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25. 5. 15. 선고 2025다202970 판결 [특허권침해금지등]
- 원고: 특허권자와 전용실시권자
- 피고: 폐렴구균 백신의 개별 접합체 원액 등을 생산한 회사
- 결과: 원고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하급심
원심은 피고의 행위를 구분하여 판단하였다.
- 국내에서 13종의 개별 접합체 원액을 생산하여 수출한 행위는 특허권의 직접침해나 간접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 개별 접합체 원액의 생산은 성과 무단사용에 따른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 별도로 네 차례 완성 백신을 생산하여 해외 제약회사에 제공한 행위에는 연구·시험을 위한 실시의 예외가 적용된다.
대법원은 위 판단을 모두 유지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7다45876 판결
- 대법원 2023. 1. 12. 선고 2020후11813 판결 청구범위의 문언을 기초로 발명의 설명과 도면을 참작하여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를 객관적·합리적으로 해석하여야 한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19. 10. 17. 선고 2019다222782, 222799 판결 국내에서 생산한 부품이나 반제품에 대하여 해외에서 극히 사소한 최종 공정만 남아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국내에서 특허제품을 생산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4다42110 판결 특허법상 간접침해의 전제가 되는 생산은 국내 생산을 의미하므로, 완성품이 해외에서 생산되는 경우 국내의 전 단계 행위만으로 간접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20. 6. 25. 선고 2019다282449 판결
- 대법원 2022. 10. 14. 선고 2020다268807 판결 성과의 보호대상성과 무단사용의 부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관련 법령
- 특허법 제1조 발명의 보호·장려와 이용을 통하여 기술 발전 및 산업발전에 이바지하려는 목적을 규정한다.
- 특허법 제94조 제1항 본문 특허권자가 업으로서 특허발명을 실시할 권리를 독점한다고 규정한다.
- 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 연구 또는 시험을 위한 특허발명의 실시에는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 특허법 제127조 제1호 물건의 발명에 관하여 그 물건의 생산에만 사용하는 물건을 업으로서 생산·양도하는 등의 행위를 특허권 침해로 보는 규정이다.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파)목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타인의 성과 등을 부정하게 무단사용하는 행위를 규율한다.
위 조문은 판결문이 적용·설명한 표기에 따른 것이다. 판결문은 해당 조문에 관하여 특정 개정 전 법률이라는 구법 표시를 사용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분쟁 대상 특허
이 사건 특허는 ‘다가 폐렴구균 다당류-단백질 접합체 조성물’에 관한 특허로, 특허번호는 제1298053호이다.
쟁점이 된 것은 2017년 3월 21일 정정된 청구범위 제1항의 ‘폐렴구균 백신으로 사용하기 위한 13가 면역원성 조성물’이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13종의 원료가 각각 존재한다는 사실을 넘어, 13개 혈청형 모두에 대한 면역원성을 갖는 조성물이 구현되었는지이다.
나. 개별 원액의 국내 생산과 해외 완성품 생산
피고는 국내에서 13종의 개별 접합체 원액을 생산하였다. 해당 원액은 모두 수출되어 해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다.
원고들은 국내에서 13종 원액을 생산한 단계에서 이미 특허발명의 실질적인 구성이 갖추어졌으므로 직접침해가 성립하거나, 적어도 특허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전용품을 생산한 간접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원고들은 같은 행위가 자신들의 성과를 무단으로 사용한 부정경쟁행위에도 해당한다고 주장하였다.
다. 해외 혼합공정의 기술적 중요성
13종 원액을 혼합할 때에는 각 원액의 투입량, 혼합비율과 순서뿐 아니라 pH, 온도, 교반속도와 시간 등의 조건을 갖추어야 했다.
법원은 이러한 조건이 적절하지 않으면 13가 면역원성이 구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보았다. 따라서 해외의 혼합공정은 단순한 포장이나 형식적 마무리에 해당하지 않았다.
라. 연구·시험용 완성 백신의 별도 생산
위 원액 생산·수출과 별도로, 피고는 2018년 11월 7일부터 2020년 5월 27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속하는 백신을 생산하여 러시아 제약회사에 무상으로 제공하였다.
- 제1·2·4차 백신: 완성 백신의 유효성 등을 확인하는 비임상시험 또는 임상시험용
- 제3차 백신: 완성 백신 제조기술이 제대로 이전되었는지 확인하는 분석시험용
피고는 연구·시험용이며 판매·유통용이 아니라는 점을 표시하였다. 해당 백신이 판매·유통용으로 제공되었다거나 그 밖의 완성 백신이 생산되었다고 볼 자료는 없었다.
법리
가. 특허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특허발명의 보호범위는 청구범위에 적힌 사항에 따라 정해진다. 발명의 설명이나 도면을 근거로 보호범위를 임의로 넓히거나 좁힐 수는 없다.
다만 문언의 기술적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발명의 설명과 도면을 참작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13가 면역원성 조성물’은 반드시 인체에 곧바로 투약할 수 있는 최종 형태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추가적인 제형화 등을 거치면 백신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13개 혈청형 모두에 대한 면역원성을 갖춘 조성물이면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 원액 13종을 각각 생산한 것과 이러한 조성물을 생산한 것은 구별된다.
나. 국내 특허의 직접침해에는 속지주의와 구성요소 완비 원칙이 적용된다
특허권은 원칙적으로 등록된 국가의 영역 안에서 효력을 갖는다. 또한 침해제품에는 청구범위의 각 구성요소와 그 유기적 결합관계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국내에서 모든 부품이나 주요 구성을 갖춘 반제품을 생산하고 해외에서는 극히 사소한 공정만 수행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국내 생산을 인정할 수 있다. 다만 다음과 같은 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
- 국내에서 부품·구성 전부 또는 주요 구성을 모두 갖춘 반제품이 생산되었을 것
- 하나의 주체에게 수출되어 마지막 가공·조립이 이루어질 예정일 것
- 남은 공정이 극히 사소하거나 간단할 것
- 국내 생산 단계에서 이미 구성요소들이 결합한 작용효과를 구현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을 것
이 사건에서는 해외 혼합공정이 13가 면역원성의 구현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따라서 개별 원액의 국내 생산만으로 특허제품이 생산되었다고 볼 수 없었다.
다. 해외에서 완성품이 생산되는 경우 국내 원료 생산만으로 간접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특허법 제127조 제1호에서 말하는 ‘그 물건의 생산’은 국내에서의 생산을 의미한다.
이 사건에서는 개별 원액이 모두 수출되어 해외에서 완성품으로 생산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의 원액 생산행위를 간접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국내 특허권의 판단이다. 해외에서의 생산이 해당 국가의 특허권을 침해하는지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라. 공공영역에 속하는 원료 생산을 성과 무단사용 조항으로 금지할 수 없다
원심은 13종의 개별 접합체를 생산하는 것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하므로, 개별 접합체 그 자체를 원고의 보호되는 성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설령 성과에 해당한다고 가정하더라도, 피고가 이를 공정한 거래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무단사용하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두 판단을 모두 수긍하였다.
따라서 특허침해가 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행위를 성과 무단사용 조항에 따라 금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보호되는 성과가 무엇인지와 그 이용이 왜 부정한지를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다만 특허침해가 성립하지 않으면 부정경쟁행위도 언제나 성립하지 않는다는 일반명제를 선언한 판결은 아니다.
마. 연구·시험 목적의 실시는 특허권자의 정당한 이익과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특허법 제96조 제1항 제1호는 특허발명을 연구·시험하여 내용을 확인·검증하고 개량된 발명으로 이어 갈 수 있도록 특허권의 효력을 제한한다.
적용 여부는 연구·시험이라는 명칭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실제 실시 목적과 함께 특허권자 등의 독점적·배타적 이익을 불합리하게 훼손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 사건의 네 차례 완성 백신 생산은 비임상·임상시험과 기술이전 확인을 위한 분석시험 목적이었다. 무상 제공, 용도 표시, 판매·유통 정황의 부재 등을 고려할 때 특허권자 등의 정당한 이익을 불합리하게 훼손하였다고 보기 어려웠다.
이에 따라 해당 완성 백신이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 속하더라도 연구·시험 예외가 적용되었다.
결론
이 사건은 행위별로 침해가 부정된 이유가 다르다.
개별 원액의 국내 생산·수출은 국내에서 특허발명의 작용효과가 구현되지 않았고 완성품 생산도 해외에서 이루어져 직접·간접침해가 부정되었다. 성과 무단사용 역시 공공영역 및 부정성 증명 부족을 이유로 부정되었다.
반면 네 차례의 완성 백신 생산은 특허발명의 보호범위에는 속하지만 정당한 연구·시험 목적의 실시였으므로 특허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았다.
실무상 유의점
- 국내외 공정을 나누어 각 공정에서 특허발명의 구성과 작용효과가 어디까지 구현되는지 확인해야 한다.
- 해외 최종 공정이 단순한 마무리인지, 성능 구현에 중요한 공정인지 기술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 성과 무단사용을 추가 주장할 때에는 특허와 구별되는 보호이익 및 부정한 이용 사정을 특정해야 한다.
- 연구·시험 예외를 주장하려면 시험계획, 생산량, 제공 조건, 용도 표시와 실제 사용내역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