 없었음)되었다.
법리
[1] 실질과세원칙과 기지회사
실질과세원칙은 과세대상의 귀속명의와 달리 실질적으로 귀속되는 사람이 따로 있으면 형식이나 외관을 이유로 귀속명의자를 납세의무자로 삼지 않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 귀속명의자가 이를 지배·관리할 능력이 없고, ⓑ 명의자에 대한 지배권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하는 사람이 따로 있으며, ⓒ 그 명의와 실질의 괴리가 조세회피 목적에서 비롯된 경우에는 실질적 지배·관리자에게 소득이 귀속된 것으로 본다.
이 원칙은 외국인이 조세조약 혜택을 받는 나라에 명목회사를 두는 경우(도관회사 유형)뿐 아니라, 거주자·내국법인이 거주지국인 우리나라의 조세를 회피하기 위해 조세피난처에 사업활동 능력이 없는 외형뿐인 기지회사를 세워 소득을 부당하게 유보하는 경우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2] 사외유출 소득의 배당소득 추인
법인의 출자자가 사외유출된 법인의 소득을 확정적으로 자신에게 귀속시켰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주주총회 결의 여부, 배당가능이익의 존부, 출자비율에 따른 지급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출자자에 대한 배당소득으로 추인할 수 있다.
1심은 "배당절차를 거친 경우만 배당소득"이라는 전제에서 이를 부정했으나 배척되었다. 인정 근거는 ① A가 실질적 1인 주주였던 점, ② 실제 매출의 1%만 신고하고 나머지를 자신이 지배하는 계좌로 보낸 점, ③ 거래관계가 없고 반환 요청이나 반환 사실도 없으며 홍콩법인의 이익을 위해 사용된 자료도 없는 점이다. 세 번째가 '확정적 귀속'의 핵심 징표다.
[3]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 결론을 가른 부분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란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위계 기타 부정한 적극적인 행위를 말하고, 다른 행위를 수반함이 없이 단순히 신고를 하지 않거나 허위 신고를 함에 그치는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 나아가 명의를 위장하여 소득을 얻더라도, 명의위장이 조세포탈 목적에서 비롯되고 거기에 허위 계약서 작성과 대금의 허위지급, 과세관청에 대한 허위의 조세 신고, 허위의 등기·등록, 허위의 회계장부 작성·비치 등 적극적인 행위까지 부가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명의위장 사실만으로는 해당하지 않는다.
부정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다섯 가지 근거는 다음과 같다.
- 지배구조의 통상성 — R은 A가 실명으로 직접 전부 보유했을 뿐 다층구조가 애초에 없었고, T의 3단 구조도 통상적인 투자구조의 형태를 벗어났다고 보기 어렵다.
- 은닉 장치의 부존재 — 금융기관 계좌 개설 시 실질 소유자로 타인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았고, 인출서명권도 본인이 보유했다.
- 재무제표·감사보고서는 신고에 부수한 것 — 실제 매출의 1%만 신고하면서 그 내용대로 세금신고서·재무제표·감사보고서가 작성되었더라도 이는 신고행위에 부수한 것에 불과하여, 기초장부 등 근거 서류를 조작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 내부 문서의 성격 — '월별결산자료'와 'Total Income List'는 그 내용 자체가 신고 누락한 소득이 있다는 사실과 그것을 사외로 이전한다는 사실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어서, 세무신고와 관련이 없고 소득을 은닉하기 위한 행위로 보기도 어렵다.
- 용역 제공 위장의 부존재 — 위 자료에 기재한 것을 넘어 홍콩법인이 수수료·감사료 명목에 상응하는 용역을 실제로 제공받은 것처럼 위장하는 행위가 있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
[4] 재산국외도피죄 — '국내에 반입하여야 할 재산'
특경법 제4조 제1항 후단의 국외 은닉·처분형 재산국외도피죄는 법령에 의하여 국내로 반입하여야 할 재산을 위반하여 은닉·처분시킨 때 성립하고, 여기서 말하는 재산이란 법령에 의하여 국내 반입 의무를 부담하는 대한민국 또는 대한민국 국민의 재산을 뜻한다. 이 사건에서는 ⓐ 해외직접투자 신고 당시 '결산 후 배당금'의 국내 회수의무를 부과하는 신고수리 조건이 붙었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고, ⓑ 설령 붙었더라도 그 의무는 O에 대한 것일 뿐 별개 법인격인 P에 대한 것으로 보기 어려우며, ⓒ 배당절차를 거쳐 송금했다고 볼 증거도 없다는 이유로 무죄가 유지되었다.
[부수] 한미조세협약상 이중거주자 판정
양국 세법상 거주자에 해당하더라도 가족과 함께 항구적 주거를 형성한 곳이 미국이면 협약 제3조 제(2)항 (a)호에 따라 미국 거주자로 간주된다((e)호는 주거를 "가족과 함께 거주하는 장소"로 정의). 양국 과세당국의 상호합의가 있더라도 (a)호 단계에서 결론이 나므로 그 판단에 영향이 없다. 따라서 2000 과세연도 국외원천소득에 대한 납세의무 자체가 없어 포탈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절차] 파기의 범위와 포괄일죄
이유무죄 부분에 관한 검사의 상고이유를 받아들일 수 없더라도, 그 부분이 유죄 부분과 각 연도별로 포괄일죄 관계에 있으므로 유죄 부분과 함께 전부 파기된다. 다만 환송 후 법원은 상고기각으로 확정력이 발생한 이유무죄 부분에 배치되는 판단을 할 수 없다.
실무적 유의점
변호인(피고인) 측
- 과세와 처벌을 분리해서 다투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다. 이 사건의 교훈은 명확하다. 귀속과 소득종류 다툼은 모두 졌지만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 한 점에서 이겨 무죄가 되었다. 실질과세원칙 적용을 부인하는 데 자원을 쏟기보다 조세포탈의 행위 요건을 집중 공략하는 편이 승산이 높다.
- **"적극적 은닉행위가 무엇인지 특정하라"**고 요구할 것. 검사는 통상 ⓐ 페이퍼컴퍼니 설립, ⓑ 허위 명목 송금, ⓒ 과소신고를 묶어 하나의 부정행위로 구성하는데, 대법원은 이를 개별적으로 분해하여 평가했다. 설립은 통상적 투자구조, 송금 자료는 사실을 드러내는 문서, 과소신고는 신고에 부수한 것으로 각각 해체되었다.
- 반대사실이 유리하게 작용한 지점을 기억할 것. 계좌 실질소유자를 자기 이름으로 기재한 점, 인출서명권을 본인이 가진 점, 지배구조가 실명이었던 점. 역설적으로 **"숨기려는 장치를 두지 않았다"**는 사정이 부정행위 부정의 근거가 되었다.
- 내부 자료의 성격을 재구성하라. 문제된 문서가 세무신고에 직접 제출되었는지, 제3자를 속이는 외관을 만들었는지를 구분해 주장할 것. 사실을 그대로 기록한 문서는 은닉 도구가 아니다.
- 세무조사 단계의 확인서는 형사절차까지 따라온다. 이 사건의 확인서는 귀속 판단의 결정적 근거가 되었다. 세무조사 대응 단계부터 형사 리스크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 재산국외도피죄는 '법령상 반입의무'의 특정을 먼저 다툴 것. 신고수리 조건의 존부, 그 조건이 어느 법인에 대한 것인지, 배당절차를 실제로 거쳤는지가 각각 독립된 방어선이다.
- 이중거주자 사안에서는 한미조세협약 제3조 제(2)항의 단계적 판정 순서를 활용할 것. (a)호 항구적 주거가 (b)호 중대한 이해관계 중심지보다 앞서며, 과세당국 간 상호합의도 이를 뒤집지 못한다.
검찰·과세관청 측
- 가산세 부과와 형사처벌의 기준이 사실상 통합 운용되고 있다. 대법원이 형사판결에서 행정사건 판례인 2015두44158을 그대로 원용한 점에 주목할 것. 명의위장 + α의 'α'를 공소장 단계에서 명시적으로 특정해야 한다.
- 입증 방향은 '위장된 외관의 창출'에 맞춰야 한다. 이 사건에서 결정적으로 부족했던 것은 "R, T가 실제로 용역을 제공한 것처럼 꾸민 자료"였다. 허위 용역계약서, 허위 용역보고서, 대금의 허위 순환지급 등 거래의 실재를 가장하는 자료가 있었다면 결론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 세금신고서에 부수하는 재무제표·감사보고서는 '기초장부 조작'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근거 서류 조작을 주장하려면 신고에 앞서는 원장·전표·계약서 단계의 조작을 포착해야 한다.
절차상
-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내에 모든 공소사실에 대한 항소이유를 기재할 것. 이 사건에서 검사는 7개 유형 중 일부에만 항소이유를 기재했고, 나머지는 심판범위에서 배제되어 무죄가 확정되었다. 공소사실이 유형별로 다층 구성된 대형 조세사건에서 치명적이다.
- 포괄일죄 구조에서는 이유무죄 부분도 유죄 부분과 함께 파기되지만, 상고기각으로 확정력이 생긴 부분은 환송 후 법원이 다시 판단할 수 없다. 파기범위와 확정력 범위를 정확히 구분해야 환송 후 심판범위 다툼을 피할 수 있다.
- 적용 법령은 모두 구법이나, 실질과세원칙(국세기본법 제14조)과 조세포탈의 행위 요건은 현행 조세범 처벌법 제3조에서도 동일한 구조로 유지되어 현재 사안에 원용 가능하다. 다만 현행법은 제3조 제6항에 부정행위 유형을 예시적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조문 대응을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