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피고 C의 상고가 기각되어 위 청구를 인용한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었다.
사건명에는 ‘구상금’이 포함되어 있지만, 이 글에서 다루는 항소심과 대법원의 심판 대상은 수익자 C에 대한 사해행위취소 및 원상회복 청구이다. C에게 구상금 지급을 명한 판결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하급심 및 소송경과
제1심의 결과는 항소심 판결에 기재된 소송경과를 기준으로 정리하였다.
이와 별개로, C가 B를 상대로 제기했던 전주지방법원 남원지원 2014가단285 소유권이전등기소송에서는 2014. 2. 10. 화해권고결정이 내려져 2014. 2. 28. 확정되었다.
따라서 앞선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은 화해권고결정으로, 이후 채권자가 제기한 사해행위취소소송은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각각 확정된 사건이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0다64038 판결
사해행위 당시 아직 발생하지 않은 채권도 기초적 법률관계, 가까운 장래의 채권 발생에 관한 고도의 개연성, 실제 채권 발생이라는 요건을 갖추면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다만 그 사건에서는 고도의 개연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항소심이 장래 구상금채권의 보호 여부를 판단하면서 참조한 판결이다.
나. 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50985 판결
통정허위표시에 해당하여 무효인 법률행위도 채권자취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다. 이 사건 항소심이 양도합의의 취소를 인정하면서 참조한 판결이다.
다. 대법원 2017. 3. 9. 선고 2015다217980 판결
사해행위취소로 등기명의가 회복되더라도 채무자가 실체적 소유권을 다시 취득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책임재산 회복과 당사자 사이의 실체적 권리관계를 구분한다는 점에서 함께 살펴볼 판결이다.
관련법령
- 민법 제406조 제1항: 채권자를 해하는 채무자의 재산권을 목적으로 한 법률행위에 대하여 취소와 원상회복을 청구할 수 있는 근거이다.
- 민법 제407조: 채권자취소와 원상회복은 모든 채권자의 이익을 위하여 효력이 있음을 정한다.
- 민법 제108조 제1항: 상대방과 통정한 허위의 의사표시는 무효로 한다.
- 민법 제245조 제1항: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사람이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하는 요건을 정한다.
- 민사소송법 제231조 제1호: 법정기간 안에 이의신청이 없는 화해권고결정에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부여한다.
- 민사소송법 제220조: 재판상 화해가 기재된 조서에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부여한다.
사실관계
가. 신용보증약정과 연대보증
신용보증기금은 2008. 6. 24. A와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하였다. B는 A가 이 약정에 따라 신용보증기금에 부담할 채무를 연대보증하였다.
A는 신용보증기금이 발급한 신용보증서를 이용하여 하나은행으로부터 3억 5,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나. 취득시효 완성을 주장한 등기소송
C는 B 소유의 전북 순창군 소재 토지 4필지에 관하여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한 뒤, 2014. 1. 27. B를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하였다. 당시 B는 채무초과 상태였다.
C는 자신의 아버지가 1992. 3. 초순경 B의 어머니로부터 토지를 매수하였고, 1992. 3. 31.부터 20년간 점유하여 2012. 3. 31.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다.
B는 2014. 2. 5. C의 주장을 모두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그 답변서 부본은 2014. 2. 7. C에게 송달되었다.
다. 화해권고결정의 확정과 소유권이전등기
법원은 2014. 2. 10. B가 C에게 2012. 3. 31.자 점유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하도록 하는 화해권고결정을 하였다.
양측이 이의하지 않아 결정은 2014. 2. 28. 확정되었다. C는 이를 근거로 2014. 3. 6.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라.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와 취소청구
A가 대출금을 상환하지 않자 신용보증기금은 2014. 6. 30. 하나은행에 대출원리금 306,273,051원을 대위변제하였다.
항소심은 미회수 법적절차 비용 661,342원을 합한 306,934,393원 및 지연손해금의 구상금채권을 인정하였다.
신용보증기금은 B와 C가 소송절차를 이용하여 재산을 이전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양도합의의 취소와 C 명의 이전등기의 말소를 청구하였다.
법리
가. 취소 대상은 소송절차 배후의 재산 이전합의이다
채무자가 소송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사해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자력 상태의 채무자가 수익자에게 책임재산을 넘기기로 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소송에서 자백하거나 화해권고결정을 확정시켜 등기를 이전하였다면, 그 일련의 행위의 실질적 원인인 재산 이전합의가 사해행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사건에서 법원은 B의 답변서 부본이 C에게 송달된 2014. 2. 7. 양측 사이에 토지를 양도·양수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추인하였다.
이는 모든 사건에서 답변서 송달일을 계약 체결일로 본다는 의미가 아니다. 소송 제기, 청구 내용의 전면 인정, 화해권고결정의 확정, 등기 이전이라는 구체적 경과를 종합한 판단이다.
나. 취득시효 완성 주장은 객관적 자료와 맞지 않았다
항소심은 다음 사정들을 종합하여 C 측의 매수 및 소유의 의사에 따른 점유를 인정하지 않았다.
- 주장하는 매매계약을 뒷받침할 계약서나 매매대금 지급 증거가 없었다.
- 등기부에는 B가 2001년 매매를 원인으로 소유권을 취득한 것으로 기재되어 있었고, 제출된 각서와 사실확인서만으로 이를 뒤집기 어려웠다.
- C와 그 아버지가 재산세를 납부하거나 농지 직불금을 받은 자료가 없었고, 오히려 B의 어머니가 이를 납부·수령해 왔다.
- 장기간 등기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소송과 화해권고결정을 통해 등기를 이전한 경위가 석연치 않았다.
대법원도 이러한 판단을 받아들였다.
재산세 납부나 직불금 수령 사실 하나만으로 취득시효 성립 여부가 결정된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 매수·점유 경위와 소송 진행 과정을 함께 살핀 것이다.
다. 확정된 화해권고결정과 사해행위취소는 양립할 수 있다
C는 이미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등기를 취득하였다. 그렇더라도 그 등기가 사해행위취소에 따른 원상회복으로 말소될 수 있다.
사해행위취소의 효력은 채권자와 수익자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발생한다. 취소판결에 따라 수익자가 채권자에 대하여 원상회복 의무를 부담할 뿐, 취소의 효력이 채무자와 수익자 사이의 법률관계까지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이유로, 앞선 확정판결이나 화해권고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등기를 말소하더라도 그 확정재판의 효력에 반하거나 모순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을 화해권고결정 자체가 취소되거나 무효가 된 사례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라. 통정허위표시로 무효인 행위도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항소심은 B와 C의 양도합의를 강제집행을 피하기 위한 통정허위표시이면서 사해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다.
법률행위가 통정허위표시로 무효라는 사정만으로 채권자취소권 행사가 배제되지는 않는다. 그 행위에 따라 채무자의 책임재산이 외형상 이전되어 있다면, 채권자는 사해행위취소와 원상회복을 통하여 책임재산의 회복을 구할 수 있다.
마. 대위변제가 나중에 이루어졌어도 구상금채권이 보호되었다
신용보증기금의 대위변제는 양도합의와 이전등기보다 뒤인 2014. 6. 30. 이루어졌다.
그렇지만 장래채권도 다음 요건을 갖추면 사해행위취소의 피보전채권이 될 수 있다.
- 사해행위 당시 채권 발생의 기초가 되는 법률관계가 존재할 것
- 가까운 장래에 채권이 발생할 고도의 개연성이 있을 것
- 실제로 그 개연성이 현실화되어 채권이 발생할 것
항소심은 2008년에 체결된 신용보증약정과 연대보증, 신용보증사고 발생 및 실제 대위변제의 경과를 근거로 위 요건을 인정하였다.
이는 과거에 보증약정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장래의 모든 구상금채권이 보호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바. 수익자의 선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심은 사해행위가 인정되는 이상 수익자인 C의 악의가 추정된다고 보았다. C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그 추정을 뒤집기 부족하다고 판단하였다.
결국 양도합의 취소와 등기 말소가 모두 인정되었고,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여 확정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가. 등기원인과 실제 이전 경위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등기부에 ‘취득시효 완성’이라고 기재되어 있거나 확정재판에 따라 등기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검토를 끝내서는 안 된다. 소장, 답변서, 송달내역, 화해권고결정, 등기신청 자료를 대조하여 실제 권리관계와 재산 이전합의의 존재를 확인해야 한다.
나. 취소를 구할 법률행위와 날짜를 특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취소된 것은 2014. 2. 7.자 양도합의이다. 화해권고결정일, 확정일, 등기일은 각각 다르다. 취소 대상과 성립 시점을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해야 한다.
다. 취득시효의 기초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매매계약서와 대금 지급자료뿐 아니라 실제 경작·사용 내역, 점유의 승계, 세금 납부, 직불금 수령, 소유자의 이용·관리 내역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실제 취득시효가 완성된 사건까지 이 판결의 결론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라. 장래 구상금채권은 당시의 신용상태가 중요하다
보증약정서와 대위변제 자료에 더하여, 재산 이전 당시 주채무자의 연체·자금 사정과 보증사고 발생 가능성을 뒷받침할 자료를 확보해야 한다. 나중에 대위변제가 이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당시의 고도의 개연성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마. 확정 결과와 실제 회복·회수를 구분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확정된 것은 양도합의 취소와 이전등기 말소의무이다. 실제로 말소등기가 완료되었는지, 회복된 책임재산에 대한 집행으로 채권을 회수하였는지는 별도로 확인할 사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