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판결
대법원 1992년 6월 23일 선고 91다33070 전원합의체 판결〔손해배상(기)〕
무효인 등기를 믿고 거래한 매수인의 손해를 매매대금 상당의 적극적 손해로 파악하고, 이와 다른 종전 판례를 변경하였다. 아울러 피해자에게 배상한 사용자가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구상할 수 있는 범위를 판단하였다.
하급심·환송·확정
대법원은 구상책임 자체와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책임비율을 인정하면서도, 구상의 전제가 되는 피해자들의 손해액을 잘못 산정하였다는 이유로 일부를 파기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1978년 3월 14일 선고 77다2423 판결 원인무효인 등기명의자로부터 부동산을 매수하였다가 진정한 소유자의 청구로 등기가 말소된 경우,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액은 지급한 매매대금 상당액이라고 판단하였다. 이 전원합의체 판결이 원용한 선례이다.
- 대법원 1988년 10월 11일 선고 85다카693 판결 매수인의 손해를 소유권을 취득할 수 없게 된 손해로 파악한 종전 판례이다. 이 사건 전원합의체 판결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의 범위에 관하여 자신과 다른 견해를 표명한 부분을 폐기하였다.
관련 법령
- 민법 제393조: 통상손해 및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
- 민법 제763조: 불법행위 손해배상에 대한 제393조 등의 준용
- 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 민법 제760조: 공동불법행위자의 책임
- 민법 제425조: 연대채무자 사이의 구상권—판결이 구상 법리와 관련하여 참조한 조문
사실관계
공무원과 민간인이 서류를 위조해 국유지를 자기들 명의로 이전하고 처분하였다.
국가 소속 8급 공무원과 피고는 공모하여, 1984년경 국유지 네 필지에 관한 장관 명의의 매도증서와 위임장 등을 위조하였다. 이를 이용해 자신들 또는 피고 아들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뒤 다른 사람들에게 토지를 매도하였다.
제1·2토지는 매수인들에게 이전되었고, 제3·4토지에는 중간 매수인들이 연립주택을 건축하여 여러 사람에게 분양하였다.
국가는 토지를 되찾으려 했지만, 동시에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에 대한 배상책임도 부담하였다.
국가는 위조 사실을 확인한 후 등기명의인들을 상대로 말소등기청구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하였다. 연립주택 수분양자들을 상대로는 건물철거와 토지인도도 청구하였다.
반면 토지를 매수하거나 주택을 분양받은 피해자들은 국가 소속 공무원의 불법행위 때문에 대금을 지급하고도 토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였다며 국가에 손해배상을 요구하였다.
국가는 현금을 지급하는 대신, 피해자들에게 토지를 감액 매각하는 방식으로 배상하였다.
국가는 피해자들과 합의하여 해당 국유지를 다시 매각하되, 감정가액의 일부만 받았다. 제1토지는 60%, 제2토지는 40%, 제3·4토지는 30%만 지급받는 방식이었다. 제3·4토지에 대해서는 진행 중인 소송에서 재판상 화해가 이루어졌다.
이후 국가는 감액한 금액을 피해자들에게 배상한 금액으로 보아, 공무원과 함께 불법행위를 한 피고에게 구상금을 청구하였다.
따라서 이 소송의 원고는 대한민국이고, 피고는 공무원과 공모한 민간인이다. 매수인들의 손해액은 국가가 피고에게 구상할 수 있는 범위를 정하기 위한 전제로 문제 되었다. 대법원-91다33070
법리
가. 손해는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있었을 재산상태’와 비교하여 판단한다.
대법원은 재산상 손해를 불법행위가 없었더라면 존재하였을 재산상태와 불법행위가 이루어진 현재의 재산상태 사이의 차이로 파악하였다.
이 사건에서 위조행위가 없었다면, 매수인들은 해당 토지를 매수하지 않았을 것이고 매매대금을 그대로 보유했을 것이다. 위조행위가 없었더라면 토지를 정상적으로 취득했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손해는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지출한 매매대금이다.
나. 처음부터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했으므로, 나중에 오른 토지가격을 기준으로 손해를 산정할 수 없다.
원심과 대법원의 차이는 손해의 성격을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있다.
예를 들어, 무효인 등기를 믿고 1억 원에 산 토지가 말소판결 확정 당시 2억 원으로 올랐더라도, 이 판결의 법리에 따른 손해는 원칙적으로 지급한 1억 원이다. 애초에 취득하지 못한 토지의 가격상승분까지 자신의 재산을 잃은 것으로 평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 사용자가 피해자에게 배상한 경우,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의 부담부분에 관하여 구상할 수 있다.
피용자와 제3자가 공동으로 불법행위를 하면 양자의 손해배상채무는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다. 피용자의 행위에 관하여 책임지는 사용자도 제3자와 부진정연대관계에 있다.
대법원은 사용자가 피용자의 부담부분을 초과하여 배상한 경우 제3자에게 구상할 수 있고, 그 범위는 제3자의 부담부분에 한정된다고 판시하였다.
이 사건에서는 공무원과 피고의 행위 경위·결과·신분관계 등을 고려해 각자의 부담비율을 2분의 1로 본 원심판단을 유지하였다. 이는 이 사건의 구체적 사정에 따른 비율이며, 공동불법행위자 사이의 부담비율이 항상 균등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라. 감액 매각도 손해배상의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감액액 전부가 당연히 구상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국가가 피해자들에게 토지를 매각하면서 대금을 감액한 것을 실질적인 손해배상으로 인정하였다.
다만 피해자가 법적으로 배상받을 수 있는 손해액을 초과해 혜택을 주었다면, 그 초과액까지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분담시킬 수는 없다.
이 기준에 따라 토지별 결론이 달라졌다.
마. 연립주택 수분양자의 통상손해는 분양대금 중 토지대금 상당액이다.
제3·4토지의 피해자들은 토지만 산 것이 아니라 건물과 토지를 함께 분양받았다. 따라서 분양대금 전부를 토지 소유권 미취득으로 인한 손해로 볼 수 없고, 분양대금 중 토지대금에 해당하는 부분을 구분해야 한다.
대법원은 건물철거로 인한 손해를 특별손해로 인정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로 남겨 두었다. 이 판결이 건물철거 손해까지 일률적으로 부정한 것은 아니다. 대법원-91다33070
실무적 유의점
- ‘소유권을 취득했다가 상실한 경우’와 ‘처음부터 취득하지 못한 경우’를 구분해야 한다. 등기말소라는 결과가 같아도 손해의 성격과 산정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
- 청구원인을 구별해야 한다. 이 판결은 불법등기에 관여한 자의 불법행위책임과 국가의 구상권에 관한 것으로, 매도인의 계약상 담보책임에 따른 손해배상 범위까지 동일하게 판단한 것은 아니다.
- 합의금·감액액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손해액을 따로 검토해야 한다. 피해자와 합의한 금액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공동불법행위자에게 전부 구상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 매매대금 외 손해는 별도로 구성해야 한다. 건물철거 등 추가 손해는 통상손해인지 특별손해인지, 상당인과관계와 예견가능성이 인정되는지를 구분해 주장·증명해야 한다.
- 등기의 공신력과 매수인의 과실은 별개이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에게 매도인 명의 등기의 실질적 유효성까지 조사할 의무가 없다고 보았다. 등기가 무효라는 사실만으로 매수인의 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