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대법원 2020. 12. 30. 선고 2020후10957 판결 [거절결정(상)]
출원상표 ‘Urbansys’와 선등록상표 ‘AVANCIS’의 호칭이 유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출처의 오인·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없고, 지정상품인 금속제 건축용 트렌치 커버와 태양열 집열판도 유사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특허법원 2020. 6. 19. 선고 2019허4345 판결 — 파기환송 전 원심
출원상표와 선등록상표는 호칭이 유사하여 표장이 전체적으로 유사하고, 양 지정상품도 유사하므로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거절결정을 유지한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대한 원고의 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특허법원 2021. 4. 8. 선고 2020허7814 판결 — 파기환송심
특허청장이 환송 후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지 않았고, 대법원 판단의 기초가 된 증거관계에 변동도 없으므로 환송판결의 판단에 기속된다고 보았다. 이에 표장과 지정상품 모두 유사하지 않아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특허심판원 2019. 5. 2. 자 2018원469 심결을 취소하였다.
관련판례
상표의 외관·호칭·관념 중 어느 하나가 유사하더라도, 전체적으로 관찰할 때 상품 출처에 관한 오인·혼동의 우려가 없으면 유사상표라고 할 수 없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대법원이 표장의 유사성을 판단하면서 직접 원용하였다.
지정상품의 유사성은 동일··유사한 상표를 사용했을 때 같은 업체가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상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는지를 기준으로, 품질·형상·용도와 생산·판매 부문 및 수요자의 범위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판결의 참조판례 및 이유
환송 후 새로운 주장이나 입증으로 기초 사실관계가 달라지지 않는 한, 환송법원은 상고법원이 파기이유로 삼은 사실상·법률상 판단에 기속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파기환송심이 원용하였다.
관련법령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
이 사건에 적용된 규정은 선출원에 의한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로서,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상표의 등록을 배제한다. 이 사유가 성립하려면 표장의 동일·유사성과 지정상품의 동일·유사성이 모두 인정되어야 한다.
상표법 제38조 제2항·제3항
지정상품은 상품류 구분에 따라 지정하되, 상품류 구분 자체가 상품의 유사범위를 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규정이다.
상표법 제54조
상표등록출원에 법정 거절사유가 있는 경우 거절결정을 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이 사건에서는 제34조 제1항 제7호 해당 여부가 거절결정의 적법성을 좌우하였다.
상급심 판단과 파기환송판결의 기속력에 관한 규정으로,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심결을 취소한 근거이다.
사실관계
원고 한국가로수보호 주식회사는 ‘건축용 금속제 트랜치 커버’를 지정상품으로 하여 ‘Urbansys’ 상표를 출원하였다. 트렌치 커버는 배수로나 도랑 등을 덮는 금속제 덮개이다.
선등록상표 ‘AVANCIS’는 태양광 발전용 패널·모듈, 태양열 집열판 및 관련 설치·수리업 등을 지정상품과 지정서비스업으로 하고 있었다. 이 사건에서 상품 유사성이 주로 문제 된 대상은 출원상표의 트렌치 커버와 선등록상표의 태양열 집열판이었다.
특허청 심사관은 양 상표의 전체적인 청감이 유사하고 지정상품도 유사하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절하였다. 특허심판원도 두 표장이 거의 동일하게 호칭되고, 트렌치 커버와 태양열 집열판 모두 건축용도로 사용되어 용도와 사용자가 중복된다는 이유로 거절결정을 유지하였다.
- 특허청 심사관은 2018. 1. 2. 상표등록 거절결정을 하였다.
- 특허심판원은 2019. 5. 2. 거절결정에 대한 불복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 특허법원은 2020. 6. 19.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 대법원은 2020. 12. 30. 표장과 지정상품의 유사성을 모두 부정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 파기환송심은 2021. 4. 8. 거절결정을 유지한 심결을 취소하였다.
법리
가. 호칭의 유사성만으로 상표 전체의 유사성을 단정할 수 없다
상표의 유사성은 외관·호칭·관념을 전체적·객관적·이격적으로 관찰하여 판단한다. 이격적 관찰이란 두 상표를 나란히 놓고 세부 차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수요자가 서로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접할 때 출처를 혼동할 우려가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이 사건 출원상표는 ‘어반시스’, 선등록상표는 ‘어반시스’ 또는 ‘아반시스’로 호칭될 수 있어 전체적인 청감은 유사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정만으로 유사상표라고 판단하지 않았다.
‘Urbansys’와 ‘AVANCIS’는 대·소문자 사용과 철자 구성이 달라 외관이 현저히 다르다. 또한 ‘Urbansys’는 ‘도시의’를 뜻하는 ‘urban’과 ‘체계’를 뜻하는 ‘system’의 약어 ‘sys’를 결합한 것으로 ‘도시의 체계’ 정도의 관념을 가질 수 있지만, ‘AVANCIS’는 특별한 관념이 없는 조어여서 양자의 관념을 대비하기 어렵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전체적으로 보아 일반 수요자가 상품의 출처를 오인·혼동할 우려가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호칭이 유사하면 언제나 상표도 유사하다는 접근을 배척한 것이다.
나. 지정상품의 유사성은 실제 거래에서 같은 출처로 인식될 가능성을 기준으로 한다
상품의 유사성은 명칭이나 추상적 용도의 공통성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 동일·유사한 상표를 사용했을 때 같은 업체가 제조·판매하는 상품으로 오인할 우려가 있는지가 판단의 중심이다.
대법원은 트렌치 커버와 태양열 집열판 사이에 원료, 제조방법, 필요한 기술, 속성·용도 및 구조·형상의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또한 양 상품은 각각 건축자재 분야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속하고, 제출된 증거만으로 생산·판매·시공업체가 일반적으로 일치한다고 인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태양열 집열판이 건축물에 설치되거나 트렌치 커버와 가까운 곳에 설치되는 경우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상품 출처의 혼동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참고한 주석서에 의하면, 이 사건은 상품 자체의 속성인 품질·형상·용도와 생산·판매 부문 및 수요자의 범위 등 거래실정을 구체적으로 살펴 상품의 비유사성을 인정한 사례이다. 같은 건축물에 사용된다는 포괄적인 공통점보다 각 상품의 실질적인 차이가 중요하게 고려되었다.
다. 상품류 구분은 상품 유사성을 결정하는 기준이 아니다
출원상품인 트렌치 커버는 제6류, 대비 대상인 태양열 집열판은 제11류에 속한다. 대법원은 상품류가 다르다는 점도 언급하였지만, 그것만으로 비유사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상품류가 달라도 실제 거래상 출처 혼동의 우려가 있으면 유사상품이 될 수 있고, 같은 상품류에 속하더라도 속성과 거래실정에 따라 비유사상품으로 판단될 수 있다. 따라서 상품류 구분과 법률상 상품 유사성은 구별해야 한다.
라. 표장과 상품의 비유사성이 각각 인정되었고, 파기환송심은 그 판단에 따랐다
대법원은 표장과 지정상품을 나누어 심리하여 각각 유사성을 부정하였다. 상품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표장 자체도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라, 표장에 대해서는 외관·호칭·관념을, 상품에 대해서는 속성과 거래실정을 별도로 검토하였다.
파기환송심에서는 특허청장이 새로운 증거를 제출하지 않아 대법원의 기속적 판단을 달리할 사정이 없었다. 이에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7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에 따라 심결을 취소하였다. 다만 이 판결의 주문은 심결취소이며, 그 자체가 상표등록을 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호칭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거절된 경우에는 철자와 시각적 구성, 단어의 의미 및 전체적인 인상을 구체적으로 대비해야 한다. 단순히 철자가 다르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러한 차이로 인해 수요자가 출처를 구별할 수 있음을 설명해야 한다. 다만 이 판결을 외관이 다르면 언제나 호칭의 유사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일반론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지정상품에 대해서는 제품 설명서, 제조공정, 필요한 기술과 설비, 유통경로, 주요 구매자 및 생산·판매업체 자료를 통해 거래실정의 차이를 입증할 필요가 있다. ‘건축용’, ‘금속제품’처럼 범위가 넓은 공통분류만으로는 구체적인 상품 유사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
선등록상표에 여러 지정상품이 있는 경우에는 출원상품과 실제로 대비되는 상품을 특정하여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태양열 집열판과의 유사성이 주로 다루어졌으므로, 태양광 패널 등 다른 상품의 속성을 혼용하여 설명하지 않는 것이 정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