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 소진 — 전용 장비의 적법 양도와 소진의 성립

핵심 결론 방법발명의 특허권자 등이 국내에서 그 특허방법의 사용에 쓰이는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하였고 그 물건이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면 특허권은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되므로, 양수인 등이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89903, 2007후3356, 2002다56116, 2017다290095, 2024다230695, 2014다42110

기술적 쟁점의 요지

대상 특허는 용접 방법에 관한 발명이고, 다툼의 대상은 그 방법을 실시하는 데 쓰이는 용접기였다. 판결문상 확인되는 기술적 특징은 용접기의 프로브(probe)와 프로브 핀의 형상 및 기울기로, 이 사건 특허발명이 그 형상·기울기를 수치 내지 형태로 한정하고 있었다.
구조를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지위당사자행위
특허권자더 웰딩 인스티튜트(원고)실시계약 체결 시 "특허발명 실시에 적합한 장비를 제조·판매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
실시권자주식회사 윈젠(원고보조참가인)위 권한에 따라 용접기를 제조하여 피고 회사에 판매
양수인주식회사 티티에스(피고)매수한 용접기로 용접 공정 수행
원고는 실시권자가 판매한 장비를 매수하여 사용하는 피고에게 별도의 실시허락이 필요하다는 전제에서 손해배상을 구했다. 쟁점은 세 층위로 나뉜다.
쟁점원고 주장결론
방법발명에도 특허권 소진이 인정되는가소진은 물건발명에 한함방법발명에도 인정
용접기가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하였는가부정긍정 (본래 용도·기술사상 핵심·공정 비중 모두 충족)
소장에서 '전용품'이라 한 진술의 자백 성립착오에 의한 것이므로 취소자백 성립, 취소 불허

해당 판례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7다289903 판결 [손해배상(지)] (공2019상, 622)
  • 재판부: 조희대(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대법관 — 관여 대법관 일치된 의견
  • 원고(상고인): 더 웰딩 인스티튜트(The Welding Institute) — 영국 소재 용접 연구기관
  • 원고보조참가인: 주식회사 윈젠 (실시권자)
  • 피고(피상고인): 주식회사 티티에스 외 1인
  • 주문: 상고를 모두 기각. 상고비용은 보조참가로 인한 부분을 포함하여 원고 부담.
특허권자 전부 패소로 확정되었으며, 방법발명에 대한 특허권 소진을 대법원이 정면으로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 평가된다.
하급심
단계사건번호요지
제1심판결문상 사건번호 미표시 (특허법원 2017나1001의 원심)제1차 변론기일 소장 진술에서 원고가 용접기의 전용품성을 자인
원심(항소심)특허법원 2017. 11. 10. 선고 2017나1001 판결① 용접기는 특허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물건, ② 실시권자를 통한 적법한 양도, ③ 따라서 특허권 소진 → 원고 청구 배척. 자백취소 주장도 배척
상고심대법원 2017다289903상고 전부 기각
※ 제1심 법원·사건번호는 판결문에 나타나지 않으므로, 게재·인용 전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관련 판례

본래 용도의 판단 기준(간접침해 법리의 차용)
  • 대법원 2009. 9. 10. 선고 2007후3356 판결특허법 제127조의 '~에만 사용하는 물건' 판단에서, 사회통념상 통용·승인될 수 있는 경제적·상업적·실용적 다른 용도가 없어야 하고, 단순히 이론적·실험적·일시적 사용가능성이 있는 정도로는 다른 용도로 볼 수 없다는 법리. 본 판결은 이 기준을 소진 판단에 그대로 이식하였다.
판단누락
함께 검토할 후속·인접 판례
  • 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7다290095 판결 — 본 판결 직후 선고된 사건으로, 방법발명 + 실시권자 의뢰에 따른 전용품 사안. 소진 법리의 적용 국면을 확인하는 데 유용하다.
  • 특허법원 2024. 2. 15. 선고 2023나10204 판결(대법원 2024다230695로 확정) — 소진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조 사례. 소모부품 교체 후 제품이 원 특허물건과 동일성을 잃으면 허용되는 수리를 넘어선 '새로운 생산'이므로 소진이 적용되지 않으며, 본 판결은 방법발명·전용품 사안이어서 물건발명 사안에 원용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관련 법령

  • 특허법 제2조 제3호 — 발명의 3분류(물건의 발명 / 방법의 발명 /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 소진 법리의 출발점
  • 특허법 제94조(특허권의 효력)
  • 특허법 제127조 제2호 — 방법발명의 간접침해(그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 본 판결에서 소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원용된 조문
  • 특허법 제100조(전용실시권), 제102조(통상실시권)
  • 민사소송법 제288조(재판상 자백과 그 취소), 제208조(판결서의 이유)
※ 특허권 소진 자체는 명문 규정이 없는 해석상 법리다.

사실관계

  • 특허발명: 용접 방법에 관한 발명. 프로브 및 프로브 핀의 형상과 기울기를 한정하고 있다. 특허권자는 영국 법인 더 웰딩 인스티튜트.
  • 실시계약: 원고는 참가인(윈젠)과 실시계약을 체결하면서, 이 사건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데 적합한 장비를 제조·판매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하였다.
  • 양도: 참가인은 그 권한에 따라 용접기를 제조하여 피고 회사(티티에스)에 판매하였고, 피고 회사는 소유권을 적법하게 취득하였다.
  • 분쟁: 원고는 피고들이 위 용접기로 용접 공정을 수행하는 것이 특허권 침해라며 손해배상을 구하였다.
  • 소송상 진술: 원고는 제1심 제1차 변론기일 소장 진술을 통하여, 이 사건 각 용접기가 오로지 이 사건 특허발명의 실시를 위한 전용품임을 스스로 인정하였다. 이후 이를 자백취소하려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리

가. 소진 대상의 3단계 확장

대법원은 특허법 제2조 제3호의 발명 3분류를 출발점으로 삼아 소진의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장하였다.
  1. 물건발명 — 특허권자 등이 국내에서 특허발명이 구현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하면, 양도된 당해 물건에 대해 특허권은 이미 목적을 달성하여 소진된다. 양수인·전득자의 사용·양도 등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2. 물건을 생산하는 방법의 발명 — 특허권자 등이 그 특허방법에 의하여 생산한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3. 방법발명 일반(신법리) — 특허권자 등이 그 특허방법의 사용에 쓰이는 물건을 적법하게 양도한 경우로서 그 물건이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이라면, 방법발명의 특허권도 소진된다. 따라서 양수인 등이 그 물건을 이용하여 방법발명을 실시하는 행위에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
여기서 소진의 객체는 '방법' 자체가 아니라 방법이 화체된 물건이며, 물건의 양도를 매개로 방법발명의 권리가 소모된다는 구조다.

나. 방법발명 소진을 인정하는 네 가지 근거

대법원이 제시한 논거는 상호 보완적이다.
(1) 거래안전과 자유로운 유통. 방법발명도 그 방법을 실시할 수 있는 장치를 통하여 물건에 실질적으로 구현될 수 있다. 그런데 그 물건을 적법하게 양수한 자가 실시할 때마다 특허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면 물건의 자유로운 유통과 거래안전을 해친다.
(2) 대가 확보 기회의 존재. 특허권자는 특허법 제127조 제2호에 의하여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물건을 양도할 권리를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따라서 양수인이 그 물건으로 방법발명을 사용할 것을 예상하여 양도가액 또는 실시료를 결정할 수 있으므로, 실시 대가를 확보할 기회가 이미 주어져 있다. — 간접침해 규정이 여기서 소진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뒤집혀 작동하는 것이 이 판결의 백미다.
(3) 물건발명과의 실질적 동일성. 물건발명과 방법발명이 실질적으로 동일한 발명인 경우가 적지 않고, 그러한 경우 특허권자는 필요에 따라 청구항을 어느 쪽으로든 작성할 수 있다. 방법발명만 소진 대상에서 제외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
(4) 회피 방지. 방법발명을 일률적으로 소진 대상에서 제외한다면, 특허권자는 청구항에 방법발명을 삽입하는 것만으로 소진을 손쉽게 회피할 수 있게 된다.

다. '실질적 구현' 여부의 판단 기준 — 3요소 종합

어떤 물건이 방법발명을 실질적으로 구현한 것인지는 다음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한다.
요소내용본 사안
① 본래 용도사회통념상 인정되는 물건의 본래 용도가 방법발명의 실시뿐이고 다른 용도는 없는지용접기의 본래 용도는 특허발명 실시뿐
② 기술사상의 핵심방법발명의 특유한 해결수단이 기초하고 있는 기술사상의 핵심에 해당하는 구성요소가 모두 포함되었는지프로브·프로브 핀이 특허가 한정한 형상·기울기를 모두 구비하고 작용효과를 나타냄
③ 공정 비중그 물건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정이 방법발명 전체 공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용접 공정이 특허발명 전체 공정에 걸쳐 있음
'다른 용도'의 문턱. 본래 용도가 실시뿐이라고 하려면, 그 물건에 사회통념상 통용되고 승인될 수 있는 경제적·상업적 또는 실용적인 다른 용도가 없어야 한다. 단순히 특허방법 이외의 방법에 사용될 이론적·실험적 또는 일시적 사용가능성이 있는 정도에 불과하면 그것은 본래 용도가 아니다(2007후3356).

라. 적법한 양도의 인정 — 실시계약 문언

원고가 실시계약에서 참가인에게 "특허발명을 실시하는 데 적합한 장비를 제조·판매할 권한"을 명시적으로 부여한 이상, 참가인이 피고 회사에 용접기를 판매한 것은 특허권자의 허락하에 이루어진 적법한 양도에 해당한다. 소진의 전제인 '적법한 양도'가 계약 문언 하나로 확정된 셈이다.

마. 재판상 자백의 구속력

원고가 제1심 제1차 변론기일에서 소장 진술을 통하여 용접기가 전용품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에 재판상 자백이 성립하고, 그 자백이 진실에 반하고 착오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자백취소는 허용되지 않는다.

바. 판단누락

피고 회사가 용접기 일부를 사용하는지에 관하여 원심이 판단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나, 소진으로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판단누락의 위법이 아니다(2002다56116).

실무적 유의점

소송 수행상 — 이 판결 최대의 교훈
  1. "전용품"이라는 단어를 소장에 쓰는 순간 소진 항변이 열린다. 원고는 침해를 강조하려고 소장에서 용접기를 "오로지 특허발명 실시를 위한 장비"라고 기재했고, 그것이 재판상 자백으로 굳어져 실질적 구현 요건의 ①요소를 스스로 충족시켜 주었다. 간접침해(제127조)와 소진은 전용품성이라는 동일한 사실을 공유하는 표리관계이므로, 어느 쪽 주장을 선택할지 소장 작성 단계에서 결정해야 한다.
  2. 자백 취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접근해야 한다. 진실에 반하고 착오에 의한 것임을 모두 입증해야 하는데, 소송대리인이 전략적으로 기재한 문구는 착오로 인정받기 어렵다.
  3. 소진 항변을 세울 때는 3요소 전부를 사실로 채워야 한다. 본 사건 원심은 ①본래 용도, ②기술사상 핵심 구성요소 전부 포함(프로브 형상·기울기 대응표), ③전체 공정에서의 비중을 각각 별도 사실로 인정했다. 어느 하나만 강조하는 서면은 약하다.
라이선스·계약 설계 측(특허권자)
  1. 실시계약의 '장비 제조·판매 권한' 조항이 소진의 방아쇠였다. 특허권자로서는 실시권자에게 장비 제조·판매권을 부여할 때, ⓐ 판매 상대방의 범위, ⓑ 판매되는 장비의 사용 조건, ⓒ 하위 사용자에 대한 별도 실시료 징수 여부를 계약에 명시해야 한다. 다만 소진은 강행적 법리이므로 계약으로 소진 자체를 배제할 수는 없고, 실효적 수단은 양도가액·실시료에 하위 사용 대가를 미리 반영하는 것이다. 대법원이 논거 (2)에서 지적한 바가 바로 그 지점이다.
  2. 청구항을 방법발명으로 작성하여 소진을 회피하려는 전략은 봉쇄되었다. 대법원이 논거 (4)에서 이를 정면으로 지목했다. 물건발명·방법발명 병행 청구는 여전히 유용하지만, 소진 회피 목적으로는 기능하지 않는다.
  3. 소진을 깨는 실효적 경로는 '동일성 상실'이다. 2023나10204(2024다230695 확정)가 보여주듯, 양도된 물건에 대한 부품 교체·개조가 원 특허물건과의 동일성을 잃을 정도에 이르면 허용되는 수리를 넘어선 새로운 생산이 되어 소진이 배제된다. 사후 시장 방어는 소진 부정이 아니라 이 프레임으로 구성해야 한다.
실시자(피고) 측
  1. 소진 항변의 출발점은 양도의 적법성 입증이다. 특허권자–실시권자 간 계약에 장비 제조·판매 권한이 있는지를 먼저 확보해야 한다. 상대방이 제출하지 않으면 문서제출명령 또는 석명을 통해 계약 문언을 현출시킬 실익이 크다.
  2. 적법한 양도만이 소진을 낳는다. 실시권 범위를 벗어난 제조·판매(예: 수량·지역·용도 제한 위반)로부터 취득한 물건은 소진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장비 구매 시 공급자의 실시권 범위를 확인하는 실사가 필요하다.
절차·구조상
  1. 판단누락 상고이유는 '결과에 대한 영향'까지 입증해야 한다. 본 사건에서 원심의 판단누락은 실제로 존재했으나, 소진으로 침해가 부정되는 이상 결과에 영향이 없어 배척되었다.
  2. 상고이유보충서는 상고이유를 보충하는 범위에서만 판단된다. 본 판결도 이를 명시했다.
  3. 본 판결은 국내에서의 적법 양도에 관한 것이다. 국제소진(병행수입) 국면은 판단 대상이 아니므로, 해외에서 양도된 물건의 국내 반입 사안에 그대로 원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앞서 정리한 2014다42110(속지주의와 간접침해)과 함께 놓고 보면, 특허권의 효력이 국경과 유통 단계 양쪽에서 각각 한계를 갖는다는 구도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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