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쟁점의 요지
이 사건은 외부 공기를 실내로 공급하면서 바닥 난방배관의 열을 이용하여 공기를 데우는 ‘환기용 급기 장치’에 관한 것이다.
선행발명은 바닥에 난방호스와 공기배관을 함께 매설하고, 외부의 찬 공기를 에어히터로 먼저 예열한 다음 바닥 콘크리트를 통해 전달되는 난방열로 추가 가열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두 배관의 위아래 위치는 특정하지 않았다.
이 사건 특허발명은 급기배관을 난방배관의 하면에 배치하도록 한정하였다. 난방배관 아래로 방출되어 손실되는 열을 급기배관 속 공기를 데우는 데 활용하려는 것이다.
쟁점은 이러한 배관 위치의 차이가 기존 기술을 조금 바꾼 것에 불과한지, 아니면 열손실을 줄이는 새로운 효과를 발생시키는 실질적인 구성 차이인지였다.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은 후자로 판단하였다. 특히 이 사건의 판단 대상은 해당 배치를 ‘쉽게 생각해 낼 수 있었는지’가 아니라, 먼저 출원된 발명과 ‘실질적으로 동일한지’라는 점이 중요하다.
해당 판례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7후2369, 2017후2376 판결 [등록무효(특)·등록무효(특)]
- 원고: 주식회사 정민 외 1인 — 특허등록 무효를 주장한 회사들
- 피고: 주식회사 그렉스전자 — 특허권자
- 결과: 원심판결 파기·특허법원 환송
첨부 판결문을 기준으로 정리하였다. 법제처 상세페이지 주소는 이번 확인에서 확보되지 않아 임의의 링크를 붙이지 않았다.
하급심 및 파기환송심
특허심판원
특허심판원 2017. 2. 10. 자 2016당803, 2909(병합) 심결
특허권자의 정정청구는 정정요건에 위배된다고 보아 불인정하였다.
그러나 정정 전 특허발명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판단하여 등록무효심판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 선행발명 1과 실질적으로 동일하지 않아 확대된 선출원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
- 선행발명 2~5에 의하여 진보성도 부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정정을 허용하여 특허를 유지한 사건은 아니다.
환송 전 원심
급기배관과 난방배관의 위치 차이는 통상의 기술자가 통상 채용할 수 있는 미세한 변경에 불과하고 효과의 차이도 없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두 발명이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하여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취소하였다.
대법원
대법원 2021. 9. 16. 선고 2017후2369, 2017후2376 판결
배관 위치의 차이와 그로 인한 열손실 감소 효과를 고려하면 두 발명을 동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동일성 판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였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다.
파기환송심
특허법원 2022. 2. 17. 선고 2021허5143, 2021허5150 판결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두 발명이 실질적으로 동일하지 않고, 확대된 선출원 규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그 결과 원고들의 심결취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첨부 자료에서 확인되는 환송심 결론은 등록무효심판청구를 기각한 심결을 유지한 것이다.
관련 판례
- 대법원 2013. 2. 28. 선고 2012후726 판결 먼저 출원되고 나중에 공개된 출원의 최초 명세서나 도면에 기재된 발명과 동일한 경우에도 특허를 받을 수 없다는 법리이다.
- 대법원 2011. 4. 28. 선고 2010후2179 판결 확대된 선출원에서의 동일성은 진보성과 구별하여 판단해야 한다. 구성 차이가 새로운 효과를 발생시키지 않는 미세한 차이를 넘는다면, 그 차이를 쉽게 도출할 수 있더라도 동일한 발명이라고 할 수 없다는 법리이다.
위 판례들은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이 직접 인용하였다.
관련 법령
이 사건의 직접적인 판단 근거인 확대된 선출원 규정이다.
후출원 발명이 그보다 먼저 출원되었으나 후출원 후에 공개된 다른 출원의 최초 명세서 또는 도면에 기재된 발명과 동일한 경우, 법정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특허를 받을 수 없도록 한다.
비교 대상이 선출원의 청구범위에 한정되지 않고 최초 명세서의 발명의 설명과 도면에 기재된 내용까지 포함된다는 점에서 ‘확대된 선출원’이라고 한다.
구법의 개정일과 법률번호는 대법원 및 파기환송심 판결문에 표시된 것과 동일하게 기재하였다.
사실관계
1. 특허발명의 구성
피고는 ‘환기용 급기 장치’ 특허의 특허권자이다.
이 사건에서 판단 대상이 된 청구항 제1항은 외부 급기부에 연결되는 내부 급기배관을 건축물 바닥의 난방배관 아래에 배치하여, 난방배관의 폐열을 열교환으로 회수·이용하도록 하는 구성이다.
청구항 제2항과 제3항은 삭제되어 제1항만이 판단 대상이었다.
2. 먼저 출원된 선행발명
선행발명 1은 ‘실내의 쾌적환경 조성 및 제어시스템’에 관한 것이다.
- 출원일: 2001년 4월 24일
- 공개일: 2002년 11월 1일
- 공개번호: 특2002-82947
이 선행발명은 이 사건 특허보다 먼저 출원되었지만 이 사건 특허의 출원 후에 공개되었다. 따라서 출원 당시 이미 공개된 기술을 전제로 하는 통상의 진보성 판단과 구별하여, 확대된 선출원에 해당하는지가 문제 되었다.
선행발명의 명세서는 공기배관을 바닥과 벽체에 매설하고, 겨울철 외부 공기를 에어히터로 예열한 뒤 난방호스의 열을 콘크리트를 통해 전달받아 실내에 공급한다고 설명하였다.
그러나 급기배관을 난방배관 아래에 배치한다는 위치관계는 특정하지 않았다.
3. 등록무효심판과 정정청구
원고들은 2016년 3월 31일과 2016년 9월 22일 각각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였다.
심판 단계에서는 다음 두 가지 무효사유를 주장하였다.
- 선행발명 1과 동일하여 확대된 선출원 규정에 위배된다.
- 선행발명 2~5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어 진보성이 없다.
피고는 심판 계속 중인 2016년 6월 2일 정정청구를 하였으나, 특허심판원은 이를 불인정하였다. 다만 특허 자체의 무효사유도 인정하지 않았다.
4. 소송에서 확대된 선출원 쟁점으로 정리
원고들은 심결취소소송에서 최종적으로 무효사유를 ‘선행발명 1에 의한 확대된 선출원 규정 위반’으로 정리하였다. 그 시점은 환송 전 소송의 2017년 8월 23일 제1차 변론기일이다.
따라서 선행발명 2~5에 의한 진보성 문제는 소송의 구체적인 대비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이 점에서 이 사건 대법원 판결을 ‘발명의 진보성까지 최종적으로 인정한 판결’로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5. 당사자들의 핵심 주장
원고들은 두 배관의 상대적 위치는 임의로 바꿀 수 있고, 어느 위치에 있든 콘크리트에 축적된 열이 급기배관으로 전달되므로 효과가 같다고 주장하였다.
피고는 급기배관을 난방배관 아래에 배치함으로써 아래로 손실되는 열을 회수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단순한 위치 변경을 넘어 에너지 절감 효과를 가져온다고 반박하였다.
법리
1. 확대된 선출원은 공개되지 않았던 선출원과의 동일성을 문제 삼는다
먼저 출원된 발명이 후출원 당시 아직 공개되지 않았더라도, 이후 공개되면 법에서 정한 요건 아래 후출원의 특허등록을 배제할 수 있다.
이때 심사하는 것은 후출원이 선출원에서 쉽게 도출되는지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선출원의 최초 명세서나 도면에 기재된 발명과 동일한지이다.
2. 실질적 동일성은 인정될 수 있지만 그 범위를 지나치게 넓혀서는 안 된다
두 발명의 구성이 완전히 일치하지 않더라도 다음과 같은 차이에 불과하면 실질적으로 동일할 수 있다.
- 과제해결 수단에서 주지관용기술을 단순히 부가·삭제·변경한 정도이고
- 그 차이로 새로운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
그러나 차이가 이 정도를 벗어난다면 동일성을 부정해야 한다.
통상의 기술자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변경이라는 사정만으로 실질적 동일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쉽게 발명할 수 있는가’라는 진보성 기준을 ‘같은 발명인가’라는 동일성 기준으로 대체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배관의 구체적인 위치관계가 구성 차이를 형성한다
두 발명 모두 바닥에 급기배관과 난방배관을 설치하여 열을 이용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러나 선행발명에는 두 배관의 위치관계에 관한 설명이나 한정이 없었다. 이 사건 특허는 급기배관을 난방배관의 하면에 배치하도록 명시하였다.
대법원과 파기환송심은 이 위치 한정을 실질적인 구성 차이로 보았다.
선행발명에 배관의 위치가 특정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가능한 모든 배치가 동일성 판단을 위해 구체적으로 개시된 것으로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4. ‘주지관용기술에 불과하다’는 판단에는 근거가 필요하다
대법원은 난방배관의 폐열을 활용하기 위하여 급기배관을 그 아래에 배치하는 구성이 출원 당시 기술상식이나 주지관용기술이었다고 볼 자료가 없다고 지적하였다.
결국 ‘배관 위치는 통상 바꿀 수 있다’는 추상적인 설명만으로 해당 차이를 미세한 변경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보았다.
5. 아래로 손실되는 열을 회수하는 효과가 동일성 판단에 반영되었다
난방배관의 열은 바닥을 데우는 과정에서 아래쪽으로도 손실된다.
이 사건 특허는 난방배관 아래에 있는 급기배관으로 그 열을 받아, 실내로 공급할 공기를 데우는 데 활용한다. 그만큼 열손실을 줄일 수 있다.
대법원은 이를 배관 위치의 차이로 발생하는 새로운 효과로 보았다. 따라서 두 발명의 차이가 새로운 효과 없는 미세한 변경에 그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여기서 효과를 고려한 것은 ‘현저한 효과가 있으므로 진보성이 인정된다’는 판단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성 차이가 실질적 동일성을 부정할 정도인지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6. 별도 가열장치의 유무보다 배관 배치와 효과가 결정적이었다
당사자들은 에어히터 같은 별도 가열장치가 필요한지 여부도 다투었다.
그러나 대법원이 동일성을 부정한 핵심 근거는 급기배관을 난방배관 아래에 배치한다는 구성과 그로 인한 열손실 감소 효과였다.
따라서 이 판결의 법리를 ‘가열장치를 삭제하면 다른 발명이 된다’는 일반명제로 정리해서는 안 된다.
결론
대법원은 급기배관을 난방배관 아래에 배치하는 차이가 단순한 주지관용기술의 변경에 불과하지 않고, 아래로 손실되는 열을 회수하는 새로운 효과도 발생시킨다고 보았다.
파기환송심도 같은 이유로 확대된 선출원 규정 위반을 부정하고 원고들의 심결취소청구를 모두 기각하였다.
이 사건은 구성 변경이 쉬운지와 두 발명이 동일한지를 구별하고, 확대된 선출원의 동일성 판단에 진보성 기준을 혼용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 판결이다.
실무상 유의점
- 선행자료의 출원일과 공개일을 먼저 확인하여, 진보성 판단자료인지 확대된 선출원 판단자료인지 구별해야 한다.
- 확대된 선출원에서는 최초 명세서와 도면에 실제로 개시된 구성에 근거하여 비교해야 한다.
- 구성 차이를 주지관용기술의 변경이라고 주장하려면 출원 당시의 기술상식과 새로운 효과의 부재를 뒷받침할 자료가 필요하다.
- 동일성이 부정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진보성까지 인정되었다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 소송에서는 진보성 주장이 최종 판단 대상에서 제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