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잔금 지급을 미루는 매수인에 대한 계약해제 — 최고기간의 상당성과 매도인의 이행제공 정도

핵심 결론 최고기간이 짧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해제권이 발생한다. 매수인이 잔금을 준비하지 못한 경우 매도인의 이행제공 정도는 구체적 사정에 따라 판단하며, 지급기한 연장 요청이 이행거절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이행지체에 따른 해제는 가능하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7다25611, 2012다65867, 2004다22971, 2010다77385

해당 판결

대법원-2017다25611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청구]
매수인의 이행거절을 부정한 원심판단은 유지하면서도, 매도인의 이행제공 및 이행지체에 따른 계약해제에 관한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아 파기환송하였다.
하급심
  • 제1심: 의정부지방법원 2016. 12. 2. 선고 2015가단40340 판결 매수인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기각하였다.
  • 환송 전 원심: 의정부지방법원 2017. 7. 12. 선고 2017나620 판결 매도인의 계약해제 주장을 배척하고 매수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하였다.
  • 환송심: 의정부지방법원-2019나419 매수인의 이행지체를 이유로 한 계약해제를 인정하여 매수인의 항소를 기각하였다.

관련 판례

관련 법령

아래는 판결의 법리를 이해하기 위한 관련 조문이다. 대상판결에 맞추어 ‘구 민법’ 표시는 붙이지 않는다.
관련 조문내용 및 이 사건과의 관계
민법 제387조 제2항이행기한이 없는 채무의 지체책임. 다만 동시이행관계에서는 상대방의 이행제공 여부도 함께 검토하여야 한다.
민법 제536조 제1항매도인의 소유권이전등기의무와 매수인의 잔금 지급의무 사이의 동시이행관계
민법 제544조이행지체를 이유로 한 해제의 최고 요건 및 미리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표시한 경우의 예외
민법 제543조, 제111조 제1항해제권의 의사표시에 의한 행사와 상대방에 대한 도달

사실관계

구두 매매계약과 잔금 지급기한의 미정
매수인인 원고 A는 2006년 5월 29일 매도인인 피고 B로부터 남양주시 소재 임야 17,653㎡를 2억 6,000만 원에 매수하기로 구두로 약정하였다.
당사자들은 서면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고, 중도금·잔금의 액수와 지급시기 및 소유권이전등기의 이행기도 정하지 않았다.
A는 계약 당일 계약금 2,500만 원을 지급하고, 2006년 8월 8일 중도금 명목으로 1,500만 원을 추가 지급하였다. 따라서 지급된 대금은 합계 4,000만 원, 남은 대금은 2억 2,000만 원이었다.
A는 자신이 형편이 되는 대로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였다고 주장하였으나, 법원이 인정한 사실은 잔금 지급기한을 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A가 임의로 지급시기를 무기한 결정할 권리까지 인정된 것은 아니다.
약 9년 후 매수인의 가처분과 매도인의 이행최고
A는 2015년 6월 22일 이 사건 토지에 관한 처분금지가처분 인용결정을 받았다.
B는 2015년 7월 3일 A에게 다음 취지의 내용증명을 보내면서 A가 매수인으로 기재된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첨부하였다.
매도인으로서 이행 준비를 마쳤으므로 통지 수령일부터 14일 이내에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그 기간 내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겠다는 내용이다.
위 내용증명은 2015년 7월 6일 A에게 도달하였다.
매수인의 기한 연장 요청과 계속된 미지급
A는 2015년 7월 13일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2015년 8월 말까지 잔금을 지급하겠다고 회신하였다.
그러나 B가 최고한 기간은 물론이고 A 스스로 제시한 2015년 8월 말까지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판결은 B가 위 연장 요청을 받아들여 지급기한을 변경하였다고 인정한 것은 아니다.
해제 통지와 일부 우편환의 송부
B는 2015년 7월 20일 해제 내용증명을 보냈으나 이는 A에게 송달되지 않았다. 이어 2015년 7월 23일 계약해제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같은 날 A는 B에게 2,000만 원의 우편환을 보냈다. 이는 미지급 잔금 2억 2,000만 원 중 일부에 불과하였고, B는 이를 현금으로 교환하지 않았다.
B는 처분금지가처분에 관한 제소명령과 가처분취소를 신청하였고, A는 2015년 11월 13일 소유권이전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소송상 해제 의사표시와 그 이후의 공탁
B는 2016년 1월 5일자 답변서에서도 계약해제 의사를 표시하였고, 그 답변서는 그 무렵 A에게 도달하였다.
B는 2016년 2월 23일 보관하던 우편환을 그대로 반환하였다. A는 이후 B를 피공탁자로 하여 2016년 3월 7일 2,000만 원, 2016년 9월 20일 2억 원을 각각 공탁하였다.
이 사건 토지에는 가압류등기나 근저당권등기 등이 설정되어 있지 않았다.

법리

이행거절이 인정되지 않아도 이행지체에 따른 해제는 가능하다
대법원은 A가 잔금 지급기한의 연장을 요청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명백한 이행거절을 인정할 수 없다고 보았다.
A는 계약을 해제하거나 잔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명시적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고,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거나 잔금 지급을 시도하는 등 계약을 이행하려는 의사를 계속 나타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을 이행할 의사가 있다는 것과, 실제 이행지체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것은 별개이다. 지급 의사가 있더라도 적법한 최고를 받고 상당한 기간 내에 지급하지 않으면 이행지체에 따른 해제가 가능하다.
구분이행거절을 이유로 한 해제이행지체를 이유로 한 해제
핵심 사유채무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사이행하여야 할 채무를 계속 이행하지 않음
최고명백한 이행거절이 인정되면 불필요원칙적으로 필요
동시이행채무의 이행제공명백한 이행거절이 인정되면 불필요원칙적으로 필요하되 구체적 사정에 따라 정도를 판단
이 사건 대법원 판단이행거절 부정이행지체에 따른 해제 인정
환송심은 이행지체에 따른 해제 항변을 받아들였으므로, 이행거절에 따른 해제 항변은 별도로 판단하지 않았다.
최고기간이 짧더라도 최고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다음 두 가지를 구분하였다.
  • 이행최고에 반드시 구체적인 기간을 명시할 필요는 없다.
  • 기간을 정하였으나 그 기간이 상당하지 않더라도, 최고의 효력은 인정되고 실제로 상당한 기간이 지나면 해제권이 발생한다.
따라서 매수인이 “14일은 잔금을 마련하기에 너무 짧다”고 주장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후 계속된 미지급까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 체결 후 약 9년이 지났고, A가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보전하는 가처분까지 받은 상황이었다. 대법원은 이러한 사정 아래에서 14일을 상당하지 않은 기간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설령 14일이 부족하더라도, 상당한 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B에게 해제권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이는 앞서 본 대법원 1994. 11. 25. 선고 94다35930 판결의 법리와 연결된다. 국가법령정보센터
매도인의 이행제공 정도는 매수인의 실제 이행 준비상태에 상응하여 판단한다
잔금 지급의무와 소유권이전등기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으므로, 매도인은 원칙적으로 자신의 의무이행을 제공하여야 한다.
다만 대법원은 이행제공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하면 불성실한 상대방에게 지급을 미룰 구실을 줄 수 있으므로, 제공의 정도를 시기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신의칙에 맞게 정하여야 한다고 보았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이 중요하게 본 사정은 다음과 같다.
  • A는 최고기간뿐 아니라 스스로 약속한 2015년 8월 말까지도 잔금을 마련하지 못하였다.
  • B는 등기권리증과 인감도장 등을 직접 보관 중인 것으로 보였다.
  • B는 A를 매수인으로 기재한 부동산매도용 인감증명서를 이미 발급받아 최고서에 첨부하였다.
  • 서면 매매계약서는 A가 잔금을 지급하면 손쉽게 작성할 수 있었다.
  • 토지에 가압류나 근저당권 등의 권리제한이 없었다.
이에 따라 대법원은 B가 2015년 7월 3일 무렵 A의 이행 정도에 상응하는 준비를 마쳤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이행제공 요건 자체를 없앤 것이 아니다. 이행제공으로 인정되는 준비의 정도를 구체적인 거래상황에 맞추어 판단한 것이다. 같은 취지의 선행 판례로 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다65867 판결이 있다. 국가법령정보센터
서면 매매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행제공을 부정할 수 없다
환송 전 원심은 B가 서면 매매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그 작성에 협조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이행제공을 부정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당초 구두로 매매계약이 성립하였고, 계약서 작성은 잔금 지급에 맞추어 쉽게 할 수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였다.
따라서 서면 계약서가 아직 없다는 사정만을 들어, 잔금조차 준비하지 못한 A가 B의 이행제공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해제 시점은 늦어도 2016년 1월 5일자 답변서의 송달 시점이다
대법원과 환송심은 모두 계약이 다음 시점까지는 해제되었다고 판단하였다.
늦어도 계약해제 의사표시가 담긴 2016년 1월 5일자 답변서가 A에게 송달된 때
따라서 이를 “2016년 1월 5일에 해제되었다”고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 판결이 기준으로 삼은 것은 답변서의 작성일이나 제출일 자체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송달된 시점이다.
또한 2015년 7월 20일자 내용증명은 송달되지 않았으므로, 그 발송 사실만으로 해제 효력이 발생하였다고 정리해서도 안 된다.
일부 우편환의 보관만으로 해제 의사의 철회를 인정할 수 없다
B가 2,000만 원의 우편환을 약 7개월 동안 보관하였다는 사정도 문제 되었다.
대법원은 다음 사정을 고려하여 그것만으로 해제 의사를 철회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 우편환 금액은 잔금의 약 10%에 불과하였다.
  • B는 이를 현금으로 교환하지 않았다.
  • B는 계약해제 주장과 가처분 관련 절차를 계속 진행하였다.
  • 이후 우편환을 그대로 반환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에서는 일부 지급수단을 보관한 사실을 잔금 수령이나 계약 유지의 합의와 동일하게 평가하지 않았다.
해제 후의 잔금 공탁으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가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A가 합계 2억 2,000만 원을 공탁한 것은 모두 위 답변서가 송달된 이후였다.
환송심은 이미 이행지체에 따른 해제가 이루어졌다고 보아, 공탁 사실에도 불구하고 A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를 배척하였다.
다만 이 판결은 소유권이전등기청구 사건이므로, 기지급 대금의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 범위까지 판단한 것은 아니다.

실무적 유의점

지급기한 연장 요청과 이행거절을 구별하여 주장하여야 한다.
상대방이 자금 부족을 이유로 지급을 미루더라도 곧바로 이행거절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행거절 주장이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하여, 자기 채무의 이행제공·최고·상당기간 경과·해제 의사표시의 도달을 뒷받침할 사실과 증거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최고기간의 길이와 실제 해제권 행사시점을 함께 확인하여야 한다.
처음 정한 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최고 전체가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 최초 최고 이후 실제로 얼마의 시간이 경과하였고, 그 기간에도 불이행이 계속되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잔금 지급 준비 여부와 등기서류 준비 정도를 함께 심리하여야 한다.
매수인이 잔금을 전혀 준비하지 않은 사안에서는 서류의 형식적 미비만으로 매도인의 이행제공을 부정하기 어렵다. 반대로 매수인이 잔금 지급을 준비한 경우까지 이 판결을 그대로 적용하여 매도인의 준비의무를 완화할 수는 없다.
소송서면에 해제 의사를 표시한 경우에도 송달일을 특정하여야 한다.
이 사건처럼 답변서에 해제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이때 계약해제의 기준일은 서면 제출일이 아니라 상대방에게 도달한 날이므로 송달내역이 중요하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판단 대상은 매매계약의 ‘해제’이다.
계속적 계약의 해지에 활용할 때에도 최고와 이행제공에 관한 법리는 참고할 수 있으나, 해당 계약의 해지요건과 효력을 별도로 검토하여야 한다. 이 판결을 계속적 계약의 해지 효과까지 판단한 사례로 표시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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