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이스피싱 계좌명의인의 피해금 임의 인출과 횡령죄—사기 공범 여부와 횡령 피해자의 구별

핵심 결론 사기의 공범이 아닌 계좌명의인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사기범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으며, 사기 공범의 인출에는 별도의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도17494, 2010도891, 2014도6992, 2017도3045, 2020도9789

해당판례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사건명: 사기방조·횡령
결론: 원심판결 중 횡령 부분 파기환송, 검사의 나머지 상고 기각.
하급심
원심은 서울남부지방법원 2017. 10. 10. 선고 2017노1785 판결이다.
원심은 피고인들이 양도한 계좌가 보이스피싱 범행에 이용될 것임을 인식하였다고 볼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사기방조 부분을 무죄로 판단하였다. 횡령 부분도 피고인들과 보이스피싱 조직원 사이뿐 아니라 사기피해자 사이에도 피해금 보관에 관한 위탁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주위적·예비적 공소사실을 모두 무죄로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사기방조 부분에 관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을 횡령 피해자로 삼은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무죄 판단도 정당하다고 보았다.
그러나 사기피해자를 횡령 피해자로 삼은 예비적 공소사실은 유죄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았다. 피고인들에게 사기방조죄가 성립하지 않는 이상, 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서 이를 임의로 인출한 행위는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에 횡령 부분을 파기하여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환송하였다. 대상판결

관련판례

  • 대법원 2010. 12. 9. 선고 2010도891 판결: 착오송금의 수취인은 송금인과 기존 거래관계가 없어도 신의칙상 보관자의 지위에 있고,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소비하면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이 법리를 사기의 공범이 아닌 계좌명의인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인출한 경우에도 적용하였다.
  •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횡령죄의 위탁관계는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신임관계로 한정된다고 판단하였다. 대상판결은 이를 원용하여 계좌명의인과 보이스피싱 조직원 사이의 관계를 횡령죄로 보호할 수 없다고 보았다.
  • 대법원 2017. 5. 31. 선고 2017도3045 판결: 사기 공범이 피해금을 인출한 경우 별도의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와 관련된다. 대상판결은 사기 공범인 계좌명의인과 공범이 아닌 계좌명의인의 인출행위를 구별하면서 이를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21. 12. 16. 선고 2020도9789 판결: 원인불명으로 이체받은 비트코인의 처분에 금전의 착오송금 법리를 유추하여 배임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금전에 관한 보관관계 법리를 가상자산에 그대로 확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관련법령

  • 형법 제355조 제1항: 횡령죄의 보관자 지위와 임의 인출행위의 처벌 근거이다.
  • 형법 제347조 제1항: 보이스피싱 사기 범행과 그 기수 시점에 관한 규정이다.
  • 형법 제32조: 계좌의 접근매체를 제공한 행위에 사기방조가 성립하는지와 관련된다.
  • 형법 제30조: 피고인들이 공모하여 피해금을 인출한 행위의 공동정범 성립과 관련된다.

사실관계

피고인들은 계좌명의인인 피고인 1과 그와 함께 행동한 피고인 2이다. 피해자는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속아 돈을 송금한 사람이다.
  • 피고인들은 2017. 2. 12.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피고인 1 명의의 SC제일은행 예금통장, 체크카드 1개, OTP카드 1개 등을 교부하였다. 다만 해당 계좌에 연결된 별도의 체크카드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었다.
  • 조직원은 다음 날 피해자에게 전화하여 검사를 사칭하면서, 피해자 명의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었으므로 금융기관의 돈을 해약하여 ‘금융법률 전문가’인 피고인 1에게 송금하면 범죄 관련성을 확인한 뒤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 피해자는 이에 속아 2017. 2. 14. 오전 11시 20분경 피고인 1 명의 계좌로 613만 원을 송금하였다.
  • 피고인들은 같은 날 오전 11시 50분경 자신들이 보유한 별도의 체크카드를 이용하여 그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하였다.
검사는 접근매체 제공에 관하여 사기방조를, 300만 원 인출에 관하여 횡령을 문제 삼았다. 횡령 피해자는 주위적으로 보이스피싱 조직원, 예비적으로 돈을 송금한 사기피해자로 구성하였다.
피고인들의 사기방조 고의가 증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금 인출이 누구에 대한 횡령이 되는지가 핵심 쟁점이었다. 대상판결의 사실관계

법리

일반적인 판단 기준
횡령죄의 보관관계는 계약뿐 아니라 법률, 관습, 조리 또는 신의칙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사실상 재물을 맡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다. 당사자의 관계와 보관 경위 등을 고려하여 그 보관 상태를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는지 규범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송금 원인관계가 없어도 계좌명의인은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을 취득하지만, 송금인에게 그 금액 상당의 돈을 반환해야 한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반환 관계를 근거로 계좌명의인이 송금인을 위하여 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았다.
이 법리는 보이스피싱 피해금에도 적용된다. 사기의 공범이 아닌 계좌명의인이 피해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반면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피해금을 보관하게 된 것은 자신이 가담한 범행의 결과이다. 피해자와 위탁관계가 없고, 피해금 인출도 사기 범행의 실행행위에 해당하므로 별도의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기범을 피해자로 하는 횡령죄의 부정
접근매체를 양도하더라도 계좌명의인은 여전히 은행에 대한 예금채권자이다. 접근매체를 넘겨받은 사기범은 예금채권을 사실상 행사할 수 있게 될 뿐, 예금 자체를 취득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계좌명의인과 사기범 사이의 피해금 보관 관계는 횡령죄로 보호할 가치가 없다. 이를 보호하면 범죄로 송금된 돈을 사기범에게 귀속시키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해당 사건에 대한 적용
피고인들의 사기방조 고의는 증명되지 않았다. 따라서 피고인들은 사기 공범으로서 피해금을 인출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수의견은 피고인들이 사기피해자를 위하여 보관하는 돈 중 300만 원을 임의로 인출하였으므로 사기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다.
별개의견과 반대의견
김소영·박상옥·이기택·김재형 대법관의 별개의견은 사기피해자와 계좌명의인 사이의 위탁관계를 부정하면서, 접근매체를 양수한 사람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보았다. 파기환송이라는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횡령 피해자를 달리 파악한 것이다.
조희대 대법관의 반대의견은 사기범과의 관계는 형사법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없고, 사기피해자와도 위탁관계가 없으므로 어느 쪽에 대해서도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이 판결의 중심은 종전 착오송금 판례의 변경이 아니라, 그 법리를 보이스피싱 피해금에 적용할 수 있는지와 보호받는 위탁관계의 상대방이 누구인지에 있다. 전원합의체 각 의견

실무적 유의점

  • 접근매체 제공 당시의 사기방조 고의와 피해금 인출 당시의 횡령 고의를 구분하여 검토해야 한다. 계좌 제공 당시 범죄 이용을 알았다는 증거가 부족하더라도, 이후 입금액을 자신의 돈처럼 인출한 행위에 대한 책임은 별도로 문제 된다.
  • 횡령 피해자는 원칙적으로 실제 송금한 사기피해자로 특정해야 한다. 접근매체를 넘겨받은 조직원이 인출 권한을 약정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조직원을 횡령 피해자로 구성할 수는 없다.
  • 계좌명의인의 지위와 인출 가담자의 역할을 나누어 확인해야 한다. 접근매체 교부 경위, 별도 카드 보유, 입금 확인, 인출 공모와 분배 내역 등이 주요 증거가 된다.
  • 사기방조가 무죄라는 사정은 횡령 고의까지 부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반대로 인출 사실만으로 사기방조 고의가 당연히 증명되는 것도 아니다.
  • 피해자 측은 송금액과 인출액을 구분하고, 형사상 횡령 책임과 민사상 반환·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각각 검토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도 송금액은 613만 원이지만 문제 된 임의 인출액은 300만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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