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매점 전산시스템의 거래정보와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

핵심 결론 도매점이 회사 서버에 입력하여 회사와 공동으로 활용한 거래정보는, 회사 임직원의 접근을 제한하거나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면 그들에 대한 관계에서 영업비밀로 인정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도13791, 2008도3435, 2011도3657

판결번호

대법원 2019년 10월 31일 선고 2017도13791 판결
  • 사건명: 업무방해·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영업비밀누설 등)·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17년 8월 18일 선고 2016노4411 판결
  • 재판 결과: 일부 파기환송, 피고인 회사와 검사의 상고기각

관련판례

  • 대법원 1999년 3월 12일 선고 98도4704 판결 영업비밀은 비공지성·독립된 경제적 가치·비밀관리성을 갖춘 기술상 또는 경영상의 정보여야 한다.
  • 대법원 2008년 7월 10일 선고 2008도3435 판결 비밀 표시, 접근 대상·방법의 제한, 비밀준수의무 부과 등으로 비밀관리 사실이 객관적으로 인식될 수 있어야 한다.
  • 대법원 2012년 6월 28일 선고 2011도3657 판결 비공지성, 경제적 유용성 및 비밀관리성 등 영업비밀의 판단기준을 제시하였다.

관련법령

※ 이 판결은 당시의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이라는 요건을 적용한 것이다. 현행법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2호에서 ‘비밀로 관리된’ 정보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실관계

  • 피고인 회사는 특정주류면허를 가진 도매점에 일정 지역의 독점판매권을 부여하고, 도매점은 피고인 회사의 제품만을 판매하였다.
  • 피고인 회사 전체 매출 중 도매점을 통한 매출 비중은 약 60%였다.
  • 도매점들은 종래 거래처와 거래정보를 각자의 컴퓨터나 장부로 관리하였다.
  • 피고인 회사는 2002년경 도매점의 거래정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자기 비용으로 전산시스템을 구축하였다.
  • 도매점장들은 휴대용 단말기나 컴퓨터를 이용하여 다음 정보를 전산시스템에 입력하였다.
  • 거래처 정보
  • 매출정보
  • 수금정보
  • 구체적인 거래조건
  • 입력된 정보는 피고인 회사가 소유·관리하는 서버에 저장되었다.
  • 피고인 회사는 해당 정보를 영업계획 수립, 도매점별 판매목표 설정, 재고관리, 도매점 평가와 포상금·광고비 산정 등에 활용하였다.
  • 도매점장들은 피고인 회사가 정보를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6~7년 동안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도매점장과 피고인 회사 사이에는 거래정보에 관한 별도의 비밀유지약정이 없었다.
  • 피고인 회사의 영업본부 직원들은 별도의 보안절차 없이 거래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
  • 도매점장들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설정하였지만, 영업상 편의를 위해 회사 영업직원에게 이를 알려주고 대신 주문하게 하기도 하였다.
  • 피고인 회사는 일부 도매점과의 거래를 종료한 뒤 기존 도매점의 거래처 정보를 신규 도매점의 영업에 활용하였다.
  • 검사는 회사 대표이사와 영업담당 임직원들이 도매점의 영업비밀을 신규 도매점에 부정하게 사용하였다고 기소하였다.

핵심쟁점

  • 도매점이 입력한 거래정보를 영업비밀로 볼 수 있는가?
  • 도매점이 회사에 전산시스템 관리를 맡기고 회사와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한 경우에도 회사 임직원에 대한 관계에서 비밀관리성이 인정되는가?
  •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설정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상당한 비밀관리 노력이 인정되는가?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에 관한 법리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된다’고 인정하려면 다음과 같은 조치를 통해 해당 정보가 비밀로 관리되고 있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 정보에 비밀이라는 표시를 하거나 이를 고지할 것
  •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을 제한할 것
  • 정보에 접근하는 방법을 통제할 것
  • 정보 접근자에게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할 것
비밀관리 노력이 상당한지는 일률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다음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영업비밀 보유자가 취한 예방조치의 구체적인 내용
  • 해당 정보에 대한 접근을 허용할 영업상 필요성
  • 영업비밀 보유자와 침해자 사이의 신뢰관계와 그 정도
  • 정보의 경제적 가치
  • 영업비밀 보유자의 사업 규모와 경제적 능력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도매점의 거래정보가 피고인 회사 임직원에 대한 관계에서는 비밀로 관리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도매점장들은 피고인 회사가 전산시스템을 관리하고 거래정보를 영업에 활용한다는 사실을 알고도 장기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 도매점장들은 피고인 회사에 전산시스템과 거래정보의 관리를 사실상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었다.
  • 회사와 도매점은 거래관계가 유지되는 동안 해당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하였다.
  • 도매점장들은 피고인 회사 또는 그 임직원의 정보 접근을 제한하지 않았다.
  • 도매점장과 회사 임직원 사이에 별도의 비밀유지약정이나 비밀준수의무가 설정되지 않았다.
  • 회사 영업본부 직원들은 별도의 보안절차 없이 정보를 열람할 수 있었다.
  • 아이디와 비밀번호는 전산시스템 접속을 위한 기본적인 본인확인절차에 불과하고, 거래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인 예방조치로 보기 어려웠다.
  • 회사 임직원에게 신의칙상 정보를 경쟁업체에 공개하지 않을 의무가 있을 수 있지만, 그러한 일반적인 의무만으로 법률상 비밀관리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피고인들이 해당 정보가 도매점장들에 의해 비밀로 유지·관리되고 있다고 인식하기도 어려웠다고 보았다.
제3자와 회사 임직원의 구별
대법원은 정보 이용자의 지위에 따라 비밀관리성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밝혔다.
  • 외부의 제3자가 회사 전산시스템에 무단으로 접속하여 정보를 수집·사용한 경우에는 회사가 취한 비밀관리 조치를 도매점의 비밀관리 노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 그러나 전산시스템을 직접 관리하고 정보를 공동으로 활용한 피고인 회사와 그 임직원에 대해서는 별도로 접근을 제한하거나 비밀준수의무를 부과하지 않은 이상 비밀관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즉, 어떤 정보가 모든 사람에 대한 관계에서 일률적으로 영업비밀이 되는 것은 아니며, 정보보유자와 행위자의 관계 및 그 행위자에 대해 실제로 취한 관리조치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한다.
원심과 대법원의 판단 차이
원심은 거래처·매출·수금·거래조건 등의 정보가 비공지성과 경제적 가치를 갖고 상당한 노력으로 비밀 관리되었다고 보아 회사 임직원들의 영업비밀 부정사용죄를 유죄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회사와 도매점의 정보 공동 활용관계, 접근 제한의 부재, 비밀유지약정의 부재 등을 고려하면 회사 임직원에 대한 비밀관리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심을 파기하였다.

결론

  • 피고인 1·2·3의 영업비밀 부정사용 부분에 관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 해당 부분과 경합범 또는 상상적 경합 관계에 있는 나머지 유죄 부분까지 함께 파기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 전산시스템 접근 차단에 의한 업무방해와 공정거래법 위반에 관한 원심의 유죄 판단 자체는 정당하다고 보았다.
  • 피고인 회사와 검사의 상고는 모두 기각하였다.

판결의 의미

정보를 전산시스템에 저장하고 아이디·비밀번호를 설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영업비밀의 비밀관리성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정보를 공동으로 이용하는 거래상대방이나 그 임직원에 대한 형사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접근권한 제한, 비밀 표시, 비밀유지약정 등 상대방이 그 정보를 비밀로 인식할 수 있는 구체적인 관리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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