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1996. 4. 9. 선고 95다56316 판결
[손해배상(기)]
[손해배상(기)]
회사의 사실상 1인 주주가 책임 면제에 동의하였다는 감사의 주장을 배척하고, 회사에 대한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판결을 유지하였다.
이 판결은 직접적으로는 감사의 책임에 관한 사건이다. 이후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6다259073 판결은 이를 인용하여 이사와 감사 모두에 대하여 같은 구별을 명확히 하였다.
하급심
- 제1심: 인천지방법원 1994. 11. 1. 선고 93가합12868 판결
- 원심: 서울고등법원 1995. 11. 1. 선고 94나41364 판결
원심은 감사의 불법행위로 회사에 적어도 약 224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하고, 그중 회사가 일부 청구한 2억 원 및 지연손해금의 지급책임을 인정하였다.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유지되었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89. 1. 31. 선고 87누760 판결 대상 판결이 주주 전원 동의에 의한 책임 면제의 범위에 관하여 직접 인용한 선행판결.
-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2다11441 판결 상법상 책임 면제에 관한 주주 전원의 동의는 묵시적으로도 가능하며, 사실상 1인 주주의 동의도 총주주의 동의로 볼 수 있다는 법리.
-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6다259073 판결 주주 전원 동의로 면제되는 이사·감사의 책임은 채무불이행책임이고, 불법행위책임은 별개라는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 서울고등법원 2017. 7. 21. 선고 2017나2017946 판결 위 2016다259073 판결의 파기환송심. 상법상 책임은 주주 전원 동의로 면제되었고, 별개의 불법행위책임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였다.
관련 법령
- 상법 제399조, 제414조 이사와 감사의 회사에 대한 임무해태 등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 상법 제400조, 제415조 대상 판결이 인용한 주주 전원 동의에 따른 책임 면제 및 감사에 대한 준용 규정. 대상 판결은 당시 제400조를 인용하였고, 2016다259073 판결은 제400조 제1항을 인용하였다.
- 민법 제750조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불법행위책임.
- 민법 제506조 채권자의 채무면제에 관한 규정. 원심에서 회사 자체의 채무면제 의사표시와 관련하여 검토하였다.
- 민법 제766조 제1항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의 단기소멸시효. 관련 사건인 2016다259073 판결과 그 파기환송심에서 문제 되었다.
사실관계
사실상 1인 주주가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회사들을 위해 대출을 지시하였다
상호신용금고의 사실상 1인 주주 E는 다른 회사들도 지배하고 있었다. 이 회사들이 무리한 사업확장 등으로 운영자금이 부족해지자, 자신이 지배하는 신용금고에서 자금을 대출받으려 하였다.
그 과정에서 직원들을 실제 차주인 것처럼 내세우거나 사업자등록증을 위조하는 방법으로, 동일인 대출제한과 출자자 대출제한을 위반하지 않는 것처럼 꾸몄다.
감사는 불법대출임을 알면서도 실행에 관여하였다
피고는 명목상 감사였지만, 사실상 1인 주주의 지시에 따라 신용금고 업무 전반을 관장하고 있었다.
피고는 대출의 실질과 위법성을 알면서도 대표이사 등과 공모하여 대출을 정상적인 것으로 처리하였다. 충분한 담보도 확보하지 않았다.
그 결과 관련 회사들에 약 250억 원이 대출되었고,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하였다. 원심은 담보 회수 가능액 등을 고려하더라도 적어도 약 224억 원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감사는 “주주가 지시하고 동의했으므로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피고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회사의 사실상 1인 주주가 대출을 지시하였고, 그 지시에 따른 감사의 책임을 면제하는 데에도 묵시적으로 동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회사는 피고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있었다. 주주가 면책에 동의하였다는 사정이 이러한 불법행위책임까지 없앨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법리
주주 전원 동의에 의한 면제는 상법상 채무불이행책임에 한정된다
판례는 이러한 책임을 위임관계에 기초한 채무불이행책임으로 본다. 상법상 주주 전원 동의에 의한 책임 면제는 이 책임을 대상으로 한다.
같은 행위가 민법 제750조의 불법행위에도 해당한다면, 그에 따른 손해배상청구권은 별개의 근거에 따라 발생한다.
대법원은 따라서 사실상 1인 주주가 면책 의사를 표시하였더라도, 상법상 총주주 동의에 의한 면제의 효력은 감사의 불법행위책임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국가법령정보센터
회사를 100% 지배하는 주주도 회사와 동일한 권리자는 아니다
원심은 주식 전부가 사실상 한 사람에게 귀속되더라도 회사와 그 주주는 별개의 인격이라고 보았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회사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반면, 1인 주주는 그 돈을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회사들의 운영자금으로 사용하였다.
따라서 회사 손해를 주주 개인의 손해와 동일시할 수 없었고, 주주가 대출을 지시하였다는 이유로 회사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청구권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면책 동의가 있었는지를 따지기 전에, 그 동의로 면제할 수 있는 책임인지부터 판단해야 한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주주의 면책 의사표시가 실제로 있었는지, 피고에게 도달하였는지를 더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피고가 주장한 것은 주주로서의 면책 동의였고, 그것으로는 회사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면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이 사건은 단순히 “면책 동의를 입증하지 못해서 패소한 사건”이 아니다. 면책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주장된 법적 근거로는 불법행위책임을 면제할 수 없는 사건이다.
회사가 직접 채권을 면제하는 문제와는 구별해야 한다
“주주 전원 동의로 불법행위책임을 면제할 수 없다”는 판시를 “회사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은 어떤 방법으로도 면제할 수 없다”는 의미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구별해야 할 것은 다음 두 가지이다.
- 주주 전원이 상법상 책임 면제에 동의하는 것
- 손해배상채권자인 회사가 적법한 권한과 절차에 따라 자신의 채권을 처분하는 것
원심은 회사의 민법 제506조에 따른 면제 의사표시와 그 도달 여부도 검토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가 회사 자체의 면제가 아니라 1인 주주의 면책 의사표시만 주장하였으므로, 원심의 그 부분 판단은 불필요하다고 지적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회사 명의의 별도 채무면제까지 당연히 유효하거나 무효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것은 대표권, 의사결정절차, 이해상충 등 별도의 요건을 검토해야 하는 문제이다.
2016다259073 판결도 같은 법리에 기초한다
앞서 정리한 2016다259073 사건에서는 주식 전부를 인수한 새로운 주주가 종전 대출에 관한 임원의 책임을 면제하겠다는 의사를 유지하였다.
법원은 그에 따라 이사·감사의 상법상 채무불이행책임은 면제되었다고 보았다. 그러나 불법행위책임까지 면제된 것은 아니었다.
그 사건에서 불법행위에 기초한 청구가 배척된 이유는 별도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두 판결은 결론이 달라 보여도 법리는 일관된다. 주주 전원 동의로 면제되는 것은 상법상 채무불이행책임이고, 불법행위책임은 별도로 심사해야 한다.
실무적 유의점
- 면책약정의 범위를 구별해야 한다. “임원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주주 간 약정만으로 회사의 불법행위 손해배상채권까지 소멸한다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
- 청구원인을 각각 검토해야 한다. 상법상 임무해태 책임이 면제되었더라도 불법행위 요건이 충족되는지 별도로 판단해야 한다. 반대로 임무해태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불법행위책임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 주주 자격의 동의와 회사 명의의 의사표시를 구분해야 한다. 1인 주주라는 사정만으로 그 사람이 회사의 모든 채권을 개인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주주의 지시를 면책 근거로 삼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위법한 거래임을 알면서 가담하였다면, 주주가 지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회사에 대한 불법행위책임을 피할 수 없다.
- 면책과 소멸시효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2016다259073 사건은 불법행위책임까지 면제한 사례가 아니라, 별개로 남은 불법행위채권에 시효가 완성된 사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