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방법발명의 전용품 공급과 특허권 간접침해의 성립 한계

핵심 결론 방법발명의 정당한 실시권자로부터 의뢰를 받아 그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을 제작·납품하는 제3자의 행위 및 이에 수반되는 검수·시연은 특허권의 부당한 확장 방지와 실시권 보호를 위해 간접침해나 직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90095

기술적 쟁점의 요지

마찰교반용접(FSW, Friction Stir Welding)은 고속으로 회전하는 단단한 특수 공구(프로브)를 접합하고자 하는 금속 부재 사이에 삽입하여 이동시키는 특수 용접 기술입니다. 용접봉을 녹여 붙이는 종래의 아크 용접과 달리, 금속을 녹이지 않고 마찰열로 금속을 반죽처럼 부드러운 가소성 상태로 만든 뒤 기계적으로 섞어 접합하는 고난도 방법발명입니다.
이러한 FSW 공정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밀한 회전력, 수직 압력, 이동 속도를 제어할 수 있는 전용 설비인 '마찰교반용접기'가 필수적으로 요구됩니다. 이 용접 장비는 해당 FSW 특허 공법을 수행하는 목적 외에 다른 일반 용도로는 사용되지 않는 이른바 '방법발명의 실시에만 사용되는 전용품'에 해당합니다.
특허권자로부터 공법에 대한 실시 허락을 받은 부품 제조사는 제품 양산을 위해 장비 제조업체에 FSW 전용 장비의 제작과 납품을 주문하게 됩니다. 장비 제조업체는 기계를 완성한 후 약정된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하기 위해 납품 전후 단계에서 실제 용접 작업을 돌려보는 '검수 및 시연' 과정을 불가피하게 거치게 됩니다.
이 사건의 주된 기술적·법적 쟁점은, 특허권자가 방법발명(용접 공법)에 대해서만 실시권을 허락한 상태에서 실시권자의 주문을 받아 전용 장비를 만들어 납품한 제3자(장비업체)의 제작·납품 행위를 특허법상 간접침해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납품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장비 검수·시연 테스트를 방법발명의 무단 실시(직접침해)로 처벌·배상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19. 2. 28. 선고 2017다290095 판결 [손해배상(지)]
원고(특허권자)의 상고를 기각하여, 피고(장비제조업체)의 전용품 납품 및 시연 행위가 간접침해 및 직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습니다.

하급심 관련판례

제1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 6. 16. 선고 2015가합578109 판결에서는 피고의 장비 납품 및 시연 행위가 특허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보아 원고의 손해배상 청구를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환송 전 항소심인 특허법원 2017. 11. 16. 선고 2016나1455 판결(대상 하급심 판결)에서는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습니다. 정당한 실시권자에게 전용품을 공급하는 제3자의 행위는 간접침해가 성립하지 않으며, 이에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검수·시연 역시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관련법률
특허법 제127조 제2호 (간접침해) 특허가 방법의 발명인 경우, 그 방법의 실시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생산·양도·대여 또는 수입하거나 그 물건의 양도 또는 대여의 청약을 하는 행위를 업으로서 하는 경우에는 특허권 또는 전용실시권을 침해한 것으로 봅니다.
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하는 범위) 연구 또는 시험을 하기 위한 특허발명의 실시에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아니합니다.

사실관계

영국의 비영리 특허관리·연구기관인 원고는 마찰교반용접(FSW) 방법발명의 특허권자로서, 국내 자동차 부품 제조사인 한라공조와 비독점적 통상실시권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해당 계약에는 한라공조가 제3자에게 재실시권(서브라이선스)을 줄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피고는 산업용 기계 전문 제조사로, 한라공조의 주문과 사양에 따라 FSW 전용 장비인 마찰교반용접기 22대를 제작하여 한라공조에 납품하였고, 납품 과정에서 장비의 정상 작동 여부를 테스트하기 위해 특허 공법을 이용한 검수·시연을 진행하였습니다. 아울러 피고는 정부 국책 연구과제에 참여하면서 FSW 장비를 4회 시험 가동하였습니다.
원고는 피고가 방법발명의 전용품인 용접 장비를 무단 생산·납품하였으므로 특허법 제127조 제2호의 간접침해에 해당하고, 납품 과정의 시연 및 연구개발 참여는 방법발명의 직접침해에 해당한다며 7억 원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리

특허법상 간접침해 제도는 발명의 전체 구성을 실시하지 않은 예비적 단계라 하더라도 장래의 침해 발생 개연성이 높은 경우 특허권의 실효적 구제를 위해 침해로 의제하는 제도이므로, 특허권이 부당하게 확장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한적으로 해석되어야 합니다.
방법발명의 정당한 실시권자가 스스로 전용품을 제작하여 사용하는 행위는 실시권의 본질상 허용되며, 제3자에게 전용품 제작을 의뢰하여 공급받는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제3자의 전용품 공급 행위를 간접침해로 인정한다면 실시권자의 정당한 권리 행사에 부당한 제약을 가하고 특허권을 지나치게 확장하는 결과를 낳게 됩니다.
특허권자는 실시계약을 체결할 때 실시권자가 제3자로부터 전용품을 조달받아 사용할 것까지 충분히 예상하여 실시료를 책정함으로써 특허의 가치에 상응하는 이윤을 회수할 수 있으므로, 실시권자가 제3자로부터 장비를 납품받는다고 하여 특허권자의 독점적 이익이 새롭게 침해된다고 볼 수 없습니다.
정당한 납품 행위에 불가분적으로 수반되는 '검수 및 시연' 행위는 완성된 설비의 성능을 확인하기 위한 부수적 절차에 불과하므로, 이를 통해 생산된 물건을 시장에 내다 파는 등 특허권자의 독점적 가치를 실질적으로 잠식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독립된 직접침해나 간접침해를 구성하지 않습니다.
연구개발 사업 참여 과정에서 특허 공법을 시험 적용한 행위는 부품 강도나 내구성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제품을 시장에 판매한 사실이 없으므로, 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의 '연구 또는 시험을 위한 실시'에 해당하여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습니다.

실무적유의점

특허권자가 공법(방법발명)에 대한 라이선스를 부여할 때 전용 설비의 공급까지 통제하고자 한다면, 라이선스 계약서에 "전용품의 자체 제작 금지" 또는 "특허권자가 지정하거나 승인한 업체로부터만 장비를 조달해야 한다"는 명시적인 조달 제한 특약을 두어야 합니다. 단순한 재실시권(서브라이선스) 금지 조항만으로는 하청업체의 전용품 납품을 간접침해로 제재할 수 없습니다.
실시권자로부터 장비나 전용 부품의 제작을 의뢰받은 외주 제작업체(제3자)는, 발주처가 해당 특허에 대한 정당한 실시권을 보유하고 있는지 사전에 라이선스 계약서 등을 통해 확인해 두어야 간접침해 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할 수 있습니다. 만약 발주처가 무권한자라면 전용품 납품 행위는 특허법 제127조의 간접침해 책임을 온전히 부담하게 됩니다.
설비 납품 시 진행되는 현장 테스트나 시운전은 장비 정상 가동을 입증하기 위한 정당한 검수 범위 내로 한정해야 합니다. 테스트 과정에서 생산된 시제품을 외부에 유상 판매하거나 상업적으로 유통할 경우 부수적 시연의 범위를 넘어 별도의 특허권 직접침해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으므로 엄격한 폐기·회수 관리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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