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정리
해당판결
대법원 2011. 2. 10. 선고 2010다77385 판결 [소유권이전등기등]
매수인의 가압류 신청 등을 근거로 계약이 이미 해제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춘천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하였다.
대법원은 계약의 내용과 동시이행관계에 관한 원심판단은 수긍하면서도, 합의해제 또는 이행거절에 따른 해제를 인정한 판단과 가등기 말소를 구하는 채권자대위소송을 각하한 판단에는 잘못이 있다고 보았다.
하급심
- 제1심: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09. 9. 2. 선고 2008가단12704 판결
- 원심: 춘천지방법원 2010. 8. 27. 선고 2009나4316 판결
원심은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매도인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기각하였다. 가등기명의인을 상대로 매도인을 대위하여 제기한 가등기 말소청구 부분은, 보전할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하였다.
대법원은 이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였다. 확인된 재판경과는 파기환송까지이다.
관련판례
- 대법원 2008. 2. 28. 선고 2007다40260 판결 둘 이상의 전형계약을 포괄하는 약정에서도 당사자들의 여러 의무가 전체적으로 대가관계에 있으면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된다는 법리로 대상판결이 인용하였다.
- 대법원 1996. 6. 25. 선고 95다12682, 12699 판결 쌍방이 장기간 나머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묵시적 합의해제를 인정할 수는 없다. 계약을 실현하거나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 대법원 2006. 11. 9. 선고 2004다22971 판결 이행거절을 이유로 하는 해제는 최고와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이 필요하지 않으므로, 묵시적인 이행거절을 인정하려면 거절 의사가 정황상 분명하여야 한다.
관련법령
사실관계
가. 매수인은 채무를 인수하고 현금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토지와 건물을 양수하기로 하였다
원고 A는 매수인, 피고 2인 B는 매도인이다. 피고 1인 C는 B의 동생으로, 이후 토지에 가등기를 받은 사람이다.
A와 B는 2006. 7.경 구두로 토지와 건물을 양도하기로 약정하였다. 법원이 인정한 A의 부담은 다음과 같다.
B는 이에 대한 대가로 토지와 건물을 A에게 양도하기로 하였다.
B는 현금 지급액이 2억 원이고 별도의 정산약정도 있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원심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보았다. 대법원도 현금 지급액을 1억 5,000만 원으로 인정한 원심판단을 수긍하였다.
나. 계약은 일부 이행되었지만 토지에는 제3자 명의의 가등기가 설정되었다
A는 2006. 7. 14. B의 농협 대출금 4,100만 원을 변제하였고, 토지에 설정된 근저당권과 지상권이 말소되었다.
B는 2006. 7. 18. 건물의 건축주 명의를 A로 변경해 주었다. 건물에 관해서는 2006. 9.경 A 명의의 소유권보존등기가 마쳐졌다.
그러나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B는 2006. 9. 7. 동생 C 앞으로 매매예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가등기를 마쳐 주었다.
그 과정에서 당사자들 사이에 계약 내용과 이행을 둘러싼 다툼이 생겼다.
다. 매수인은 가압류를 신청한 뒤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하였다
A는 2007. 3. 20. 자신이 대신 변제한 4,100만 원의 반환을 보전하기 위하여 토지에 대한 가압류를 신청하였다.
원심은 가압류신청서에 약정이 사실상 이행불능 상태이고 4,100만 원의 반환을 구한다는 취지가 기재된 점 등을 들어, A가 계약을 이행할 의사를 잃었다고 보았다.
반면 A는 2007년경부터 건물을 임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계속 사용하였고, 2008. 10. 10.에는 약정에 따른 토지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소송에서 A는 B에게 소유권이전등기를 청구하는 한편, B를 대위하여 C 명의 가등기의 말소도 청구하였다.
법리
가. 채무인수와 현금 지급을 포함한 약정 전체의 대가관계를 살펴야 한다
하나의 약정에 부동산 양도, 채무인수, 현금 지급 등 여러 의무가 포함되어 있더라도, 이들이 전체적으로 서로 대가관계에 있다면 동시이행관계가 인정된다.
이 사건에서도 A의 1억 5,000만 원 지급의무 등과 B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었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관한 원심판단을 그대로 수긍하였다. 따라서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하여 A의 대금 지급의무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 묵시적 합의해제에는 쌍방의 계약 종료 의사가 필요하다
합의해제는 당사자들이 기존 계약의 효력을 없애기로 하는 새로운 계약이다. 명시적인 합의뿐 아니라 묵시적인 합의로도 가능하지만, 계약을 끝내려는 쌍방의 의사가 객관적으로 일치하여야 한다.
계약의 일부가 이행된 뒤 나머지 의무가 장기간 이행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다. 당사자 모두에게 계약을 실현할 의사가 없거나 계약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
이 사건에서는 이미 대출금이 변제되고 건물 등기까지 이루어졌다. 계약을 되돌리려면 대출금 반환과 건물 소유권의 처리 등이 문제 될 수밖에 없는데도, 당사자들은 이에 관하여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았다.
오히려 A는 건물을 계속 사용하면서 약정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까지 청구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에 비추어 계약을 해제하기로 합의하였다거나 A가 계약을 포기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반환금 보전을 위한 가압류가 곧 확정적인 이행거절은 아니다
명백한 이행거절이 인정되면 상대방은 다시 이행을 최고하거나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기 채무를 이행제공하지 않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그만큼 이행거절은 엄격하게 판단하여야 한다. 계약 내용에 관한 다툼이나 채권 확보를 위한 조치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의무를 끝내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단정할 수는 없다.
대법원은 특히 다음 사정을 고려하였다.
- 구두약정이어서 당사자들이 약정 내용 자체를 다투고 있었다.
- 가압류신청서에 A가 자신의 채무이행을 거절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 A는 이후 금전 반환소송이 아니라 소유권이전등기소송을 제기하였다.
- 가압류신청서나 이 사건 소장이 제출될 무렵까지 B가 A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해제통지를 하였다고 인정할 자료도 없었다.
따라서 가압류 신청 전후의 사정을 종합하면, 그 신청만으로 A의 명백하고 종국적인 이행거절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가압류 신청이 언제나 이행거절과 무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신청서의 구체적인 내용과 당사자의 후속 행동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 판단은 ChatByun의 「계약 변경 제안과 이행거절의 구별」에서 설명한 기준과 같은 흐름에 있다. ChatByun의 「부적법한 계약해제 통지와 명백한 이행거절」과는 결론이 다르지만, 의사표시와 이후 행동을 종합하여 확정적인 거절인지 판단한다는 기준은 같다.
라. 최고가 필요 없다는 것과 해제 의사표시가 필요 없다는 것은 다르다
이행거절이 명백하면 최고와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을 생략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계약이 자동으로 해제되는 것은 아니다. 해제권을 행사하려면 상대방에 대한 해제 의사표시가 필요하다.
대법원이 B의 해제통지를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점까지 살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원심판결은 계약이 합의해제되었다는 것인지, A의 이행거절을 이유로 해제되었다는 것인지도 분명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두 법률구성을 구분하여 검토한 뒤 어느 쪽으로도 원심의 계약 종료 판단을 유지할 수 없다고 보았다.
마. 허위 가등기는 매도인을 대위하여 말소를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B가 A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회피하기 위하여 동생 C 앞으로 가등기를 마쳐 준 사실을 인정하고, 그 원인인 매매예약을 통정허위표시로 보았다.
A의 B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 인정되는 이상, A는 이를 보전하기 위하여 B가 C에게 가지는 가등기 말소청구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
그 결과 C는 B에게 가등기의 말소등기절차를 이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다.
따라서 계약이 이미 해제되어 보전할 권리가 없다는 이유로 이 부분 소를 각하한 원심판단도 잘못되었다.
실무상 유의점
- 가압류신청서와 본안소송에서의 주장을 함께 검토하여야 한다. 반환금 보전을 위한 가압류를 신청하더라도, 그 문구와 후속 행동은 계약 유지 또는 포기 의사를 판단하는 자료가 된다. 계약의 이행을 원하는지, 해제와 원상회복을 원하는지에 관한 입장을 분명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
- 합의해제와 일방적인 해제권 행사를 구분하여야 한다. 합의해제에서는 쌍방의 의사 합치가, 이행거절에 따른 해제에서는 분명한 거절 의사와 해제권 행사가 각각 문제 된다. 반환금과 이미 이전된 재산을 어떻게 처리하기로 하였는지도 중요한 판단자료이다.
- 계약 존속과 대금 지급의무를 함께 검토하여야 한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A의 1억 5,000만 원 지급의무 등과 B의 이전등기의무 사이의 동시이행관계를 인정하였다. 파기환송의 취지를 대금 지급 없이 소유권이전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확대하여서는 안 된다.
- 이행거절이 부정되더라도 이행지체에 따른 해제는 별도로 검토하여야 한다. 이행할 의사가 있다는 것과 실제로 이행지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르다. 이 점은 ChatByun의 「잔금 지급을 미루는 매수인에 대한 계약해제 — 최고기간의 상당성과 매도인의 이행제공 정도」와 함께 살펴볼 수 있다.
- 가등기의 무효 사유와 대위청구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 이전등기에 장애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가등기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매도인과 가등기명의인 사이의 통정허위표시가 인정되었다. 매수인의 보전할 권리와 매도인이 가지는 말소청구권을 구분하여 주장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