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대법원 2021. 1. 14. 선고 2020후10810 판결 [등록무효(상)]
외국 선사용상표의 주지성과 국내 출원인의 부정한 목적을 인정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새 증거가 선행 확정 심결의 결론을 번복할 만한 유력한 증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특허법원 2020. 5. 29. 선고 2018허9237 판결 — 파기환송 전 원심
선사용상표가 국내 또는 미국·캐나다에서 주지상표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새로 제출된 증거도 종전 심결을 번복할 정도로 유력하지 않으므로, 재차 제기한 등록무효심판은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반된다고 보아 각하 심결을 유지하였다.
특허법원 2021. 5. 21. 선고 2021허1219 판결 — 파기환송심
환송 후 피고가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대법원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에 변동이 없었으므로, 대법원의 사실상·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고 보았다. 이에 재청구가 일사부재리 원칙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특허심판원 2018. 10. 22. 자 2017당2557 각하 심결을 취소하였다.
파기환송심의 주문은 등록무효심판을 각하한 심결의 취소이다. 첨부 판결만으로 그 이후의 무효심결이나 확정 여부까지 확인되는 것은 아니다.
관련판례
대법원 2005. 3. 11. 선고 2004후42 판결
일사부재리에서 말하는 동일한 증거에는 종전 증거뿐 아니라 확정 심결을 번복할 정도로 유력하지 않은 추가 증거도 포함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대법원이 새로운 증거의 유력성을 판단하면서 원용하였다.
선사용상표의 주지성과 출원인의 부정한 목적은 상표의 사용실적, 인지도, 당사자 관계, 교섭 내용 및 출원 경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고, 그 기준 시점은 등록상표의 출원 당시라는 법리이다. 이 사건 대법원이 직접 참조하였다. 해당 판결의 참조판례 및 이유
파기환송 후 새로운 주장이나 입증으로 기초 사실관계가 달라지지 않는 한, 환송법원은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삼은 사실상·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이 원용하였다.
관련법령
국내 또는 외국 수요자 사이에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현저하게 인식된 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 상표등록을 배제하는 규정이다. 이 사건 출원일에 적용된 규정이다. 적용 조문과 현행 대응 조문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3호 및 제2항
위 구법에 대응하는 규정이다. 법률 제8190호 개정으로 ‘현저하게’라는 문구가 삭제되어 선사용상표의 인지도 요건이 완화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의 구법상 주지성 요건을 현행법에 그대로 적용해서는 안 된다. 제13호 해당 여부는 출원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상표법 제150조
심결이 확정되면 원칙적으로 같은 사실과 같은 증거에 의한 재심판청구를 금지한다. 다만 확정 심결이 각하심결인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 이 사건에서 재청구를 제한하는 근거로 문제 된 선행 심결은 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한 확정 심결이었다.
상급심 판단 및 파기환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규정으로,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심결을 취소한 근거이다.
사실관계
캐나다 자전거 제조업체 써벨로는 ‘Cervélo’ 계열 상표를 부착한 자전거를 미국·캐나다 등에서 판매하였다. 원고인 네덜란드 회사는 이후 써벨로를 인수하였다. 선사용상표들은 장기간의 판매, 전문매체 광고와 보도, 프로사이클팀 후원 및 주요 대회에서의 성적 등을 통해 인지도를 축적하였다.
국내 수입판매업자는 써벨로 자전거를 수입·판매하면서 권리자의 허락 없이 자기 명의로 상표를 출원하였다. 권리자가 이를 알게 되자, 수입판매업자는 자신에게 독자적인 등록 권한이 없으며 권리자를 대신하여 상표를 관리하고 요구가 있으면 권리를 양도한다는 취지의 상표권수탁합의를 체결하였다.
그러나 수입판매업자가 출원한 상표는 등록료 미납으로 등록에 이르지 못했고, 그 직후 수입판매업자의 형이 유사한 상표를 출원하여 등록받았다.
- 선사용상표 제품은 1996년부터 미국·캐나다 등에서 판매되었고, 2004년에는 연 매출액이 1,100만 달러를 넘었다.
- 국내 수입판매업자는 2005. 11. 28. 권리자와 상표권수탁합의를 체결하였다.
- 수입판매업자의 형은 2006. 3. 14. 이 사건 상표를 출원하여 2007. 1. 18. 등록받았다.
- 선행 등록무효심판은 2013. 8. 19. 기각되었고, 불복 없이 확정되었다.
- 이후 불사용취소심판 과정에서 수입판매업자와 상표 출원인이 형제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 원고는 선사용상표의 인지도와 당사자 관계 등에 관한 증거를 추가하여 다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법리
가. 국내에서 널리 알려지지 않았어도 외국에서의 주지성을 근거로 보호받을 수 있다
이 사건에 적용된 구법은 국내 또는 외국에서 주지성을 취득한 상표를 보호한다. 따라서 국내 인지도가 부족하다는 사정만으로 부정한 목적에 의한 등록무효 사유를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은 판매기간, 광고·언론보도, 매출액 등을 종합하여 출원 당시 선사용상표가 미국과 캐나다의 자전거 수요자들에게 특정인의 상표로 현저하게 인식되어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나. 부정한 목적은 거래관계와 출원 경위를 종합하여 판단한다
부정한 목적은 상표가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선사용상표의 인지도와 창작성, 상표 사이의 유사성, 당사자 사이의 교섭 및 관계, 사업 준비 여부, 상품의 관련성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국내 수입판매업자가 이미 권리자의 상표임을 인정하는 수탁합의를 체결하였고, 그가 출원한 상표의 등록이 이루어지지 않은 직후 형이 유사상표를 출원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선사용상표의 주지성 등과 종합하여, 출원인에게 권리자를 해하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형제관계 자체만을 이유로 부정한 목적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다. 새 증거가 종전 심결의 결론을 바꿀 정도라면 다시 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새로운 문서가 추가되었다는 형식적 사정만으로 일사부재리의 제한을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새 증거가 종전 심결에서 부정된 요건을 입증하여 그 결론을 번복할 정도로 유력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인지도와 당사자 관계에 관한 새 증거를 통해 선사용상표의 주지성과 출원인의 부정한 목적이 인정되었다. 따라서 종전 심결과 동일한 증거에 의한 청구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라. 파기환송심은 기초 사실관계의 변동이 없으면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야 한다
대법원은 새 증거의 존재만 지적한 것이 아니라, 선사용상표의 주지성과 출원인의 부정한 목적, 새 증거의 유력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그 판단의 기초를 바꿀 새로운 주장·증거가 제출되지 않았으므로, 이를 전제로 일사부재리 위반을 이유로 한 각하 심결을 취소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무효심판이 기각·확정된 뒤 다시 다투려면 종전 심결이 어떤 요건의 입증 부족을 이유로 청구를 배척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이후 새 증거가 그 판단을 어떻게 뒤집는지 요건별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외국 상표의 인지도는 출원 당시를 기준으로 입증해야 한다. 당시의 매출자료, 판매지역, 전문매체 기사, 광고, 수요자 조사 및 대회 후원자료 등을 확보하고, 각각의 자료가 관련 수요자의 인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제시할 필요가 있다.
국내 유통업자나 그 관계인이 상표를 선점한 경우에는 수입·대리점 계약, 상표 귀속 합의, 이메일, 출원 시점, 명의자와 실제 사용자의 관계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의 수탁합의와 형제관계는 부정한 목적을 뒷받침하는 중요한 사정이었다.
첨부 상표법 주석서의 제34조 제1항 제13호 해설 및 이 사건 판례 해설을 반영하였다. 특히 주석서가 구별하는 구법상 ‘주지상표’와 개정 후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으로 인식된 상표’의 차이에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