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9후10739 판결 [등록무효(상)]
비료공장의 경영을 위탁받아 제품을 제조·판매한 회사가 제품의 표장을 자기 명의로 출원·등록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계약관계, 명칭 선정 경위, 표장 사용과 품질에 대한 통제권, 제조·판매 명의 등을 종합하여 정당한 권리자는 위탁자인 수산업협동조합이라고 판단하고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특허법원 2019. 5. 2. 선고 2018허7521 판결 — 파기환송 전 원심
원고가 비료의 생산·판매에 직접 관여하거나 표장을 선정·개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표장 사용에 관한 실질적인 권한이 피고에게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피고의 상표등록에 신의칙 위반에 따른 등록무효 사유가 없다고 보아 원고의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특허법원 2021. 5. 27. 선고 2020허5955 판결 — 파기환송심·확정
계약의 실질이 공장임대차나 리스가 아닌 위임계약이고, 명칭 개발과 표장 사용도 원고를 위한 위임사무의 일환이라고 판단하였다. 원고에게 표장의 사용 권원과 통제권이 귀속되므로 피고의 독자적인 등록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등록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한 특허심판원 2018. 8. 14. 자 2018당644 심결을 취소하였고, 파기환송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관련판례
‘청문각’ 표장의 사용 권원을 사업양수인에게 이전한 종전 사업자가 같은 표장을 자기 명의로 출원·등록한 사건이다. 계약 내용과 이행 경위, 표장의 사용·관리 주체 등을 종합하여 종전 사업자의 출원이 신의칙에 위반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 제시한 권리 귀속 판단 기준을 사업양도 관계에 적용한 후속 판례이다.
외국 권리자의 상표가 표시된 상품을 국내에 수입·유통한 회사가 그 상표를 등록한 사건이다. 외국 권리자가 국내 유통을 전제로 상품을 수출하였다면 수입업자와의 관계에서 외국 권리자의 상표 사용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직접 유통행위를 수행한 사람과 상표의 정당한 권리자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관련된다.
관련법령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등을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출원한 경우 등록을 배제하는 규정이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판단 근거이다.
상표법 제117조 제1항 제1호
상표법 제34조에 위반하여 등록된 상표 등에 대하여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다.
민법 제680조
위임은 당사자 일방이 상대방에게 사무 처리를 위탁하고 상대방이 이를 승낙함으로써 성립한다는 규정이다. 이 사건에서는 공장 운영계약의 실질이 위임이라는 점이 명칭 개발과 상표 사용의 귀속을 판단하는 중요한 전제가 되었다.
사실관계
원고 수산업협동조합은 양식장에서 발생하는 폐사어를 유기질 비료로 가공·판매하기 위하여 공장을 준공하고 비료생산업 등록을 마쳤다. 이후 개인 사업자에게 공장 운영을 위탁하였고, 그 사업자가 피고 회사를 설립한 뒤에는 피고와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에 따르면 원고가 매출과 입출금 거래를 자기 계좌로 관리하고, 제품 생산·포장디자인·판매·출하에 관한 업무지도를 할 수 있었다. 수탁자는 원고의 요구에 따라 품질검사를 받고 그 결과를 통보해야 했다.
원고가 개최한 행사에서 비료의 명칭이 ‘장보고’로 선정되었다. 수탁자가 명칭 개발·선정 업무를 담당하였더라도 원고를 위한 위임사무로 수행한 것이었다. 이후 제품의 제조·판매·광고는 원고 명의로 이루어졌고, 포장에도 생산업자로 원고만 표시되었다.
그런데 피고는 ‘장보고’ 표장을 비료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여 자기 명의로 출원·등록하였다.
- 원고는 2008. 9. 24. 비료생산업 등록을 마쳤다.
- 원고와 최초 수탁자는 2008. 10. 21. 공장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였다.
- 원고가 2008. 11. 2. 개최한 행사에서 ‘장보고’라는 명칭이 선정되었다.
- 최초 수탁자가 피고 회사를 설립한 후, 원고와 피고는 2010년 10월경 위탁경영계약을 체결하였다.
- 피고는 2016. 9. 8. 상표를 출원하여 2017. 3. 16. 등록받았다.
- 원고는 2018. 3. 7.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 대법원은 2020. 9. 3.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고, 파기환송심은 2021. 5. 27. 심결취소판결을 선고하여 확정되었다.
법리
가. 실제 제조·판매자와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자는 구별된다
상표등록을 받을 정당한 권리자가 누구인지는 제품을 실제로 만들고 판매한 사람이 누구인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당사자의 내부 관계, 상표의 개발·선정·사용 경위, 사용 통제권 및 상품의 품질관리 권한 등을 종합해야 한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이 판결은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의 적용 요건과 정당한 권리자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최초로 제시한 판결이다. 수탁자가 제조·판매를 담당하였더라도 그 행위가 누구를 위한 사무 처리였는지에 따라 상표 사용의 귀속이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나. 계약의 실질이 위임이라면 명칭 개발도 위임사무로 평가될 수 있다
피고는 원고가 공장과 ‘수협’ 명칭을 사용하게 하고 대가를 받았으므로 계약의 실질이 임대차 또는 리스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매출관리 방식, 원고의 업무지도권, 수탁자의 품질검사·통보의무 등을 근거로 원고의 지시와 관리 아래 공장 운영사무를 처리하는 위임관계라고 판단하였다.
명칭 선정에 대해서도 파기환송심은 행사 관련 내부결재 문서와 결과보고서, 원고가 주최자로 표시된 현수막 사진 등을 확인하였다. 이에 수탁자가 독자적으로 명칭을 선정한 것이 아니라 원고의 관여 아래 위임사무를 수행한 것이므로, ‘장보고’ 명칭의 사용 권원은 원고에게 귀속된다고 보았다.
다. 위탁자 명의로 이루어진 판매·광고는 위탁자의 상표 사용으로 귀속된다
피고가 포장에 표장을 표시하고 제품을 판매·광고한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러한 행위는 계약에 따른 원고의 위임사무 처리로서 모두 원고 명의로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원고가 생산·포장디자인·판매·출하를 지도하고 품질을 관리할 권한을 가진다는 점까지 종합하여, 표장을 상표로 사용한 주체는 원고라고 판단하였다. 원고가 현장에서 제조·판매를 직접 수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상표 사용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라. 상품에 축적된 신용과 고객흡인력의 귀속도 판단 요소가 된다
제품 포장에는 생산업자로 원고만 기재되어 있고 피고는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수요자는 제품의 출처를 원고로 인식하게 되며, 제품의 제조·판매·광고도 원고의 명의와 공장시설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대법원은 해당 표장이 ‘수협’의 공신력과 결부되어 알려졌으므로 표장에 축적된 신용과 고객흡인력도 원고에게 귀속된다고 보았다. 이는 계약상 권한뿐 아니라 외부 거래에서 형성된 출처 인식까지 함께 고려한 판단이다.
마. 정당한 권리자가 아닌 수탁자의 독자적인 출원은 등록무효 사유가 된다
피고는 위탁경영관계를 통하여 원고의 표장 사용을 알고 있었고, 표장에 관한 정당한 등록 권리자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원고가 사용하는 표장과 동일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출원·등록하였으므로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
파기환송심은 이 판단에 따라 피고의 등록상표에 무효사유가 있음을 인정하고, 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한 심결을 취소하였다. 그 판결이 확정됨으로써 이 사건 심결취소소송은 원고 승소로 종결되었다.
실무적 유의점
위탁생산·위탁경영계약에서는 기존 상표뿐 아니라 계약 수행 중 새로 개발하는 명칭·로고의 사용 권원과 출원 권한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제조기술이나 운영능력을 제공했다는 사정만으로 상표에 관한 권리까지 당연히 귀속되는 것은 아니다.
분쟁이 발생하면 계약서 외에 명칭 공모자료, 내부결재 문서, 포장 시안의 승인 경위, 품질검사 자료, 제품의 생산자 표시, 광고 명의 및 매출관리 자료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명칭 선정 행사의 주최자와 제품 포장의 생산자 표시가 구체적인 판단 근거가 되었다.
위탁자가 권리 귀속을 주장하려면 시설 소유 사실만을 강조하기보다, 계약상 사용·품질 통제권과 위탁자 명의의 사업 수행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대로 수탁자는 자신이 직접 제조·판매하거나 명칭을 제안했다는 사실만으로 독자적인 출원 권한이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은 모든 위탁거래에서 상표가 일률적으로 위탁자에게 귀속된다는 취지가 아니다. 계약의 실질과 업무 수행 방식, 표장의 사용·관리 및 신용의 귀속을 종합하여 판단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