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쟁점의 요지
이 사건 발명은 OLED(유기발광소자)의 발광층에 청색 도판트로 쓰이는 유기 화합물에 관한 것이다. OLED는 양극에서 들어온 정공과 음극에서 들어온 전자가 발광층에서 만나 엑시톤을 형성하고, 그 엑시톤이 바닥상태로 떨어지면서 빛을 내는 소자다. 이때 발광층에 들어가는 화합물의 분자 구조가 소자의 발광효율(외부양자효율)과 수명을 좌우한다.
문제된 화합물은 이른바 붕소(B) 함유 다환 방향족 화합물이다. 분자 한가운데에 축합 2환 구조가 있고, 그 둘레의 A·B·C 세 자리에 각각 방향족 환이 붙어 삼각형 모양의 골격을 이룬다. 화학 특허는 이런 골격을 하나 그려 놓고 "여기 붙는 환은 아릴환 또는 헤테로아릴환 중 하나", "치환기 Y는 N-R, O, S 중 하나" 하는 식으로 후보를 나열하는 마쿠쉬 형식 일반식으로 작성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렇게 쓰면 조합상 수만~수억 개의 화합물이 그 안에 들어온다. 선행발명 1이 바로 이런 넓은 일반식이었고, 이 사건 특허의 [화학식 A-3] 화합물은 그 일반식에 논리적으로 포섭되는 하위 구조였다. 여기서 선택발명 문제가 발생한다.
구조적으로 갈린 지점은 단 하나, B환 자리에 환이 붙는 순서였다. 이 사건 발명은 중앙의 축합 2환 구조에 5원환이 먼저 결합하고, 그 5원환에 6원환인 벤젠환이 축합되는 형태(5-6)다. 반면 선행발명 1에 실제로 그려져 개시된 화합물은 예외 없이 6원환인 벤젠환에서 시작하는 것들이었고, 가장 유사한 실시예 44 화합물조차 6원환이 먼저 붙고 거기에 5원환·6원환이 순차 축합된 6-5-6 구조였다. 겉보기에는 환 하나의 결합 순서 차이지만, 화학 분야에서는 같은 골격이라도 어느 자리에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다느냐에 따라 성능이 전혀 달라진다.
성능 차이는 실제로 컸다. 이 사건 실시예 화합물은 외부양자효율 7.92~9.24%, 수명(T97) 145~213시간이었던 반면, 선행발명 1에 속하는 비교예 화합물은 효율 4.95~5.8%, 수명 26~53시간에 그쳤다. 그 이유는 5원환이 먼저 결합하는 구조를 택하면 일중항과 삼중항 여기에너지의 차이(ΔEst)가 커져 TADF(열활성 지연형광) 특성이 억제되기 때문이라고 설명된다. 선행발명 1은 오히려 ΔEst를 줄여 TADF를 나타내는 것을 지향하는 발명이었으므로, 두 발명은 기술적 방향 자체가 반대였던 셈이다.
법적 쟁점은 여기서 갈라진다. 무효를 주장하는 쪽은 "이미 선행 일반식 안에 들어 있으니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했으나, 법원의 답은 넓은 그물에 걸린다는 사실과 그 물고기를 잡아 보여준 것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또한 수많은 조합 중 하필 이 순서·이 치환기 조합을 골라낼 이유가 선행문헌 어디에도 없었고 오히려 반대 방향을 지시하고 있었으므로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었으며, 뚜렷한 효율·수명 차이가 그 선택이 임의의 선택이 아니었음을 뒷받침했다. 부수적으로는 화합물 합성 사실을 확인하는 자료로 NMR 없이 MS 데이터만 기재한 명세서가 실시가능요건을 충족하는지도 다투어졌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4후10962 판결 [등록무효(특)] — 제3부, 재판장 노경필, 주심 이흥구 대법관
- 주문: 상고 기각, 상고비용 피고(무효심판 청구인) 부담
- 원고(피상고인) = 특허권자, 피고(상고인) = 무효심판 청구인
- 결론적으로 특허 유지로 확정
하급심
특허법원 2024. 8. 22. 선고 2022허3953 판결 — 제5부(재판장 임영우, 김기수, 윤정운), 변론종결 2024. 6. 20.
- 주문: 특허심판원이 2022. 6. 21. 2021당677호 사건에 관하여 한 심결을 취소한다.
- 심판 단계: 특허심판원 2022. 6. 21. 자 2021당677호 심결 — 정정청구 반영 후 제7~10항 발명이 선행발명 1 단독 또는 선행발명 1·2 결합에 의해 진보성이 부정된다며 무효 인용
- 소송 계속 중 별도 정정심판(특허심판원 2023. 7. 13. 자 2023정19호)이 인용·확정되어, 그 정정 후 청구항이 판단 대상이 됨
※ 같은 날 선고된 병행사건(대법원 2024후10979 / 특허법원 2022허3960)과 사실관계·법리 구조가 동일하므로, 인용 시 두 사건을 함께 정리해 두는 편이 안전하다.
관련 법령
- 특허법 제29조 제1항 제2호(신규성), 제29조 제2항(진보성)
- 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발명의 설명 — 실시가능요건)
- 특허법 제133조(등록무효심판), 제136조 제1항·제3항·제4항·제5항(정정요건), 제186조
관련 판례
2008후736, 743에서 정립된 종래 선택발명 법리(하위개념 전부가 이질적 효과 또는 양적 현저성을 가져야 한다)는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사안에 관한 것이고, 곤란성이 인정되는 사안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2019후10609로 정리되었는데, 이 사건은 그 구분이 실제로 결론을 가른 사례다.
사실관계
- 특허발명: 명칭 '다환 방향족 유도체 화합물 및 이를 이용한 유기발광소자', 출원 2019. 6. 12.(우선일 2018. 11. 30.), 등록 2020. 3. 24., 등록번호 제10-2094830호
- 쟁점 청구항: 제7항~제10항(제1항 → 제5항 → 제6항을 순차 인용하는 종속항). 실제 공방은 모핵 화합물을 규정한 제1항 정정발명의 [화학식 A-3] 화합물에 집중
- 선행발명 1: 2017. 11. 3. 공개 한국 공개특허공보 제10-2017-122296호 '다환 방향족 화합물'. 중앙의 축합 2환 구조(D 구조)에 A·B·C 세 개의 환이 결합하는 **일반식 (1)**을 마쿠쉬 형식으로 개시
- 선행발명 2: 2018. 7. 9. 공개 제10-2018-77887호 '고효율을 갖는 유기 발광 소자'. 안트라센 유도체 호스트 화합물 개시
- 구조적 차이의 핵심: 이 사건 화합물은 B환 위치에서 축합 2환 구조에 5원환이 먼저 결합하고 그 5원환에 6원환(벤젠환)이 축합되는 형태이고, 여기에 치환기 X = B(보론), Y₁·Y₂·Y₃의 특정 조합이 결합된 것. 반면 선행발명 1의 구체적 개시 화합물(식 (1-1)~(1-1192-9), [화학식 12]~[화학식 16], 실시예 화합물 전부)은 모두 6원환인 벤젠환에서 시작하는 것뿐이었다
- 효과 데이터: 실시예 1~19 화합물의 외부양자효율 7.92~9.24%, 수명(T97) 145~213hr. 선행발명 1에 속하는 비교예 3~6은 외부양자효율 4.95~5.8%, T97 26~53hr. 선행발명 1의 실시예 44 화합물(6-5-6 구조)도 외부양자효율 5.25% 수준
법리
신규성 — '포섭'과 '개시'의 구별
선행발명에 구성요소가 상위개념으로 기재되고 그에 포함되는 하위개념을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선택발명의 신규성이 부정되려면 선행발명이 그 하위개념을 구체적으로 개시하고 있어야 하고, 여기에는 선행문헌의 문언적 기재가 있는 경우 외에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문헌의 기재 내용과 출원 당시의 기술 상식에 기초하여 직접적으로 그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경우가 포함된다.
원심은 다음 근거로 개시를 부정했다.
- 일반식 (1)의 A·B·C 환은 아릴환/헤테로아릴환 여부, 헤테로 원자의 종류·개수·위치, 5원환·6원환의 조합, 결합 위치·방향 등에 따라 무수한 구조를 가질 수 있어, 통상의 기술자는 "5원환과 6원환을 포함하는 환"이라는 정도만 인식할 뿐이다
- 식별번호 [0106]의 5원환 관련 기재를 참고해도 B환은 5+5, 5+5+5, 5+5+6, 5+6+5, 5+6+6 등 수많은 구조가 가능하다
- 식별번호 [0123]에 헤테로아릴환 50여 개가 나열되어 있으나 단순 나열일 뿐이고, 그중 테트라졸환, 2-벤조티오펜환처럼 축합 2환 구조에 5원환이 화학적으로 공유 결합할 수 없는 것까지 포함되어 있다
- 선행발명 1을 구체화한 일반식 (2)는 좌·우 모두 6원환만 존재한다
아울러 "일반식으로 선을 그은 것에 불과하므로 선택발명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없다"는 무효심판 청구인 측 주장도 배척되었다. 선택발명 법리는 선행발명에 포함되는 수많은 화합물 중 특정 화합물을 골라낸 경우만이 아니라, 일부 구성요소를 하위개념으로 선택한 발명(그 발명 자체도 다수의 하위개념 화합물을 포함할 수 있다)에도 적용된다는 것이다.
진보성 — 구성의 곤란성을 먼저 따진다
선행발명에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어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고, 마쿠쉬 형식 화학식의 치환기 범위에 이론상 포함되기만 할 뿐 구체적으로 개시되지 않은 화합물을 청구범위로 하는 경우에도 곤란성을 따져야 한다. 판단요소는 ⓐ 이론상 포함될 수 있는 화합물의 개수, ⓑ 특정 화합물·치환기를 우선적으로 또는 쉽게 선택할 사정·동기·암시의 유무, ⓒ 선행발명에 구체적으로 기재된 화합물과의 구조적 유사성이다.
이 사건에서는 세 요소가 모두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판단되었다.
- 개수: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화합물이 발생
- 동기·암시: 선행문헌 전체를 통해 통상의 기술자는 선행발명 1이 축합 2환 구조에 6원환이 먼저 결합하는 형태의 화합물을 제공하는 발명이라고 합리적으로 인식하게 되므로, 5원환이 먼저 결합하는 구조를 우선 선택할 동기가 없다
- 구조적 유사성: 실시예 화합물은 모두 6원환 단독 결합 또는 나프탈렌환 결합이고, 가장 유사한 실시예 44 화합물도 6-5-6 구조여서 상이
효과의 지위
효과는 "선택의 동기가 없어 구성이 곤란한 경우"와 "임의의 선택에 불과한 경우"를 구별하는 중요한 표지이고, 화학·의약 분야는 구성만으로 효과 예측이 어려우므로 도출 용이성 판단 시 효과를 참작해야 하며, 효과가 현저하면 구성의 곤란성을 추론하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 구성의 곤란성 판단이 불분명하더라도 이질적이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으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효과의 현저성은 명세서에 기재되어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추론할 수 있는 효과를 중심으로 판단하되, 의심스러울 때에는 명세서 기재 내용의 범위를 넘지 않는 한도에서 출원일 이후 추가 실험자료 제출이 허용된다.
원심은 외부양자효율·장수명 양면의 현저성을 인정하면서, 특히 선행발명 1에는 장수명 개선이라는 과제 자체가 제시되어 있지 않고 관련 실험·이론적 방법도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모든 화합물의 효과 입증" 주장의 배척
무효심판 청구인 측은 청구범위에 속하는 모든 화합물이 이질적·현저한 효과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원심은 그것은 2008후736, 743의 종래 법리이고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는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않는다(2019후10609)고 판시했다. 다만 예비적으로, 명세서에 176개 화합물 예시가 있고 실시예 1~19 화합물이 대표적 구조를 포함하며 추가 실험자료(실시예 20~31)로 나머지 치환기 조합의 효과도 뒷받침된다고 보았다.
상대방 자체 실험결과의 증명력
무효심판 청구인이 직접 화합물을 합성·측정하여 명세서 기재 값과 다른 열등한 결과를 제시했으나 배척되었다. OLED의 외부양자효율·수명·구동전압은 기판 및 전극재료 증착조건, 유기재료 제조공정, 소자 제조공정, 물성측정 조건에 좌우되는데, 제출자료에서 확인 가능한 것은 유기물의 종류와 두께 정도에 불과하여 동일 조건 실험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다.
명세서 기재요건(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
NMR 데이터가 없다는 사유는 배척되었다. ⓐ 대표 화합물 176개의 화학구조, 합성방법·제조방법, 유용성 확인 실험자료·실시예가 모두 기재되어 있고, ⓑ 미지의 반응이 아니라 통상의 기술자에게 널리 알려진 유기반응(named organic reaction) 메커니즘에 의한 제조과정이 다수의 합성예로 개시되어 있으며, ⓒ 합성 확인자료로 MS(질량분석) 데이터가 제시되어 있으므로, 합성이 불가능하다는 이론적·실험적 근거가 없는 이상 실시가능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화합물 발명을 제조할 수 있다면 그 화합물을 포함하는 소자를 제작하고 발광특성을 측정하는 데 별다른 어려움이 없으므로, 소자 제작조건·물성측정 조건까지 일일이 개시할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실무적 유의점
무효(공격) 측
- 마쿠쉬 형식 선행발명을 근거로 한 신규성 공격은 "일반식에 포섭된다"는 논증만으로는 절대 성공하지 못한다. 문언적 기재가 없다면 출원 당시 기술 상식에 의한 직접 인식 가능성을 별도 문헌·교과서·전문가 진술로 입증해야 하고, 그 입증 없이 나열식 예시(이 사건의 [0123] 헤테로아릴환 50개 목록 같은 것)에 의존하면 "단순 나열"로 평가된다.
- 나열된 예시 중 쟁점 구조를 화학적으로 형성할 수 없는 항목이 섞여 있으면 오히려 불리한 자료가 된다. 이 사건에서 테트라졸환·2-벤조티오펜환의 존재는 "선행문헌이 그 방향을 지시하지 않았다"는 근거로 역이용되었다.
- "선택 확률 1/2" 식의 산술적 논증은 통하지 않는다. 법원은 조합 가능한 전체 구조의 다양성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 선택발명 법리 적용 자체를 부정하는 주장(광범위한 일반식이므로 선택발명이 아니다)은 이 사건에서 명시적으로 배척되었다. 신규성 공격의 우회로로 쓰기 어렵다.
- 자체 실험결과로 명세서 효과를 탄핵하려면 조건 동일성 입증이 전제다. 유기물 종류·두께만 제시해서는 부족하고, 기판 조성, 전극재료 증착조건, 원료·순도, 합성조건 최적화 여부까지 대응시켜야 한다. 조건 동일성이 깨지면 "피고 자신의 발명에 대해서만 최적화된 조건"이라는 반대 평가를 받는다.
- 종래 선택발명 법리(모든 하위개념의 효과 입증 요구)를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상대가 구성의 곤란성 프레임을 세우면 그 주장은 전제부터 무너진다.
특허권자(방어) 측
- 방어의 1순위는 효과가 아니라 구성의 곤란성이다. 곤란성이 인정되면 "모든 화합물의 효과 입증" 부담에서 벗어난다. 논증 방식은 선행문헌 전체를 읽었을 때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하게 되는 발명의 방향성(이 사건: "6원환이 먼저 결합하는 화합물을 제공하는 발명")을 제시하고, 자기 발명이 그 방향과 어긋난다는 점을 보이는 것이다. 유리한 일부 기재만 떼어낸 상대 주장에는 2019후12094를 정면으로 원용할 수 있다.
- 효과는 출원 명세서 단계에서 승부가 난다. 추가 실험자료는 명세서 기재 범위를 넘을 수 없으므로, 출원 시 비교예를 선행발명에 속하는 화합물로 설정하고 정량 데이터를 남겨 두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 비교예 3~6이 선행발명 1의 화합물이었던 점이 결정적이었다.
- 선행발명이 해결과제로 삼지 않은 물성(이 사건의 장수명)을 효과 축으로 잡으면 이질적 효과 논증이 수월하다. 상대 명세서에 해당 과제·실험·이론적 방법이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지적할 것.
- 심결취소소송 계속 중 정정심판(이 사건 2023정19호)으로 치환기 범위를 실시예 및 추가 실험결과 범위로 한정하여 무효사유를 회피한 전략이 그대로 성공했다. 무효심판 대응 초기부터 정정 시나리오를 설계할 실익이 크다. 다만 정정은 실시예·추가실험으로 뒷받침되는 범위여야 한다.
- NMR 부존재를 이유로 한 기재불비 공격에는 ⓐ 널리 알려진 유기반응 메커니즘에 의한 제조임을 강조하고, ⓑ MS 데이터 제시 사실, ⓒ 상대방 자신의 후행 특허출원 명세서에도 NMR 없이 MS만 기재되어 있다는 자료를 대응 증거로 확보하는 것이 유효하다(이 사건 갑 제16, 20호증).
- 상업적 성공 자료(삼성전자·애플 제품 채택 등)를 제출할 경우, 상대가 "선행발명 특허를 침해하는 제품이므로 기술사상 무단 차용"이라고 반격할 수 있는데, 권리범위 귀속과 진보성 부정 여부는 별개 문제라는 점이 판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