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1도1541 판결
사건명: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조세)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여 유죄판결이 확정된 사건이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건물을 매수하였다가 분양 희망자들에게 전매하면서 중간등기를 생략하는 방법으로 1997년도 제1기분 부가가치세와 1997년도 법인세를 포탈하였다는 원심의 판단을 유지하였다.
또한 여러 조세포탈죄에 벌금형을 병과할 때에는 각 죄의 벌금을 따로 정한 뒤 합산하여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이 벌금형의 작량감경을 누락하였다거나 판결이유에 모순이 있다는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
서울고등법원 2001. 3. 22. 선고 2001노198 판결
피고인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을 배척하여 유죄 판단을 유지하였다. 다만 제1심의 형이 무겁다는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다음과 같이 선고하였다.
집행유예는 징역형에 대해서만 선고되었다. 벌금 8억 원에 대한 집행유예가 함께 선고된 것은 아니다.
서울지방법원 2001. 1. 12. 선고 2000고합1202 판결
피고인의 조세포탈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항소심은 범죄사실과 증거의 요지를 인용하면서 형을 다시 정하였다.
관련판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조세포탈죄에 벌금형을 병과하는 경우에도 구 조세범처벌법의 벌금경합 특례가 적용된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여러 조세포탈죄를 동시에 처벌할 때에는 가장 중한 죄의 벌금형을 기준으로 제한적으로 가중하는 일반적인 방식 대신, 각 죄의 벌금을 따로 정하여 합산하여야 한다. 이 사건 대법원이 직접 인용한 판결이다.
조세포탈죄의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는 조세의 부과·징수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하는 적극적인 부정행위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다른 행위를 수반하지 않은 단순한 무신고나 허위신고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
이 사건 역시 미등기전매나 신고 누락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경우에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관련법령
- 구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05. 12. 29. 법률 제7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8조 제1항 제2호·제2항: 포탈세액에 따른 가중처벌 및 벌금형의 필요적 병과.
- 구 조세범처벌법(2006. 12. 30. 법률 제813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 제1항: 사기 기타 부정한 행위에 의한 조세포탈의 처벌.
- 구 조세범처벌법(2010. 1. 1. 법률 제9919호로 전부개정되기 전의 것) 제4조 제1항: 벌금경합에 관한 형법상 제한가중규정의 적용 배제.
- 형법 제16조: 법률의 착오와 정당한 이유.
- 형법 제22조: 긴급피난.
- 형법 제38조 제1항 제2호: 경합범의 처벌.
- 형법 제53조: 정상참작에 따른 형의 감경.
-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 중대한 사실오인 및 양형부당을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는 범위.
이 사건은 1997년도 세액에 관한 구법 적용 사례이다. 벌금경합에 관한 제한가중 배제는 현재 조세범 처벌법 제20조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현행 사건에서는 적용 조문과 범위를 구별하여 검토해야 한다.
사실관계
가. 건물 매입 후 중간생략등기 방식으로 분양
피고인은 건물을 매수한 뒤 분양 희망자들에게 전매하면서 중간등기를 생략하였다.
법원은 피고인이 이러한 방식으로 부가가치세와 법인세의 신고를 누락하여 1997년도 제1기분 부가가치세와 1997년도 법인세를 포탈하였다고 인정하였다.
나. 자금 부족과 위법성 인식 부재를 주장
피고인은 상가 분양 과정에서 경비를 과다하게 지출하였고, 다른 투자도 연쇄부도로 손실을 보아 세금을 낼 돈이 부족하였을 뿐 고의로 조세를 포탈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또한 미등기전매의 경우 세금을 납부하지 않는 것이 위법하다는 사실을 몰랐으며, 경제적 곤궁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회사를 폐업하고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은 긴급피난에 해당하거나 적법한 납세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우라고 주장하였다.
다. 유죄 유지와 형의 감경
항소심은 피고인의 과거 상가 분양 경험, 이 사건 분양의 방법과 규모 등을 고려하여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가 위법하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경제적 곤궁만으로 긴급피난이나 기대가능성의 부재를 인정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다만 피고인이 잘못을 뉘우치는 태도와 범죄전력 등 양형사정을 참작하여 제1심의 형을 낮췄다. 피고인에게는 이 사건 중간생략등기와 관련하여 1998. 6. 11. 부동산등기특별조치법 위반죄로 벌금 1000만 원을 받은 전력 등이 있었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법리
가. 단순한 미납과 부정한 방법에 의한 포탈은 구별된다
조세포탈죄의 성립을 판단할 때에는 세금이 납부되지 않았다는 결과뿐 아니라, 조세의 부과·징수를 어렵게 하는 부정한 행위가 있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건물을 매입하여 다시 분양하면서 중간등기를 생략하고 관련 신고를 누락한 구체적인 행위가 부정한 방법에 의한 조세포탈로 인정되었다.
따라서 이 판결을 “세금을 낼 돈이 없으면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거나 “중간생략등기를 하면 언제나 조세포탈죄가 성립한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나. 자금 부족만으로 고의나 책임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피고인이 주장한 사업상 손실이나 자금 부족은 그 자체로 조세포탈의 고의를 부정하는 사유가 되지 않았다.
법원은 피고인의 분양 경험, 거래 방법과 규모 등을 종합하여 위법성에 대한 인식을 판단하였다. 경제적 곤궁을 이유로 회사를 폐업하고 세금을 내지 않은 행위도 이 사건에서는 법이 허용하는 긴급피난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그러한 사정만으로 적법한 행위를 기대할 수 없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세법을 몰랐다는 주장과 법률의 착오는 다르다
형법상 법률의 착오는 자신의 행위가 법령에 따라 허용되어 죄가 되지 않는다고 잘못 인식하고, 그 잘못된 인식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문제 된다.
항소심은 피고인이 단순히 미등기전매에 따른 납세의무나 위법성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만으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라. 조세포탈죄의 벌금은 각 죄별로 정하여 합산한다
구 조세범처벌법은 벌금경합에 관한 형법상 제한가중규정의 적용을 배제하였다. 이 특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징역형과 벌금형을 함께 선고하는 조세포탈 사건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여러 조세포탈죄에 벌금형을 선고할 때에는 각 죄의 벌금을 따로 정한 뒤 그 금액을 모두 합산해야 한다.
이는 벌금형의 감경을 금지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항소심은 법령 적용에서 작량감경을 명시하였고, 대법원은 벌금형에 대한 작량감경을 누락하였다는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였다.
마. 양형부당을 이유로 한 상고에는 제한이 있다
형사소송법은 사형·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 현저한 양형부당 등을 상고이유로 주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는 징역 1년 6월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이 선고되었으므로, 단순히 형이 너무 무겁다는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않았다.
실무적 유의점
첫째, 실제 거래를 어떻게 처리하고 신고하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 등기 경위, 대금 수수 자료, 장부와 세무신고 내역을 대조하여 실제 거래가 드러나 있는지 살펴야 한다. 미등기전매라는 형식뿐 아니라 조세의 부과·징수를 어렵게 한 구체적인 행위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둘째, 자금 사정과 범죄 성립요건을 나누어 검토해야 한다.
사업 손실이나 자금 부족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부정행위와 고의에 관한 판단을 뒤집기는 어렵다. 포탈세액의 산정, 부정행위의 존재, 피고인의 인식과 관여를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경제적 사정 등 양형자료는 별도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
셋째, 징역형과 벌금형의 부담을 각각 계산해야 한다.
징역형에 집행유예가 선고되어도 병과된 벌금까지 유예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여러 조세범죄의 벌금은 각 죄별로 정하여 합산하는 특례가 적용될 수 있으므로, 일반적인 경합범 가중 방식만으로 예상 벌금을 계산해서는 안 된다.
넷째, 중간생략등기의 민사상 효력과 형사책임을 구별해야 한다.
중간생략등기 합의가 민사상 유효하더라도 조세포탈 등 별도의 형사책임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의 민사상 효력, 등기 관련 법령 위반 및 조세범죄의 성립요건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