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기업인수계약에서 진술·보증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와 산정방법을 정하였다면, 이를 배제하거나 제한할 사정이 없는 한 그 약정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대상회사에 발생한 우발채무 등을 매수인에게 배상하도록 정한 계약의 의미를 잘못 해석하였다는 이유로 원고 패소 부분 중 일부를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및 사건 경과
제1차 환송심에서 인정한 10억 원은 매도인들이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재환송심은 이를 제외한 나머지 심판대상에 관하여 추가 배상을 명한 것이다. 첨부 판결문에서는 재환송심 판결 이후의 상고 및 확정 여부까지 확인되지는 않는다.
관련 판례
동일 사건의 제1차 파기환송판결이다. 계약에 매수인이 위반 사실을 알고 있으면 매도인의 책임이 배제된다는 내용이 없고, 진술·보증 조항이 위험배분과 사후적인 대금조정을 목적으로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였다.
이에 따라 매수인이 대상회사의 담합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에 따른 배상청구를 신의칙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매수인의 사전 인지가 언제나 무관하다는 일반론이 아니라, 이 사건 계약의 문언과 목적에 따른 판단이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05조 임의규정과 다른 당사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규정이다. 진술·보증 위반에 따른 위험배분과 배상범위를 해석하는 기본 근거가 된다.
- 민법 제390조 채무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을 정한다. 대법원은 진술·보증 위반책임을 일종의 채무불이행책임으로 보았다.
- 민법 제393조 통상손해와 특별손해의 배상범위를 정한다. 구체적인 배상약정의 내용과 함께 손해의 범위 및 인과관계 판단에서 문제된다.
- 민법 제2조 신의성실의 원칙과 권리남용 금지를 정한다. 제1차 대법원판결은 이와 같은 일반원칙으로 유효한 계약상의 책임을 제한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고 보았다.
- 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2004. 12. 31. 법률 제7315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19조 제1항 제1호 사업자들이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가격 결정·유지·변경 행위를 합의하는 것을 금지한 규정이다. 대상회사의 담합행위가 이 규정에 위반되어 진술·보증 위반 문제가 발생하였다.
사실관계
매수인인 현대오일뱅크는 1999년 4월 2일 한화케미칼 등 매도인들로부터 대상회사인 한화에너지의 주식 9,463,495주를 약 454억 원에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이는 대상회사 발행주식의 약 38.8%에 해당하였으며, 매수인은 이 주식을 취득하여 경영권을 확보하였다. 주식양수도 실행일은 1999년 8월 31일이었다.
계약에는 다음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런데 대상회사가 1998년부터 2000년까지 다른 정유회사들과 군용유류 입찰가격 등을 담합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 담합에는 매수인인 현대오일뱅크도 직접 참여하였다.
담합으로 대상회사에 과징금과 벌금이 부과되었고, 대한민국에 대한 손해배상채무 및 관련 소송비용도 발생하였다. 매수인은 이러한 부담이 행정법규를 위반하지 않았다는 진술·보증과 어긋난다며 매도인들에게 계약상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한편 대상회사는 이후 회사정리절차에 들어갔고, 매수인이 취득한 주식은 2003년 4월 4일 전부 무상소각되었다. 이에 매도인들은 매수인의 사전 인지, 취득 지분율, 주식 소각 등을 이유로 책임을 다투었다.
주요 법리
진술·보증 위반책임의 내용은 계약에 따라 정한다
대법원은 매도인이 대상회사의 상태에 관하여 사실과 다르게 진술·보증하여 매수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 계약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서 채무불이행책임이 성립한다고 보았다.
다만 진술·보증 조항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언제나 무과실책임이 되는 것은 아니다.
계약에 진술·보증 위반에 관한 손해배상 조항까지 있다면 그 약정을 해석하여 책임을 판단하고, 무과실책임인지 과실책임인지도 계약 내용에 따라 결정한다. 별도의 손해배상 조항이 없다면 민법 제390조 등 일반 규정에 따라 판단한다.
손해 산정방법을 약정하였다면 그 약정이 기준이 된다
별도 약정이 없다면 매수인의 손해는 대상회사 주식의 가치 감소분이나, 실제 매매대금과 위반 사실을 반영했을 경우의 매매대금 차액 등으로 산정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들이 이러한 평가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 배상범위와 산정방법을 정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약정에 따라야 한다.
이 사건 계약은 대상회사 또는 매수인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매도인들이 매수인에게 배상하도록 정하였다. 따라서 인수 이전의 사유로 대상회사에 우발채무 등이 발생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금액을 매수인이 청구할 손해의 산정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보았다.
대상회사에 발생한 손해를 매수인에게 배상하도록 한 약정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대상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매수인이 대신 행사한 사건은 아니다.
대상회사가 직접 담합했다는 이유로 계약상 배상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제1차 환송심은 과징금·벌금 등이 대상회사 스스로 한 담합의 결과이므로 매도인의 행위로 대상회사에 발생한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잘못이라고 보았다. 매도인의 책임은 자신이 직접 담합을 하여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대상회사의 법규 위반이 없다고 보증하고 그 위반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인수하기로 약정한 데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술·보증 위반과 관련된 과징금, 손해배상금, 벌금 및 소송비용 등을 계약상 손해에서 일괄적으로 제외할 수 없다.
재환송심의 구체적 판단
재환송심은 계약의 배상범위를 해석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 취득 지분이 약 38.8%라는 이유로 손해액에 그 비율을 당연히 곱하여 제한할 수는 없다. 계약에 지분율에 따른 제한이 없었기 때문이다.
- 주식이 소각된 후 발생하거나 확정된 손해도 인수 전 진술·보증 위반에 기인하였다면 배상대상이 될 수 있다. 계약상 배상청구에 주식의 계속 보유를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1999년 담합행위는 계약 체결 후 이루어졌지만, 진술·보증이 다시 이루어지는 주식양수도 실행일 전에 발생하였으므로 배상대상에 포함된다.
- 2000년 담합행위로 인한 손해는 이 사건 진술·보증 위반과 관련이 없어 제외한다.
- 매수인 자신의 정리채권확정소송 비용과 대상회사의 변제 지체로 발생한 일부 이자 등은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제외한다.
이와 같이 개별 손해를 산정한 다음, 재환송심은 매도인들의 책임을 60%로 제한하였다. 참작한 사정은 다음과 같다.
- 매수인도 담합에 참여하여 위반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점
- 1999년 유류공급 일부가 인수 실행일 후에도 이루어졌다는 점
- 취득 지분이 약 38.8%이고, 손해의 상당 부분이 주식 소각 후 발생하거나 확정되었다는 점
- 매도인들이 받은 주식대금이 계약에 따라 대상회사 보유 계열사 주식의 매수에 사용되어 결국 대상회사를 위해 쓰였다는 점
즉, 사전 인지·지분율·주식 소각을 이유로 청구 자체나 배상범위를 곧바로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최종적인 책임비율을 정할 때에는 이를 참작하였다. 이 60% 책임제한은 재환송심의 판단이다.
재환송심에서 인정한 배상액
법원은 항목별로 책임비율을 적용하여 총 배상액을 9,527,329,276원으로 산정하였다. 여기에서 이미 확정된 10억 원을 제외하고, 추가로 8,527,329,276원 및 지연손해금을 연대하여 지급하도록 명하였다.
따라서 재환송심에서 인정한 총 배상원금은 약 95억 2,733만 원이고, 재환송심 주문에서 추가 지급을 명한 원금은 약 85억 2,733만 원이다.
실무상 유의점
진술·보증 문구와 배상조항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법규 위반이 없다는 보증만으로 끝낼 것이 아니라, 위반 시 어떤 손해를 누구에게 배상하는지까지 명확하게 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대상회사 손해 전액을 배상할 것인지, 취득 지분율을 곱한 금액으로 한정할 것인지, 주식가치 또는 매매대금 감소분을 기준으로 할 것인지를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은 그 차이가 배상범위에 직접 영향을 준 사례이다.
매수인이 이미 알고 있거나 실사 과정에서 확인한 사항의 처리도 정해야 한다. 사전 인지나 자료 공개만으로 책임이 자동 배제된다고 전제하지 말고, 공개된 사항의 범위와 그에 따른 면책 여부를 계약에 반영해야 한다.
보증 기준일도 중요하다. 계약 체결일과 거래종결일 사이의 위반을 포괄하려면 거래종결일에 진술·보증을 다시 하는 구조와 그 예외를 명확히 정해야 한다.
배상한도, 매도인들의 연대책임 여부, 손해 통지방법, 시정기간, 지급기한도 구체화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통지 후 30일이라는 약정이 손해 항목별 지연손해금 기산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의 배상조항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 아니라 배상범위와 산정방법을 정한 약정으로 해석되었다. 재환송심의 40% 감액 역시 예정액 감액으로 처리한 것이 아니라, 사건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한 책임제한이라는 점을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