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표장의 사용 권원을 이전한 양도인의 상표등록과 신의칙 위반

핵심 결론 사업양도계약의 내용과 이행 경위상 표장의 사용 권원을 양수인에게 이전하였다면, 종전 사용자가 양수인의 사용 사실을 알면서 동일·유사한 표장을 같은 종류의 서비스에 출원·등록하는 것은 신의칙에 위반되어 등록무효 사유가 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0후10827, 2019후10739, 2022후10289, 2016다261830

해당판례

대법원 2020. 11. 5. 선고 2020후10827 판결 [등록무효(상)]
출판사업의 자산 등을 양도하면서 ‘청문각’ 표장의 사용 권원도 양수인에게 이전한 사람이, 이후 같은 표장을 서비스표로 출원·등록한 것은 양수인 또는 그 승계인에 대한 관계에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등록무효 사유를 부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특허법원 2020. 5. 22. 선고 2019허5829 판결 — 파기환송 전 원심
양도계약이 영업양도에 해당하지 않고, 피고가 선사용서비스표에 관한 권리를 이전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출원 당시 선사용서비스표가 피고 외의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서비스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아, 등록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한 심결을 유지하였다.
특허법원 2021. 6. 17. 선고 2020허7104 판결 — 파기환송심
피고는 환송 후에도 표장 이전에 합의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원고의 폐업신고와 사업 통합, 피고의 과거 수상 실적 및 매출액 등에 관한 증거를 제출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주장·증거가 이미 대법원에서 배척된 것이거나, 표장의 사용 권원이 이전되었다는 판단의 기초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에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등록무효 사유를 인정하고, 특허심판원 2019. 7. 8. 자 2017당2337 심결을 취소하였다. 변론종결 후 제출된 추가 서증도 판단의 기초를 변경하지 못한다고 보아 변론을 재개하지 않았다.

관련판례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9후10739 판결
계약관계에 있는 당사자 중 누가 선사용상표에 관하여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자인지는 내부 관계, 계약 내용, 표장의 개발·선정·사용 경위, 사용 통제권과 상품의 품질관리 권한 등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 대법원이 직접 원용한 판단 기준이다.
대법원 2023. 3. 9. 선고 2022후10289 판결
외국 권리자가 상표를 표시한 상품을 국내 유통을 전제로 수출한 경우, 이를 수입·유통한 거래상대방과의 관계에서는 외국 권리자의 상표 사용이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직접 판매하거나 유통한 사람이 누구인지만으로 상표의 정당한 권리자를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관련된다.
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6다261830 판결
환송 후 새로운 주장이나 입증으로 기초 사실관계가 달라지지 않는 한, 환송법원은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삼은 사실상·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이 원용하였다.

관련법령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7조 제1항 제18호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등을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출원한 경우 등록을 배제하는 규정이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등록무효 판단 근거이며, 현행 대응 규정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이다.
구 상표법(2016. 2. 29. 법률 제14033호로 전부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항
서비스표에 관하여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상표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도록 한 규정이다. 대법원은 위 신의칙 위반 출원에 관한 법리가 서비스표에도 적용된다고 명시하였다. 현행법은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호에서 서비스와 관련된 표지를 상표의 범위에 포함한다.
법원조직법 제8조,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상급심 판단과 파기환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규정이다. 파기환송심은 새로 제출된 증거가 대법원 판단의 기초를 변경하는지 검토한 다음 그 기속력을 인정하였다.

사실관계

피고는 ‘청문각출판사’라는 상호로 교재출판업 등을 운영하면서 ‘청문각’ 표장을 출처 표시로 사용하였다. 이후 원고의 아버지인 최초 양수인에게 부담하던 5억 원의 차용금 채무를 변제하기 위하여 재고도서와 출판권 등의 자산을 양도하였다.
양도대금은 3억 5,000만 원으로 정하여 대여금 채권과 상계하였고, 기존 출판사와 관련된 채무는 인수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다만 거래처는 양수인이 인수하고, 기존 판매도서의 반품도 양수인이 책임지며, 직원 일부를 신규채용할 수 있도록 약정하였다.
최초 양수인은 기존 도서의 보관·배송체계를 이어받고, 종전 직원 11명 중 6명을 채용하여 청문각 업무를 담당하게 하였다. 또한 ‘청문각’이라는 상호로 기존 도서를 출판·판매하고 출판권설정계약도 새롭게 체결하였다.
원고는 이후 아버지로부터 사업을 포괄적으로 양수하여 ‘청문각출판’이라는 상호로 사업을 이어갔다. 그런데 피고는 이미 출판사를 폐업하고 자산 등을 양도하였음에도 ‘청문각’ 서비스표를 자기 명의로 출원·등록하였다.
  • 피고와 최초 양수인은 2012. 11. 28. 사업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하였고, 피고는 같은 날 기존 출판사를 폐업하였다.
  • 원고는 2015. 1. 1. ‘청문각출판’이라는 상호로 사업자등록을 하였다.
  • 피고는 2015. 2. 13. 이 사건 서비스표를 출원하였다.
  • 원고는 2015. 3. 1. 아버지로부터 사업장의 모든 권리·자산·부채를 포괄적으로 양수하였다.
  • 피고는 2015. 12. 21. 서비스표 등록을 받았다.
  • 원고는 2017. 7. 25.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법리

가. 표장을 처음 사용한 사람이라도 사용 권원을 이전한 후에는 신의칙에 반하는 출원을 할 수 없다

피고는 오랫동안 ‘청문각’ 표장을 사용한 종전 사업자였다. 그러나 과거에 표장을 처음 사용하였다는 사실과, 사업양도 이후에도 그 표장을 자기 명의로 등록할 정당한 권한이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피고가 양도계약을 통해 표장의 사용 권원을 이전하였고, 양수인 측이 이를 사용한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가 동일·유사한 서비스표를 동일·유사한 서비스에 출원·등록한 것은 양수인 측에 대한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
이 규정은 거래상대방의 표장을 처음 알게 된 사람이 이를 선점하는 경우뿐 아니라, 종전 사용자가 사용 권원을 이전한 뒤 다시 자기 명의로 출원하는 경우에도 적용될 수 있다.

나. 계약의 명칭이나 영업양도 해당 여부만으로 표장의 귀속을 결정할 수 없다

원심은 계약이 영업양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등의 이유로 양수인 측의 표장 사용 권원을 부정하였다. 반면 대법원은 계약 내용과 실제 이행 경위를 살펴 표장의 사용 권원을 양수인에게 귀속시키기로 한 합의를 인정하였다.
그 근거는 재고도서와 출판권의 이전, 거래처 인수, 반품 책임의 승계, 직원 채용 및 기존 도서의 계속적인 출판·판매였다. 기존 채무가 인수 대상에서 제외되었다는 사정도 이러한 판단을 막지 못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모든 자산양도에 표장 사용 권원의 이전이 자동으로 수반된다는 취지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핵심은 구체적인 계약 내용과 이행 경위에 비추어 해당 표장의 사용 권원을 이전하기로 합의하였는지이다.

다. 표장의 사용 주체는 대외적 표시와 실질적인 통제·관리 관계를 함께 살펴 판단한다

최초 양수인과 원고는 ‘청문각’ 또는 ‘청문각출판’으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기존 도서를 출판·판매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자신의 서비스업 표지를 해당 명칭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양수인 측이 표장의 사용을 통제·관리하였으므로, 양도계약 이후 서비스표의 사용 주체도 양수인 측이라고 판단하였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이 규정에 따른 정당한 권리자 판단에서는 당사자의 내부 관계와 계약 내용, 표장의 개발·선정·사용 경위, 사용 통제권 및 품질관리 권한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이 사건은 그러한 판단 기준을 사업양도 후 종전 사업자의 서비스표 출원에 적용한 사례이다.

라. 환송 후 제출된 새 증거도 기존 판단의 기초를 바꾸지 못하면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피고는 원고의 폐업신고와 다른 출판사로의 사업 통합, 자신의 과거 수상·매출 실적 등을 새롭게 제시하였다.
그러나 파기환송심은 이러한 사정이 표장 사용 권원의 이전 합의와 양수인 측의 사용·관리, 피고 출원의 신의칙 위반이라는 대법원 판단을 뒤집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이에 등록무효 사유를 인정하고 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한 심결을 취소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사업이나 자산을 양수할 때에는 등록상표뿐 아니라 미등록 표장·상호·로고의 사용 권원도 계약에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양도인의 동일·유사 표장 사용 및 출원 금지, 등록절차 협조, 기존 표장이 표시된 재고의 처리 등도 함께 정하면 후속 분쟁을 줄일 수 있다.
계약에 표장 이전에 관한 명시적 문구가 없더라도 곧바로 권원 이전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거래처·직원·출판권·물류체계의 이전과 실제 영업의 계속 여부 등으로 계약 당사자의 의사를 입증할 수 있다. 다만 개별 자산만 양수한 경우와 표장을 사용한 기존 사업을 이어받은 경우는 구체적으로 구별해야 한다.
권원 이전과 출원 시점의 선후관계도 정확히 정리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의 포괄양수일은 피고의 출원일보다 뒤였지만, 최초 양수인은 이미 그보다 앞서 사용 권원을 이전받아 표장을 사용하고 있었다. 따라서 원고의 최종 양수 시점만을 기준으로 피고의 출원이 정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또한 여기서 인정된 것은 ‘표장의 사용 권원’ 이전이다. 이미 등록된 상표권의 이전등록 문제와 혼동하여 설명하지 않는 것이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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