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3. 11. 14. 선고 2013도9767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피고인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신주인수권 저가발행에 관한 배임 부분은 무죄로, 회사 자금의 사적 사용에 관한 횡령 등은 유죄로 판단한 원심이 유지되었다.
하급심
- 서울북부지방법원 2013. 1. 18. 선고 2012고합355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13. 7. 26. 선고 2013노540 판결
항소심은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신주인수권 저가발행에 관한 배임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횡령 일부와 주식 등의 대량보유 보고의무 위반 등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여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였고,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다.
아래 사실관계와 판단 내용은 제공된 대법원 및 원심 판결문을 함께 확인하여 정리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 현저하게 불공정한 가격의 제3자배정 신주발행으로 회사가 받아야 할 자금을 받지 못하였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
-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8도9436 판결 신주인수권 저가발행으로 인한 회사의 손해는 공정한 행사가격과 실제 행사가격의 차액에 발행할 주식 수를 곱하여 산정한다는 법리.
- 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도11036 판결 배임행위로 인한 손해 발생 여부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는데도 액수 미상의 손해를 인정하여 배임죄로 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법리.
- 대법원 2012. 2. 23. 선고 2011도15857 판결 대표이사 또는 사실상 회사 자금을 관리하는 사람이 회사 자금을 적법한 절차 없이 사적으로 인출·사용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법리.
관련 법령
- 형법 제355조 제2항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임무에 위배하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취득하게 하고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배임죄.
- 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사람이 업무상 임무에 위배하여 이를 횡령한 경우의 업무상횡령죄.
- 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2012. 2. 10. 법률 제11304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3조 제1항 제2호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횡령 부분에 적용한 가중처벌 규정.
- 형사소송법 제307조 제2항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한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 무죄를 선고한다.
사실관계
1. 피고인의 회사 인수와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피고인은 소프트웨어업체 등을 운영하던 사람으로, 2010년 코스닥 상장회사 J의 경영권을 인수하였다. J는 당시 매출이 미미하고 자본잠식이 심각하여 상장폐지의 위험에 처해 있었다.
J는 2010년 4월 16일 약 10억 원 규모의 신주인수권부사채를 발행하였고, 피고인이 이를 인수하였다.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1주당 500원이었다.
신주인수권부사채는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채권에, 일정한 가격으로 그 회사의 신주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금융상품이다. 이 사건의 쟁점은 그중 신주를 받을 때 내는 가격을 지나치게 낮게 정했는지였다.
2. 주식 10주를 1주로 합치면서도 행사가격을 유지한 구조
J는 기존 주식 10주를 1주로 병합하는 무상감자를 추진하였다.
주식 수가 줄어들면 통상 주식 1주가 나타내는 지분의 크기가 커진다. 따라서 기존 주주와 신주인수권자의 이해관계를 맞추기 위해 신주인수권 행사가격도 조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감자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이 1주당 500원에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었다. 피고인은 2010년 7월 1일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198만 주를 취득하였다.
3. 검사가 주장한 회사 손해는 43억 5,600만 원
검사는 신주인수권 행사일의 주가 270원에 주식병합 비율인 10을 곱한 2,700원을 공정한 행사가격으로 보았다.
이를 기준으로 다음과 같이 손해를 계산하였다.
(공정한 행사가격 2,700원 − 실제 행사가격 500원) × 198만 주
= 43억 5,600만 원
= 43억 5,600만 원
즉, 회사가 공정한 가격으로 신주를 발행하였다면 추가로 받을 수 있었던 돈을 받지 못하였다는 주장이었다.
4. 회사 자금의 사적 사용도 별도로 문제 됨
피고인은 개인적으로 빌린 돈을 이용하여 J의 유상증자에 참여하였다. 이후 J에 납입된 유상증자 대금에서 자금을 인출하여 자신의 차입금을 갚는 등에 사용하였다.
원심은 개인채무 변제, 자녀 유학자금, 배우자 생활비, 피고인이 운영하는 다른 회사의 운영자금 등에 사용한 약 39억 원의 회사 자금에 관하여 횡령을 인정하였다. 실제 회사 업무를 위한 지출로 인정되는 일부 금액은 제외하였다.
법리
1. 제3자에게 신주인수권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부여하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
회사가 제3자에게 신주를 발행하면서 공정한 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을 정하면, 회사는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었던 자금을 받지 못하게 된다.
신주인수권부사채도 신주인수권 행사에 따라 신주가 발행된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때 회사의 손해는 원칙적으로 다음과 같이 산정한다.
회사의 손해 = (공정한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 실제 행사가격) × 발행할 주식 수
다만 이 계산을 적용하려면 비교 기준인 공정한 행사가격이 먼저 뒷받침되어야 한다.
2. 공정한 행사가격은 특정일의 주가나 감자 비율만으로 정할 수 없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공정한 행사가격을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 기존 주식의 시가와 실질가치
- 회사의 재무구조와 영업전망
- 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
- 금융시장의 상황
- 해당 조건으로 실제 투자자를 구할 수 있는지
원심은 이 사건 회사가 심각한 자본잠식 상태에 있었고, 과거 전환사채 발행도 투자금이 납입되지 않아 실패하였다는 사정 등을 고려하였다.
또한 피고인의 경영 참여와 유상증자 성공 등으로 이후 주가가 상승하였을 가능성도 있었다. 따라서 행사일 주가에 감자 비율을 단순히 곱한 2,700원이 곧 공정한 행사가격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감자에 따른 행사가격 조정이 필요 없다는 판단이 아니다. 조정의 필요성이 있더라도, 형사처벌을 위해서는 구체적인 발행 조건이 현저히 불공정하고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점까지 증명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3. ‘손해액을 모르는 경우’와 ‘손해가 발생했는지 모르는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이 판결의 핵심은 이 구별에 있다.
손해가 발생하였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구체적인 손해액 산정이 어렵더라도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점은 관련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이 사건에서는 2,700원이 공정한 행사가격이라는 점뿐 아니라, 실제 행사가격 500원이 공정한 가격보다 현저히 낮아 회사에 손해를 발생시켰다는 점도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법원은 특정한 손해액의 증명만 실패한 것이 아니라, 배임죄의 전제가 되는 손해 발생 자체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보아 무죄를 인정하였다.
4. 회사 자금을 개인채무 변제에 사용한 횡령은 별도로 인정된다
신주인수권 발행에 관한 배임이 무죄라고 해서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한 행위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뿐 아니라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을 사실상 관리하는 사람도 횡령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사람이 회사 자금을 회사 업무와 무관한 용도로 인출하면서 이자나 변제기를 정하지 않고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면, 가지급금 등의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회사 돈을 사적으로 처분한 행위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도 피고인의 개인채무 변제 등에 사용한 회사 자금에 대해서는 횡령죄가 인정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 불리해 보이는 발행 조건과 형사상 배임을 구별해야 한다. 투자자에게 유리한 조건이라는 사정만으로 회사 손해가 곧바로 증명되지는 않는다.
- 가격 평가의 시점과 근거가 중요하다. 사후 주가 상승이나 감자 비율만으로 공정한 행사가격을 역산하지 말고, 발행 당시 재무상태와 실제 자금조달 가능성을 함께 검토해야 한다.
- 손해 발생과 손해액을 구분하여 주장·입증해야 한다. 특히 손해 발생 자체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액수 미상’이라는 표현으로 입증의 공백을 보완할 수 없다.
- 개인 차입금으로 회사에 투자했더라도 납입된 자금은 회사 재산이다. 이후 그 돈을 인출하여 개인 차입금을 갚는 행위는 별도로 횡령 문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