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례
사건명: 횡령.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여 횡령 부분의 무죄판결이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당사자 사이의 약정을 조합이나 내적 조합이 아닌 ‘익명조합과 유사한 무명계약’으로 판단하였다.
하급심
제1심은 횡령을 포함한 사기·상해 등의 범죄에 대하여 징역 10개월을 선고하였다.
항소심에서 검사는 횡령의 공소사실을 투자금 5,000만 원과 액수 미상의 전매이익금의 반환을 거부하였다는 내용으로 정리하고, 부동산 중 피해자 지분 자체를 횡령하였다는 부분을 삭제하였다.
항소심은 이러한 공소장변경에 따른 직권파기사유와 함께, 횡령 부분에 관한 제1심의 사실오인·법리오해를 인정하여 제1심판결을 파기하였다.
구체적으로 피해자는 부동산 매수자금의 일부를 투자하고 전매이익을 정산받기로 하였을 뿐, 피고인과 공동사업을 경영하거나 부동산을 조합재산으로 합유하기로 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피고인이 피해자 몫의 매매대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이익금 미지급은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일 뿐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횡령 부분에는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사기·상해 부분에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사건 전체가 무죄로 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항소심의 이유 설명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보면서도, 당사자 관계를 ‘익명조합과 유사한 무명계약’으로 구체화하여 횡령 무죄의 결론을 유지하였다. 파기환송심은 없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5다5140 판결 공동으로 전매차익을 얻으려는 목적만으로 조합이 성립하지는 않는다는 선례이다. 동업체의 재산으로 귀속시키고 전원의 의사와 계산으로 처분하여 이익을 나누기로 하는 합의가 있는지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 항소심이 조합계약의 성립 여부를 판단하면서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9도7423 판결 조합재산의 처분대금을 조합원이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고, 내부적으로만 조합관계가 존재하는 내적 조합에도 같은 법리가 적용된다는 선례이다. 대상판결은 이 법리를 전제로 하되, 해당 투자약정은 내적 조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구별하였다.
- 대법원 2017. 11. 9. 선고 2017도12548 판결 공동투자자들이 부동산 매수, 개발방식 변경, 추가 비용 분담과 정산 등에 관여한 사정을 근거로 내적 조합을 인정하였다. 동업자의 승낙 없는 담보제공과 대출금 사용에 횡령죄를 인정한 사례로, 투자자가 매수·전매를 전적으로 일임한 대상판결과 대비된다.
- 대법원 2020. 10. 29. 선고 2020도9245 판결 조합관계는 인정되었지만, 매도인이 명의신탁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는 계약명의신탁에 따라 회사가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하였으므로 조합재산 횡령을 부정하였다. 대상판결은 조합관계 자체를 부정한 반면, 이 판결은 조합관계를 인정한 다음 소유권 귀속을 이유로 횡령죄를 부정하였다는 차이가 있다.
관련법령
- 형법 제355조 제1항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반환을 거부한 경우를 처벌한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 민법 제703조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하기로 약정하면 조합이 성립한다.
- 민법 제704조 조합원의 출자와 그 밖의 조합재산은 조합원의 합유로 한다.
- 상법 제79조 상대방의 영업을 위하여 출자하고 그 영업에서 생긴 이익을 분배받기로 하는 익명조합의 성립을 규정한다.
- 상법 제80조 익명조합원이 출자한 금전이나 그 밖의 재산은 영업자의 재산으로 본다. 익명조합에서 영업자가 출자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로 취급되지 않는 근거이다.
-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 무죄를 선고하도록 한다. 항소심이 횡령 부분에 무죄를 선고한 근거이다.
사실관계
피고인과 피해자는 2002년 9월경 양주시 백석읍 오산리 소재 토지 3필지에 투자하고, 이를 전매한 뒤 투자비율에 따라 매매이익을 나누기로 약정하였다. 별도의 서면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피해자는 약 5,000만 원을 투자하였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조달한 돈 등을 합하여 2002년 11월경 토지를 매수하였고, 실제 구입비용은 약 10억 2,000만 원이었다.
매매계약서에는 피고인만 매수인으로 기재되었고, 소유권이전등기는 피고인과 다른 2명 명의로 이루어졌다. 다른 투자자 중 한 사람은 투자비율에 따른 지분등기를 받았지만, 피해자는 자신의 명의로 지분등기를 받지 않았다.
피해자는 부동산 투자에 전문성이 있는 피고인에게 매수와 매도에 관한 모든 권한을 맡겼다고 진술하였다. 실제 토지 매수 과정에 관여하지 않았고, 이후의 전매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2007년 4월경 토지를 제3자에게 매도하였다. 항소심 판결에 기재된 공소사실상 매도일은 2007년 4월 2일, 매매대금은 23억 5,000만 원이다. 검사는 피고인 등이 투자금 5,000만 원과 액수 미상의 전매이익금의 반환을 거부하였다는 이유로 횡령죄를 주장하였다.
피고인은 투자금 중 2,000만 원을 이미 반환하였고, 나머지는 피해자가 임차한 컨테이너의 차임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이자에 갈음하였으므로 대여금으로 전환된 것으로 믿었다고도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이러한 대여금 전환 주장을 인정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이 아니다. 피고인이 피해자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지 않다는 이유로 횡령죄를 부정하였으므로, 대여금 전환 여부나 그에 관한 고의 주장을 더 판단할 필요가 없다고 보았다.
법리
내적 조합과 익명조합의 구별
일반적인 판단 기준
내적 조합은 당사자 내부에서는 공동사업을 경영하는 조합관계가 존재하지만, 대외적으로는 그 관계가 드러나지 않는 형태이다. 외부 업무를 특정인 명의로 처리한다는 사정만으로 조합관계가 부정되지는 않는다.
반면 익명조합에서는 출자자가 상대방의 영업을 위하여 재산을 출자하고 이익을 분배받으며, 출자재산은 영업자에게 귀속된다.
어느 관계에 해당하는지는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당사자 내부에 공동사업을 경영하려는 관계가 있는지
- 투자자가 업무검사권 등을 가지고 사업에 관여하였는지
- 재산의 처분·변경에 다른 투자자의 동의가 필요한지
- 업무담당자가 독자적으로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지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해자는 토지 매수와 전매를 전적으로 피고인에게 맡겼고, 실제 업무집행에 관여하지 않았다. 피고인은 피해자의 별도 동의를 받는 등의 제한 없이 재산을 처분할 수 있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당사자 관계를 조합이나 내적 조합으로 보지 않고, ‘익명조합과 유사한 무명계약’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판결을 상법상 익명조합의 성립요건을 모두 충족하였다고 확정한 사례로 표현하기보다는, 익명조합과 유사한 투자·이익분배계약으로 보아 횡령죄를 부정한 사례로 정리하는 것이 정확하다.
이익분배청구권과 매각대금의 소유권은 구별된다
일반적인 판단 기준
투자자에게 일정 비율의 이익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매각대금 중 그 비율에 해당하는 금전이 곧바로 투자자의 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횡령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한 금전 지급채무를 넘어, 상대방 소유의 재물을 그를 위하여 보관하는 관계가 인정되어야 한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항소심은 피해자에게 전매이익을 정산받을 권리는 있지만, 피고인이 수령한 매매대금 중 투자비율에 해당하는 금전을 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피고인이 매매대금을 임의로 사용하거나 이익금 상당액을 지급하지 않더라도, 이 사건 계약관계에서는 민사상 채무불이행의 문제가 될 뿐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는 투자금과 이익금의 지급의무가 없다는 판단이 아니다. 구체적인 정산금액과 지급 범위도 이 형사판결에서 확정한 것은 아니다.
투자금액·계약서·등기명의는 종합판단의 자료이다
항소심은 서면 계약서가 없다는 점, 피해자의 투자금이 전체 구입비용에 비하여 적다는 점, 피해자 명의의 지분등기가 없다는 점 등을 함께 고려하였다.
그러나 서면 계약서가 없거나 투자금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조합이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는 아니다. 대법원은 특히 매수·전매에 대한 전적인 일임, 업무 관여의 부재, 피고인의 제한 없는 처분권한을 중심으로 판단하였다.
따라서 업무를 한 사람에게 맡겼더라도 중요 사항에 대한 공동결정권이나 처분에 대한 동의권을 유보하였다면, 이 사건과 법적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계약명의신탁 주장은 무죄 판단의 직접적인 근거가 아니다
피고인은 예비적으로 매도인이 선의인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므로 자신이 소유권을 취득하였다는 주장도 하였다.
그러나 항소심과 대법원은 당사자 관계의 성격을 검토하여 조합관계를 부정하고, 그에 따라 재물의 보관자 지위를 부정하였다. 매도인의 선의와 계약명의신탁의 효력을 이유로 무죄를 인정한 2020도9245 판결과는 판단 경로가 다르다.
실무적 유의점
- 투자약정의 명칭보다 권한과 재산 귀속에 관한 내용을 확인해야 한다. ‘동업’, ‘공동투자’라는 표현이나 수익분배 약정만으로 조합재산과 보관관계가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 업무의 전적인 일임과 일상적인 업무집행의 위임을 구별해야 한다. 투자자가 매각가격, 처분 시기, 추가 차입, 담보제공 등에 대한 승인권을 보유하였는지 확인해야 한다.
- 이익을 받을 채권과 특정 매각대금에 대한 소유권을 구분하여 주장해야 한다. 정산채권의 존재만으로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를 도출해서는 안 된다.
- 계약서뿐 아니라 협의 내역, 문자메시지, 매수·매도 과정의 참여 자료, 비용 분담 및 정산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실제 업무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가 전적인 권한 위임 때문인지, 상대방이 참여를 배제하였기 때문인지도 구별할 필요가 있다.
- 투자금이 대여금으로 전환되었다는 주장은 별도의 합의와 증거로 검토해야 한다. 이 판결의 횡령 무죄를 근거로 대여금 전환이나 수익분배권 소멸까지 인정되었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 형사책임이 부정되더라도 약정에 따른 투자금·이익금 정산청구는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매매대금, 취득·처분 비용, 기존 반환금과 분배약정을 확인하여 민사상 청구액을 구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