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안프로그램으로 직원과 노동조합의 정보를 무단 수집한 회사와 임원들의 손해배상책임

핵심 결론 회사가 보안을 이유로 개인정보와 노조 내부자료를 동의 없이 수집·보관·열람한 행위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노동조합의 단결권·단체행동권을 침해한다. 직접 실행자뿐 아니라 이를 알고 방조한 임원들의 배상책임도 인정되어 확정된 사례이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6다5429, 2012다49933, 2008다38288, 2013도15457

해당판결

대법원 2016. 5. 27. 선고 2016다5429 판결〔손해배상(기)〕
피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여, 회사와 정보콘텐츠실장 및 관련 임원들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개인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와 노동조합 자체의 단결권·단체행동권 침해를 구분하고, 회사의 사용자책임과 임원들의 공동불법행위책임을 각각 인정하였다.
대법원 공식 보도자료에서도 상고기각 및 책임 인정 취지를 확인할 수 있다. 보도자료
하급심

가. 제1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2. 4. 선고 2013가단16965 판결
회사와 정보콘텐츠실장 Q에 대한 원고 C, D의 청구를 일부 인정하였다. 이에 원고들은 배상 범위와 책임 주체를 확대해 달라는 취지로 항소하고, 회사와 Q도 자신들의 패소 부분에 항소하였다.

나. 항소심

서울남부지방법원 2015. 12. 10. 선고 2015나2121 판결
제1심판결을 변경하여 노동조합 2개와 개인 6명의 청구를 일부 인정하고, 대표이사 등 나머지 임원 5명에게도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다만, 나머지 개인 원고 4명은 자신의 정보가 실제로 저장되거나 열람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하여 청구가 기각되었다.
구분항소심에서 인정한 배상액
전국언론노동조합15,000,000원
전국언론노동조합 A본부15,000,000원
원고 C, D각 1,500,000원
원고 H, I, J, K각 500,000원
배상원금 합계35,000,000원
대법원은 피고들이 다툰 위 책임 인정 부분을 유지하였다. 전부 패소한 개인 원고 4명의 청구는 이 대법원 판결의 심판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2다49933 판결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에는 사생활의 내밀한 정보뿐 아니라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도 포함된다는 법리이다. 교원노조 가입현황 공개로 인한 개인과 노동조합의 권리 침해를 함께 인정한 사례로, 이 사건 대법원이 인용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나. 대법원 2010. 4. 22. 선고 2008다38288 전원합의체 판결

헌법상 기본권은 사법을 포함한 모든 법 영역에 영향을 미치므로, 사인 사이의 법률관계도 기본권 규정에 적합하게 규율되어야 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원심이 회사와 개인·노동조합 사이의 불법행위책임을 판단하면서 인용하였다.

다. 대법원 2015. 1. 15. 선고 2013도15457 판결

정보통신망 관련 비밀침해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비밀’의 의미에 관한 판결이다. 이 사건 원심은 형사법상 보호되는 비밀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동일하지 않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인용하였다.

라. 헌법재판소 2013. 7. 25. 선고 2012헌바116 결정

헌법 제33조 제1항은 노동조합 자체의 존속·자치·활동에 관한 권리도 보호한다는 법리이다. 이 사건 대법원이 노동조합의 독자적인 권리 침해를 판단하면서 인용하였다.

관련법령

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과 노동기본권

나. 손해배상책임의 직접 근거

다. 관련 형사사건과 구별하기 위한 규정

이 사건은 민법상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한 사건이다. 첨부 판결은 위 규정에 별도의 구법 개정일 표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임의로 ‘개정되기 전의 것’이라는 문구를 추가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

피고 A회사는 방송사이고, 원고들은 전국언론노동조합, 그 산하 A본부 및 개인 10명이었다.
개인 원고에는 회사의 노동조합 전·현직 집행부원과 직원뿐 아니라, 회사 직원이 아닌 교사 J와 다큐멘터리 감독 K도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개인들의 지위는 다음과 같다.
피고당시 지위와 역할
Q정보콘텐츠실장. 프로그램 도입·설치 및 저장자료 열람을 직접 실행
L대표이사. 회사 업무 및 보안대책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
M부사장. 도입 관련 결재·보고
N경영지원본부장. 정보콘텐츠실의 상급 지휘·결재
O기획홍보본부장. 예산집행 승인 부서 관할
P감사. 예산집행에 관한 감사·감독

나. 해킹과 자료 유출을 계기로 보안프로그램 도입

2012년 초 회사 그룹웨어 해킹사건과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사용내역서 유출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노동조합은 공정방송 실현 등을 요구하며 장기간 파업 중이었다.
정보콘텐츠실장 Q는 보안강화 방안을 마련한 뒤 ‘트로이컷’ 프로그램을 선정하였다. 2012. 5. 18. 관제서버를 설치하고,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하는 컴퓨터에 프로그램이 설치되도록 하여 시험운영을 시작하였다.

다. 해킹 차단과 별도로 개인정보의 일괄 저장 기능을 설정

트로이컷은 기본적으로 해킹을 차단하는 보안프로그램이었다. 그러나 선택 기능으로 이메일·메신저 내용이나 첨부파일, USB에 저장하는 파일 등을 중앙 관제서버에 저장하는 로깅 기능도 갖추고 있었다.
Q는 제작업체에 요청하여 이 로깅 기능까지 활성화하였다.
그 결과 회사의 기밀자료만 선별하여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능으로 포착되는 외부 전송자료 등이 일괄적으로 저장되었다. 직원들의 개인 이메일, 노동조합 내부자료와 제3자의 정보까지 수집 대상에 포함되었다.

라. 충분한 설명이나 동의 없이 설치·운영

회사는 프로그램의 자료 수집·저장 기능을 직원들에게 사전에 설명하지 않았고 동의도 받지 않았다.
프로그램 설치 과정에서 일반적인 실행·저장·취소 팝업창이 표시될 수 있다는 사정도 있었으나, 법원은 이것만으로 이용자가 프로그램의 특성과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을 이해하고 설치 여부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보지 않았다.
프로그램은 사내 컴퓨터뿐 아니라 외부에서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한 컴퓨터에도 설치될 수 있었고, 숨겨진 프로세스로 작동하여 이용자가 실행 여부를 쉽게 알기 어려웠다.

마. 개인 이메일과 노동조합 내부자료를 수집·열람

관제서버에 저장되어 Q가 열람한 자료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포함되었다.
  • 노동조합 파업일지와 대의원 간담회 비밀대화.
  • 노동조합 홍보영상 대본과 특보 작성 관련 내부논의.
  • 조합원 징계에 관한 인사위원회 의사록과 소명서.
  • 노동조합 간부와 조합원의 형사사건 관련 진술서.
  • 노동조합 간부의 개인 이메일과 홍보 메일 수신자 목록.
회사 직원이 아닌 K의 개인 이메일도, 다른 사람이 노동조합 사무실 컴퓨터에서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하여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을 계기로 저장되었다. J의 개인 이메일 본문이 저장된 사실도 확인되었다.
다만, 각 개인 원고의 자료에 대한 열람 여부와 횟수가 모두 같았던 것은 아니다. C·D·H·I에 대해서는 저장·열람 내역이 확인되었고, J·K에 대해서는 개인 이메일의 저장 사실이 인정되었다.

바. 임원 보고 및 노동조합의 반발

Q는 임원들에게 보안시스템 구축계획과 시험운영 상황을 보고하였다. 임원회의에서는 외부로 전송되는 이메일 등의 내용을 저장한다는 보고서를 배포하고, 실제 저장자료 목록을 제시하며 작동원리를 설명하여 정식 설치 승인을 받았다.
이후 노동조합이 반발하자 정식 도입은 중단되었고, 회사는 2012. 9. 6.경 프로그램을 일괄 삭제하였다.

법리

가. 개인정보 보호는 외부 유출뿐 아니라 무단 수집·보관·열람에도 미친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자신의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이용될지를 스스로 결정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문제는 수집한 정보를 회사 밖으로 다시 유출했는지에 한정되지 않는다. 회사가 정당한 근거 없이 개인의 정보를 자기 서버에 수집·보관하고 열람하는 행위 자체도 침해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자료의 내용, 일괄 수집 방식, 동의 없는 운영 및 실제 저장·열람 사실 등을 근거로 개인 원고 6명의 권리 침해와 손해를 인정하였다.

나. 이미 공개된 정보이거나 형사법상 비밀이 아니어도 민사상 보호받을 수 있다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은 내밀한 사생활이나 비밀에 한정되지 않는다. 공적 활동에서 형성된 정보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도 포함된다.
관련 형사사건에서는 일부 파일이 정보통신망법상 ‘타인의 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 판단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민사법원은 그것만으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침해가 부정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비밀침해죄의 구성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판단과, 개인정보를 무단 처리하여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는지는 별개이다.

다. 개인의 개인정보 침해와 노동조합 자체의 권리 침해는 구별된다

노동조합의 단결권은 개별 근로자가 조합에 가입할 권리에 그치지 않는다. 노동조합 자체가 존속·발전하고 자주적으로 의사를 형성하며 활동할 권리도 포함한다.
회사가 파업일지, 간담회 비밀대화, 징계 대응자료 등을 입수하면 노동조합의 대응전략이 노출되고, 간부의 지도력이나 조합원들의 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
법원은 이 사건 자료 수집·보관·열람이 노동조합의 일상적인 활동과 쟁의행위를 위축·방해하여 노동조합 자체의 집단적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따라 개인 6명에 대한 배상과 별도로 노동조합 2개에 대한 배상도 인정되었다.

라. 보안 목적이나 시험운영이라는 사정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피고들은 해킹과 내부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시험운영이었으므로 고의·과실이 없거나 정당행위·긴급피난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다음 사정을 들어 이를 배척하였다.
  • 시험운영이 약 3개월간 지속되었다.
  •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로깅 기능을 제외하고 해킹 차단 기능만 도입할 수 있었다.
  • 동의한 직원만을 대상으로 시험운영하는 방법도 가능하였다.
  • 전면적인 무단 수집을 즉시 시행해야 할 급박한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았다.
  • 사전 설명이나 동의 없이 광범위한 자료를 저장하고 열람하였다.
보안의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 수집 범위와 운영 방법까지 당연히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마. 직접 실행자·회사·임원들의 책임 근거는 서로 다르다

책임 주체법적 근거이 사건의 책임 인정 이유
정보콘텐츠실장 Q민법 제750조프로그램을 설치·운영하여 정보를 수집·보관하고 열람한 직접 실행자
A회사민법 제756조Q가 정보콘텐츠실장으로서 사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생시킨 손해에 대한 사용자책임
대표이사 등 임원 5명민법 제760조무단 수집·보관·열람 사실을 알면서 묵인하거나 조장하여 방조한 공동불법행위책임
임원들의 책임은 직책이 높거나 결재란에 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인정된 것이 아니다.
법원은 구체적인 결재 구조, 반복된 보고, 자료 내용까지 저장한다는 설명, 실제 저장자료 목록의 제시, 승인 경위 등을 종합하여 위법한 정보 수집 사실을 알고도 묵인·조장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자신이 직접 파일을 열람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책임을 면할 수 없었다.

바. 프로그램 설치 가능성만으로 모든 사람에게 배상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개인 원고 4명은 프로그램이 자신의 컴퓨터에 설치되었을 것으로 추정되었지만, 자신의 개인정보나 자료가 실제 관제서버에 저장되거나 열람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하였다.
이에 법원은 그들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 사건은 프로그램의 위법한 운영 사실뿐 아니라, 각 청구권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 처리 사실도 입증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사. 임원들의 형사상 혐의없음 처분도 민사책임을 배제하지 않았다

원심에 따르면 대표이사 등 임원 5명은 관련 형사고발에 관하여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그럼에도 민사법원은 보고·승인 및 묵인·조장 사실을 토대로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인정하였다.
Q에 대한 형사사건은 원심 당시 상고심 계속 중이었다. 이 사건 대법원의 상고기각은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확정한 것이므로, 관련 형사사건의 최종 결과까지 확정한 것으로 표시해서는 안 된다.

실무적 유의점

가. 보안프로그램의 명칭보다 실제 기능과 수집 범위를 확인해야 한다

정식 보안제품이라도 실제 설정에 따라 광범위한 개인정보 감시 수단으로 작동할 수 있다. 해킹 차단 기능과 이메일·파일 내용 저장 기능을 구분하고, 수집 목적에 필요한 범위를 넘는지 검토해야 한다.
이 판결은 모든 보안프로그램에 항상 개별 동의가 필요하다는 추상적 명제를 선언한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의 무차별적이고 은밀한 수집·열람 방식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이다.

나. 설치 동의와 정보 수집·열람 동의를 동일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설치 팝업창이나 프로그램 실행 버튼만으로는, 이용자가 어떤 정보가 수집되고 누가 열람하는지 알고 동의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 사건에서도 단순한 설치 선택 화면은 충분한 설명과 동의를 대신하지 못하였다.

다. 임원 책임은 보고자료와 실제 관여 사실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공동불법행위책임을 주장하거나 방어할 때에는 직함만 나열하기보다, 보고서·이메일·회의자료·결재문서를 통해 해당 임원이 무엇을 알고 어떤 결정을 하였는지 특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자료의 내용까지 저장한다는 보고와 시험운영 결과의 제시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었다.

라. 개인별 피해와 노동조합 자체의 피해를 분리하여 구성해야 한다

개인은 자신의 자료가 수집·보관·열람된 사실을, 노동조합은 내부정보 수집으로 조합의 자주적 활동과 쟁의행위가 침해된 사정을 각각 구체화해야 한다.
동일한 행위에서 비롯된 피해라도 권리의 주체와 침해된 법익이 다르므로 청구원인과 손해를 구분하여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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