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직 돈을 청구할 수 없어도 사해행위는 취소할 수 있다

핵심 결론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당장 돈을 지급받을 수 없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조건부채권을 보전하기 위한 사해행위취소는 가능하다. 이 사건에서는 금전 지급청구는 기각되었지만, 대표이사 배우자 명의의 근저당권 취소·말소와 원고를 위한 근저당권 설정청구는 인용되어 확정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가. 조건 성취와 조건부권리 보호를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권리행사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금전 지급청구, 사해행위취소청구, 담보설정약정에 따른 등기청구는 각각 요건이 다르다. 이 사건처럼 지급청구는 기각되면서 보전과 담보확보를 위한 청구는 인용될 수 있다.

나. 정지조건부채권과 일반적인 장래채권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이 사건은 이미 체결된 조건부 지급약정에 따른 권리를 보호한 사례이다.
아직 성립하지 않은 일반적인 장래채권에 관한 ‘기초적 법률관계·고도의 개연성·실제 성립’의 요건을 그대로 적용하여, 조건이 현실적으로 성취되어야만 취소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다만 장래의 조건 성취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지는 살펴야 한다.

다. 담보약정만으로 우선변제권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원고는 먼저 담보설정계약을 체결하였지만 등기가 이루어지기 전에 다른 사람 명의의 근저당권이 설정되었다.
담보설정 약정일과 실제 등기일을 구별하고, 조건부 지급약정과 함께 담보를 확보하려는 경우에는 등기절차의 이행 여부까지 확인해야 한다.

라. 채권액과 채권최고액을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에는 각서상 2억 원, 항소심이 산정한 조건부 지급액 176,793,000원, 원고를 위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3억 원, 취소된 근저당권의 채권최고액 4억 원이 등장한다.
각 금액은 의미가 다르다. 채권최고액 3억 원의 담보설정을 명하였다고 하여 원고가 3억 원의 지급판결을 받은 것은 아니다.

마. 기존 조건 관련 사례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ChatByun의 「제3자이의 소송 조정조항상 "대출금 지급 및 채무 변제 시 소유권 이전" 약정의 법적 성질」은 정지조건이 성취되지 않아 이행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사례이다.
이 사건은 조건 불성취에 따른 지급청구의 제한과 함께, 그 조건부권리를 지키기 위한 사해행위취소와 담보설정청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1다55542, 2000다37821, 2013다27800

해당판결

대법원 2011. 12. 8. 선고 2011다55542 판결 — 상고기각·확정
대법원은 정지조건부채권도 장래에 조건이 성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사건에서 실제로 조건이 성취되었다는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은 결론이 확정되었다.
청구확정된 결과
시공회사에 대한 2억 원 지급청구조건 성취가 인정되지 않아 기각
시공회사와 대표이사 배우자 사이의 근저당권설정계약 취소인용
대표이사 배우자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 말소인용
원고를 위한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인용
하급심

가.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 2009. 11. 19. 선고 2009가합522 판결

공사 미완공과 공사도급계약 해제를 정지조건으로 하는 지급약정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2억 원 지급청구는 기각하였다.
반면 조건부채권의 보전은 가능하다고 보아, 시공회사가 대표이사 배우자에게 설정한 근저당권의 설정계약을 취소하고 그 등기의 말소를 명하였다. 별도로 체결한 담보설정약정에 따라 원고를 위한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절차 이행도 명하였다.

나. 서울고등법원 2011. 4. 15. 선고 2010나29487 판결

원고와 피고들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여 제1심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다만 시공회사의 재산상태에 관하여 해당 토지와 건물이 주된 재산이고 채무초과상태였다고 인정하였다.
또한 실제 지급액과 합의에 따른 공제액을 검토하여, 조건이 성취될 경우 시공회사가 원고에게 지급할 금액은 176,793,000원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조건 성취 자체가 인정되지 않았으므로 그 금액의 지급을 명하지는 않았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01. 3. 23. 선고 2000다37821 판결 사해행위 당시 아직 성립하지 않은 채권도 채권 성립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 가까운 장래의 성립에 관한 고도의 개연성, 그 개연성의 현실화가 인정되면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미 정지조건부로 약정된 채권을 보호하는 이 사건의 법리와 구별하여 살펴볼 판례이다.
  •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3다27800 판결 약정된 사실이 발생하지 않으면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는 조건으로, 그 사실이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되더라도 채무를 이행해야 하는 경우에는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한다는 기준을 제시하였다.

관련법령

  • 민법 제147조 제1항 정지조건이 붙은 법률행위는 조건이 성취된 때부터 효력이 발생한다.
  • 민법 제148조 조건의 성취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동안에도 당사자는 조건 성취로 생길 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할 수 없다.
  • 민법 제149조 조건의 성취가 미정인 권리의무도 일반규정에 따라 처분·상속·보존하거나 담보로 할 수 있다.
  • 민법 제150조 제1항 조건 성취로 불이익을 받을 당사자가 신의성실에 반하여 조건 성취를 방해하면 상대방은 조건이 성취된 것으로 주장할 수 있다.
  • 민법 제186조 부동산에 관한 법률행위로 인한 물권변동은 등기하여야 효력이 발생한다.
  • 민법 제357조 제1항 담보할 채무의 최고액을 정하고 채무의 확정을 장래에 보류하는 근저당권 설정을 규정한다.
  • 민법 제406조 제1항 채권자를 해하는 재산권 목적의 법률행위에 대한 취소와 원상회복을 규정한다.
위 조문은 이 사건과 관련된 규정 내용이 변경되지 않았으므로 별도로 ‘구 민법’이라고 표시하지 않는다.

사실관계

가. 발주자에 대한 대여와 시공회사에 대한 선급금 지급

시공회사인 이룬종합건설은 발주자인 패밀리로부터 제주도 소재 병원 신축공사의 잔여 공사를 도급받았다. 계약금액은 63억 원이었고, 그중 2억 원을 선급금으로 지급받기로 하였다.
원고는 발주자에게 5억 원을 대여하기로 약정하면서 3억 원은 발주자에게 지급하고, 나머지 2억 원은 발주자가 시공회사에 지급할 선급금을 대신 지급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기로 하였다.
따라서 원고의 기본적인 대여금채무자는 발주자였다. 시공회사가 원고에게 직접 부담할 의무는 이후 작성된 이행각서에서 따로 정하였다.

나. 기존 대여금채권의 공제와 실제 송금

원고의 배우자와 그 지인은 종전에 시공회사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이었다. 이들의 채권을 선급금에서 공제하는 등의 정산을 거쳐 원고가 시공회사에 실제 송금한 금액은 67,793,000원이었다.
시공회사는 발주자에게 선급금 2억 원을 수령하였다는 영수증을 작성해 주었다. 그러나 항소심은 영수증의 기재만으로 전액이 지급된 것으로 보지 않고 실제 송금과 공제 합의의 내용을 따로 심리하였다.

다. 조건부 지급약정과 담보설정약정

시공회사는 2008. 12. 1. 원고에게 다음 취지의 이행각서를 작성해 주었다.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고 중도에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될 경우 2억 원을 책임지고 변제하며, 이를 담보하기 위하여 회사 소유 토지와 건물에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한다.
같은 날 원고와 시공회사 사이에 근저당권설정계약도 체결되었다.
이 담보설정 대상은 병원 공사현장과 구별되는 시공회사 소유의 토지와 건물이었다.

라. 대표이사 배우자에 대한 근저당권 설정

시공회사는 원고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주지 않은 상태에서, 2008. 12. 3. 대표이사의 배우자와 채권최고액 4억 원의 근저당권설정계약을 체결하였다. 그 등기는 2008. 12. 5. 마쳐졌다.
항소심은 해당 토지와 건물이 시공회사의 주된 재산이고, 회사가 채무초과상태였다고 인정하였다.

마. 공사 중단과 계약 해제에 관한 분쟁

종전 시공회사와 하도급업체의 공사대금 분쟁 등으로 새 시공회사는 공사를 진행하지 못하였다.
발주자는 시공회사의 착공 지연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주장하며 별도로 선급금 반환과 손해배상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그 소송의 제1심은 발주자가 공사현장을 인도하지 못한 사정 등을 들어 계약 해제가 부적법하다고 보아 청구를 기각하였다.
이후 그 별도 소송의 항소심에서는 발주자가 손해배상청구권을 포기하고 선급금 부분은 이 사건의 확정 결과에 따르기로 조정하였다. 이러한 조정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공사도급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고 인정되지는 않았다.

법리

가. 금전 지급을 청구하려면 약정된 조건이 성취되어야 한다

이행각서에 따른 시공회사의 지급의무는 공사를 완공하지 못하고 중도에 공사도급계약이 해제되는 것을 정지조건으로 하였다.
항소심은 여기서 말하는 해제를 적법한 해제 또는 합의해제로 해석하였다. 공사가 지연되거나 발주자가 일방적으로 해제를 통보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조건이 성취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행각서의 문언상 지급의무가 발생하는 경우를 시공회사의 귀책사유로 계약이 해제된 때로 한정하지는 않았다. 시공회사의 잘못이 있어야 한다는 제한과, 실제로 유효한 해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건은 별개의 문제이다.

나. 영업정지나 사업부지 이전만으로 조건 성취가 인정되지는 않았다

원고는 시공회사가 영업정지처분을 받았고, 사업자등록이 말소되었으며, 공사부지와 건축주 명의가 제3자에게 넘어갔으므로 사실상 공사가 불가능해졌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 사정 등을 고려하였다.
  • 영업정지기간이 이미 지났고 사업자등록도 복구되었다.
  • 공사부지 매매계약이 해소될 가능성이 있었다.
  • 시공회사는 여전히 공사를 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 공사 완공이 불가능하다거나 이행불능이 확정되어 조건이 성취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시공회사가 계약을 해제하지 않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신의칙에 반하여 조건 성취를 방해한 것이라고 보지도 않았다.

다.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어도 채권 보전은 가능하다

채권자취소권은 채무자에게 즉시 돈을 지급하라고 요구하는 권리와 목적이 다르다. 장래 채무의 이행에 필요한 책임재산이 부당하게 감소하는 것을 막는 제도이다.
민법은 조건의 성취 여부가 정해지지 않은 동안에도 상대방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조건부권리를 보존하거나 담보로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정지조건부채권도 장래에 조건이 성취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취소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2008. 12. 1. 조건부 지급약정이 이루어진 후, 2008. 12. 3. 대표이사 배우자를 위한 근저당권설정계약이 체결되었다. 원고는 먼저 성립한 조건부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후행 담보설정을 취소할 수 있었다.
다만 조건부채권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재산처분이 취소되는 것은 아니다. 공동담보 부족과 사해의사 등 사해행위취소의 다른 요건도 충족되어야 한다.

라. 지급채무의 조건과 담보설정의무를 구별한다

이 사건에서 금전 지급은 공사 미완공과 계약 해제를 조건으로 하였다. 반면 원고에게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기로 한 약정은 조건부채권을 미리 담보하기 위한 것이었다.
법원은 금전 지급의 조건이 아직 성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담보설정의무까지 부정하지 않았다. 시공회사에 2008. 12. 1.자 약정에 따른 채권최고액 3억 원의 근저당권설정등기절차 이행을 명하였다.
두 청구의 근거와 기능은 다음과 같이 구별된다.
청구근거와 기능
대표이사 배우자 명의 근저당권의 취소·말소사해행위로 감소한 공동담보의 회복
원고를 위한 근저당권설정등기원고와 시공회사 사이의 별도 담보설정약정 이행
금전 지급정지조건 성취 후 지급채무의 이행
사해행위취소에 성공하였기 때문에 원고의 근저당권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 원고를 위한 근저당권 설정은 별도의 계약과 등기절차 이행청구에 근거한다.

마. 각서의 2억 원과 항소심이 산정한 금액은 구별해야 한다

항소심은 조건이 성취될 경우 지급할 금액을 다음과 같이 산정하였다.
항목인정 금액
원고가 시공회사에 실제 송금한 금액67,793,000원
시공회사와 합의하여 공제한 기존 채권109,000,000원
합계176,793,000원
원고가 주장한 134,000,000원의 기존 채권 전액은 인정되지 않았다. 별도로 주장된 25,000,000원의 공제 역시 채권양도나 공제 합의가 증명되지 않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 사건을 원고가 2억 원 지급판결을 받은 사례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항소심은 조건 성취 시의 지급액을 176,793,000원으로 판단하였지만, 조건이 성취되지 않았으므로 현실적인 지급청구는 기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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