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례
대법원 2011. 7. 14. 선고 2009다12528 판결 [손해배상(기)]
- 원고: 주식회사 클라인포스트. 국내 업체의 모바일 콘텐츠 등을 해외에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한 회사
- 피고 1: 원고 회사의 해외영업팀장으로 근무하다가 퇴직한 직원
- 피고 2: 이직한 회사의 기획이사
- 피고 회사: 주식회사 넥슨모바일. 원고와 전략적 사업제휴계약을 체결한 모바일 게임 개발업체
- 대법원 판단: 피고 1에 대한 청구 중 제1·10·11항 문서에 관한 부분만 파기환송하고, 나머지 상고는 기각하였다.
대법원은 일부 문서의 영업비밀성과 퇴직 직원의 부정취득에 따른 손해 발생을 인정하였다. 다만 이직한 회사와 그 임원의 책임까지 인정하지는 않았다.
하급심
제1심
원고는 피고들을 상대로 1억 5,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제1심은 문제 된 문서들이 공개된 정보이거나 원고에게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일부 문서는 비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영업비밀성을 부정하였다.
또한 이직한 회사가 원고와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고, 문서 취득·사용으로 원고의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보아 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원심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따라 제1심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용하고 원고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였다. 첨부된 원심판결에는 별도의 상세한 사실인정이나 추가 법리 판단이 기재되어 있지 않다.
대법원의 파기 범위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
대법원이 손해배상액을 직접 정한 것은 아니며, 파기된 부분은 환송심에서 추가 심리하도록 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2다60610 판결 비공지성이란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려져 있지 않아 보유자를 통하지 않고는 정보를 통상 입수하기 어려운 상태를 말한다. 이미 일반적으로 알려진 정보는 비밀로 관리하더라도 영업비밀이 될 수 없다.
- 대법원 2008. 2. 15. 선고 2005도6223 판결 정보의 사용으로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취득·개발에 상당한 비용이나 노력이 필요하면 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 실제 제3자에게 도움이 되었는지와 영업비밀성은 구별된다.
-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3435 판결 구법상 비밀관리성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 일반적인 비밀준수 서약만 있고 업무파일의 분류·접근제한 등 관리가 부족했던 사안에서 영업비밀성을 부정하였다. 현행법 적용 시에는 이후 비밀관리 요건이 완화되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 대법원 1996. 12. 23. 선고 96다16605 판결 영업비밀 취득의 ‘부정한 수단’에는 절취 등 범죄행위뿐 아니라 비밀유지의무 위반이나 그 위반을 유인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관련 법령
이 사건에 적용된 규정
-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2호 영업비밀의 요건으로 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 및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될 것을 요구하였다.
-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 (가)목 부정한 수단으로 영업비밀을 취득하는 행위와 그 취득한 영업비밀을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행위를 규율한다.
-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07. 12. 21. 법률 제8767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3호 (나)목 부정취득행위가 개입된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고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그 정보를 사용·공개하는 행위를 규율한다.
- 민법 제756조 피용자가 사무집행에 관하여 제3자에게 가한 손해에 대한 사용자책임을 정한다. 이 사건에서 이직한 회사의 책임과 관련하여 문제 되었다.
현행 규정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 비공지성, 독립된 경제적 가치 및 ‘비밀로 관리’된 기술상·경영상 정보를 영업비밀로 규정한다.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 가목·나목 부정취득 자체와 부정취득 사실을 알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취득 등을 각각 침해행위로 규정한다.
-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11조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한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 사람의 배상책임을 정한다.
사실관계
소규모 해외판매 회사의 핵심 직원
원고 회사는 국내 업체가 개발한 모바일 콘텐츠와 게임 등을 해외에 판매하는 사업을 영위하였다. 상시근무자는 대표이사와 피고 1 두 사람이었다.
피고 1은 2001년 8월 31일부터 2004년 8월 21일까지 해외영업팀장으로 근무하면서 시장조사, 해외 거래처 발굴, 상담·고객관리, 수출계약 진행과 계약서 작성 등을 담당하였다.
제휴업체로의 이직과 문서 반출
원고는 2004년 6월경 피고 회사와 전략적 사업제휴계약을 체결하였다. 원고가 피고 회사의 모바일 게임을 유럽시장에 판매하되, 원고가 추천한 업체와 거래할 때에는 원고를 경유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피고 1은 퇴직 다음 날인 2004년 8월 22일경 원고 사무실에서 업무용 컴퓨터의 문서파일을 CD 3장에 복사하여 가져갔다. 이후 같은 달 25일경 피고 회사에 해외사업실장으로 입사하여, 지급받은 노트북에 해당 파일들을 저장하였다.
대법원이 영업비밀로 인정한 문서
대법원은 문서 하단의 비밀표시와 회사의 주요 업무를 담당한 피고 1이 해당 문서를 작성·보관한 사정 등을 고려하여 비밀관리성도 인정하였다.
나머지 문서는 경제적 유용성이 없거나 비밀로 관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영업비밀은 기술정보뿐 아니라 영업망·가격정책 등 경영정보도 포함한다
영업비밀의 보호대상은 제조기술이나 설계도에 한정되지 않는다. 해외 영업망 구축에 필요한 정보, 판매가격과 거래조건, 사업모델처럼 영업활동에 유용한 경영정보도 요건을 갖추면 보호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해당 정보를 보유한 경쟁업체가 영업망 구축이나 가격정책 수립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는 점을 중시하였다.
이미 체결한 거래에 관한 정보라도 향후 동일·유사 제품의 판매에 활용될 수 있다면 경제적 가치가 인정될 수 있다는 취지이다.
소규모 회사의 관리 실태도 구체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대법원은 대표이사와 직원 한 명이 근무한 회사에서 문서에 비밀표시를 하고 핵심 업무 담당자가 이를 작성·보관한 사정을 고려하였다.
이는 이 사건의 문서 내용, 표시 및 보관 경위를 종합한 판단이다. 비밀표시 하나만으로 모든 문서의 영업비밀성이 인정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퇴직 후 다른 회사에서 사용하려고 문서를 복사한 행위는 부정취득이 될 수 있다
대법원은 피고 1이 퇴직 후 원고의 사무실에서, 이직한 회사의 업무에 사용할 목적으로 영업비밀 문서를 복사하여 가져간 행위를 부정취득으로 판단하였다.
재직 중 업무상 문서를 작성하거나 열람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퇴직 후 외부 반출까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의 판단 대상은 구체적인 문서파일의 무단 취득이다.
실제 사용하지 않아도 부정취득 자체로 손해가 발생한다
영업비밀의 경제적 가치는 보유자가 정보를 통제하면서 경쟁상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데 있다.
대법원은 영업비밀을 부정취득하면 그 자체로 정보의 경제적 가치가 손상되므로, 실제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보유자의 영업상 이익을 침해하여 손해를 입힌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실제 거래처를 빼앗겼다거나 매출이 감소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손해 발생을 곧바로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손해의 발생과 배상액의 산정은 구별된다. 이 판결은 원고가 청구한 1억 5,000만 원 전액을 인정한 판결은 아니다.
이직한 회사의 책임은 별도로 증명해야 한다
대법원은 피고 1이 피고 회사의 노트북에 문서를 보관하였다는 사정만으로는 다음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다.
- 피고 회사의 대표이사나 기획이사가 반출을 공모하였다는 사실
- 이들이 영업비밀을 취득하거나 사용하였다는 사실
- 피고 1의 침해행위가 피고 회사의 사무집행에 관하여 이루어졌다는 사실
따라서 퇴직 직원의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채용 회사와 임원의 책임이 자동으로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반출 지시, 자료 수령·공유, 업무 활용 등의 구체적 관여를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현행법은 비밀관리 요건을 단계적으로 완화하였다
비밀관리성에 관한 법문은 다음과 같이 바뀌었다.
2015년 개정은 요구되는 노력의 수준을 ‘상당한 노력’에서 ‘합리적인 노력’으로 낮추었다. 2019년 개정은 노력의 정도에 관한 문구를 삭제하였다. 개정이유도 합리적인 노력이 없더라도 비밀로 유지되었다면 보호할 수 있도록 인정요건을 완화한다는 취지를 명시한다.
현행법과 이 판결의 관계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비공지성은 유지된다. 이미 일반에 알려진 정보까지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 독립된 경제적 가치도 유지된다. 내부자료라는 사정만으로 경제적 가치가 인정되지는 않는다.
- 비밀관리성도 유지된다. 다만 관리 노력의 ‘상당성’이나 ‘합리성’을 과거와 같은 별도 요건으로 요구해서는 안 된다.
- 비밀표시, 접근권한 제한, 비밀유지약정, 보관 방식 등은 현재도 실제 비밀관리 여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모든 조치를 빠짐없이 갖추어야 한다는 획일적 기준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판결의 비공지성·경제적 가치·부정취득 및 손해 발생에 관한 법리는 참고할 수 있지만, ‘상당한 노력’을 요구한 부분은 현행법의 완화된 문언에 맞추어 읽어야 한다. 당시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았던 문서도 현행법상 판단에서는 관리 실태를 다시 평가할 수 있으나, 비공지성이나 경제적 가치가 결여된 문제까지 개정으로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실무상 유의점
- 문서별로 보호할 정보를 특정해야 한다. 파일 전체를 일괄하여 영업비밀이라고 주장하기보다 비공개 정보, 경쟁상 이익, 관리 방법을 나누어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 실제 사용 증거가 없더라도 부정취득을 검토해야 한다. 복사·반출 시점, 저장매체, 접근기록, 이직 후 보관 경위가 주요 증거가 된다. 손해액에 관한 자료는 별도로 준비해야 한다.
- 직원과 채용 회사의 책임을 구별해야 한다. 회사의 반출 지시나 자료 수령·사용, 사무집행 관련성에 관한 증거가 필요하다.
- 적용 시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 현행법의 완화된 비밀관리 요건을 과거 침해행위에 그대로 소급하여 적용하거나, 반대로 구법의 ‘상당한 노력’을 현행 사건의 필수요건으로 제시해서는 안 된다.
- 소규모 기업도 관리 사실을 남겨야 한다. 핵심자료의 비밀표시, 업무별 접근권한, 비밀유지의무 고지와 퇴직 시 자료 반환·삭제 확인은 비밀관리와 무단 반출 여부를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