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판결
대법원 2017. 6. 29. 선고 2017다213838 판결〔손해배상(기)〕
대법원은 무권대리계약의 철회와 계약 전부의 무효에 관한 원심 판단을 유지하였다. 다만 계약금이 실질적으로 귀속되지 않은 피고 1인 남편에게도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인정한 부분은 파기환송하고, 계약금을 수령한 피고 2인 아내의 상고는 기각하였다.
환송심인 대구고등법원 2017나23029 사건은 화해권고결정으로 종결되었다. 따라서 남편에 대한 청구가 환송심 판결로 최종 기각되었다고 표시해서는 안 된다. 구체적인 화해금액과 조건은 제공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하급심
가. 제1심
대구지방법원 상주지원 2016. 4. 21. 선고 2015가합89 판결
원고들이 패소하였다. 구체적인 판단 근거는 제공된 제1심 판결문이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
나. 항소심
대구고등법원 2017. 2. 8. 선고 2016나22326 판결〔손해배상(기)〕
계약해제와 위약금 약정에 기초한 계약금 배액 2억 2,000만 원 청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무권대리계약의 철회에 따라 계약 전부가 무효라고 보아, 피고들 부부가 공동하여 원고들에게 실제 지급받은 계약금 1억 1,000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반환하도록 명하였다.
이 중 남편에 대한 반환책임 인정 부분이 대법원에서 파기되었다.
다. 파기환송심
대구고등법원 2017나23029 사건 — 화해권고결정으로 종결
아내에 대한 부분은 대법원의 상고기각으로 확정되었고, 남편에 대한 파기환송 부분은 이후 화해권고결정으로 종결되었다.
관련판례
가. 계약인수의 성립 방식
계약상 지위의 이전은 당사자 3인의 합의뿐 아니라, 그중 2인의 합의와 나머지 당사자의 동의·승낙으로도 가능하다. 동의·승낙은 묵시적으로도 이루어질 수 있다. 원심은 이 법리를 토대로 이 사건 2차계약을 매수인 지위의 이전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인수로 파악하였다.
나. 본인 명의 계좌로 입금되었더라도 실질적 이득 귀속을 따져야 한다는 판례
무권대리인이 체결한 매매계약에 따라 소유자 명의 계좌로 매매대금이 입금되었지만, 통장과 도장을 가지고 있던 무권대리인이 당일 전액 인출한 사건이다. 대법원은 계좌 명의만으로 소유자가 실질적인 이득 귀속자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다. 부당이득반환책임의 전제가 되는 실질적 이득
부당이득반환의무는 법률상 원인 없는 재산상 이득의 귀속을 전제로 하므로, 실질적으로 이득이 귀속되지 않은 사람에게 반환의무를 부담시킬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관련법령
가. 민법 제130조 — 무권대리
대리권 없는 사람이 타인의 대리인으로 체결한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지 않으면 본인에게 효력이 없다.
나. 민법 제134조 — 상대방의 철회권
대리권없는 자가 한 계약은 본인의 추인이 있을 때까지 상대방은 본인이나 그 대리인에 대하여 이를 철회할 수 있다. 그러나 계약 당시에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안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철회권을 제한하는 사유는 계약 당시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다는 것이다. 본인이 아프거나 거동이 불편하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것과 구별된다.
다. 민법 제137조 — 일부무효
법률행위 일부가 무효이면 원칙적으로 전부가 무효이다. 다만 무효 부분이 없더라도 나머지 법률행위를 하였을 것이라고 인정되면 그 나머지는 유효하다.
라. 민법 제741조 — 부당이득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은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위 민법 규정들은 판결에서 구법으로 표시하지 않았다.
사실관계
가. 종중의 토지를 매수한 피고들 부부
이 사건의 기본적인 당사자 관계는 다음과 같다.
토지 2필지 중 한 필지는 종중원 3인 명의로, 다른 필지는 종중 명의로 등기되어 있었다.
피고들 부부는 2015. 2. 1. 종중으로부터 두 토지를 10억 3,000만 원에 매수하는 1차계약을 체결하고, 종중에 계약금 1억 1,000만 원을 지급하였다.
나. 남편의 의식불명과 매수인 지위의 양도
남편은 1차계약 체결 후인 2015. 2. 15.경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가 되었다.
계약 이행이 어려워지자 아내는 중개인 등을 통하여 대신 토지를 매수할 사람을 찾았고, 원고들 부부에게 기존 매수인 지위를 넘기기로 하였다.
이에 2015. 3. 17. 원고들 부부와 피고들 부부 사이에 매수인 지위 양도에 관한 2차계약이 체결되었다. 남편은 참석하지 않았고, 아내와 아들이 남편을 대리하였다. 당시 아들은 아직 성년후견인이 아니었다.
2차계약은 피고들이 소유한 토지를 다시 파는 계약이 아니라, 종중과 체결한 1차계약의 매수인 지위를 원고들에게 이전하는 계약이었다.
다. 두 차례 지급된 계약금의 구분
계약금 1억 1,000만 원은 두 거래에서 각각 지급되었다.
2차계약에서는 총 10억 3,000만 원 중 계약금 1억 1,000만 원을 피고들에게, 나머지 중도금 5억 원과 잔금 4억 2,000만 원을 종중에 지급하도록 정하였다.
원고들이 실제 지급한 계약금 1억 1,000만 원은 아내가 수령하고 영수증도 작성하여 교부하였다. 이 사건 반환청구의 대상은 이 돈이다.
라. 처음에는 계약해제와 계약금 배액을 청구
2차계약에는 양도인인 피고들이 계약을 위반하면 계약금의 배액을 지급한다는 약정이 있었다.
원고들은 종중 대표자와 등기명의 관계 등을 확인하려 하였으나 필요한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2015. 4. 6.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해제를 통지하였다.
이후 2015. 4. 20. 피고들을 상대로 계약금의 배액인 2억 2,000만 원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마. 소송 중 무권대리를 알게 된 원고들의 철회와 뒤늦은 추인
원고들은 소송 중 남편이 단순히 거동이 불편한 정도가 아니라 의식불명 상태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철회와 추인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따라서 원고들의 철회가 성년후견인의 추인보다 먼저 이루어졌다.
법리
가. 계약인수의 효력 요건과 계약위반에 따른 배액배상책임은 구별된다
원고들은 피고들이 종중의 승낙을 받고, 종중의 총회결의·대표자·등기명의 관계 등을 확인시켜 줄 의무를 위반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원심은 피고들이 그러한 특별한 의무까지 부담하기로 약정하였다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아, 이를 전제로 한 계약해제와 배액배상청구를 배척하였다.
종중의 승낙이 계약인수의 유효요건이라는 점과, 피고들이 그 승낙을 확보할 별도의 계약상 의무를 부담하는지는 구별하여야 한다는 취지이다.
이는 계약인수의 양도인이 언제나 승낙 확보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는 일반적 판단이 아니라, 이 사건 약정과 증거에 관한 판단이다.
나. 추인 전의 유효한 철회는 무권대리계약을 확정적으로 무효로 만든다
무권대리계약은 본인의 추인 여부에 따라 효력이 달라질 수 있어 상대방의 지위가 불안정하다. 민법 제134조는 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상대방에게 철회권을 부여한다.
상대방이 추인 전에 유효하게 철회하면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되고, 본인이나 적법한 대리인이 나중에 추인하더라도 그 계약을 되살릴 수 없다.
이 사건에서도 아들이 나중에 성년후견인으로 선임되었지만, 그 전에 원고들이 철회하였으므로 후견인의 추인은 효력을 가질 수 없었다.
2015년 4월의 채무불이행 해제통지와 2015년 9~10월의 무권대리계약 철회는 근거와 요건이 다른 의사표시이다. 법원이 인정한 계약무효의 근거는 후자의 철회였다.
다. 상대방이 무권대리임을 알았다는 점은 철회의 효력을 다투는 본인이 증명하여야 한다
계약 당시 대리권 없음을 알고 있던 상대방은 민법 제134조에 따라 철회할 수 없다.
다만 상대방이 대리권 없음을 알았다는 점의 주장·증명책임은 철회의 효력을 다투는 본인에게 있다.
이 사건 피고들은 원고들이 남편의 의사무능력과 무권대리 사실을 알고 계약하였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다음 사정 등을 고려하여 그 증명이 부족하다고 보았다.
- 원고들에게 설명된 내용은 남편의 건강 문제와 거동 불편, 입원 사실이었다.
- 계약 관련 서류에는 남편의 의식상태에 관한 기재가 없었다.
- 피고들도 최초 답변서에서는 거동불능만 주장하였다.
- 원고들은 의식불명 사실에 관한 증언을 듣자 곧바로 철회를 주장하였다.
원심에는 철회 제한 사유를 ‘제한능력자임을 알았을 경우’라고 표현한 부분이 있으나, 민법 제134조 단서와 대법원이 제시한 정확한 기준은 ‘대리권 없음을 알았는지’이다.
라. 남편 부분의 무효가 2차계약 전부의 무효로 이어졌다
2차계약은 피고들 부부의 매수인 지위를 함께 양수하는 거래였다.
법원은 남편 부분이 무효라면 원고들이 아내 부분만이라도 계약하였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민법 제137조에 따라 2차계약 전부가 무효라고 보았고, 대법원도 이를 수긍하였다.
이는 부부가 공동으로 계약하면 언제나 일방의 무효가 전부무효로 이어진다는 뜻이 아니다. 무효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만으로도 계약을 체결하였을 것인지가 판단 기준이다.
마. 계약이 무효라는 사실만으로 명의상 당사자 모두에게 반환책임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계약무효와 부당이득반환책임은 별도로 판단하여야 한다.
계약무효는 지급받은 돈을 보유할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문제이다.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성립하려면 여기에 더하여 반환을 청구받는 사람에게 실제로 이익이 귀속되었어야 한다.
원심은 피고들 부부 모두에게 공동 반환을 명하였지만,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구분하였다.
아내는 자신의 계약당사자 지위와 남편의 무권대리인 지위를 함께 가지고 있었지만, 아내의 수령을 곧바로 남편의 이득으로 볼 수는 없었다.
바. 파기환송과 화해 종결의 의미를 구분하여야 한다
대법원이 유지한 판단과 파기한 판단은 다음과 같다.
그 후 남편에 관한 환송심이 화해권고결정으로 종결되었다. 화해 종결은 대법원이 제시한 법리를 변경한 것이 아니라, 남아 있던 분쟁이 화해의 효력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의미이다.
실무적 유의점
가. 계약 해제·무권대리계약 철회·취소를 구분하여 주장하여야 한다
이 사건 원고들은 처음에는 채무불이행에 따른 해제와 배액배상을 구하였으나, 최종적으로 받아들여진 법률구성은 무권대리계약 철회에 따른 무효와 부당이득반환이었다.
상대방의 권한 문제가 드러나면 기존 해제 주장만 유지할 것이 아니라, 철회 요건과 의사표시의 도달 시점을 별도로 정리하여야 한다.
나. 후견인 선임 전후의 권한과 철회·추인의 선후를 확인하여야 한다
배우자나 자녀라는 관계만으로 이 사건과 같은 매수인 지위 처분권한이 당연히 생기는 것은 아니다.
계약 당시의 대리권, 후견인 선임 시점, 철회와 추인의 도달 시점을 구분하여야 한다. 나중에 후견인이 선임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이미 철회된 계약을 추인할 수는 없다.
다. 반환청구의 상대방은 자금의 실질적 귀속을 기준으로 정하여야 한다
공동계약 당사자라는 이유만으로 모두에게 동일한 부당이득반환책임을 청구하면 이득 귀속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입금계좌, 영수증 작성자, 자금의 관리·사용 내역, 다른 당사자의 채무변제 등에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하여 누가 어떤 이익을 얻었는지를 특정하여야 한다.
라. 판례 소개에서는 배액배상과 실제 지급금 반환을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이 사건에서 원고들이 청구한 금액은 2억 2,000만 원이지만, 항소심이 인정하고 아내에 대하여 확정된 것은 계약무효에 따른 지급 계약금 1억 1,000만 원의 반환과 지연손해금이다.
환송심의 구체적인 화해조건이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최종 합의금까지 1억 1,000만 원이라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