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업비밀이 아닌 고객정보의 유출과 업무상배임 — 퇴사 당시 반환·폐기의무 위반을 인정한 사례

핵심 결론 고객정보가 영업비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이면 업무상배임죄의 보호대상이 된다. 경쟁 영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재직 중 유출하거나 퇴사 시 반환·폐기하지 않았다면 그때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08도9433, 2017도3808, 2012도3643

해당 판결

의정부지방법원 2020. 6. 26. 선고 2019노1873 판결
[업무상배임·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에관한법률위반(영업비밀누설등)]
공소장 변경에 따라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B·D에게 각 벌금 300만 원, C에게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하였다. 형량은 제1심과 같지만, 업무상배임의 인정 근거와 공범의 범위가 달라졌다. 확정.
하급심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2019. 6. 27. 선고 2018고단2237 판결
업무상배임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영업비밀 침해 부분은 무죄로 판단하였다. 피고인들과 검사 모두 항소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09. 10. 15. 선고 2008도9433 판결: 영업비밀이 아니더라도 영업상 주요한 자산의 무단 반출이나 일정한 목적의 반환·폐기의무 위반은 업무상배임이 될 수 있다.
  •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도3808 판결: 재직 중 무단 반출은 반출 시, 경쟁 영업에 이용할 목적의 반환·폐기의무 위반은 퇴사 시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된다. 퇴사 후의 이용행위는 원칙적으로 별도의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2도3643 판결: 배임행위로 이익을 얻는 제3자의 공동정범 성립에는 단순한 편승을 넘어선 적극적 가담이 필요하다. 이 사건 항소심이 인용하였다.

관련 법령

판결문은 부정경쟁방지법에 관하여 별도의 ‘구법’ 표시나 개정 법률번호를 기재하지 않았다. 다만 제1심이 인용한 비밀관리성 문구와 범행 당시 법령 문언의 차이는 아래 실무적 유의점에서 구분한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와 고객정보의 형성

피해 회사 E는 자동차보험 계약과 갱신을 중개하는 보험대리점이고, A·B·C·D는 소속 보험설계사였다. 경쟁회사 F의 일산지점이 G이다.
E는 온라인 키워드광고 등에 비용을 지출하여 고객정보를 수집하고, 설계사들이 상담 과정에서 확인한 정보를 추가하여 고객관리시스템에 저장하였다. 정보에는 고객의 성명·주민등록번호·주소·차량정보·보험 만기일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설계사들은 회사가 부여한 아이디와 비밀번호 및 접근권한으로 고객정보를 확인하였다. 위촉계약서와 보안서약서 등에는 고객정보의 목적 외 이용·제3자 제공 금지 및 퇴직 시 자료 반납의무가 정해져 있었다.

나. 먼저 이직한 B와 나머지 설계사들의 정보 유출

B는 2017년 6월 26일 E에서 퇴사하고 같은 달 말경 F로 이직하였다.
이후 A·C·D는 자신이 관리하던 E의 고객정보를 B에게 제공하고, B는 이를 이용하여 F 또는 G를 보험대리점으로 하는 자동차보험계약을 체결하였다.
A·C·D는 2017년 9월 28일 E에 위촉계약 해지를 통지하였다. A와 D는 다음 날부터 경쟁회사에서 근무하였다.

다. 퇴사 당시 고객정보의 보유

항소심은 변경된 공소사실에 따라 A·C·D의 퇴사일을 2017년 9월 28일로 인정하였다.
이들은 퇴사하면서도 B와 함께 경쟁업체에 유출하거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하여 사용할 목적으로 담당 고객정보를 반환하거나 폐기하지 않았다. 이후 실제로 그 정보를 이용한 경쟁업체의 보험계약이 체결되었다.

법리

가. 영업비밀 침해는 무죄이지만 업무상배임은 유죄인 이유

두 죄는 고객정보를 보호하는 요건이 다르다.
구분판단 대상이 사건 판단
영업비밀 침해법정 요건을 갖춘 영업비밀인지비밀관리성이 충분히 증명되지 않아 무죄
업무상배임회사의 영업상 주요한 자산을 임무에 위배하여 유출·보유하였는지비공개성·취득 비용·경쟁상 가치 등을 인정하여 유죄
법원은 E가 접근권한을 제한하고 보안서약서를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였다. 그러나 다음 사정을 들어 영업비밀성은 부정하였다.
  • 설계사들이 개인 휴대전화에 고객의 성명·전화번호·차량번호·만기일을 저장하여 사용하였다.
  • 회사가 개인 저장을 금지하거나 업무용 전화기 사용을 지시하는 등의 제한을 하지 않았다.
  • 별도의 보안장치·비밀표시·교육·지속적 점검이 충분히 확인되지 않았다.
  • 퇴사자가 개인적으로 보관한 정보를 회수·폐기하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반면 업무상배임과 관련해서는 고객정보가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고, 회사가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여 수집·관리하였으며, 자동차보험 갱신 영업에 직접 이용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판단하였다.
따라서 비밀관리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영업비밀 침해죄가 성립하지 않더라도, 그 정보의 무단 유출·보유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나. 항소심의 핵심은 ‘퇴사 후 사용’에서 ‘퇴사 당시 반환·폐기의무 위반’으로 판단 근거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쟁점제1심항소심
A·C·D의 퇴사 시점해촉처리일인 2017년 10월 23일까지 계약관계가 유지된다고 판단변경된 공소사실에 따라 2017년 9월 28일을 퇴사일로 인정
배임행위의 구성계약관계 존속 중 고객정보를 유출하거나 경쟁업체 계약 체결에 이용한 행위재직 중 유출행위와 퇴사 당시 반환·폐기의무 위반행위로 구분
판결 결과업무상배임 일부 유죄공소장 변경으로 원심 파기 후 다시 유죄 선고
항소심은 퇴사 후에도 계속 회사의 사무처리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한 것이 아니다. 퇴사 시점에 부담하던 반환·폐기의무를 경쟁 영업에 이용할 목적으로 위반하여, 그때 이미 업무상배임죄가 완성되었다고 본 것이다.
퇴사 후 실제 이용은 그러한 목적을 뒷받침하는 사정으로 작용하였다. 이는 퇴사 후 이용행위만으로 별도의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하는지와 구별해야 한다.

다. 먼저 퇴사한 B도 공범이 될 수 있지만, 피고인 전원이 모든 범행의 공범이 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A와 B, C와 B, D와 B 사이의 개별 공모관계를 인정하였다. B는 나머지 피고인들의 고객정보 유출 및 반환·폐기의무 위반 범행 모두에 관하여 공모관계가 인정되었다.
그러나 A·C·D가 다른 설계사의 담당 고객정보에 관한 범행까지 공모하였다는 증거는 부족하였다. 담당 고객정보가 서로 달랐고, 다른 사람의 범행을 지시하거나 역할을 분담하거나 수수료를 나누었다고 볼 자료도 없었다.
또한 B는 이미 퇴사하여 업무상 사무처리자의 신분이 없었으므로, 법원은 업무상배임의 공동정범으로 인정하되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일반 배임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하였다.

라. 회사의 손해를 보험계약 수수료 차액에 한정할 수 없다

피고인들은 회사의 손해가 원수보험회사에서 받을 수수료와 설계사에게 지급할 수수료의 차액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였다.
항소심은 고객정보 자체에 재산적 가치가 있고, 그 유출이나 부당한 보유로 피고인들이 고객정보의 시장교환가격 상당의 이익을 얻으며, 회사에는 영업이익 감소의 위험이 발생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손해액을 구체적으로 산정하지 못하였더라도 업무상배임죄의 성립에는 지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특정 수수료율을 손해액으로 확정한 판결이 아니다.

마. 항소심 주문에 무죄가 없더라도 영업비밀 침해를 유죄로 바꾼 것은 아니다

항소심도 영업비밀 침해 부분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만 이 부분과 상상적 경합관계로 기소된 업무상배임을 유죄로 인정하여 이유에서만 무죄를 판단하였다.
따라서 항소심이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형만 선고하였다는 이유로, 영업비밀 침해까지 유죄로 판단한 것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

실무적 유의점

가. 자료의 성격과 침해 시점을 나누어 검토해야 한다

영업비밀성뿐 아니라 영업상 주요한 자산인지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재직 중 유출, 퇴사 당시 반환·폐기의무 위반, 퇴사 후 이용을 구분하여 행위와 공모 시점을 특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 설계사가 직접 확보한 정보라는 이유만으로 개인 자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일부 정보가 설계사의 노력으로 수집되었더라도, 회사의 보험설계사 자격으로 취득하고 회사의 고객관리시스템에서 관리하였다면 회사의 정보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다. 반환·폐기 조치를 하지 않은 회사와 반환·폐기의무를 위반한 설계사의 문제는 별개이다

회사가 실제 회수·폐기 조치를 충분히 하지 않은 사정은 비밀관리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되었다. 그렇더라도 계약과 업무관계에 따른 설계사의 반환·폐기의무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라. 판결문에 인용된 비밀관리성 문구는 법령 연혁과 구분해야 한다

제1심은 영업비밀 정의를 설명하면서 ‘상당한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라는 문구를 사용하였다. 그러나 2017년 범행 당시 시행 법령의 문구는 ‘합리적인 노력에 의하여 비밀로 유지’였다. 따라서 판결문 표현을 소개하는 것과 당시 법령을 정확히 인용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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