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3. 3. 9. 선고 2022후10289 판결 [등록무효(상)]
- 원고·상고인: 주식회사 질경이
- 피고·피상고인: 코튼 하이 테크, 소씨에다드 리미타다(COTTON HIGH TECH, S.L.)
- 결과: 상고기각. 수입업자인 원고의 상표등록을 무효로 판단한 원심이 유지되었다.
하급심 및 심판 경과
- 특허심판원 2019. 9. 25. 자 2018원3986 심결 원고의 거절결정불복심판청구를 받아들여 상표등록거절결정을 취소하고 특허청 심사국으로 환송하였다. 이후 다시 진행된 심사에서 등록결정이 내려졌다.
- 특허심판원 2021. 3. 12. 자 2020당758 심결 해외 제조업체인 피고가 청구한 등록무효심판에서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를 적용하여 원고의 상표등록을 무효로 판단하였다.
- 특허법원 2022. 4. 20. 선고 2021허2694 판결 원고의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거절결정불복심판과 등록무효심판은 종류와 청구취지가 달라 일사부재리에 위배되지 않으며, 원고의 출원은 거래관계에서 준수해야 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20. 9. 3. 선고 2019후10739 판결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등을 통해 알게 된 타인의 선사용상표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출원한 경우 상표등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법리이다. 대법원과 원심이 모두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2후2020 판결 외국에서 상표가 표시된 상품이 제3자에 의해 국내로 수입되어 그대로 유통되는 경우에도 일정한 요건 아래 상표권자의 국내 사용을 인정할 수 있다는 법리이다. 원심이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2후3206 판결 불사용취소심판에서 상표권자 또는 사용권자가 상품의 출처표시로 사용하려는 의사에 기초한 사용인지 등을 고려한다는 법리이다. 원심이 불사용취소와 이 사건 등록무효 사유의 판단을 비교하면서 인용하였다.
관련 법령
-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 계약관계나 업무상 거래관계 등을 통하여 타인이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임을 알면서,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출원한 경우의 상표등록을 금지한다.
- 상표법 제2조 제1항 제11호 상품이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상표가 표시된 상품의 양도·전시·수출입, 광고 등에 상표를 표시하는 행위 등 상표의 사용을 규정한다.
- 상표법 제150조 심결이 확정된 사건에 관하여 같은 사실과 같은 증거로 다시 심판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일사부재리를 규정한다.
- 상표법 제116조 상표등록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을 규정한다.
- 상표법 제117조 제1항 제1호 제34조 등을 위반한 상표등록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의 근거이다.
대법원과 원심은 위 규정들을 ‘상표법’으로 인용하고 있으며, 이 사건 적용 법령을 ‘구 상표법’으로 표시하지 않는다.
사실관계
가. 해외 제조업체의 ‘masmi’ 상품을 국내로 수입한 거래관계
피고는 스페인 법인으로, 유기농 면을 이용한 팬티라이너, 생리대, 생리용 탐폰, 생리컵, 살균 물티슈 등을 제조·판매하였다. 상품에는 ‘masmi’ 문자와 ‘NATURAL COTTON’ 등의 요소로 구성된 선사용상표가 표시되어 있었다.
원고는 2016년부터 피고 제품의 국내 수입을 위해 교섭하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수입신고와 수입품목허가신청에 필요하다며 제품 카탈로그, 광고 전단, 안전성 자료 등을 요청하였고, 피고는 관련 자료를 제공하였다.
나. 피고는 원고의 자체 상표 사용 제안을 거절하였다.
원고는 2016년 5월 31일 유통업체상표 방식으로 제품을 수입하면서 피고의 선사용상표도 함께 사용하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그러나 피고는 그 제안을 거절하고, 자신의 ‘masmi’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한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답하였다. 피고는 해당 브랜드 제품이 여러 국가에서 판매되고 있으며, 기존 포장과 판촉자료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설명하였다.
따라서 당사자 사이에 합의된 거래는 원고가 새로운 브랜드의 권리를 취득하는 거래가 아니라, 피고의 브랜드가 표시된 완제품을 국내에 수입·판매하는 거래였다.
다. 원고는 피고 상표가 표시된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였다.
원고는 피고에게 국내 판매용 포장재의 최종 디자인을 보내는 등 제품 공급을 협의하고, ‘MASMI 생리대’와 ‘MASMI 팬티라이너’ 등을 여러 차례 수입하였다.
수입한 제품에는 사용설명과 원산지를 표시하는 스티커를 붙였지만, 피고의 상표를 바꾸지 않고 판매하였다. 스티커에는 피고가 스페인에서 제조하고 원고가 수입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다.
원고는 국내 홈페이지에서도 해당 제품이 공식수입품이고 자신이 공식수입원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제품의 안전성·품질 자료 역시 피고가 제공한 것이었다.
라. 원고가 ‘masmi’를 자신의 상표로 출원하였다.
원고는 ‘masmi’ 문자로 구성된 상표를 생리대, 팬티라이너, 생리컵 등 위생용품과 관련 상품에 출원하였다.
피고는 출원 단계에서 거래관계를 이용한 출원이라는 취지의 정보를 제출하였다. 특허청은 등록을 거절하였으나, 원고가 제기한 거절결정불복심판에서는 거절결정이 취소되었다. 이후 2019년 12월 24일 등록결정이 내려졌다.
피고는 2020년 3월 9일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특허심판원이 이를 인용하자 원고는 다음 두 가지를 중심으로 다투었다.
- 이미 거절결정불복심판에서 판단한 사안을 다시 심판하는 것은 일사부재리에 위배된다.
- 국내에서 상표를 사용한 사람은 수입업자인 원고이므로, 피고가 국내에서 사용한 ‘타인의 상표’를 출원한 경우가 아니다.
법리
가. 거절결정불복심판의 승소가 이후 등록무효심판을 막지는 않는다.
일사부재리는 확정심결과 동일한 사실·증거로 다시 심판을 청구하는 경우에 적용된다. 그러나 심판의 종류나 청구취지가 다르면 그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거절결정불복심판은 출원인이 특허청의 등록거절결정을 다투는 절차이다. 반면 등록무효심판은 이미 이루어진 상표등록을 대상으로 이해관계인 등이 무효를 구하는 절차이다.
따라서 앞선 불복심판에서 특정 거절사유가 없다고 판단하였더라도, 그 판단만으로 이후 등록무효심판이 금지되지는 않는다. 쟁점이나 제출 증거가 겹친다는 사정만으로 결론이 달라지지 않는다.
나. 해외 업체의 국내 상표사용은 직접 판매에 한정되지 않는다.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의 선사용상표는 원칙적으로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사용을 준비 중인 상표여야 한다.
대법원은 해외 권리자가 국내에서 직접 또는 대리인을 통하여 판매하지 않았더라도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수입·유통업자와의 관계에서 해외 권리자가 사용한 상표로 인정하였다.
- 해외 권리자가 국내 유통을 전제로 상품을 수출하였다.
- 상품에 자신의 선사용상표를 표시하였다.
- 그 상표가 그대로 유지된 상태로 국내의 정상적인 거래에서 양도·전시되는 등 유통되었다.
이 사건에서 실제 수입과 국내 판매를 원고가 담당하였다는 사정은 피고의 국내 상표사용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 않았다.
다. 수입·판매를 담당했다는 이유로 해외 거래처 상표를 선점할 수는 없다.
이 규정은 거래관계를 통해 타인의 상표를 알게 되었을 뿐 그 상표를 등록받을 권리자가 아닌 사람이,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상표를 먼저 출원하는 것을 방지한다.
원고는 피고의 브랜드를 유지한 제품을 공급받기로 합의하고 실제로 이를 수입·판매하였다. 피고가 원고의 자체 상표 사용 제안을 거절하였다는 사정도 있었다.
따라서 원고는 ‘masmi’가 피고의 상품 출처를 표시하는 상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동일·유사한 상표를 동일·유사한 상품에 자신의 명의로 출원한 행위는 제34조 제1항 제20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라. 표장과 상품의 유사성도 인정되었다.
원심은 피고 상표 중 ‘NATURAL COTTON’ 부분은 천연 면이라는 원재료의 특성을 나타내므로 식별력이 없거나 약하다고 보았다. 반면 ‘masmi’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조어로서 식별력 있는 요부라고 판단하였다.
원고 상표와 피고 상표의 요부는 같은 알파벳으로 구성되고 ‘마스미’라는 호칭이 동일하므로, 서체나 일부 도안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유사하다고 보았다.
상품 역시 위생과 건강을 위한 용도, 판매 경로, 수요자층 등이 겹쳐 동일·유사하다고 판단하였다.
마. 대법원은 원심의 결론을 유지하면서 국내 사용의 기준을 구체화하였다.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설시에 다소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하면서도 등록무효라는 결론을 유지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의 기준은 해외 상표가 국내에 유통되기만 하면 언제나 보호된다는 식으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해외 권리자가 국내 유통을 전제로 수출하였고, 그 상표가 그대로 국내에서 유통되었으며, 이를 수입한 출원인이 거래관계를 통하여 그 사정을 알고 있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결론
원고가 해외 제조업체의 상표를 유지한 제품을 수입·판매한 이상, 국내 판매를 자신이 담당하였다는 이유로 그 상표를 자신의 명의로 등록받을 수는 없다.
대법원은 거래관계를 이용한 원고의 출원이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20호에 해당한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앞서 거절결정불복심판에서 원고가 승소하였다는 사정도 등록무효를 막지 못하였다.
실무상 유의점
- 수입·총판계약에서는 상표의 귀속, 국내 출원권한, 출원에 대한 사전승인 여부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판매권한과 상표등록 권한은 구분된다.
- 해외 업체의 국내 사용을 입증하려면 국내 공급을 위한 이메일, 주문서·송장, 포장 디자인, 수입자료와 국내 판매자료를 연결하여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 거절결정불복심판에서 승소했더라도 거래상대방이 제기하는 등록무효심판의 가능성은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