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쟁점의 요지
대상 특허는 명칭 '개선된 연마패드 및 이의 사용방법'(특허번호 제195831호)으로, 반도체 CMP(화학적 기계적 평탄화, chemical mechanical planarization) 공정에 쓰이는 연마패드에 관한 발명이다.
문언상으로 보면 확인대상발명은 특허의 소형유동채널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직접침해가 아니다. 원고(연마패드 제조·판매자)는 이 점을 들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결정적 사실 — 컨디셔닝 공정. 연마패드를 공급받은 사용자가 CMP 공정을 수행할 때에는 다이아몬드 입자가 부착된 컨디셔너로 패드 표면을 압착·마찰하는 브레이크 인(break-in) 및 컨디셔닝 공정이 필수적으로 부가된다. 그런데 이 공정을 거치면 확인대상발명의 연마패드에는 특허의 소형유동채널 수치범위 내의 폭·길이·밀도를 가지고 연마슬러리를 이동시키는 통로로 작용하는 줄무늬 홈이 반드시 형성된다. 즉 사용자의 통상적 사용 과정에서 특허의 모든 구성요소를 갖춘 물건이 자동으로 완성된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 [권리범위확인(특)] (공2009하, 1690)
- 재판부: 김지형(재판장), 양승태, 전수안, 양창수(주심) 대법관 — 관여 대법관 일치된 의견
- 원고(상고인): 연마패드 제조·판매 회사 (판결문상 비실명,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화우 외 1인)
- 피고(피상고인): 특허권자 (소송대리인 변호사 손지열 외 9인)
-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
간접침해 법리의 기준판례(leading case)로, 후속 판결이 반복적으로 원용한다. 앞서 정리한 2014다42110(속지주의)과 2017다289903(방법발명 소진)이 모두 이 판결을 참조 판례로 인용한다.
하급심
※ 판단 기준시가 '심결시'임에 유의. 권리범위확인심판의 성질상 심결시를 기준으로 간접침해 해당 여부를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생산' 개념 — 가공·조립 포함
- 대법원 2002. 11. 8. 선고 2000다27602 판결 — 본 판결이 직접 인용한 선례.
'~에만' 요건 — 다른 용도의 문턱
- 대법원 2001. 1. 30. 선고 98후2580 판결 — 사회통념상 통용·승인될 수 있는 경제적·상업적 내지 실용적 다른 용도가 없어야 한다는 기준의 출발점.
확인대상발명의 특정 정도
- 대법원 2005. 9. 29. 선고 2004후486 판결 — 특허발명의 구성요건과 대비하여 차이점을 판단함에 필요할 정도로 대응 부분의 구체적 구성을 기재해야 한다.
본 판결을 원용한 후속 판례(계보)
관련 법령
- 특허법 제127조 제1호 — 특허가 물건의 발명인 경우,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본다
- 특허법 제29조 제1항(신규성)
- 특허법 제94조(특허권의 효력), 제97조(특허발명의 보호범위)
- 특허법 제135조(권리범위확인심판)
사실관계
- 특허발명: 명칭 '개선된 연마패드 및 이의 사용방법', 특허번호 제195831호. 특허청구범위 제1, 2, 4, 6, 11, 16, 18, 19항이 대비 대상이 되었다. 특징적 구성은 '슬러리 입자를 흡착하거나 이동시키는 고유한 성능이 없는 균일한 고체 중합체 시트'다.
- 원고의 제품: 명칭 'CMP용 연마 패드'. 대형유동채널과 균일한 고체 중합체 시트는 동일하나, 소형유동채널이 결여되고 마이크로 홀이 부가되어 있다.
- 원고의 행위: 위 연마패드를 업으로서 생산·판매하였고, 침해가 아님을 확인받기 위해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하였다.
- 사용 실태: 공급받은 사용자가 CMP 공정을 수행할 때 컨디셔닝 공정이 필수적으로 부가되고, 그 결과 특허의 소형유동채널과 동일한 구조·기능을 하는 줄무늬 홈이 반드시 형성된다.
법리
가. 간접침해 규정의 취지 — 이중의 한계 설정
특허법 제127조 제1호는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한 것이 아니고 그 전 단계의 행위를 하였더라도,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실시하게 될 개연성이 큰 경우에는 장래의 특허권 침해에 대한 권리 구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하여 일정한 요건 아래 이를 침해로 간주하더라도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는다고 본 규정이다.
이 한 문장에 간접침해의 두 얼굴이 모두 담겨 있다. 실효성 확보(확장 방향)와 부당한 확장 방지(제한 방향)다. 후자가 뒤에 2014다42110에서 속지주의 한계를 도출하는 논거로 쓰인다.
나. '생산'의 의미 — 넓은 개념
조항의 문언과 취지에 비추어, '생산'이란 발명의 구성요소 일부를 결여한 물건을 사용하여 발명의 모든 구성요소를 가진 물건을 새로 만들어내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 따라서 공업적 생산에 한하지 않고 가공, 조립 등의 행위도 포함된다(2000다27602).
본 사안의 특기점은, 사용자가 침해할 의도로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 사용 준비 공정(컨디셔닝)을 수행하는 것만으로 결여된 구성요소가 완성된다는 데 있다. 그럼에도 이를 '생산'으로 평가하였다. 행위자의 의도나 공정의 독립성이 아니라, 결과적으로 모든 구성요소를 갖춘 물건이 새로 만들어지는가가 기준임을 보여준다.
다. '~에만 사용하는 물건' — 다른 용도의 문턱
'특허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에 해당하려면 사회통념상 통용되고 승인될 수 있는 경제적·상업적 내지 실용적인 다른 용도가 없어야 한다. 이와 달리 단순히 이론적·실험적 또는 일시적인 사용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간접침해의 성립을 부정할 만한 다른 용도가 있다고 할 수 없다(98후2580).
즉 '다른 용도'는 추상적 가능성이 아니라 현실적·시장적 용도여야 한다. 피고(실시자) 측이 "이론상 다른 데도 쓸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는 전혀 부족하다.
라. 결론에 영향을 주지 않는 사정 두 가지
대법원이 명시적으로 배척한 원고의 반박은 실무상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형이다.
(1) 변수의 가변성. 컨디셔닝이 연마패드 표면에 미치는 영향의 유무와 정도는 컨디셔너의 종류, 연마패드의 경도, 슬러리 및 연마입자의 종류, 가해지는 압력의 정도 등 여러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그러나 통상적 사용에서 반드시 형성된다는 점이 인정되는 이상 개별 변수의 편차는 결론을 바꾸지 못한다.
(2) 개량발명 항변. 확인대상발명이 마이크로 홀이라는 기술수단에 의하여 특허발명보다 더 우수한 작용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진보된 발명일 수 있다는 점 역시 결론에 영향이 없다. 개량발명이더라도 선행 특허의 구성을 그대로 포함한다면 이용관계에 있는 침해일 뿐, 개량성이 침해를 조각하지 않는다는 원칙의 확인이다.
마. 확인대상발명의 특정
권리범위확인심판의 대상이 되는 확인대상발명은 당해 특허발명과 서로 대비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으로 특정되어야 한다. 구체적 구성을 전부 기재할 필요는 없으나, 적어도 특허발명의 구성요건과 대비하여 차이점을 판단함에 필요할 정도로 대응 부분의 구체적 구성을 기재하여야 한다(2004후486).
본 사건에서 확인대상발명은 제1~19항에 대해서는 대비가 가능하게 특정되었으나, 제20항 내지 제28항의 구성과 대응하는 구체적 구성의 기재가 없어 그 부분은 특정되지 않았다고 본 원심 판단이 유지되었다.
실무적 유의점
특허권자 측
- 문언상 구성요소가 결여되어 있어도 포기할 일이 아니다. 이 판결의 실질적 가치는 "사용 과정에서 결여 구성이 완성되는 구조"를 간접침해로 포착했다는 데 있다. 상대 제품이 청구항 구성 하나를 빼고 만들어졌다면, 그 구성이 사용자의 통상적 사용·준비·세팅 과정에서 자동으로 형성되는지를 반드시 검토해야 한다.
- 입증의 핵심은 "반드시 형성된다"는 필연성이다. 본 사건에서도 컨디셔닝이 필수적으로 부가되는 공정이라는 점과, 그 결과 형성되는 줄무늬 홈이 특허의 수치범위 내 폭·길이·밀도를 가진다는 점이 결론을 갈랐다. 실험보고서·현미경 사진·수치 대비표를 확보해야 하며, 조건을 달리한 복수의 실험으로 편차에도 불구하고 형성됨을 보이는 것이 유효하다.
- '에만' 요건은 상대방 자료로 입증하는 것이 가장 강력하다. 상대 카탈로그·홈페이지의 적용기종(Application) 표시, 제품 규격서의 전용 규격성이 결정적 증거가 된다.
- 개량성 항변은 무력하다. 상대가 "우리 제품이 더 우수하다"고 주장할수록 구성 포함 사실만 부각된다. 이 논점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실익이 있다.
실시자(피고) 측
- "우리 제품에는 그 구성이 없다"는 방어는 절반의 방어다. 완성된 제품 상태만이 아니라 고객의 사용 매뉴얼, 세팅 절차, 초기화 공정까지 검토하여, 그 과정에서 청구항 구성이 형성되지 않는 설계인지 확인해야 한다.
- 다른 용도 항변은 '현실적 용도'로 구성해야 한다. 이론적·실험적·일시적 사용가능성 제시로는 배척된다. 실제 판매 실적, 다른 시장에서의 거래 사례, 제3자의 채택 사례 등 시장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양날의 칼이다. 본 사건 원고는 스스로 심판을 청구했다가 간접침해 인정 심결을 확정시켜 주었다. 청구 전에 컨디셔닝 등 사용 과정 변수까지 포함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다.
절차상
- 확인대상발명의 설명서 작성이 승패를 가른다. 대비 대상 청구항 전부에 대응하는 구성을 빠짐없이 기재해야 하며, 누락되면 그 부분은 각하 내지 특정 흠결로 처리된다. 청구항이 다수인 특허를 상대할 때는 청구항별 대응표를 만들어 점검할 것.
- 판단 기준시는 심결시다. 권리범위확인심판에서는 심결시를 기준으로 침해 여부가 판단되므로, 심결 전에 설계변경을 완료했는지가 실질적 의미를 갖는다.
- 본 판결은 제127조 제1호(물건발명)에 관한 것이다. 다만 '다른 용도' 기준은 2017다289903에서 제2호 및 소진 판단에도 사실상 확장 적용되었으므로, 방법발명 사안에서도 원용 가능성이 있다.
-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만 판단된다. 본 판결도 이를 명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