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펩티드 서방형 미립구 제제의 진보성 판단 기준 및 사후적 고찰 금지

핵심 결론 서방형 펩티드 제제에서 복수의 PLGA 혼합 기술이 공지되었더라도, 약물 고유의 특성에 따른 상호작용의 비예측성으로 인해 옥트레오티드의 장기 방출 효과를 쉽게 도출할 수 없으므로 사후적 고찰을 배제하고 특허의 진보성을 인정한 판결입니다.
이 자료는 서권식 변호사가 실무를 처리하면서 참조한 판례를 바탕으로, 실무상 유의할 점에 주안점을 두고 법리적 쟁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본문의 판례는 국가법령정보센터에 원문이 실려 있으면 그 원문으로 연결됩니다. 공개되지 않은 하급심·환송심 판결은 판결문을 직접 확보하여 정리합니다.
주요 판례·법령 2019후11756, 2016후601

기술적 쟁점의 요지

옥트레오티드는 말단비대증이나 특정 내분비 종양 등을 치료하는 펩티드 의약품입니다. 펩티드 약물은 체내 반감기가 매우 짧아 일반 주사로 투여할 경우 매일 반복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는 극심한 불편과 통증이 따르므로, 체내에서 약물이 서서히 흘러나오도록 돕는 지속 방출형(서방형) 미립구 제형 개발이 필수적입니다.
약물을 장기간 서서히 방출시키기 위한 담체로는 생체분해성 고분자인 PLGA가 널리 쓰입니다. PLGA는 락티드(L)와 글리콜리드(G) 단량체의 조성 비율에 따라 체내 분해 속도가 달라집니다. 그러나 단일 종류의 PLGA만 사용할 경우 주사 초기에 약물이 과도하게 쏟아져 나오거나(초기 버스트), 중기 이후에 약물 방출이 급격히 멈추는 등 혈중 농도가 불규칙하게 요동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안정적인 치료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장기간 동안 혈중 농도의 큰 변동 없이 일정 수준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 사건 특허발명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분해 속도가 서로 다른 2종의 직쇄형 PLGA를 각각 독립된 미립구로 제조한 후, 이를 물리적으로 혼합하는 방식을 고안했습니다. 즉, 락티드:글리콜리드 비율이 75:25인 미립구와 100:0 내지 40:60인 미립구를 각각 30% 이상의 중량 비율로 배합함으로써, 체내에서 3개월 이상 급격한 농도 변화 없이 약물이 일정하게 방출되도록 제어한 것입니다.
이 사건의 핵심 기술적 쟁점은, 복수의 고분자를 혼합하는 일반적인 제제 기술(선행발명 1, 6)과 류프로렐린·바프레오티드 등 다른 펩티드 약물의 고분자 방출 실험 문헌(선행발명 8)이 이미 공지되어 있는 상황에서, 통상의 기술자가 이러한 선행기술들을 단순히 결합하여 '옥트레오티드를 3개월 이상 안정적으로 지속 방출시키는 복합 미립구 제형'을 별다른 시행착오 없이 쉽게 도출할 수 있는지(진보성 유무)였습니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21. 4. 8. 선고 2019후11756 판결 [등록무효(특)]
원심판결(특허법원 2018허8494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특허법원에 환송하였습니다.

하급심 관련판례

환송 전 특허법원 2016. 2. 4. 선고 2014허3590 판결에서는 명세서에 발명의 효과가 충분히 기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허무효 심결을 취소하였으나, 대법원(2016후601)에서 명세서 기재요건을 갖추었다고 판단하여 파기환송되었습니다.
환송 전 특허법원 2019. 9. 27. 선고 2018허8494 판결에서는 선행기술들의 단순한 결합에 불과하다고 보아 발명의 진보성을 부정하고 특허무효 심결을 취소하였습니다.
환송 후 특허법원 2021. 10. 8. 선고 2021허2663 판결(대상 판결)에서는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법리에 따라 선행발명들을 조합하더라도 진보성이 부정되지 않는다고 최종 판시하여, 무효심판 청구인의 청구를 기각하고 특허권자의 승소를 확정하였습니다.
관련법률

특허법 제29조 제2항 (발명의 진보성)

특허출원 전에 그 발명이 속하는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사람이 공지된 발명에 의하여 쉽게 발명할 수 있는 발명에 대해서는 특허를 받을 수 없습니다.
민사소송법 제146조 (적시제출주의) 및 제149조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의 각하) 공격 및 방어방법은 소송의 진행 정도에 맞추어 적절한 시기에 제출되어야 하지만, 상고심이나 환송 후 하급심 단계에서 제출된 증거·주장이라도 이전 심급에서 이미 다루어진 자료와 연관되어 있거나 소송 완결을 지연시키지 않는다면 실기한 공격방어방법으로 각하할 수 없습니다.

사실관계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피고)가 보유한 옥트레오티드 3개월 서방형 제제 특허에 대하여, 국내 제약사 동국제약(원고)이 선행기술들에 의해 진보성이 부정되어 무효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특허무효심판을 청구하였습니다.
특허권자는 무효 심판 및 소송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정정심판청구를 통하여, 2종의 직쇄형 PLGA 단량체 비율(1종은 75:25, 다른 1종은 100:0~40:60), 각 입자의 중량비 30% 이상, 각 입자가 서로 다른 조성을 갖는 독립된 마이크로입자들의 물리적 혼합물 형태로 청구범위를 한정 감축하는 정정을 확정하였습니다.
원고가 제시한 주요 선행기술로는 단일 공정에서 농도 구배 펌프를 이용해 다양한 조성을 갖는 서방형 미립구를 제조하는 방법(선행발명 1), 황체형성호르몬 방출호르몬(LHRH) 동족체인 류프로렐린을 단량체 비율이 서로 다른 PLGA 미립구에 각각 봉입하여 혼합하는 제조기술(선행발명 6), 단일 종의 직쇄형 PLGA를 담체로 한 옥트레오티드 1개월 서방형 제제(선행발명 7), 소마토스타틴 유사체인 바프레오티드를 단량체 비율이 다른 PLGA에 적용해 방출 특성을 관찰한 연구 논문(선행발명 8) 등이 있었습니다.

법리

복수의 구성요소가 결합된 특허발명의 진보성을 판단할 때에는 각 구성을 분해하여 개별 요소가 공지되었는지만을 따져서는 안 되며, 특유의 과제 해결 원리에 기초하여 유기적으로 결합된 전체로서 구성의 곤란성과 결합된 전체 구성이 갖는 특유한 효과를 함께 심리해야 합니다.
이미 완성된 특허발명의 명세서 기재 내용을 사전에 알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사후적으로 선행기술들을 조합함으로써 발명을 쉽게 도출할 수 있다고 단정하는 이른바 '사후적 고찰(Hindsight)'은 엄격히 배제되어야 합니다.
약물전달시스템(DDS) 분야에서 펩티드·단백질 의약품의 방출 거동은 단순히 고분자의 단량체 조성이나 분자량뿐만 아니라 약물 자체의 분자 형상, 전하, 아미노산 서열 차이에 따른 친수성·소수성, 고분자와의 화학적 상호작용 등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따라서 유사한 펩티드 계열 약물(류프로렐린, 바프레오티드 등)에서 특정 방출 지연 결과가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물리화학적 구조가 상이한 옥트레오티드에 그 효과가 동일하게 발현될 것으로 통상의 기술자가 합리적으로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실무적유의점

약물전달시스템(DDS) 등 제제학 분야의 특허를 출원하거나 방어할 때에는, 고분자 담체의 혼합 기법 자체가 업계에 알려져 있더라도 '대상 유효성분(API)과 고분자 매트릭스 간의 비예측적 상호작용' 및 '체내(In vivo) 방출 제어의 특유한 효과'를 입증할 수 있는 구체적인 비교 데이터를 충실히 구비해야 구성의 곤란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단순한 시험관 내(In vitro) 방출 데이터만으로는 체내 지속성을 증명하기 불충분하므로, 실제 생체 내에서 최고·최저 혈중농도 비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을 증명하는 약동학(PK) 데이터의 확보가 결정적입니다.
반대로 선행문헌 결합을 통해 특허의 무효를 주장하는 공격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선행기술에 유사한 고분자 배합 기법이 존재한다는 점만을 내세워서는 부족합니다. 선행문헌의 모델 약물과 특허 약물이 분자 구조, 유체역학적 반경, 결합 기전 면에서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거동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제제학적으로 명확히 입증하거나, 통상의 기술자가 두 구성을 결합할 수밖에 없었던 명확한 결합 동기(Motivation)를 구체적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아울러 소송 후반부인 상고심이나 환송 후 하급심에서 새로운 비교대상발명을 추가로 제출할 경우 실기한 공격방어방법(민사소송법 제149조)으로 배척될 위험이 있으므로, 이전 심급에서 제출된 준비서면이나 참고자료와의 연속성을 입증하고 소송 지연 의도가 없음을 체계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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