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인천지방법원 2021. 12. 21. 선고 2020나79915 판결 [손해배상(기)]
양도인의 회사 채무 고지의무 위반은 인정하면서도, 회사 채무액을 양수인에게 직접 지급하기로 한 약정과 양수인 자신의 손해에 관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다. 상고 없이 확정되었다.
대법원 2012. 3. 29. 선고 2011다51571 판결 [약정금등]
진술·보장 조항과 대금조정 조항을 종합하여, 추가로 발견된 부실자산·부외채무·우발채무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수인에게 손해배상으로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있다고 해석하였다. 피고들의 상고가 기각되어 원심의 일부 인용 결과가 유지되었다.
두 사건과 각 하급심의 판결문을 확인하여 비교한 내용이다.
하급심
인천지방법원 2020나79915 사건
- 제1심: 인천지방법원 2020. 11. 26. 선고 2019가단254009 판결
- 항소심: 인천지방법원 2021. 12. 21. 선고 2020나79915 판결
제1심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고, 항소심은 회사와 주주·실제 운영자가 별개의 법적 주체라는 점 등을 보충하면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대법원 2011다51571 사건
-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09. 12. 23. 선고 2008가합80956 판결
- 원심: 서울고등법원 2011. 5. 13. 선고 2010나26518 판결
원심은 배상액 산정의 기초가 되는 금액을 1,974,942,852원으로 인정한 뒤 책임을 50%로 제한하여, 피고들이 연대하여 987,471,426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도록 하였다.
대법원은 손해배상약정에 관한 원심의 해석을 일부 바로잡으면서 피고들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원고의 부대상고는 기간 도과로 각하하였다.
관련 판례
기업인수계약에서 손해배상의 범위와 금액을 산정하는 방법을 정하였다면, 이를 배제하거나 제한할 사정이 없는 한 약정에 따른다. 그러한 약정이 없다면 주식가치 감소분이나 실제 매매대금과 진술·보증 위반 사실을 반영한 매매대금의 차액 등으로 손해액을 산정한다.
이 판결은 인천지방법원 사건에서도 직접 인용되었으며, 두 사건의 결론이 달라진 이유를 설명하는 기준이 된다.
계약은 문언과 체결 경위, 계약의 목적 및 당사자의 진정한 의사를 종합하여 해석해야 한다. 기업인수계약의 진술·보장 조항은 거래 종료 후 드러나는 위험을 배분하고, 사후에 현실화된 손해를 반영하여 거래대금을 조정하는 기능을 가진다.
관련 법령
- 민법 제105조 당사자가 약정한 책임의 내용과 손해배상 범위를 해석하는 근거가 된다.
- 민법 제390조 진술·보장 또는 고지의무 위반에 따른 채무불이행 손해배상과 관련된다.
- 민법 제393조 채무불이행으로 배상해야 할 손해의 범위에 관한 규정이다.
사실관계
인천지방법원 사건: 영업시설·경영권 인수 후 드러난 회사 대출채무
원고 A는 피고 B로부터 영업시설과 회사 경영권 일체를 8,000만 원에 양수하였다. 이후 원고의 동생 G가 회사의 대표이사와 1인 주주가 되었다.
회사에는 은행 대출채무가 있었지만, 피고는 이를 계약 체결 당시 구체적으로 알리지 않았다.
계약에는 다음 취지의 조항이 있었다.
- 양도인의 채무로 법적 분쟁이 발생하면 양도인이 책임진다.
-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손해를 배상한다.
원고는 회사 대출액 106,320,000원 전액이 자신의 손해라고 주장하면서, 미지급 양수대금 43,000,000원을 공제한 63,320,000원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확인된 변제는 회사의 법인계좌를 통해 이루어졌다. 원고 자신이 해당 대출채무액만큼 손해를 입었다는 점이나, 채무를 알았다면 인수대금이 얼마나 줄어들었을지에 관한 자료는 부족하였다.
대법원 사건: 주식 전부 인수 후 발견된 부실자산과 우발채무
원고는 당시 에이치에스바이오팜으로서, 녹십자와 녹십자홀딩스로부터 합병 전 경남제약의 주식 전부와 경영권을 245억 원에 인수하였다. 이후 대상회사를 흡수합병하고 자신의 상호도 경남제약으로 변경하였다.
계약에는 다음 내용이 함께 규정되어 있었다.
- 제3조: 재무제표와 부외채무·우발채무·부실자산 내역 등을 제시하고 자료의 정확성을 보장한다.
- 제5조: 제시한 사항 외에 경영권 이전 전의 사유로 발생한 부실자산·우발채무 등이 추가로 발견되면 매도인이 책임진다.
- 제7조: 실사완료 시점까지 발견된 부실자산·우발채무의 해당 금액을 양도대금에서 공제한다.
인수 후 가공매출채권, 미지급 주유권 채무, 과거 가공매출거래로 인한 벌과금과 가산세 등이 확인되었다.
대법원은 위 조항들을 종합하여, 매도인들이 해당 부실자산·채무 금액을 매수인에게 지급하기로 한 약정이 있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회사 채무와 인수인의 손해는 구별된다
회사는 주주나 실제 운영자와 별개의 법적 주체이다. 따라서 회사에 미고지 채무가 존재하거나 회사 자금으로 이를 변제하였다는 사실만으로, 인수인에게 같은 금액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인천지방법원 사건은 이 원칙을 적용하였다. 회사 채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잘못은 인정되었지만, 원고가 청구한 회사 대출채무 전액을 원고 개인의 손해로 인정할 근거는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은 양도인에게 고지의무가 없다고 본 사례가 아니라, 고지의무 위반과 별도로 원고 자신의 손해 및 금액을 입증해야 한다고 본 사례이다.
‘책임진다’는 표현의 유무보다 계약 전체의 내용이 중요하다
두 사건 모두 양도인 또는 매도인이 책임을 부담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있었다. 결론의 차이는 그러한 문구가 있었는지에 있지 않다.
인천지방법원 사건에서는 책임조항을 회사의 우발채무를 양도인이 책임지고 변제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였다. 그러나 회사 채무를 변제하지 않으면 그 채무액을 양수인에게 직접 지급한다는 약정까지 인정하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손해배상조항 역시 실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한다는 의미일 뿐, 회사 채무 전액을 양수인의 손해로 간주하는 내용은 아니라고 보았다.
대법원 사건에서는 자료의 정확성 보장, 추가 발견 사항에 대한 책임, 해당 금액의 대금공제라는 조항들이 결합되어 있었다. 대법원은 이를 통해 ‘어떤 위험을 누가 부담하는지’뿐 아니라 ‘그 위험이 현실화되면 얼마를 매수인에게 지급하는지’까지 약정되어 있다고 해석하였다.
대금공제 조항은 손해액 산정약정을 해석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대법원 사건의 제7조는 실사 중 발견된 우발채무·부실자산의 해당 금액을 대금에서 공제하도록 정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제5조의 책임조항과 함께 읽어 다음과 같이 해석하였다.
- 실사 중 발견되면 해당 금액을 양도대금에서 공제하여 정산한다.
- 실사 후 발견되면 해당 금액을 손해배상으로 지급한다.
발견시점에 따라 정산방법이 달라질 뿐, 실사가 끝났다는 이유만으로 매도인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대금조정 조항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같은 결론이 도출되는 것은 아니다. 조정 대상과 기준시점, 진술·보장 조항 및 거래 종료 후 책임조항을 함께 해석해야 한다.
직접 지급약정이 없으면 인수인 자신의 손해를 구체적으로 산정해야 한다
인천지방법원 사건의 원고는 회사의 채무를 알았다면 양수대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영업시설과 경영권 일체가 이전된 거래라는 점에서, 회사에 채무가 있다는 사정만으로 인수 대상의 가치가 전혀 없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자료가 필요하였다.
- 채무를 반영한 인수 대상의 실제 가치.
- 채무가 고지되었다면 지급하였을 인수대금.
- 실제 지급한 대금과 위 금액의 차이.
- 그 밖에 고지의무 위반 때문에 원고 자신에게 발생한 구체적 손실.
회사의 대출잔액이나 법인계좌의 상환 내역만으로 이러한 입증을 대신할 수는 없다.
직접 지급약정이 인정되어도 배상 대상과 금액은 입증해야 한다
대법원 사건에서도 계약에 지급약정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고가 주장한 모든 금액이 인정된 것은 아니다.
가공매출채권은 액면액에서 부가가치세 감소효과와 남아 있는 재고자산 가치를 공제하였다. 원심은 다른 청구항목 중 계약 위반에 해당하지 않거나 이미 재무제표와 가격산정에 반영된 부분 등도 제외하였다.
따라서 약정이 인정되면 주식가치 감소나 인수대금 차액 대신 약정에서 정한 방식으로 손해를 산정할 수 있지만, 그 약정의 적용 요건과 대상 금액에 관한 입증은 여전히 필요하다.
또한 원심의 50% 책임 제한 결과가 유지되었다고 하여 대법원이 일반적인 감액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원고의 부대상고는 기간 도과로 각하되었고, 대법원은 50% 제한의 타당성을 별도로 판시하지 않았다.
실무상 유의점
- 책임의 대상과 지급 상대방을 함께 정해야 한다. ‘미고지 채무는 매도인이 책임진다’는 문구에 더하여, 회사 채권자에게 변제하는 의무인지 매수인에게 해당 금액을 지급하는 의무인지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 손해의 산정방법을 구체화해야 한다. 미고지 채무액, 부실자산의 장부가액과 실제 가치의 차액, 관련 세금·가산세 등 어떤 금액을 배상하는지 정해야 한다.
- 대금조정과 사후 배상의 관계를 정해야 한다. 실사 중 대금에서 공제된 항목과 거래 종료 후 추가로 발견된 항목의 처리방법을 연결하여 규정해야 한다.
- 소송에서는 계약상 지급약정의 존재를 먼저 검토하고, 인정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인수대금 차액 등 매수인 자신의 손해에 관한 주장과 자료도 준비해야 한다.
- 계약상 양수인, 주주, 대표자, 보증인, 실제 비용 부담자를 구분해야 한다. 인천지방법원 사건에서는 계약상 양수인은 원고였지만 1인 주주와 대표자는 동생이었으므로, 각자의 손해와 권리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