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목
특허법 제127조 제1호 '생산'의 장소적 범위(국내 생산 한정)와 진보성 흠결에 기초한 권리남용 항변의 판단 방법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손해배상(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손해배상(지)])
2. 핵심정리 (150자 이내)
특허법 제127조 제1호의 '생산'은 속지주의 원칙상 국내에서의 생산만을 의미하므로, 반제품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완성품 생산이 국외에서 이루어지면 간접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한편 사후적 고찰로 진보성을 부정하여 권리남용을 인정할 수는 없다.
3. 기술적 쟁점의 요지
대상 특허는 명칭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로, 상부본체가 하부본체에 대해 위·아래 양방향으로 슬라이딩되는 휴대전화 구조에 관한 것이다. 제2항 발명의 구성은 다음과 같이 분해된다.
승부처는 구성 (E)였다. 구성 (E)가 나머지와 유기적으로 결합함으로써 통신모드와 게임·카메라 등 엔터테인먼트 모드를 각각에 맞는 인터페이스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특유의 효과가 발생한다.
이에 대해 비교대상발명 1(액정화면과 키버튼을 겹치도록 구성한 이동통신단말기)과 비교대상발명 4(정면 폴더 디스플레이부 하측에 원형 기능키 배열)는 모두 한손으로 기능키를 조작하는 사용방식을 전제한다. 즉 '양손 조작'이라는 기술사상 자체가 선행기술에 없었다.
4. 해당 판례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손해배상(지)] (공2015하, 1221)
- 재판부: 권순일(재판장), 민일영, 박보영(주심), 김신 대법관 — 관여 대법관 일치된 의견
- 원고(상고인): 특허권자 개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다래)
- 피고(피상고인): 휴대전화 단말기 제조·수출 회사 (판결문상 상호 비실명 처리)
- 주문: 원심판결 중 N95 완성품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부분을 파기하고 서울고등법원에 환송. 나머지 상고는 기각.
즉 반제품(N95·N96) 관련 청구는 원고 패소로 확정되고, 완성품(N95) 부분만 다시 심리된 구조다.
5. 하급심
※ 제1심 사건번호 및 환송 후 항소심 결과는 판결문상 나타나지 않으므로, 게재·인용 전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6. 관련 판례
간접침해의 '생산' 개념
-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 — '생산'이란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이며,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않고 가공·조립 등도 포함한다.
사후적 고찰 금지
복수 선행기술 결합에 의한 진보성 부정의 요건
- 대법원 2007. 9. 6. 선고 2005후3284 판결 — 결합의 암시·동기가 선행문헌에 제시되어 있거나, 출원 당시 기술수준·기술상식·기본적 과제·발전경향·업계 요구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결합에 이를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
대조 판례(반대 방향의 결론)
-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다222782, 222799(병합) 판결 — 구성부품 전부를 국내에서 생산하여 단일 주체에게 수출하고 최종 조립이 극히 간단한 경우에는 국내에서 실시제품이 생산된 것으로 평가. 본 판결의 속지주의 원칙에 대한 사실상의 예외 법리로, 두 판결은 반드시 세트로 검토해야 한다.
7. 관련 법령
- 특허법 제127조 제1호(침해로 보는 행위 — 물건발명의 간접침해)
- 특허법 제94조(특허권의 효력), 제2조 제3호 가목(물건발명의 실시)
- 특허법 제29조 제2항(진보성)
- 민법 제2조 제2항(권리남용) — 진보성 흠결이 명백한 특허권 행사에 대한 항변의 근거
8. 사실관계
- 특허발명: 명칭 '양방향 멀티슬라이드 휴대단말기'(등록번호 판결문상 생략). 원고는 개인 특허권자.
- 피고의 행위: 휴대전화 단말기 N95·N96의 반제품을 국내에서 생산하여 수출하고, 국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하였다. 별도로 N95 완성품에 관한 부분도 청구 대상이 되었다.
- 청구 구조: N95 완성품 / N95 반제품 / N96 반제품 각각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가 단순병합되었고, 각 제품별로 제1항 발명 또는 제2항 발명에 기초한 청구가 선택적 병합되었다. 이 병합 구조 때문에 파기 범위가 'N95 완성품에 관한 제1항·제2항 기초 청구' 전체로 설정되었다.
- 반제품의 성질: 제1항·제2항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9. 법리
가. 간접침해 '생산'의 장소적 한정 — 본 판결의 신법리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모든 구성요소를 갖춘 물건을 실시하지 않고 그 전 단계 행위를 하였더라도 장차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 이를 침해로 간주하여 권리구제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취지의 규정이다. 따라서 여기의 '생산'은 가공·조립 등을 포함하는 넓은 개념이다(2007후3356).
그러나 대법원은 여기에 장소적 한계를 그었다. 논증은 세 단계다.
- 간접침해 제도는 어디까지나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 속지주의 원칙상 물건발명 특허권자의 생산·사용·양도·대여·수입 등 실시에 관한 권리는 등록국 영역 내에서만 효력이 미친다.
- 그러므로 제127조 제1호의 '생산'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하고, 생산이 국외에서 일어나면 그 전 단계 행위가 국내에서 이루어지더라도 간접침해가 성립할 수 없다.
주목할 점은 대법원이 간접침해의 성질을 '독립된 침해'가 아니라 직접침해에 종속하는 확장'으로 이해하고, 그 종속의 대상인 직접침해가 국내에서 성립할 수 없는 이상 확장의 근거도 없다고 본 구조다. 국내 반제품 생산이라는 행위 자체가 국내에서 이루어졌다는 사정은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나. 진보성 판단의 방법론 — 세 가지 금지·요구
(1) 사후적 고찰 금지. 진보성 판단 대상 발명의 명세서에 개시된 기술을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용이 발명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2006후138 등).
(2) 유기적 전체로서의 판단. 청구항이 복수의 구성요소로 되어 있는 경우, 각 구성요소가 독립하여 판단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결합한 전체로서의 기술사상이 대상이 된다. 따라서 구성을 분해한 뒤 개별 구성요소가 공지되었는지만 따져서는 안 되고,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의 구성의 곤란성을 따져야 하며, 이때 결합된 전체 구성으로서의 발명이 갖는 특유한 효과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3) 결합의 암시·동기 요구. 복수 선행문헌을 인용하려면 결합의 암시·동기가 선행문헌에 제시되어 있거나, 출원 당시 기술수준·기술상식·해당 분야의 기본적 과제·발전경향·업계 요구에 비추어 통상의 기술자가 용이하게 결합에 이를 수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여야 한다(2005후3284).
다. 본 사안에의 적용 — '기술적 과제에 반하는 결합'이라는 논거
대법원의 결론 도출에서 가장 실무적으로 유용한 부분은 선행발명의 명세서 기재 자체를 결합 저해사유로 활용한 대목이다.
비교대상발명 1의 명세서는 액정화면의 대형화를 기술적 과제의 하나로 명시하고, 액정화면과 키버튼을 겹치도록 구성하여 대형화와 키버튼 다양화를 동시에 달성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기재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비교대상발명 1에서 액정화면이 배치된 덮개에 기능키를 추가하는 시도는 그 자신의 기술적 과제에 정면으로 반한다. 선행발명이 스스로 배척하는 방향의 변형을 통상의 기술자가 채택할 리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 비교대상발명 1·4 모두 '한손 조작'을 전제하고 있으므로, '디스플레이 창 양쪽에 대칭이 되어 양손 조작이 가능하게 키버튼을 배치한다'는 기술사상에는 전혀 미치지 못한다.
결국 사후적 판단을 하지 않는 한 통상의 기술자가 비교대상발명 1, 4로부터 구성 (E)를 용이하게 도출할 수 없고, 구성 (E)를 제외한 나머지 구성이 모두 선행기술에 나타나 있더라도 특허가 무효로 될 것임이 명백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권리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
10. 실무적 유의점
침해 주장(특허권자) 측
- 국외 생산 구조는 정면 돌파가 아니라 우회로 대응해야 한다. 본 판결로 "국내 반제품 생산 + 국외 완성" 구조에 대한 제127조 제1호 주장은 봉쇄되었다. 실효적 경로는 ⓐ 국내 수입 단계 포착(완성품이 국내로 역수입되는지), ⓑ 국외 등록 특허에 기초한 현지 소송, ⓒ 2019다222782 법리에 따른 국내 생산 의제 주장이다.
- 2019다222782 법리를 노린다면 사실관계 설계가 관건이다. 그 판결이 국내 생산을 의제한 근거는 ⓐ 구성부품 전부의 국내 생산, ⓑ 단일 주체에 대한 수출, ⓒ 최종 조립의 극히 간단함이었다. 본 사건처럼 국외에서 실질적 완성 공정이 수행되면 이 요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조립 공정의 난이도·소요시간·필요 설비를 수치로 입증하는 작업이 승부처가 된다.
- 권리남용 항변 방어의 핵심은 '결합 저해사유'다. 상대가 복수 선행발명 결합을 주장하면, 각 선행발명의 명세서상 기술적 과제·목적 기재를 정독하여 주장하는 결합이 그 과제에 반한다는 점을 찾아내야 한다. 본 판결은 선행발명 자신의 기재를 그대로 인용해 결합 동기를 부정한 모범 사례다.
- 구성요소 분해 대응은 반드시 유기적 결합으로 되받아쳐야 한다. "구성 A는 X에, 구성 B는 Y에 있다"는 식의 분해 논증에는, 특유의 과제 해결원리와 결합 효과를 서사로 제시하는 방식이 유효하다. 본 사건에서도 "구성 (E)가 나머지와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각 모드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제공한다"는 효과 설시가 결론을 갈랐다.
실시자(피고) 측
- 글로벌 분업 생산은 그 자체로 강력한 방어 구조다. 다만 그 방어는 국외 생산이 실질적일 것을 전제한다. 형식만 국외로 옮기고 사실상 국내에서 완성되는 구조라면 2019다222782로 뒤집힌다.
- 권리남용 항변만으로는 부족하다. 본 사건 피고는 원심에서 권리남용으로 승소했다가 상고심에서 뒤집혔다. 무효항변은 무효심판과 병행하는 것이 안전하며, 진보성 부정 논증은 사후적 고찰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있도록 출원 당시 문헌으로 결합 동기를 실증해야 한다.
절차·구조상
- 병합 구조에 따라 파기 범위가 달라진다. 본 사건은 제품별 단순병합 + 제품 내 선택적 병합 구조였고, 제2항 발명 부분에 법리오해가 있자 선택적으로 병합된 제1항 발명 기초 청구까지 함께 파기되었다. 청구 구성 단계에서 병합 형태를 의식적으로 설계할 실익이 있다.
-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만 판단된다. 본 판결도 이를 명시했다. 새로운 논점은 상고이유서 단계에서 빠짐없이 구성해야 한다.
- 본 판결은 제127조 제1호(물건발명)에 관한 것이다. 제2호(방법발명)에도 같은 속지주의 논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이나, 이 판결이 직접 판단한 것은 아니다. 방법발명 사안에서 인용할 때는 이 점을 명시하는 편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