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쟁점의 요지
이 사건은 OLED, 즉 전기를 가하면 빛을 내는 유기발광소자에 사용하는 화합물에 관한 것이다. 그중 청색 빛을 내는 물질을 담아 작동을 돕는 ‘호스트’ 소재가 문제 되었다.
발명의 기본적인 접근은 화합물의 수소 일부를 ‘중수소’로 바꾸는 것이다. 중수소는 수소의 동위원소로, 일반적인 수소보다 무겁다. 이 사건에서는 이러한 치환을 통해 다른 발광 특성은 크게 바꾸지 않으면서 소자의 수명을 개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였다.
제14항 정정발명은 단순히 ‘중수소를 사용한다’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다음 조건을 조합한 화합물이다.
- 안트라센을 기본 골격으로 한다.
- 중수소화율이 적어도 40%이다.
- 기본 골격의 지정된 위치인 R1부터 R8까지는 중수소로 치환한다.
- 주변 치환기 Ar1부터 Ar4 중 적어도 하나는 중수소화한다.
- 주변 치환기 중 적어도 하나에는 중수소로 바뀌지 않은 일반 수소가 남아 있다.
쉽게 말하면, 분자의 어느 부분을 얼마나 중수소로 바꾸고 어느 부분에는 일반 수소를 남길지를 구체적으로 정한 기술이다. ‘중수소를 많이 넣는다’거나 ‘전부 중수소로 바꾼다’는 것과는 다르다.
원심은 실시예의 화합물을 사용한 청색 발광소자가 중수소화하지 않은 비교예보다 평균적으로 2배 이상의 수명 향상을 보이고, 발광 효율·휘도·구동전압 등 다른 특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다만 중수소화율이 높을수록 수명이 계속 늘어난다거나, 정확히 40%에서 급격한 개선이 발생한다는 사실까지 인정한 것은 아니다. 원심은 ‘중수소화율이 높을수록 수명이 우수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실험결과는 제시되지 않았다고 명시하였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26. 5. 14. 선고 2024후11125 판결 [등록무효(특)]
- 원고: 특허등록의 무효를 주장한 J 주식회사
- 피고: 특허권자인 주식회사 K
- 결과: 원고의 상고기각. 정정된 청구항들에 관하여 무효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원심판결이 확정되었다.
이하 내용은 홈페이지 게시자가 직접 확인한 대법원 판결문과 원심판결문에 기초하여 정리하였다.
하급심 및 심판 경과
특허법원 2024. 9. 12. 선고 2022허4062 판결
특허법원은 정정발명이 명세서 기재요건을 충족하고, 선출원발명과 실질적으로 동일하지 않으며, 선행발명들의 결합으로 쉽게 도출되지 않는다고 보아 원고의 심결취소청구를 기각하였다.
그에 앞선 심판 경과는 다음과 같다.
- 특허심판원 2022. 6. 29. 자 2019당3367 심결 정정을 인정하고, 정정 후 남은 쟁점 청구항들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하였다. 정정으로 삭제된 일부 청구항에 대한 심판청구는 각하하였다.
- 특허심판원 2023. 10. 11. 자 2023정32 심결 심결취소소송 계속 중 청구된 추가 정정심판을 인용하였다. 특허법원과 대법원은 이 정정이 반영된 발명을 기준으로 판단하였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1. 10. 13. 선고 2010후2582 판결 명세서는 통상의 기술자가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 없이 발명을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되어야 한다는 실시가능요건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후2061 판결 발명의 설명에 공개된 내용을 청구범위까지 확장하거나 일반화할 수 있는 경우 뒷받침요건이 충족된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7후2369, 2376 판결 확대된 선출원 규정의 동일성 판단과 진보성 판단은 구별되어야 한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1756 판결 선행기술과 대상 발명의 차이 및 출원 당시 기술수준에 기초하여 진보성을 판단해야 한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 대법원 2009. 7. 9. 선고 2008후3377 판결
- 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7후2543 판결 여러 선행기술을 결합하여 진보성을 부정하려면 결합의 동기나 용이성을 인정할 근거가 필요하다는 법리에 관하여 인용하였다.
관련 법령
- 구 특허법(2011. 5. 24. 법률 제107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3항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쉽게 실시할 수 있도록 발명의 설명을 명확하고 상세하게 기재하도록 한 규정이다.
- 구 특허법(2011. 5. 24. 법률 제107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42조 제4항 제1호 청구항이 발명의 설명에 의하여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규정이다.
- 구 특허법(2011. 5. 24. 법률 제1071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9조 제3항 먼저 출원되고 나중에 공개된 다른 출원의 최초 명세서·도면 등에 기재된 발명과 동일한 발명에 대한 특허를 제한하는 확대된 선출원 규정이다.
위 구법 표기는 대법원 판결문에 명시된 개정 전 법률을 기준으로 통일하였다.
사실관계
가. 중수소화 화합물에 관한 특허
피고는 중수소화된 화합물 등에 관한 특허권자이다. 이 사건 특허의 우선권주장일은 2009년 2월 27일이다.
문제 된 정정발명은 안트라센계 화합물의 중수소화 위치와 비율 등을 정한 것으로, 청색 형광 OLED의 호스트 소재로 사용하여 수명 특성을 개선하는 기술이었다.
나. 등록무효심판과 청구범위 정정
원고는 2019년 10월 28일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피고는 심판절차에서 정정청구를 하였고, 특허심판원은 정정을 인정하면서 쟁점 청구항들에 대한 무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원고가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한 뒤 피고는 다시 정정심판을 청구하였다. 이 추가 정정은 2023년 10월 11일 인용되었다.
따라서 소송에서 판단한 대상은 최초 등록 당시의 청구범위 전체가 아니라 추가 정정을 거친 청구항들이었다.
다. 원고가 주장한 무효사유
원고의 주장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명세서의 제한된 실시예만으로 광범위한 화합물군을 쉽게 제조하거나 효과를 확인하기 어려우므로 실시가능요건과 뒷받침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주장이었다.
둘째, 먼저 출원된 발명에도 중수소화된 안트라센계 화합물이 공개되어 있으므로 확대된 선출원 규정에 위배된다는 주장이었다.
셋째, 안트라센계 화합물에 관한 기술과 중수소화 기술 등을 결합하면 정정발명을 쉽게 도출할 수 있어 진보성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라. 선출원발명과 구체적인 차이
선출원발명에도 중수소화된 안트라센 유도체가 있었지만, 원심은 제14항 정정발명의 조건들을 모두 갖춘 화합물이 구체적으로 개시되거나 시사되지 않았다고 보았다.
선출원발명의 일부 화합물은 중수소화율이 최대 36%에 그치거나 주변 치환기가 중수소화되어 있지 않았다. 다른 화합물은 주변 치환기가 모두 중수소화되어 일반 수소를 남겨 두는 조건과 달랐다.
또한 선출원발명의 실시예는 주로 휘도와 발광 효율의 개선을 제시하였고, 이 사건과 같은 수명 개선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근거는 부족하였다.
법리
가. 실시가능요건은 통상의 기술자가 발명을 재현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명세서는 출원 당시의 통상의 기술자가 과도한 실험이나 특수한 지식 없이 발명을 정확히 이해하고 재현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재되어야 한다.
원심은 이 사건 명세서에 다음 내용이 구체적으로 기재되어 있다고 보았다.
- 화합물의 출발물질과 단계별 합성 방법·조건
- 해당 화합물을 포함하는 소자의 제조 방법
- 화합물의 존재와 중수소화 수준을 확인하는 분석 방법
이를 공지기술과 함께 고려하면 청구범위에 속하는 화합물을 제조하고 수명 개선 효과를 예상·확인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수긍하였다.
나. 뒷받침요건은 공개된 내용을 청구범위까지 일반화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실시가능요건과 뒷받침요건은 구별된다.
실시가능요건이 ‘기술자가 만들어 볼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한다면, 뒷받침요건은 ‘공개한 기술에 비하여 지나치게 넓은 권리를 요구하는가’를 심사한다.
이 사건은 여러 치환기를 선택지로 열거하여 화합물군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청구범위가 작성되어 있었다. 원심은 합성·분석 방법과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 등을 고려하면 실시예 이외의 화합물까지 확장·일반화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모든 화합물이 실시예와 정확히 같은 수준의 효과를 보일 필요는 없다고 보았다. 다만 이는 하나의 실시예만 있으면 언제나 광범위한 화합물군 전체를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인정된 제조 가능성과 효과의 예측·확인 가능성이 전제된다.
다. 확대된 선출원의 동일성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가’와 다르다
확대된 선출원 규정은 먼저 출원된 발명이 나중에 공개되었더라도, 후출원발명과 동일하다면 특허를 제한하는 제도이다.
여기서 동일성은 기술적 구성과 효과를 고려하여 판단한다. 주지관용기술을 조금 추가하거나 삭제한 정도로 새로운 효과도 없는 미세한 차이라면 실질적으로 동일할 수 있다.
그러나 차이가 그 정도를 벗어난다면,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도출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는 없다. ‘동일한 발명인지’와 ‘쉽게 발명할 수 있었는지’는 별개의 판단이다.
이 사건에서는 중수소화 비율과 위치에 관한 구성 차이 및 수명 개선 효과 등을 고려하여 실질적 동일성이 부정되었다.
라. 진보성을 부정하려면 선행기술을 결합할 근거가 필요하다
여러 문헌에 발명의 재료가 나뉘어 기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진보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출원 당시 통상의 기술자가 해당 기술들을 결합할 동기나 암시가 있었는지, 기술상식·기본 과제·발전 경향 등에 비추어 쉽게 결합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야 한다.
원심은 다음 사정들을 중요하게 보았다.
- 선행발명 1에는 중수소 치환에 관한 사항이 개시되어 있지 않았다.
- 선행발명 2에서 효과를 확인한 화합물은 고분자 또는 유기금속계 화합물이어서, 이를 이 사건 안트라센계 화합물의 구체적인 중수소화 구성으로 연결할 근거가 부족하였다.
- 선행발명 4를 추가하더라도 특정 중수소화율과 치환 위치의 조합까지 쉽게 도출할 근거가 없었다.
대법원은 제14항 정정발명과 관련 청구항들의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유지하였다.
마. 수명 개선 효과의 인정 범위를 정확히 구별해야 한다
원심이 확인한 것은 특정 실시예와 비교예 사이의 수명 개선 효과이다.
이를 ‘모든 청구 화합물의 수명이 반드시 2배 이상 증가한다’거나 ‘중수소화율이 높아질수록 수명이 비례하여 늘어난다’는 명제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의 판단은 구체적인 중수소화 구성, 비교실험 결과, 명세서의 공개 내용과 기술수준을 함께 고려한 것이다. 특히 효과 비교에서는 다른 치환기를 가진 화합물끼리 비교하기보다, 같은 구조에서 중수소화 여부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바. 외국 대응특허의 심사 결과만으로 국내 특허의 진보성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원고는 미국 대응특허의 재발행 심사에서 진보성에 관한 부정적 판단이 내려진 사정도 제시하였다.
원심은 국내 정정발명의 청구범위가 미국 대응특허보다 구체적으로 한정되어 있어 서로 다르다고 보았다. 진보성은 심사대상인 구체적인 발명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므로, 외국의 심사 결과만으로 국내 정정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결론
대법원은 명세서 기재요건, 확대된 선출원 및 진보성에 관한 원고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에 따라 이 사건에서 심리한 정정 청구항들에 관한 무효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결론이 확정되었다. 판단의 핵심은 ‘중수소화라는 일반적인 기술이 알려져 있었는가’가 아니라, 정정된 구체적 구성의 공개·재현 가능성, 선출원발명과의 차이, 선행기술 결합의 용이성을 구분하여 심사한 데 있다.
실무상 유의점
- 정정 전후 청구범위를 구별하고 최종 정정된 구성을 기준으로 무효사유를 분석해야 한다.
- 확대된 선출원의 동일성과 진보성을 섞어 주장하지 않아야 한다.
- 화학발명의 효과 비교에서는 기본 구조와 다른 조건을 통제한 비교실험이 중요하다.
- 실시예의 효과를 청구범위 전체의 동일한 효과나 수치한정의 임계적 의의로 과장하지 않아야 한다.
- 외국 대응특허의 결과를 원용할 때에는 청구범위와 인용문헌의 차이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