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쟁점의 요지
이 사건은 혈액응고에 관여하는 인자 Ⅹa를 억제하는 화합물인 ‘아픽사반’에 관한 특허 사건이다.
선행발명은 화합물의 기본 골격과 그 골격에 붙일 수 있는 여러 치환기를 폭넓게 제시하였다. 이러한 ‘마쿠쉬(Markush) 형식’은 기본 골격의 각 위치에 들어갈 수 있는 원자단을 선택지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선택지를 조합하면 이론상 수억 가지 이상의 화합물이 포함될 수 있었다.
아픽사반도 그 넓은 범위 안에 들어가지만, 선행발명이 아픽사반이라는 구체적인 화합물을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아픽사반에 도달하려면 특정 기본 골격을 선택하고, 여러 위치의 치환기를 동시에 특정한 방식으로 조합해야 했다. 특히 특정 위치에 ‘락탐 고리’라는 고리형 구조를 배치해야 했다.
쟁점은 ‘넓은 일반식에 아픽사반이 포함되는가’에 그치지 않는다. 당시 기술자가 선행발명을 보고 수많은 후보 중 아픽사반의 구조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은 이러한 선택·조합이 쉽지 않았고, 약물의 체내 흡수·분포·배설 등에 관한 특성과 병용투여 효과도 개선되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였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등록무효(특)]
- 원고: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 홀딩스 아일랜드 언리미티드 컴퍼니
- 피고: 주식회사 네비팜 외 3인
- 피고들 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종근당 외 1인
- 결과: 원심판결 파기·특허법원 환송
아래 내용은 첨부된 대법원 판결문과 파기환송심 판결문을 함께 반영한 것이다. 법제처 상세페이지 주소는 이번 확인에서 확보되지 않아 임의의 링크를 붙이지 않았다.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특허심판원
특허심판원 2018. 2. 28. 자 2015당1184, 2015당1185(병합), 2015당1186(병합), 2015당1774(병합), 2015당1775(병합) 심결
특허심판원은 이 사건 발명을 선행발명의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선택발명으로 보았다.
선행발명과 비교하여 질적으로 다른 효과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진보성을 부정하고 등록무효심판청구를 인용하였다.
환송 전 원심
선택발명에는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효과를 중심으로 엄격한 특허요건을 적용해야 한다고 보았다.
명세서에 선행발명과 비교한 이질적 효과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기재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진보성을 부정하고, 특허권자의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선택발명에도 일반적인 진보성 판단기준이 적용되므로, 구성의 곤란성을 검토하지 않고 효과의 현저성만으로 진보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다.
아픽사반의 구조를 쉽게 도출하기 어렵고 개선된 효과도 있다는 점을 들어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
특허법원 2021. 8. 19. 선고 2021허2779 판결
파기환송심은 아픽사반이 선택발명에 해당한다는 판단은 유지하였다. 그러나 구성의 곤란성과 개선된 효과를 종합하여 진보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추가로 명세서 기재불비와 신규성 결여 주장도 배척하여, 특허심판원의 등록무효 심결을 취소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6. 11. 25. 선고 2014후2184 판결 선행기술과의 차이를 당시의 통상적인 기술자가 쉽게 극복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진보성을 판단한다.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개별 구성요소의 공지 여부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를 함께 고려한다.
-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후736, 743 판결 선택발명의 이질적 효과 또는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에 관한 판례이다. 이 사건 대법원은 해당 법리를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서 효과의 현저성으로 진보성을 인정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하였다.
- 대법원 2002. 8. 23. 선고 2000후3234 판결 효과는 명세서에 기재되어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하거나 추론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판단한다.
- 대법원 2003. 4. 25. 선고 2001후2740 판결 명세서 기재 범위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 출원 후 실험자료로 효과를 구체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 대법원 2013. 4. 25. 선고 2011후2985 판결 선택발명의 신규성을 부정하려면 선행문헌에 하위개념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거나, 통상의 기술자가 그 존재를 직접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 대법원 2016. 11. 24. 선고 2003후2072 판결이 아니라, 대법원 2006. 11. 24. 선고 2003후2072 판결 명세서 기재만으로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 발명을 이해·재현할 수 있어야 한다는 법리이다.
- 대법원 2017. 2. 21. 선고 2016다261830 판결 환송판결의 기속력과 그 기초가 된 사실관계의 변동에 관한 법리이다.
관련 법령
- 특허법 제29조 제1항 신규성 판단의 근거 규정이다.
- 특허법 제29조 제2항 선행기술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 발명에 대해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진보성 규정이다.
- 구 특허법(2007. 1. 3. 법률 제819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3항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발명의 목적·구성 및 효과를 기재하도록 한 규정이다. 파기환송심이 인용한 문언은 이 개정 전 조항에 해당한다. 다만 첨부 판결문 자체는 ‘특허법 제42조 제3항’으로 표시하고 있어, 위 괄호는 적용 조문을 구분하기 위해 보충한 것이다.
- 법원조직법 제8조 상급법원 재판의 판단이 해당 사건의 하급심을 기속한다.
- 행정소송법 제8조 제2항, 민사소송법 제436조 제2항 환송받은 법원은 상고법원이 파기의 이유로 삼은 사실상·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
사실관계
1. 특허발명과 선행발명의 관계
이 사건 특허발명의 명칭은 ‘인자 Ⅹa 억제제로서의 락탐 함유 화합물 및 그의 유도체’이고, 우선권주장일은 2001년 9월 21일이다.
청구항 제1항은 아픽사반 또는 그 제약상 허용되는 염에 관한 것이고, 제2항은 아픽사반 화합물 자체에 관한 것이다. 제3항부터 제20항까지는 삭제되어 있었다.
주된 선행발명은 2000년 7월 6일 공개된 것으로, 인자 Ⅹa 억제제로 사용할 수 있는 질소 함유 헤테로비시클릭 화합물을 제시하였다.
선행발명에는 66개의 기본 골격과 다양한 치환기들이 기재되어 있었다. 이들을 조합하면 아픽사반도 이론적으로 포함되지만, 아픽사반 자체가 구체적인 화합물로 제시되지는 않았다.
2. 제약회사들의 등록무효심판청구
제약회사들은 2015년 3월과 4월 특허권자를 상대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주요 주장은 아픽사반이 이미 공지된 상위개념 안에서 선택된 발명인데도, 명세서에 이질적 효과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재가 없다는 것이었다.
특허심판원과 환송 전 특허법원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였다.
3. 특허권자의 반박과 대법원의 파기
특허권자는 선행발명이 수많은 후보를 일반식으로 나열했을 뿐 아픽사반을 선택할 동기를 제공하지 않았으므로, 해당 구조를 도출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약동학적 특성, 병용투여 효과, 인자 Ⅹa에 대한 활성 등에 개선이 있고, 그 효과가 명세서와 추가 실험자료에 의해 뒷받침된다고 주장하였다.
대법원은 구성의 곤란성을 검토하지 않은 채 현저한 효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진보성을 부정한 판단은 잘못이라고 보았다.
4. 파기환송심에서 검토된 추가 주장
파기환송심에서는 다음 주장들도 검토되었다.
- 다른 선행발명에 락탐 구조가 있으므로 두 선행발명을 결합하면 아픽사반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는 주장
- 선행발명의 치환기와 아픽사반의 치환기가 생물등가근이므로 쉽게 치환할 수 있다는 주장
- 명세서에 아픽사반 자체의 효과가 충분히 기재되지 않았다는 주장
- 미국 FDA 오렌지북에 선행특허가 아픽사반 제품의 대응 특허로 기재되어 있으므로 신규성이 없다는 주장
파기환송심은 위 주장들을 모두 배척하였다.
법리
1. 선택발명이라는 이유로 구성의 곤란성 검토를 생략할 수 없다
선택발명은 선행발명에 상위개념으로 기재된 범위 안에서 하위개념을 선택한 발명이다.
그러나 상위개념이 공지되었다는 사실과 그 안의 특정 하위개념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는 판단은 다르다.
대법원은 선택발명에도 일반적인 진보성 판단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명확히 하였다. 따라서 선택발명이라는 이유만으로 현저한 효과를 반드시 별도로 요구하면서 구성의 곤란성을 검토하지 않는 방식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 판결은 기존 판례를 명시적으로 변경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아니다. 종전의 효과 중심 법리를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 관한 것으로 설명하면서, 그 적용 범위를 분명히 하였다.
2. 넓은 일반식에 포함된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발명할 수 있다고 볼 수 없다
마쿠쉬 형식의 선행발명과 비교할 때에는 다음을 종합해야 한다.
- 이론적으로 포함될 수 있는 화합물의 수
- 특정 골격이나 치환기를 우선적으로 선택할 동기 또는 암시
- 구체적인 실시예와 특허발명의 구조적 유사성
- 전체 조합을 도출하는 데 필요한 시행착오
- 그 선택으로 얻는 기술적 효과
이 사건에서는 66개 골격 중 하나를 고른 뒤 여러 치환기를 동시에 특정한 방식으로 조합해야 했다.
선행발명에서 바람직하다고 제시한 34개 골격을 보더라도, 해당 위치에 락탐 고리를 선택할 사정이 없었다. 더욱 구체적으로 제시한 107개 화합물에도 아픽사반과 전체적으로 유사하거나 해당 위치에 락탐 고리를 가진 화합물이 없었다.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아픽사반을 이미 알고 난 뒤 그 구조에 맞는 선택지를 거꾸로 찾아가는 사후적 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3. 효과는 선택의 기술적 의미와 구성의 곤란성을 판단하는 자료이다
선택할 동기가 명시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선택에 진보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술적 의미가 없는 임의의 선택이라면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렵다.
발명의 효과는 그 선택이 의미 있는 기술적 선택인지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가 된다.
이 사건에서는 인자 Ⅹa 억제활성 및 선택성, 약동학적 특성, 병용투여 효과의 개선을 고려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출원 후의 임상·전임상 자료도 명세서에 기재된 효과를 뒷받침하는 범위에서 참작하였다.
또한 구성의 곤란성 판단이 불분명하더라도, 선행발명과 비교하여 이질적이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다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4. 출원 후 자료로 명세서에 없던 효과를 새롭게 만들어낼 수는 없다
추가 실험자료는 명세서에 기재되어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하거나 추론할 수 있는 효과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데 사용할 수 있다.
반면 명세서 기재의 범위를 넘어 새로운 효과를 사후적으로 보충하는 것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파기환송심이 출원 후 자료를 고려한 것도 명세서에 나타난 개선 효과를 뒷받침하는 범위에서였다.
5. 다른 선행발명과의 결합이나 생물등가성 주장에도 구체적인 근거가 필요하다
파기환송심은 두 선행발명이 모두 인자 Ⅹa 억제제라는 이유만으로 쉽게 결합할 수 있다고 보지 않았다.
두 선행발명은 기본 골격이 달랐고, 추가 선행발명에도 이 사건의 구체적인 6원 락탐 구조나 유사 화합물이 제시되어 있지 않았다.
또한 치환기들이 생물등가근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고리 크기와 결합 방식 등의 차이를 검토하여, 아픽사반의 구조를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 인정하지 않았다.
6. 명세서 기재요건은 현저한 효과의 입증과 구별된다
파기환송심은 물건의 발명인 이 사건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명세서를 통해 화합물을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였다.
명세서에는 아픽사반에 이르는 화학반응식, 실시예 18의 구체적인 제조 과정,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핵자기공명분석값 등이 기재되어 있었다. 효과를 인식할 수 있는 설명도 존재하였다.
이에 따라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을 부가하지 않고 발명을 이해·재현할 수 있다고 보아 기재불비 주장을 배척하였다.
선택발명이라는 이유만으로 명세서 기재요건까지 곧바로 ‘현저한 효과의 정량적 기재’와 동일하게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7. 상위개념의 특허 범위에 포함되는 것과 신규성이 없는 것은 다르다
선택발명의 신규성을 부정하려면 하위개념인 해당 화합물이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거나, 선행문헌과 당시 기술상식에 의해 그 존재를 직접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오렌지북에 선행특허가 아픽사반 제품의 대응 특허로 기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선행문헌이 아픽사반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고 볼 수는 없다.
즉 선행특허의 넓은 권리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문제와 후속 화합물의 신규성 문제는 구별된다.
8.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의 판단에 기속된다
파기환송심은 대법원이 파기 이유로 삼은 사실상·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고 명시하였다.
환송 후 새로운 주장이나 증거로 기속적 판단의 기초가 된 사실관계가 달라졌다고 볼 사정이 없었으므로, 진보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심리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선택발명의 진보성을 효과의 현저성만으로 판단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아픽사반이 선택발명이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구성의 곤란성과 개선된 효과를 근거로 진보성을 부정하지 않았다. 아울러 명세서 기재불비와 신규성 결여 주장도 배척하여 등록무효 심결을 취소하였다.
이 사건의 핵심은 선택발명이라는 분류 자체보다, 당시 기술자가 넓은 후보군에서 해당 화합물을 실제로 쉽게 도출할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데 있다.
실무상 유의점
- 선택발명 사건에서는 효과 비교에 앞서 후보 화합물의 범위, 선택 단계, 구체적 실시예 및 선택 동기를 분석해야 한다.
- 화합물의 각 부분이 알려져 있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하다. 전체 구조를 해당 방식으로 결합할 이유가 있었는지를 제시해야 한다.
- 추가 실험자료를 제출할 때에는 그 자료가 명세서의 어느 효과를 뒷받침하는지 연결해야 한다.
- 진보성, 신규성, 명세서 기재요건을 구별하여 주장·입증해야 한다. 특히 선행특허의 권리범위에 포함된다는 사정을 신규성 결여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