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2다200089 판결 [정산금등청구의소]
가. 대법원의 판단과 화해 결과의 구분
대법원은 양수채권을 이용한 상계의 기준시점을 잘못 판단하였다는 이유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하였다.
이후 환송심에서는 피고가 2022. 7. 5. 원고에게 가지급한 717,632,424원을 최종 정산금으로 처리하는 내용의 화해권고결정이 확정되었다.
따라서 위 금액은 대법원이 직접 산정하여 지급을 명한 금액이 아니라, 환송 후 화해에 따라 종국적인 변제충당액으로 확정된 금액이다. 피고에게 같은 금액의 추가 지급을 명한 것도 아니다.
하급심
가. 제1심
원고의 청구를 전부 인용하여 피고에게 정산금 162,860,763원과 약정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명하였다.
정산금 중 2,752,818원에 대해서는 2016. 12. 7.부터, 160,107,945원에 대해서는 2017. 9. 6.부터 각각 다 갚는 날까지 1일 0.25%의 약정 지연손해금이 인정되었다.
제1심은 별도 교통카드의 이용운임에 관한 호환·정산 약정이나 사후 지급약정을 인정하기 어렵고, 부당이득반환의무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보아 피고의 상계 주장을 배척하였다.
나. 환송 전 항소심
제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였다.
항소심은 원고 측이 교통카드 충전금에서 이용운임을 차감하고도 그 운임을 지급하지 않아 부당이득을 얻었다고 판단하였다. 또한 영업양도계약에 따른 원고의 관련 채무 인수와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 양수를 인정하였다.
그 결과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채권 165,323,103원으로 원고의 정산금채권이 모두 상계되어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다. 환송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 7. 19.자 2022나35499 화해권고결정
기지급금 717,632,424원으로 정산금 원리금채권이 종국적으로 변제충당되었음을 확인하고, 피고는 그 가지급물의 반환청구권을 포기하였다.
이 사건 청구원인과 관련된 추가 채권·채무가 없음을 확인하는 내용으로 사건이 확정되었다.
관련판례
가. 대법원 2015. 4. 9. 선고 2014다80945 판결
채권양도 전에 자동채권 발생의 기초가 존재하고 그 채권이 양도채권과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면, 양도통지 후 자동채권이 발생하였더라도 채무자가 이를 이용하여 양수인에게 상계로 대항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이 판결은 채권이 양도된 뒤에도 기존 채무자의 항변을 보호하는 문제를 다룬다. 반면 이 사건은 상계하려는 사람이 제3자의 채권을 새로 양수한 경우, 언제부터 상계할 수 있는 상태가 되는지를 다룬다는 차이가 있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450조 제1항
지명채권의 양도는 양도인이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가 승낙하여야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다.
채권양수인이 양수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행사하는 경우에도 이러한 대항요건이 문제 된다.
나. 민법 제492조 제1항
쌍방이 서로 같은 종류를 목적으로 하는 채무를 부담하고 상계의 요건을 갖추면, 대등액에서 상계할 수 있다.
이 사건에서는 두 채권의 변제기뿐 아니라 채권이 서로 대립하게 된 시점이 중요하였다.
다. 민법 제493조 제1항·제2항
상계는 상대방에 대한 의사표시로 하며, 그 효력은 각 채무가 상계할 수 있는 때에 대등액에서 소멸한 것으로 소급한다.
소급의 기준은 원래 채권의 발생일이나 변제기가 아니라 실제로 상계요건을 갖춘 시점이다.
라. 민법 제499조 및 민법 제479조 제1항
상계에도 변제충당 규정이 준용된다. 별도의 합의 등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비용, 이자, 원본의 순서에 따른 충당을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양쪽 원금만 비교하여 채무가 모두 소멸하였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마. 민법 제741조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경우의 반환의무를 규정한다.
이 사건에서는 정식 호환·정산 약정의 존재와 별도로 이용운임 상당의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인정되는지가 문제 되었다.
바. 민사소송법 제231조
화해권고결정은 법정기간 내 이의신청이 없거나 이의신청권 포기 등 법정 요건을 갖추면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가진다.
이 사건의 종국적인 권리관계는 확정된 화해권고결정의 내용에 따른다.
사실관계
가. 서로 다른 교통카드 회사 사이의 정산 관계
원고와 피고는 각각 교통카드를 발행·관리하는 회사였다.
두 회사는 2007. 10. 15. 교통카드 호환 및 정산 협약을 체결하였다. 한 회사의 카드가 다른 회사의 단말기에서 사용되면 이용내역을 확인하여 운임 등을 서로 정산하는 구조였다.
협약에는 정산금을 지연하여 지급하는 경우 1일 0.25%의 지연손해금을 부담한다는 약정이 있었다.
나. 별도 교통카드의 택시 이용운임이 문제 되었다
별도 업체인 마이비는 택시에 단말기를 설치하고, 센스패스가 발행한 ‘탑티머니’ 카드도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원고는 2014. 9. 30. 센스패스의 영업을 양수하였다. 마이비 단말기에서 탑티머니로 결제된 이용운임은 2016년 8월경까지 합계 165,323,103원이었다.
마이비로부터 정산업무를 위탁받은 피고는 원고에게 그 이용운임의 정산을 요구하였다. 원고는 해당 카드에 관한 별도 호환·정산 약정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다.
다. 피고가 다른 정산금에서 이용운임을 공제하였다
피고는 원고에게 지급할 기존 협약상 정산금에서 탑티머니 이용운임 상당액을 공제하였다.
이후 원고와 피고가 서로 정산금을 공제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원고가 지급받지 못하였다고 주장한 금액은 다음과 같았다.
원고는 위 정산금과 약정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라. 피고의 채권양수는 소송 중인 2020년에 이루어졌다
마이비는 2020. 7. 7. 이용운임 관련 채권을 피고에게 양도하였다. 피고는 통지권한을 위임받아 같은 날 원고에 대한 채권양도통지로 대항요건을 갖추었다.
즉, 피고가 정산금을 공제한 시기는 2016년과 2017년이지만, 마이비의 채권을 양수하여 원고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된 시기는 2020. 7. 7.이었다.
이 시간 차이가 대법원 판단의 핵심이었다.
법리
가.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존재와 상계의 기준시점은 별개의 문제이다
대법원은 원고 측의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한 항소심 판단을 받아들였다.
카드 이용자의 충전금에서 이용운임이 차감되었는데도 원고 측은 그 금액을 보유하고 있었고, 마이비는 택시사업자에게 이용운임을 지급하였다. 구체적인 정산협약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이러한 이익과 손해를 부정할 수 없다고 본 것이다.
또한 영업양도계약의 내용 등에 비추어 원고가 센스패스의 관련 부당이득반환채무를 인수하였다는 판단도 받아들였다. 영업양수만으로 모든 채무가 당연히 승계된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다.
다만 반환채권이 존재한다는 것과, 피고가 그 채권으로 언제부터 상계할 수 있는지는 구별하였다.
나. 제3자의 채권은 양수인이 행사할 수 있게 되어야 상계에 사용할 수 있다
자동채권은 상계를 주장하는 사람이 행사하는 채권이고, 수동채권은 그 상계의 상대가 되는 채권이다.
이 사건의 자동채권은 피고가 마이비로부터 양수한 부당이득반환채권, 수동채권은 원고가 피고에게 갖는 정산금채권이다.
피고가 채권을 양수하기 전에는 다음과 같이 채권자가 달랐다.
- 정산금채권: 원고가 피고에게 갖는 채권
- 부당이득반환채권: 마이비가 원고에게 갖는 채권
피고가 마이비의 채권을 양수하고 원고에 대한 대항요건을 갖춘 뒤에야, 원고와 피고 사이에서 서로 행사할 수 있는 채권이 대립하게 된다.
대법원은 그 시점을 2020. 7. 7.로 판단하였다.
다. 상계의 소급효는 이미 지나간 모든 연체기간을 없애는 효력이 아니다
상계는 상계적상 시점으로 소급한다. 그러나 상계에 사용하는 채권을 뒤늦게 취득하였다면, 양수인이 그 채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시점까지 소급하는 것은 아니다.
이 사건에서 두 채권의 변제기가 채권양도 전에 이미 도래하였더라도, 상계의 효력은 2016년이나 2017년의 정산금 지급기일까지 소급하지 않는다.
쉽게 말하면, 2017년에 지급하지 않은 돈을 2020년에 다른 사람의 채권을 사 와서 상계하더라도, 2017년부터 상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처리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라. 상계적상 전날까지의 양쪽 원리금을 계산해야 한다
항소심은 부당이득반환채권의 원금 165,323,103원이 정산금 원금 162,860,763원보다 많으므로 정산금채권이 모두 소멸하였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대법원은 상계적상일 전날인 2020. 7. 6.까지 발생한 양쪽 채권의 원리금을 각각 계산해야 한다고 보았다.
특히 원고의 정산금채권에는 약정 지연손해금이 발생하므로, 원금이 상대방 채권보다 적더라도 원리금 합계는 더 클 수 있었다.
따라서 각 채권의 금액, 변제기, 지체기간, 지연손해금률을 확인한 뒤 상계충당을 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그 계산을 거치면 원고의 정산금채권이 남을 여지가 있다고 보아 환송하였다.
마. 최종 정산액은 환송심의 화해로 정해졌다
환송심에서는 피고가 이미 지급한 717,632,424원을 정산금 원리금채권에 종국적으로 충당하고, 이 사건 청구원인과 관련된 채권·채무를 모두 정리하였다.
화해권고결정은 원금·지연손해금·상계충당액의 세부 산식을 확정하여 제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위 금액을 대법원 법리에 따른 유일한 계산 결과라고 설명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의 법률적 기준은 대법원판결에서, 당사자 사이의 최종 정산 결과는 화해권고결정에서 각각 확인된다.
바. 기존 ChatByun 칼럼과의 관계
ChatByun의 「양도통지 후 발생한 하자보수보증금채권도 공사대금 양수인에게 상계할 수 있다」는 기존 채무자가 양수인에게 상계로 대항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이 사건은 제3자의 채권을 양수하여 상계하는 사람의 상계적상 시점을 다룬다. 양도된 채권이 자동채권인지 수동채권인지가 다르므로 두 판결의 적용 장면을 구별해야 한다.
실무적유의점
가. 원래 변제기와 채권양도의 대항요건 구비일을 따로 확인한다
채권양도계약 체결일, 양도통지 도달일 또는 채무자 승낙일, 각 채권의 변제기 및 상계 의사표시를 확인해야 한다.
양쪽 채권의 변제기가 이미 지났더라도, 양수인이 대항요건을 갖추기 전의 날짜를 곧바로 상계적상일로 삼아서는 안 된다.
나. 소송 중 채권을 양수해도 과거의 공제가 당연히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채권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상대방에게 지급할 돈을 공제하고, 나중에 그 채권을 양수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과거의 공제 시점부터 채무가 소멸하였다고 전제하면 지연손해금 계산을 잘못할 수 있다. 양수 후 상계요건과 대항요건을 갖춘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검토해야 한다.
다. 양쪽 채권의 원금과 지연손해금을 각각 계산한다
원금의 크기만 비교하지 말고 채권별 기산일, 적용 이율, 중간 변제액, 상계적상일을 나누어 계산해야 한다.
상계충당 후 남은 원금과 그 이후의 지연손해금도 구별해야 한다. 이 사건의 1일 0.25%는 해당 협약의 약정률이며 일반적인 법정이율을 뜻하지 않는다.
라. 영업양도와 채권양도를 구별하여 자료를 확보한다
원고의 영업양도계약은 부당이득반환채무를 인수하였는지 판단하는 자료이고, 피고의 채권양도계약은 상계에 사용할 채권을 취득하였는지 판단하는 자료이다.
영업양도계약의 채무 인수 범위, 회계처리 자료, 채권양도계약서 및 통지 도달자료를 구분하여 확인해야 한다.
마. 가지급금이 있는 화해에서는 반환 문제까지 종결한다
이미 돈이 지급된 사건에서는 최종 정산액만 정할 것이 아니라, 기지급금의 충당, 가지급물 반환청구권, 잔여 채권·채무 및 소송비용까지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사건처럼 기지급금으로 종국적인 변제충당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하고 반환청구권을 포기하도록 하면, 같은 지급금을 둘러싼 후속 분쟁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