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재단법인의 정관변경 결의가 무효라면, 주무관청의 허가처분을 다투어야 하는가

핵심 결론 재단법인의 정관변경 허가는 결의의 효력을 보충하는 ‘인가’이다. 인가가 결의의 하자를 치유하지는 않지만, 결의의 하자만을 이유로 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수는 없다. 기본행위와 인가처분의 하자를 구별해야 한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와 법령은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국가법령정보센터로 연결되지 않는 판례·법령은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 등을 판결문과 원문을 직접 확보·확인하여 정리한 것입니다.

해당판결

대법원 1996. 5. 16. 선고 95누4810 전원합의체 판결〔법인정관변경허가처분무효확인〕
대법원은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정관변경 허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한 소를 각하한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확정된 것은 소송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는 각하판결이다. 정관변경 결의 자체가 유효하다는 본안판단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하급심
서울고등법원 1995. 2. 15. 선고 94구10278 판결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는 재단법인 이사회의 정관변경 결의 자체의 하자이므로, 이를 이유로 행정청의 정관변경 허가처분에 대한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였다.
하급심의 판단 내용은 대법원 판결에 기재된 범위에서 반영하였다.

관련판례

가. 이 전원합의체 판결로 폐기된 종전 판례

종전 판례는 재단법인의 정관변경 허가를 주무관청의 자유재량에 속하는 행위로 보면서 정관변경 불허가처분을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 전원합의체 판결은 정관변경 허가의 법적 성격을 기본행위의 효력을 보충하는 인가로 파악하고, 이에 저촉되는 종전 판례를 명시적으로 폐기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의 소가 각하되었다고 하여 종전 판례처럼 정관변경 허가에 관한 행정소송 자체를 부정한 것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나. 기본행위와 인가처분의 하자를 구별한 참조판례

대법원이 판결 이유에서 직접 인용한 판례들이다. 인가처분 자체에 하자가 없는 경우, 기본행위의 하자만을 내세워 인가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는 법리의 근거로 제시되었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45조 — 재단법인의 정관변경

재단법인의 정관은 원칙적으로 변경방법을 정관에 정한 때에 변경할 수 있다. 다만 목적달성이나 재산보전을 위하여 적당한 때에는 명칭 또는 사무소 소재지를 변경할 수 있다.
민법 제45조 제3항은 정관변경에 주무관청의 허가를 요구하는 민법 제42조 제2항을 준용한다.

나. 민법 제46조 — 재단법인의 목적 등의 변경

재단법인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때에는 설립자나 이사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설립 취지를 참작하여 목적 기타 정관의 규정을 변경할 수 있다.

다. 민법 제42조 제2항 — 정관변경의 허가

정관변경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지 않으면 효력이 없다는 규정이다. 이 사건에서는 민법 제45조 제3항의 준용을 통하여 문제 되었다.

라. 행정소송법 제12조 — 법률상 이익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에 관한 규정으로, 대법원 판결의 참조조문에 기재되어 있다.
판결은 위 법령에 별도의 ‘구법’ 표시를 하지 않았으므로, 판결의 표기대로 기재하였다.

사실관계

가. 당사자 관계

원고는 한국예수교전도관부흥협회이고, 피고는 정관변경 허가처분을 한 문화체육부장관이다.
정관을 변경한 재단법인 한국천부교전도관 유지재단은 피고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하였다.
즉, 원고가 재단법인을 상대로 정관변경 결의 자체의 무효확인을 구한 민사소송이 아니라, 행정청을 상대로 정관변경 허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한 행정소송이다.

나. 재단법인의 정관변경과 행정청의 허가

재단법인 이사회가 정관변경 결의를 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가 정관변경 허가처분을 하였다.
이 사건에는 다음 두 행위가 구별되어 존재하였다.
구분행위 주체대상 행위
기본행위재단법인 이사회정관변경 결의
보충행위문화체육부장관정관변경 허가처분
제공된 대법원 판결문에는 정관의 구체적인 변경 전후 문구나 결의·허가 일자가 기재되어 있지 않으므로, 그 내용까지 특정할 수는 없다.

다. 원고가 주장한 위법사유

원고는 정관변경 허가가 민법 제45조 제2항 및 민법 제46조에 위반된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하면서 허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주장의 실질이 행정청의 인가처분 자체의 하자가 아니라, 기본행위인 이사회의 정관변경 결의 자체의 하자를 지적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라. 소송의 결과

원심은 기본행위의 하자를 이유로 인가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소의 이익이 없다고 보아 소를 각하하였다.
대법원은 이러한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하였다. 소의 각하가 정당한 이상, 원고가 제기한 나머지 본안에 관한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다.

법리

가. 법률에 ‘허가’라고 적혀 있어도 법적 성격은 ‘인가’일 수 있다

민법 제45조와 민법 제46조는 주무관청의 행위를 ‘허가’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대법원은 명칭이 아니라 그 행위가 수행하는 법적 기능을 기준으로 성격을 판단하였다.
일반적 금지를 해제하여 특정 행위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허가라면, 이 사건 정관변경 허가는 재단법인이 한 정관변경의 효력을 완성시키는 기능을 한다.
따라서 그 법적 성격은 강학상 인가, 즉 다른 법률행위의 효력을 보충하는 행정행위이다.

나. 인가는 기본행위의 하자를 치유하지 않는다

인가는 적법하게 이루어진 기본행위의 법률상 효력을 완성하는 보충행위이다. 기본행위 자체에 존재하는 하자를 제거하는 행위는 아니다.
따라서 정관변경 결의가 무효라면, 주무관청이 인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유효한 결의가 되지 않는다.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았으므로 정관변경 결의에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이 판결은 이러한 일반 법리를 밝힌 것이며, 이 사건 정관변경 결의가 실제로 무효인지를 본안에서 확정한 것은 아니다.

다. 기본행위의 하자만으로 인가처분을 다툴 소의 이익이 생기지는 않는다

기본행위에 하자가 있다고 하여 그에 대한 인가처분의 취소나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이 곧바로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인가처분 자체에 하자가 없다면, 기본행위의 하자를 별도로 다투는 것은 가능하더라도 기본행위의 무효만을 내세워 인가처분의 취소 또는 무효확인을 구할 법률상 이익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분쟁의 실질이 정관변경 결의의 효력에 있다면 그 결의 자체를 대상으로 다투어야 한다는 취지이다. 기본행위의 효력을 다투는 민사소송에서도 확인의 이익 등 소송요건은 별도로 갖추어야 한다.

라. 인가처분 자체의 하자는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다

이 판결이 정관변경 인가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기본행위인 정관변경 결의가 적법·유효하고, 보충행위인 인가처분 자체에 하자가 있다면 그 인가처분의 무효나 취소를 주장할 수 있다고 명시하였다.
문제 되는 하자이 판결에 따른 구별
정관변경 결의 자체의 하자기본행위의 효력을 직접 다툴 문제
인가처분 자체의 하자인가처분에 대한 취소·무효확인소송에서 다툴 문제
정관변경 결의에 하자가 있으나 인가를 받은 경우인가만으로 결의의 하자가 치유되지 않음
따라서 실무상 중요한 것은 주장에 ‘허가처분의 위법’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아니라, 그 위법사유가 어느 행위에 관한 것인지 구체적으로 구별하는 것이다.

마. 법령 위반 주장도 실질에 따라 기본행위의 하자로 판단될 수 있다

원고는 허가처분이 민법 제45조 제2항 및 민법 제46조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외형상으로는 행정청의 처분에 관한 법령 위반 주장이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 내용이 결국 정관변경 결의 자체의 하자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보았다.
따라서 위반 법조문을 제시하였다는 사정만으로 인가처분 고유의 하자를 주장한 것이 되지는 않는다. 해당 조문 위반이 기본행위의 효력 문제인지, 인가처분 자체의 적법성 문제인지까지 분석해야 한다.

바. 상고기각으로 확정된 각하판결과 정관변경의 유효성은 구별된다

이 사건에서는 소의 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소가 각하되었다. 정관변경 결의가 유효하다는 이유로 청구가 기각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이 판결을 근거로 다음과 같이 정리하면 부정확하다.
“대법원이 정관변경을 적법하다고 인정하였다.”
정확한 의미는 다음과 같다.
“정관변경 결의의 하자만을 이유로 행정청의 인가처분 무효확인을 구하는 소송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실무적 유의점

가. 청구 대상과 피고를 먼저 구별해야 한다

분쟁의 핵심이 이사회 결의의 효력이라면 재단법인을 상대로 기본행위를 다투는 방식을 검토해야 한다. 행정청의 인가처분 자체에 하자가 있다면 그 처분을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검토해야 한다.
인가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행정청을 피고로 삼으면, 기본행위의 하자에 대한 본안판단을 받지 못한 채 소가 각하될 수 있다.

나. 인가처분이 유지된다는 사실과 결의의 유효성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인가처분이 취소되지 않았거나 인가처분에 대한 소송에서 패소하였더라도, 그것만으로 기본행위인 정관변경 결의의 하자가 치유되지는 않는다.
특히 이 사건과 같은 각하판결은 기본행위의 유효성을 확인한 판결이 아니므로, 판결의 주문과 각하 이유를 구별하여 설명해야 한다.

다. 폐기된 종전 판례를 현행 법리의 근거로 인용하지 않아야 한다

대법원 1979. 12. 26. 선고 79누248 판결과 대법원 1985. 8. 20. 선고 84누509 판결은 이 전원합의체 판결과 저촉되는 범위에서 폐기되었다.
정관변경 불허가가 주무관청의 자유재량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종전 법리를 그대로 원용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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