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선택발명의 신규성·진보성 판단 기준 — 다환 방향족 유도체 화합물 사건

핵심 결론 선택발명의 신규성은 선행발명이 하위개념을 구체적으로 개시하거나 통상의 기술자가 기술상식에 기초해 그 존재를 직접 인식할 수 있어야 부정되고, 진보성은 구성의 곤란성을 우선 따지되 곤란성 판단이 불분명해도 이질적·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으면 부정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24후10979, 2019후10609

기술적 쟁점 요지

대상 기술 — OLED(유기발광소자)는 유리 기판 위에 여러 층의 유기물 박막을 쌓아 전류를 흘려 빛을 내는 소자입니다. 이 사건 발명은 그 층에 들어가는 '다환 방향족 유도체 화합물', 즉 벤젠 고리 여러 개가 붙어 있는 뼈대 화합물입니다. 같은 골격이라도 곁가지(치환기)를 어디에 무엇으로 다느냐에 따라 발광 효율, 구동 전압, 소자 수명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이 분야는 "구조는 비슷한데 성능은 전혀 다른" 일이 흔합니다.
선행발명이 어떤 형태였나 — 화학 특허는 보통 골격 하나를 그려 놓고 "R1은 수소, 알킬, 아릴… 중 하나", "R2는 …" 하는 식으로 치환기 후보를 나열하는 일반식(마쿠쉬 형식)으로 씁니다. 이렇게 쓰면 조합상 이론적으로 수만~수억 개의 화합물이 그 일반식 안에 들어옵니다. 선행발명이 바로 이런 넓은 일반식이었고, 이 사건 특허의 [화학식 A-3]는 그 일반식 안에 논리적으로 포섭되는 구체적 화합물 하나였습니다. 이것이 '선택발명'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다투어졌나 — 무효를 주장하는 쪽은 "이미 선행 일반식에 들어 있으니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법원의 답은 포섭과 개시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넓은 그물에 걸린다는 사실만으로는 그 물고기를 잡아 보여준 것이 아니고, 선행문헌에 그 화합물이 실제로 적혀 있거나 통상의 기술자가 기술상식으로 곧바로 그 존재를 떠올릴 수 있어야 신규성이 깨진다는 것입니다. 진보성 단계에서도 마찬가지로, 수많은 후보 중에서 하필 이 조합을 골라낼 이유(동기·암시)가 선행발명에 없었고, 도달하려면 조합을 바꿔 가며 반복 실험을 해야 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구성의 곤란성'이 긍정되었습니다.
효과가 왜 중요한가 — 다만 선택지가 많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무 의미 없이 하나를 찍은 것이라면 어려운 선택이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법원은 효과를 '의미 있는 선택'과 '임의의 선택'을 가르는 잣대로 씁니다. 화학·소재 분야는 구조만 보고 성능을 예측하기 어려우니, 골라낸 화합물이 선행발명 대비 뚜렷하게 좋은 성능을 보인다면 그것 자체가 "쉽게 도달할 수 있는 선택이 아니었다"는 증거가 된다는 논리입니다. 이 사건에서도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의 현저성이 함께 인정되어 특허가 살아남았습니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26. 3. 12. 선고 2024후10979 판결 [등록무효(특)] — 제3부, 주심 이흥구 대법관
  • 주문: 상고 기각(특허 유지 결론 확정)
  • 대상 특허: 명칭 '다환 방향족 유도체 화합물 및 이를 이용한 유기발광소자'
  • 심판 단계에서 특허심판원 2023. 7. 13. 자 2023정19호 정정심결로 정정된 청구항(제1항, 제5항, 제6항, 제17항, 제18항)이 판단 대상
하급심
특허법원 2024. 8. 22. 선고 2022허3960 판결 — 정정발명의 신규성·진보성이 부정되지 않고 명세서 기재요건도 충족된다고 판단. 대법원이 이를 그대로 수긍.
※ 소송구조상 원고(피상고인)가 특허권자, 피고(상고인)가 무효심판 청구인 측으로 보인다(정정심판 청구인이 원고인 점, 상고인이 피고인 점에 비추어). 판결문상 명시는 없다.

관련 법령

관련 판례

쟁점판례
선택발명의 진보성 — 구성의 곤란성 + 효과의 현저성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0609 판결 (판결문에 명시적으로 인용된 유일한 선례)
본 판결은 2019후10609에서 정립된 법리를 신규성 영역까지 정리·확인하고, 화학·의약 분야에서 효과가 구성 곤란성 추론의 자료가 된다는 점을 재확인한 후속 판결로 자리매김한다.

사실관계

  • 대상 발명은 유기발광소자(OLED)용 다환 방향족 유도체 화합물에 관한 것으로, 선행발명에 구성요소가 상위개념(마쿠쉬 형식)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을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선택발명에 해당한다.
  • 쟁점 화합물은 제1항 정정발명의 [화학식 A-3] 화합물.
  • 무효심판 청구인 측은 ① 선행발명에 의한 신규성 부정, ② 진보성 부정(구성의 곤란성·효과의 현저성 부인, 실험결과에 대한 이유모순), ③ 명세서 기재요건 위반을 주장.
  • 원심은 세 주장을 모두 배척하였고, 대법원은 상고이유 6개를 모두 이유 없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

법리

선택발명의 신규성 판단 기준
선행 또는 공지의 발명에 구성요소가 상위개념으로 기재되어 있고 그 상위개념에 포함되는 하위개념을 구성요소의 전부 또는 일부로 하는 선택발명의 신규성이 부정되려면, 선행발명이 그 하위개념을 구체적으로 개시하고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 ⓐ 선행 문헌에 선택발명에 대한 문언적 기재가 존재하는 경우 외에,
  • ⓑ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 문헌의 기재 내용과 출원 당시의 기술 상식에 기초하여 선행 문헌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선택발명의 존재를 인식할 수 있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 사건 [화학식 A-3] 화합물은 선행발명에 구체적으로 개시되어 있다고 볼 수 없고 직접적 인식도 어려우므로 신규성 부정 안 됨. 이를 인용하는 종속항도 같다.
선택발명의 진보성 판단 기준
  • 선행발명에 상위개념이 공지되어 있더라도 구성의 곤란성이 인정되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선택발명도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야 한다.
  • 구성의 곤란성 판단 요소: ⓐ 선행발명에 이론상 포함될 수 있는 화합물의 개수, ⓑ 특정 화합물이나 특정 치환기를 우선적·용이하게 선택할 사정·동기·암시의 유무, ⓒ 선행발명에 구체적으로 기재된 화합물과 특허발명의 구조적 유사성.
  • 효과의 지위: 선택의 동기·암시가 없더라도 그것이 아무런 기술적 의의 없는 임의의 선택에 불과하다면 선택에 어려움이 있다고 볼 수 없는바, 발명의 효과는 '구성 곤란'과 '임의의 선택'을 구별하는 중요한 표지가 된다. 화학·의약 분야는 구성만으로 효과 예측이 어려우므로 도출 용이성 판단 시 효과를 참작할 필요가 있고, 효과가 현저하면 구성의 곤란성을 추론하는 유력한 자료가 된다.
  • 보충적 판단: 구성의 곤란성 여부가 불분명하더라도, 선행발명에 비해 이질적이거나 양적으로 현저한 효과가 있으면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
  • 효과 현저성의 증명: 명세서에 기재되어 통상의 기술자가 인식·추론할 수 있는 효과를 중심으로 판단하고, 효과가 의심스러울 때 특허권자가 출원일 이후 추가 실험 자료를 제출할 수 있으나 그 자료는 명세서 기재 내용의 범위를 넘지 않아야 한다(대법원 2019후10609).
이 사건 제1항 정정발명은 통상의 기술자가 선행발명으로부터 [화학식 A-3]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선택지를 조합하면서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하므로 구성의 곤란성과 효과의 현저성이 모두 인정.
명세서 기재요건
발명의 설명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실시할 수 있을 정도로 명확·상세하게 적혀 있어 특허법 제42조 제3항 제1호를 충족.

실무적 유의점

무효(공격) 측
  • 신규성 부정을 노린다면 **문언적 기재가 없는 경우의 '직접적 인식 가능성'**을 입증해야 한다. 단순히 "마쿠쉬 일반식에 포섭된다"는 논증만으로는 부족하고, 출원 당시의 기술 상식을 뒷받침하는 별도 문헌·교과서·전문가 진술을 반드시 제출해야 한다.
  • 진보성 공격의 실질은 "선택의 동기·암시가 있었다" 또는 **"기술적 의의 없는 임의의 선택에 불과하다"**를 세우는 것이다. 후자를 택할 경우 특허발명의 효과가 선행발명 대비 현저하지 않음을 정면으로 다투어야 하며, 효과 현저성을 깨지 못하면 구성 곤란성 추론이 그대로 인정된다.
  • 선행발명에 이론상 포함되는 화합물의 개수·치환기 조합 경우의 수를 정량적으로 제시하는 작업이 양측 모두에게 승부처가 된다(이 사건에서는 '수많은 선택지 조합'이 특허권자에게 유리하게 작용).
특허권자(방어) 측
  • 효과는 명세서 단계에서 승부가 난다. 출원 이후 실험자료는 명세서 기재 범위를 넘을 수 없으므로, 출원 시 비교예 대비 데이터·효과의 이질성을 명세서에 구체적으로 기재해 두어야 사후 보강이 가능하다. 명세서에 근거가 없는 새로운 효과의 사후 주장은 배척된다.
  • 구성의 곤란성 논증은 **"도달 과정의 시행착오"**를 서사로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 사건 원심도 "수많은 선택지를 조합하면서 거듭된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는 판시로 곤란성을 인정했다.
  • 심결취소소송 계속 중 정정심판(이 사건 2023정19호)을 통해 무효사유를 회피하고 정정 후 청구항으로 판단받는 전략이 유효하게 작동한 사례다. 무효심판·소송 대응 시 정정 가능성을 초기에 검토할 실익이 크다.
절차상
  • 상고이유서 제출기간이 지난 뒤 제출된 상고이유보충서는 기존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만 판단된다. 새로운 무효논리를 보충서에 추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므로, 상고이유서 단계에서 쟁점을 빠짐없이 구성해야 한다.
  • 화학·의약·소재 분야 선택발명 사건에서 대법원은 원심의 사실인정과 증거판단을 폭넓게 존중하는 경향이 확인된다. 특허법원 단계에서 실험 데이터와 기술상식 입증을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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