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05. 5. 27. 선고 2003도5309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업무상배임·증권거래법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사기)·업무상배임·증권거래법위반]
대법원은 피고인들과 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였다. 전환사채 저가발행에 관한 배임 유죄, 대표이사의 증권거래법 위반 유죄 및 다른 피고인의 사기 무죄 판단이 유지되었다.
하급심은 다음과 같다.
- 서울지방법원 2002. 12. 3. 선고 2002고합2, 2002고합37(병합) 판결
- 서울고등법원 2003. 8. 13. 선고 2002노3537 판결
항소심은 유죄 판단을 유지하면서 형을 감경하여,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대표이사 B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다.
사실관계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다
한국정보통신기술 주식회사의 창업자 겸 대표이사 B는 공동창업자들이 독립하면서 자신의 지분만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 어려워지자 A와 자금조달 방안을 논의하였다.
이들은 제3자배정 방식으로 총 27억 원의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하였다. 전환조건은 사채금액 20,000원당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 1주를 받는 것이었다.
즉, 주식 1주를 취득하는 데 필요한 전환가격은 20,000원이었다. 액면가 5,000원과 구별해야 한다.
전환가격은 20,000원이었지만 투자자에게는 75,000원 이상에 매도하였다
A는 전환사채 인수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B가 보유한 기존 주식 1만 주와 앞으로 전환사채를 통해 발행될 주식 일부를 투자자들에게 매도하였다.
실제 매도가격은 대체로 주당 75,000원 이상이었다. 이처럼 기존 주식과 발행 예정 주식 일부를 매도하여 마련한 돈으로 전환사채 인수대금 27억 원을 납입하였다.
그 결과, 일부 주식의 매각대금으로 전체 전환사채를 인수하면서 B와 A도 상당한 수량의 신주를 취득할 수 있었다.
정관보다 전환 시점을 앞당겨 곧바로 주식을 취득하였다
정관은 사채발행 후 6개월이 지나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피고인들은 전환청구가 가능한 시점을 발행일 다음 날부터로 변경하여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다. 이후 전환사채는 단기간에 모두 주식으로 전환되었다.
전환된 주식은 총 13만 5천 주였으며, 그중 대표이사 B가 8만 주, A가 1만 1천 주를 취득하였다. 나머지는 투자자와 직원 등에게 배정되었다.
피고인들은 전환가격이 적정하고 배임의 고의도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피고인들은 다음 사정을 주장하였다.
- 경영권 확보와 사업자금 조달을 위한 발행이었다.
- 모기업과 협의하고 이사회 결의를 거쳤다.
- 직전 유상증자의 발행가격도 20,000원이었다.
- 전문가가 산정한 주당 순자산가치는 8,693원이었다.
- 상장회사에서도 할인발행을 하는 관행이 있었다.
그러나 법원은 피고인들이 바로 그 주식을 훨씬 높은 가격에 실제 매도하였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보았다.
법리
실제 거래가격은 저가발행과 회사 손해를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가 된다
비상장주식이라도 객관적 교환가치를 반영한 정상적인 거래사례가 있으면 그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단순한 인터넷 호가나 장래 예상가격만 제시된 것이 아니었다. 피고인들 스스로 기존 주식과 발행 예정 주식을 75,000원 이상에 실제 매도하여 인수자금을 마련하였다.
피고인들도 수사기관에서 당시 주식가치가 최소 80,000원 정도는 되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법원은 이러한 거래사례와 진술을 근거로 주당 75,000원을 적정가격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세법상 보충적 평가액이나 과거 증자가격만으로 실제 거래가격을 배척할 수는 없다고 본 것이다.
발행 직후 전환할 수 있다는 조건도 가격 판단에 반영되었다
전환사채는 이자와 상환조건,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시기 등에 따라 경제적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정관상 6개월의 대기기간을 없애고 발행일 다음 날부터 전환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실제로 단기간에 모두 주식으로 전환하였다.
따라서 법원은 전환사채와 당시 주식의 가격을 밀접하게 연결하여 평가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았다. 모든 전환사채에 대하여 주식의 거래가격을 아무런 조정 없이 적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주당 75,000원의 가격 판단과 최종 인정 손해액은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특히 주의할 부분이다.
제1심은 적정 전환가격을 49,000원으로 보아 다음 손해액을 인정하였다.
(49,000원 − 20,000원) × 135,000주
= 39억 1,500만 원
= 39억 1,500만 원
항소심은 실제 거래사례에 비추어 75,000원을 적정가격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제1심이 할인율과 추정 본질가치 등을 토대로 49,000원을 적용한 계산에는 합리성과 객관성이 부족할 여지가 있다고도 지적하였다.
다만 검사가 해당 유죄 부분에 관하여 항소하지 않았으므로, 제1심이 인정한 손해액을 피고인들에게 불리하게 변경하지 않고 유지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은 다음과 같이 정리해야 정확하다.
가격 판단에서는 주당 75,000원의 타당성을 인정하였지만, 유죄로 유지된 손해액은 제1심이 인정한 39억 1,500만 원이다.
75,000원을 적용하여 계산한 금액을 이 사건의 최종 인정 손해액으로 표시해서는 안 된다.
경영권 확보 목적과 이사회 결의만으로 배임책임이 없어지지는 않는다
법원은 경영권 확보라는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회사에 손해를 주는 현저한 저가발행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
피고인들은 주식을 75,000원 이상에 매도하면서 회사의 전환가격은 20,000원으로 정하였다. 정관상 전환청구 제한도 변경하여 신속하게 주식을 취득하였다.
이러한 사정은 실제 주식가치를 알면서도 회사에 불리한 조건으로 발행한다는 인식을 뒷받침하였다. 모기업의 승인이나 이사회 결의가 있었다는 주장만으로 그 인식을 부정할 수 없었다.
앞선 두 판례와 비교하면 가격과 손해의 입증이 더욱 직접적이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들이 직접 실행한 매매가 주식가치의 증거이면서, 저가발행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로 함께 작용하였다.
미신고 모집과 투자자에 대한 사기는 별도로 판단하였다
전환사채는 한 회사가 일괄 인수하였지만, 당시 법령상 전매 제한 요건을 갖추지 않았고 모집가액도 27억 원이어서 신고대상인 유가증권 모집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대표이사의 미신고 모집에 관한 증권거래법 위반도 유죄로 인정하였다.
반면 A가 투자자에게 주식을 75,000원에 매도한 행위에 관한 사기 혐의는 무죄로 판단하였다. 당시 실제 주가와 계약서 등을 고려할 때 기망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에 대한 저가발행 배임과 투자자에 대한 사기는 피해자와 판단 대상이 서로 다르므로, 배임 유죄와 사기 무죄는 모순되지 않는다.
이 부분에 적용된 주요 구법은 다음과 같다.
- 구 증권거래법(2001. 3. 28. 법률 제64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항, 제8조 제1항
- 구 증권거래법 시행령(2002. 2. 9. 대통령령 제17518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의4 제1항, 제3항
- 구 증권거래법 시행규칙(2001. 9. 28. 재정경제부령 제22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위 모집·신고 판단은 사건 당시 법령에 따른 것이다.
실무적 유의점
- 실제 매도가격과 발행가격의 차이를 확인해야 한다. 경영자가 같은 시기에 높은 가격으로 주식을 매도했다면, 낮은 전환가격의 적정성과 경영자의 인식 모두에 중요한 증거가 된다.
- 가격뿐 아니라 전환조건도 검토해야 한다. 전환 가능 시점을 앞당긴 조치는 인수인의 이익과 회사의 불이익을 평가하는 요소가 된다.
- 과거 증자가격이나 순자산가치만으로 적정성을 설명하기 어렵다. 발행 당시의 정상거래와 다른 가치평가자료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 이사회 결의와 가격의 공정성은 별개의 문제이다. 결의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현저한 저가발행에 따른 책임이 없어지지 않는다.
- 판결 이유의 적정가격과 유죄로 인정된 손해액을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75,000원의 가격 판단과 39억 1,500만 원의 인정 손해액이 함께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