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주가조작 자금보전 약정의 무효와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핵심 결론 대표이사가 주가조작 자금 제공자의 원금·수익을 회사가 보전하도록 약정했더라도 그 약정이 대표권 남용 또는 반사회질서 행위로 무효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의 손해가 없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1도3180, 2009도14585, 2010도6490, 2010도1490, 2009도6411, 2010도7622, 2005도3431

판결번호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11도3180 판결

관련판례

  •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585 판결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에는 현실적 손해뿐 아니라 재산상 실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도 포함되지만, 그러한 위험조차 없으면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2010. 9. 30. 선고 2010도6490 판결 대표자가 회사 명의로 체결한 계약이 법률상 무효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계약 체결만으로 회사에 재산상 손해나 손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다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3391 판결 대표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대표권을 남용하고 상대방도 그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이다.
  •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10도1490 판결 대표권 남용행위의 상대방이 대표자의 배임적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회사에 대한 효력이 부정될 수 있다.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09도6411 판결 자본시장법상 ‘위계’는 거래 상대방이나 불특정 투자자를 기망하여 일정한 행위를 유인하기 위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를 의미한다.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도7622 판결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은 범행에 가담한 공범 전체가 취득한 이익을 의미하며, 공범이 아닌 제3자에게 귀속된 이익은 포함되지 않는다.
  • 대법원 2006. 6. 2. 선고 2005도3431 판결 상법상 납입가장죄는 상법 제622조가 정한 회사 임원 등의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신분범이다.

관련법령

사실관계

피고인은 피해자 회사의 대표자로서 계열회사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개인적으로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의 원리금을 보장하고, 금융기관 대출 과정에서 계열회사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였다.
그러나 증권회사 설립이 무산되고 계열회사 주가가 하락하면서 담보주식의 반대매매와 유상증자 참여자들의 원금보전 요구가 발생하였다. 피고인은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계열회사 주식의 시세를 인위적으로 부양하기로 계획하였다.
피고인은 2008년 7월경 해외법인 명의의 증권계좌를 보유한 자금제공자에게 계열회사 주식을 매수해 주면 주가 등락과 관계없이 주식매수 원금과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겠다고 제안하였다.
양측은 해외법인 명의 계좌로 계열회사 주식을 매수하여 정상적인 외국인투자가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게 하고 주가를 상승시킨 후, 일정한 기간마다 주식처분 손익을 정산하기로 하였다.
  • 주식처분 순수입이 약정 원리금을 초과하면 자금제공자가 초과분을 피고인에게 반환한다.
  • 순수입이 약정 원리금에 미달하면 피고인이 그 차액을 자금제공자에게 보전한다.
피고인과 자금제공자는 2008. 7. 24.부터 2009. 7. 20.까지 7회에 걸쳐 제안서, 투자수익보장약정서, 잉여투자수익처분합의서 및 금전소비대차계약서 등을 작성하였다.
피고인은 일부 계약을 개인 명의가 아니라 피해자 회사 명의로 체결하여 회사가 원금·이자 및 투자손실을 부담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거래는 피해자 회사의 경영상 필요보다 피고인 개인의 경제적 이해관계와 주가조작을 위한 것이었다.
피고인과 자금제공자는 해외법인 명의의 국내 외국인투자 전용계좌를 이용해 계열회사 주식을 대규모로 매수하고, 고가매수주문과 시·종가 관여주문 등을 통해 2008. 7. 24.부터 2009. 8. 17.까지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였다.
피고인은 이 밖에도 회사자금 횡령, 유상증자 관련 횡령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으로 함께 기소되었다. 자금대여자는 회사 임원들이 가장납입에 사용할 것을 알면서 유상증자 대금을 빌려주었다는 이유로 납입가장죄의 공동정범으로도 기소되었다.

핵심쟁점

  1. 회사의 경영상 필요와 무관한 주가조작 자금보전채무를 회사에 부담시킨 행위가 임무위배행위인지
  2. 그 채무부담약정이 대표권 남용 또는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 무효인 경우에도 회사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는지
  3. 해외법인 명의 계좌를 이용하여 정상적인 외국인투자를 가장한 거래가 사기적 부정거래에 해당하는지
  4. 자본시장법상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에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제3자의 이익까지 포함되는지
  5. 회사 임원이 아닌 자금대여자에게 납입가장죄의 공동정범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법리

1. 무효인 채무부담행위와 배임죄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임무위배행위만으로는 부족하고, 그로 인해 본인에게 현실적인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거나 재산상 실해 발생의 구체적 위험이 초래되어야 한다.
대표자가 회사 명의로 채무를 부담했더라도 그 법률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무효라면 회사는 원칙적으로 그 채무를 이행할 의무가 없다. 따라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현실적 손해나 손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무효인 계약이라도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면 손해 발생 가능성을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
  • 회사가 실제로 계약상 채무를 이행한 경우
  • 계약 상대방에게 회사가 반환하거나 배상해야 할 의무가 발생한 경우
  • 회사가 불법행위책임 등을 부담하게 된 경우
  • 회사 재산에 강제집행이 이루어질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한 경우
  • 그 밖에 계약의 무효만으로 제거되지 않는 경제적 손해가 발생한 경우

2. 대표권 남용의 효력

대표이사가 회사의 영리목적이나 경영상 필요가 아니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대표권을 행사하고, 거래 상대방이 그러한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면 그 대표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이다.
이 사건에서 자금제공자는 피고인과 함께 해외법인 명의 계좌를 이용하여 정상적인 외국인투자를 가장하고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당사자였다.
따라서 자금제공자가 회사 명의의 채무부담이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 개인의 이익과 주가조작을 위한 것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여지가 컸다.

3. 범죄자금 제공 및 손실보전 약정의 효력

2명 이상이 범죄를 공모하여 실행하면서 범죄에 필요한 자금을 제공한 공범에게 다음과 같은 급부를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민법 제103조에 위반되어 무효이다.
  • 범죄자금 제공에 대한 대가 지급
  • 범죄자금의 원금 보장
  • 범죄 실행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의 보전
  • 범죄수익의 일정한 배분
이러한 약정은 범죄의 실행과 직접 결합하여 사회질서에 위반되므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공범이 아닌 제3자가 그 무효인 약정에 기초한 채무를 인수하거나 이행하기로 하더라도 그 약정 역시 무효이다. 따라서 대표이사가 회사 명의로 공범에 대한 범죄자금 손실보전채무를 부담시킨 경우에도 회사에 유효한 채무가 발생하지 않는다.

4. 정상적인 외국인투자를 가장한 거래

해외법인 명의 계좌를 이용했다는 사실이나 원리금보장약정 자체만으로 언제나 자본시장법 위반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래의 실질은 계열회사 또는 대주주가 자기 계산으로 주식을 취득하는 것임에도 외부의 독립된 해외투자자가 정상적으로 자금을 투자한 것처럼 외관을 만들고, 이를 통해 다른 투자자의 판단을 오도하여 주가를 인위적으로 관리한 경우에는 자본시장법상 사기적 부정거래가 된다.
대법원은 이 사건 거래가 다음 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한 행위
  • 거래 또는 시세변동을 목적으로 불특정 투자자를 기망하는 위계를 사용한 행위

5. 불공정거래로 얻은 이익의 범위

자본시장법상 ‘위반행위로 얻은 이익’은 원칙적으로 해당 범행으로 행위자가 얻은 순이익을 의미한다.
현실거래에 의한 시세조종의 경우에는 통상 다음과 같이 계산한다.
  • 관련 주식의 총매도금액
  • 총매수금액 공제
  • 매매수수료 공제
  • 증권거래세와 농어촌특별세 등 거래비용 공제
  • 나머지 순매매이익을 범죄수익으로 산정
공동범행에서는 공범 전체가 취득한 이익을 합산할 수 있지만, 범행에 가담하지 않은 제3자에게 귀속된 이익까지 피고인의 범죄수익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
이익액은 법정형을 가중하는 구성요건이므로 죄형법정주의·책임주의에 따라 엄격하고 신중하게 산정해야 한다.

6. 납입가장죄의 공동정범

상법 제628조 제1항의 납입가장죄는 상법 제622조가 정한 발기인, 이사 등 일정한 지위에 있는 사람만이 직접 범할 수 있는 신분범이다.
신분이 없는 사람도 형법 제33조에 따라 공범이 될 수 있지만, 공동정범으로 처벌하려면 다음 요건이 필요하다.
  • 납입가장 범행을 함께 실행하려는 공동가공의 의사
  • 역할분담에 따른 기능적 행위지배
  • 가장납입의 실행과 본질적으로 결합된 행위
회사 임원들이 이미 가장납입을 결심한 뒤 그 자금을 빌려준 데 불과하다면, 자금의 용도를 알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납입가장죄의 공동정범이 되지 않는다.

대법원의 판단

배임 부분
대법원은 피고인이 회사의 경영상 필요가 아니라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회사에 주가조작 자금보전채무를 부담시킨 행위가 임무위배행위라는 원심판단 자체는 수긍하였다.
그러나 자금제공자가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고, 해당 계약이 주가조작 공범 사이의 범죄자금 제공 및 손실보전 약정에 기초한 것이라면 그 채무부담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회사에 채무가 유효하게 발생하지 않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회사에 손해 또는 손해 발생의 위험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계약의 효력과 실제 손해 발생 여부를 더 면밀히 심리했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무죄를 직접 선고한 것이 아니라 배임죄의 손해 요건을 다시 심리하도록 한 판단이다.
자본시장법 위반 부분
대법원은 해외법인 명의 계좌를 이용해 외부의 정상적인 외국인투자가 이루어진 것처럼 외관을 만들고 계열회사 주식을 대규모 매수한 행위를 사기적 부정거래 및 위계 사용으로 본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부당이득액 부분
공범이 아닌 제3자 회사 명의 계좌에서 발생한 이익은 피고인이 취득한 이익으로 볼 수 없고, 주식의 입·출고 사실만으로 해당 일자의 종가에 취득·처분한 것으로 단정할 수도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검사가 주장한 부당이득액이 증명되지 않았다는 원심의 무죄판단을 유지하였다.
납입가장 부분
자금대여자는 상법 제622조의 신분을 갖추지 않았고, 회사 임원들에게 가장납입의 범의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 이미 범행을 결심한 임원들에게 자금을 빌려준 것에 불과하였다. 대법원은 기능적 행위지배가 없다는 이유로 납입가장죄 공동정범에 관한 무죄판단을 유지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주가조작 자금보전채무를 회사에 부담시킨 행위에 관한 배임죄의 손해 발생 여부가 충분히 심리되지 않았다고 보아 피고인 1에 대한 원심판결 전부를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하였다.
피고인 1의 나머지 유죄 부분이 배임 부분과 경합범 관계로 하나의 형을 선고받았고, 일부 무죄 부분도 유죄 부분과 일죄 관계에 있었으므로 피고인 1에 대한 부분 전체가 파기되었다.
검사의 피고 회사 및 자금대여자에 대한 상고는 모두 기각되었다.

판결의 의의

이 판결은 임무위배행위와 재산상 손해를 엄격하게 구분하였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에 반하여 회사 명의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그 계약이 회사에 대하여 무효라면 배임죄의 손해 요건이 당연히 충족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범죄를 실행하기 위한 자금의 원금·수익 보장이나 손실보전 약정은 반사회질서 법률행위로서 무효이고, 회사가 그 채무를 부담하도록 한 약정도 원칙적으로 무효라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다만 무효인 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배임죄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가 이미 돈을 지급했거나 불법행위책임·부당이득반환책임 등 별도의 재산상 부담이 발생했다면 그 손해를 기초로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으므로 실제 재산상 효과를 별도로 심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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